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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사 님의 서재입니다.

어쨌거나 나는 마왕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암사
작품등록일 :
2018.08.20 12:44
최근연재일 :
2019.03.10 06:00
연재수 :
9 회
조회수 :
1,142
추천수 :
14
글자수 :
47,914

작성
18.09.06 22:48
조회
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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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글자
10쪽

인간 세상은 돈과 권력

DUMMY

이후 마왕의 어린이집 생활은 나름 순탄했다.

어린이집에 다닌 지 얼마 되지 않아 말이 제법 통하는 인간을 만났기 때문인데, 우 현순이라는 이름의 암컷은 다른 인간들보다 눈 사이가 조금 더 벌어진 얼굴에 항상 주위를 두리번거리는 작은 체구의 암컷이었다.

마왕은 근무 첫날, 자신의 기저귀를 갈러 오는 우 현순에게 최대한 겁을 주지 않으려고 노력하며 말을 꺼냈다.


"내가 할 수 있으니 거기 놔둬라."


우 현순은 잠시 행동을 멈추고 마왕을 빤히 쳐다보더니 이내 눈을 크게 뜨고 미소를 지었다.


"어린 것이 자립심이 강하네?

그럼 앞으로 네가 직접 해."


마왕은 두 번째로 온 암컷이 말을 잘 알아들어서 다행이라 생각했다.


우 현순은 인간들 사이에서는 조금 독특한 스타일을 가진 자로 통했는데, 인간 세상의 표현으로 아웃 사이더 내지는 왕따로 불리웠다.

주로 혼자 다니며 주변인의 말을 한 번에 못 알아듣고 몇번씩 되묻는 것이 이유인 것 같았다.


-인간들은 별 것 아닌 이유로 동족을 도태시키는군.

우 현순은 몸집은 작지만 전투력이 떨어지는 편은 아닌데..


-인간들은 다양한 것으로 상대를 평가하니까요.


-알고 있다.

가장 중시하는 것은 재산의 보유량이고 그 다음이 재화를 모으는 능력, 그 다음이 축적한 지식의 양인데.. 물리 전투력은 왜 이렇게 순위가 낮지?


-인간들은 도구를 이용해서 전투를 수행하거든요.

좋은 도구를 가질 수록 강한 자로 인정 받지요.


-그래. 어찌 됐든 결국은 돈이라는 거지.

나도 이 곳에서 영역을 확장하려면 역시 돈인가..


-돈 만한 게 없지요.

하지만 지금의 몸 상태로는 돈을 벌어도 관리가 안 되실 테니 조금만 더 기다리세요.


-그 정도는 알고 있다.

방법도 생각해뒀지.


-방법이요?


며칠 전 집에 들어온 마왕은 잠결에 자신의 애미, 애비가 다투는 소리를 들었다.


"당신 미쳤어?

주식이라곤 손도 안 대본 사람이 무슨 주식을 한다고 그래?"


"동식이가 그러는데 확실한 껀이래.

당신도 그랬잖아. 내 월급으로 마왕이 대학 보내고 결혼시키기 힘들다고.

나도 어떻게든 돈 벌어보려고 이리저리 알아본 거야."


"그렇게 해서 알아본 게 주식이냐?

돈은 어디서 나서 주식을 해?

집 담보로 뭘 할 생각은 하지도 마."


"야 진짜 남편이 고심해서 뭘 좀 하겠다고 하면 밀어주지는 못 할 망정 너무하는 거 아니냐?"


"정 하고 싶으면 시댁 가서 얻어와서 하던지 그 좋은 친구들한테 빌려서 하던지 해.

집은 절대 못 건드리니까 그리 알어!"


마왕은 버릴 때가지나도 한참 지난 공갈젖꼭지를 오물오물 씹으며 두 사람의 사랑이 가득한 대화를 아무 관심 없는 듯이 다 듣고 있었다.


-내가 지금까지 보아하니 저들은 인간 세상의 재화를 쌓을 만한 재주도 운도 없는 것으로 보이니 내가 돈을 좀 구해주면 어떨까 싶다.


-엥 뭐 필요한 거 있으세용?


-딱히 그런 건 아닌데 앞으로 인간 세상에 나서려면 내 몸으로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는 정도의 기반이 필요하다는 걸 알게 되었다.

그 기반이라 함은 역시 물질적인 여유가 되겠지.

지금 인간세상은 그거면 80%는 제약없이 정복 활동을 준비할 수 있을 것 같아.


-역시 제 서프트가 제대로 이루어지고 있는 것 같아 감동스럽네요.

인간 세상에 대해 제대로 파악하셨어요. 호호홋.


-기억에 남는 서포트가 없는데 뭐 얘기하는 거지?


-에헤헷, 가끔 보면 때려주고 싶을 정도로 귀여우시다니까.


-너는 자주 때려주고 싶구나. 언제까지 기어오를 수 있나 시험이라도 해 보는 거냐?


-산이 있으면 오르는 것이 인지상정이니까요.핫핫...


-인간도 아닌 것이 말만 많구나. 어쨌든 나에게 정보는 충분하니 저들에게 주식이든 뭐든 필요한 정보를 알려줘야겠다.


-엄머머, 마왕님 그것만은 참으세용.


-뭐냐, 지금까지 가만히 있다가 뜬금없이 딴지를 걸다니..


-아직 저들에게 본 모습을 보이는 건 이르십니다. 저들의 반응에 따라 앞으로의 적응이 굉장히 힘들어지실 수도 있다구요.


-그런가... 그러면 꿈에서 전해주는 건 어떤가. 저들의 꿈으로 들어가게 해 다오.


-안 될 건 없지만 그런 식의 개입도 그리 좋은 방식은 아니네요.

관리자 업무규칙 105728356조 489219358019387항에 따르면 시스템의 오류로 인해 원래 있어야 할 곳이 아닌 공간이나 시간에 투입된 피조물의 경우 생존에 위협이 되지 않는 한 투입된 우주의 기 생성된 물질적, 역사적 상태에 개입하지 않는 것이 관리자의 기본 수칙이에요.


마왕은 갑자기 진지하게 책을 읽듯 읊어대는 관리자의 태세변환에 어이가 없었다.


-몇 조 몇 항이라고? 다시 한 번 말해 봐라.


-어, 어 그게... 아니 지금 그런게 뭐가 중요해욧!

저한테도 조물주께서 내리신 지엄하고 불가역적인 규칙이 있다는 걸 아셔야 해용.


-지금까지 살아오는 내내 온갖 개입을 하고선 이제 와서 무슨 소릴 지껄이는 거야...


-아무튼 안 되는 건 안 되는 거에욧. 안 돼 안 돼~~.


마왕은 관리자와 더 이상 대화를 하는 것이 의미 없다는 생각이 들었고 , 잘 시간이 지나서 피곤하기도 했기 때문에 만화 캐릭터가 그려진 조그만 베개에 머리를 기댔다.

이 세상의 다른 생명체들에 비해 인간은 본인 의지로 활동을 하기까지 걸리는 시간이 압도적으로 길었다.

일반적인 생명체와는 다른 사고능력과 강대한 영혼을 지닌 마왕에게는 참기 힘든 지루함의 시간이 앞으로도 무진장 남아있다는 뜻이었다.

마왕은 좀 더 자유로운 환경과 자신의 수족이 되어 줄 인가들이 더 많기를 바랬지만, 관리자의 반응을 볼 때 그것은 쉽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어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인가 세상에 태어난 마왕이 그래도 하나 얻은 것이 있다면 빠른 포기를 배웠다는 것이다.

빨리 포기하면 속은 편했다.


하지만 상황은 의외의 곳에서 생각지도 않은 방향으로 진행이 되었으니, 마왕의 아비가 아내의 반대를 무릅쓰고 산 주식이 생각보다 더 큰 대박을 냈다는 것이었다.

투자금액의 수십배 차익을 거두었고, 그들은 공무원 생활을 수십년 해도 만지기 힘든 거금을 만지게 되었다.

졸지에 평범한 공무원 집에서 동네에서 손꼽힐 현금부자집으로 탈바꿈한 마왕의 집에는 예전에 안 보이던 사람들의 발길이 줄줄이 이어졌다.

촌수도 알 수 없는 먼 친척에서부터 초중고, 유치원동창들까지 이산가족이라도 만난 것처럼 반색을 하고 나타나 입에 발린 소리를 해댔다.

항상 결론은 창창한 사업의 투자권유나 부동산 구매추천, 눈물 없이 듣기힘든 불쌍한 가족사를 통해 꽁돈을 좀 얻어보려는 시도로 끝이 나곤 했다.


-인간들은 다양한 방법으로 동족을 등쳐먹으려 하는 것이 재미있군.

끝에는 결국 분쟁과 파멸 뿐일 텐데 그걸 모르는 건가?


-조물주께서 아주 재미있는 특성으로 만드셨다니까요.


-아직은 그다지 재미있는 녀석은 없구나. 도움이 되는 놈은 더욱 없고.


-역시 마왕님께 도움이 될 만한 크기의 존재는 저 정도겠죠, 호홍.


-지금까지 네가 도움이 됐던 건 한번 뿐이었다.

없어도 그만인 존재였다, 너는.


-어머나 섭섭해라~.

마왕님의 인간세상 적응에 저만한 도우미가 어디 또 있었다고 그러세용~~.

어린이집의 이상한 선생이 더 도움이 되신다고 생각하시는 건 아니겠죠?


-적어도 우 현순은 말이라도 잘 듣는다.


-갑자기 질투가 나려고 하네.

그 여자 집에 벼락이라도 한 방 떨어뜨릴까보다.

아니며 출근 길에 다리라도 무너뜨릴까?


-닥치고 가라.


-한 맺힌 관리자의 질투를 무시하지 마세용.

무슨 일이 벌어질 지 모른 답니다, 두둥~


-내가 능력만 되찾으면 너에게 무슨 일이 벌어질 지 모른다.


마왕은 어린이집의 구석에 팔짱을 끼고 앉아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고민했다.

다행히 담당은 우 현순은 두 살배기 마왕의 이런 애늙은이 같은 모습에도 전혀 동요하지 않고 자기 일을 묵묵히 하고 있었다.

마왕의 곁을 지나가던 아이들이 마왕을 보며 고개를 갸웃했다가 아이들이 감당하기엔 과하게 흉흉한 마왕의 눈빛에 콧방구를 귀며 사라졌다.

원래 하룻강아지는 범의 무서움을 모르는 법이라 마왕이 아무리 강대한 영혼의 어둠이 담긴 안광살포(眼光殺砲)를 쏘아대봐야 그저 먹고 싸고 돌아다니다 눈감기면 자면 되는 아이들에게는 그냥 이상한 눈으로 보는 아이 이상의 느낌을 주기 힘들다는 건 마왕도 어느 정도 알고 있었다.


-오, 미래의 적들을 미리 찾아 싹을 잘라두시려는 건가요?


-무료한 정복 전쟁의 유일한 여흥거리를 왜 미리 제거하나.

난 그것들이 제대로 성장해주길 바란다.

언제가 될 지는 모르겠지만 날 많이 즐겁게 해 줄 것들이니까.


-역시 마계의 절대자다운 여유입니다용.

그나저나 이사를 가신다면서요?

마왕님의 라이프 스타일도 많이 바뀌겠네요.


-내 방을 따로 만들어 준다는군.

아비, 어미가 스스로 일을 해 주니 내가 계획을 세우기가 수월하구나.


-그러니 제 말대로 하시길 잘 하셨죠? 호호홋


-역시 내 몸을 자유롭게 쓸 수 있게 되기 전까지 이 곳의 부를 최대한 축적해 놔야겠다.

인간 세상을 서서히 내것으로 만들어 주지.


-아직 부의 축적을 계획하시기엔 연차가 덜 되셨습니다용...


-지금 하겠다는 건 아니다. 다만 계획을 미리 세워두면 앞으로의 정복 행보에 도움이 되겠지.


-때가 되면 세상은 자연스럽게 마왕님의 손아귀에 들어오게 될 거에용.

지금도 이리 이쁘게 잘 하고 계시니 조물주님이 안 오셔도 될 것 같지만요, 후훗.


-살의가 생기는 걸 보니 칭찬은 아닌 것 같구나.


-무슨 말씀을. 최고의 찬사이옵니다~~.


마왕은 관리자의 말을 무시하며 베개를 고쳐 베고 누웠다.

언제부터인가 인간 세상은 마왕에게 단순한 정복의 대상에서 호기심의 대상이 되어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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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학교라는 복마전 18.11.01 64 1 14쪽
6 용사 키우기 18.10.03 104 2 18쪽
» 인간 세상은 돈과 권력 18.09.06 114 2 10쪽
4 어린이집 방문 18.09.03 114 1 14쪽
3 어린 시절 +1 18.08.28 194 3 11쪽
2 탄생 +1 18.08.20 181 3 12쪽
1 프롤로그 18.08.20 274 2 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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