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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사 님의 서재입니다.

어쨌거나 나는 마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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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사
작품등록일 :
2018.08.20 12:44
최근연재일 :
2019.03.10 06:00
연재수 :
9 회
조회수 :
1,148
추천수 :
14
글자수 :
47,914

작성
18.11.30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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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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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우두머리가 되련다

DUMMY

교무실에서 있었던 일은 입이 가벼운 몇몇 사람들에 의해 일파만파로 퍼져 나갔고, 이틀도 안 되어 '낙원 초등학교 1학년 김 마왕의 무용담'으로 각색되어 학교에 모르는 사람이 없었다.


"1학년이 선생을 깠대!"


"책상 두 개를 뛰어 넘어서 아구창을 날렸다던데? 구 남식 선생님이 엄지를 치켜들면서 쓰러졌다니까!"


"헐 대박... 네가 봤어?"


"아니 우리 형이 봤대."


"옆에 있던 선생님이 말리려고 했는데 걔가 '이걸로 충분하다.' 이러고 교무실 나가서 혼자 집에 갔대, 와 지리지 않냐?"


어느 새인가 마왕은 자신의 의도와는 달리 교무실의 나쁜 마왕을 처치한 정의의 용사가 되어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젊은 여교사가 많은 초등학교에서 구 남식이라는 존재는 동료 교사들에게 지저분한 말과 행동을 일삼고 손주뻘인 학생에게까지 못된 손을 뻗치는 공공의 적이었던 것이다.

동기들이 대부분 최소 교감이 된 상황에 혼자 평교사로 남은 스트레스를 주위 사람들에게 내뿜기 일쑤라 제발 좀 나가달라고 기도를 올리는 교사들이 여럿인 상황에 어른도 아니고 1학년 학생에게 묵직한 팩트 한방을 명존쎄 당하고 홧병으로 앓아 누워 출근도 못 하고 있다는 사실은 학교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정의는 살아 있다는 것을 확인 시켜주는 일화가 되어 계속 미화되고 과장 되어갔다.


당연한 결과로, 며칠 되지 않아 마왕은 낙원 초등학교의 정의의 용사 내지는 진정한 영웅으로 불리게 되었다.

둘 다 마왕이 바라던 호칭은 아니었다.

이런 분위기는 구 남식 선생이 일신 상의 이유로 학교를 그만 두고 난 후 더욱 격해져서 마왕은 낙원 초등학교의 다크 히어로가 되어 모두들 그를 숭배했다.

물론 마왕의 강력한 다크 포스에 눌려 근처에 접근을 하진 않았지만 말이다.


-이런 상황을 의도 한 건 아니었는데. 인간들의 반응은 예측하기 힘들군.


-예측을 못 하셨을 거라고는 예상 못했네요..


-인간들이 정해 놓은 사회 규범에 반하는 행동을 한 것이 아닌가.

왜 저런 찬양질들이지?

자꾸 먹을 걸 내 책상에 두고 가서 맛있... 아니 귀찮군.

학교의 문제 거리가 되어 모두가 나를 피할 거라 예상했는데.


-지금도 마왕님께 직접적으로 다가오는 애들은 없잖아요?

두 명 빼고는용.


-음... 그 녀석들도 알 수가 없다.

그런 일이 있었는데 어째서 이전과 똑같이 날 귀찮게 하는 것인가.


-임팩트가 부족했던 게 아닐까요?

저기 오니까 직접 물어보시던가용.


심드렁한 얼굴로 책상에 앉아있는 마왕에게 깡총깡총 다가온 금 미나는 마왕의 앞자리에 앉아 마왕의 정면에 턱을 괴고 앉았다.

이 학교에 온 지도 어느 덧 일년이 지나 마왕은 2학년이 되었고, 앞에 있는 이 아이와 다른 반이 될 것을 기대했지만, 보기 좋게 같은 반이 되고 말았다.

마왕은 반 배정에 힘을 쓸 걸 하고 후회했지만 앞으로 일 년은 이 아이와 면상을 맞대야 했다.


"김 마왕, 너 이제 낙원 초딩들의 진정한 마왕이 될 수 있겠는데?"


"그게 무슨 소리냐."


"아직 못 들은 거야? 학교에서 너를 학생 회장 후보로 추천한대."


마왕은 '학생 회장'에 대한 정보를 머리 속에서 다시 한번 간추려 보았다.

특별히 하는 일은 없지만 학교와 학생을 대표하는 얼굴 역할을 하는 자로 학생들의 보통, 비밀 선거로 선출되며 1년의 임기를 갖는 그다지 의미 없는 직책이다.


"하라고 해라. 내가 출마 안 하면 그만이다."


"선생님들이 너 밖에 없다고 입을 모으시던데?

이런 분위기면 안 나가기 힘들 걸?"


"넌 어디서 이런 정보를 굳이 가져오는 거냐?"


"난 기자가 될 거라 이런 걸 잘 해야 되거든.

좋은 정보가 더 나오면 알려줄게. 이건 정보제공료, 오키?"


"좀 많이 가져가라."


마왕의 책상에 놓여 있던 길쭉한 사탕 하나를 집어 든 금 미나가 눈을 찡긋 하며 교실 밖으로 나갔다.

아빠는 신문사 기자, 엄마는 편집장이라 어려서부터 보고 자란 게 저런 것 뿐인 금 미나는 어디선가 희안한 소문들을 잘 물어왔다.


-역시 인간은 에미, 애비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는 것 같군.

그런데 고 용한 그 놈의 부모는 게임을 싫어하는 것 같던데 새끼는 왜 그리 게임을 잘 하는 거지...


-무슨 쓸 데 없는 생각을 그리 하세용.


- 말 그대로 쓸 데 없는 생각이었다.

너 오랫만에 쓸모있어져야겠다. 선생들이 나에 대해 무슨 작당을 하고 있는지 알아보고 와라.


-알아보고 말 것 도 없답니다. 낙원 초등학교의 교사들은 교무실에서 선생을 몰아낼 정도로 강단 있고 지금까지 본 시험에서 한 개도 틀리지 않은 대단한 학생 김 마왕을 학생회장으로 만들기로 합의했어요.

물론 선출은 학생들이 투표로 하는 거지만 선생들이 저리 밀어주는데 안 되는 것도 이상하겠죠?


-초등학교의 학생회장은 보통 6학년이 하고 부학생 회장도 6학년이나 5학년 학생 중에서 나오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조사 많이 하셨네용.

그런데 그게 학칙으로 정해진 건 아니라서 후보가 나오면 저학년 중에서도 가능한 거지요.


-역시 내가 안 나가면 그만이라는 거로군.


-유일 단독의 지배자가 되실 분인데 지금부터 우두머리가 되는 걸 연습 해보시는 건 어때용? 보잘 것 없는 조직이지만 복종자로서의 인간을 접할 수 있는 기회잖아요.


-이런 보잘 것 없는 곳에 우두머리가 무슨 의미가 있나.

직책에 따르는 권력을 가진 것도 아니지 않나.


-조사 정말 많이 하셨네요...어떤 구속력을 가진 체계는 아니지만 인간들은 어디서나 조직을 만들고 우두머리를 세우지요. 그리고 그에게 자발적으로 복종한답니다.

인간들이 보내는 존경의 눈빛을 받아보고 싶지 않으세용?


-이미 충분히 받고 있다. 그런 시선은 이제 지긋지긋해.


사방 팔방에서 자신을 훔쳐보는 시선을 일년간 겪었던 마왕은 고개를 저으며 회장 선거에 나가지 않기로 결심했다.

그러나 불행히도 그 결심은 그리 오래 가진 못 했다.

방과 후 고 용한에게 복수하러 피씨방으로 가려던 마왕을 선생들이 붙잡았기 때문이다.


"마왕아. 아 그놈의 이름 참.. 선생님이랑 얘기 좀 할까?"


"학생 회장 선거 출마에 관한 얘기라면 거절하겠다."


"어머 이 새끼 눈치도 빠르... 아니 그게 아니고 중요한 얘기를 좀 하려고 그래. 잠깐만 , 응?"


아직 물리적 능력이 강하지 못한 마왕은 젊은 여교사 두 명의 완력에 이끌려 교무실로 향했다.

교무실에는 이미 여러 교사들이 미묘한 표정으로 마왕을 기다리고 있었다.


"저기, 우리 마왕이한테 할 말이 있어서 선생님이 불렀어."


목소리가 나긋나긋한 이십대의 여자가 마왕에게 누가 봐도 억지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마왕이가 낙원 초등학교의 학생 회장이 되어 주지 않을래?

선생님들도 그렇고 친구들도 마왕이가 회장을 해 주면 아주 좋아할 것 같은데."


역시나 마왕이 예상했던 이야기를 꺼낸 교사가 통할 리 없는 교태를 부리면서 마왕의 머리를 쓰다듬으려 했다. 마왕은 재빨리 그녀의 손을 피한 후 한숨을 쉬며 말했다.


"초등 학교의 학생 회장은 해당 학교 학생들의 직접 투표를 통한 선거로 선출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 교사들 몇 명이 입을 맞춘다 하여 되는 일이 아닐 텐데?"


주변 교사들의 숨 넘어가는 소리가 마왕의 귀에 들릴 정도로 여기 저기서 들려 왔다.

마왕에게 손을 대려던 교사는 불시에 명치를 세게 맞은 사람처럼 잠시 비틀거리더니 겨우 정신을 추스리고 다시 마왕을 향해 자신이 할 수 있는 최대한의 인자한 미소를 보여주었다.


"우리 마왕이 역시 어른스럽구나. 그런 것도 알고.(이 새끼 뭐임?)

물론 학생 회장은 학생들의 선거로 선출되는 게 맞아.

그래도 우리 학교에 지금 회장이 될 만한 훌륭한 어린이가 있다면 추천해서 밀어주는 게 선생님의 역할이거든.

선생님들은 어른스럽고 똑똑한 마왕이가 회장 후보로 나서면 꼭 회장이 될 수 있을 거라 믿어. 한 번 후보로 나가보지 않겠니?"


속마음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젊은 교사의 말에 마왕은 잠시 고민에 빠졌다.


-흠 이걸 어쩐다.. 아무래도 역시.


-죽이면 안 되용. 이쯤이면 아실 때도 됐는데...


-불경함이 도를 지나쳤다. 이 정도의 기만을 그저 묵과할 수는 없지 않나.


-그거야 저들 눈에는 마왕님이 그저 동족의 아이로 보이니까 그런 거죠.

마왕님의 진짜 모습을 보고도 저리 깝죽댈 수 있는 인간은 제가 알기론 없답니다.


-그래. 있다면 너 정도겠지.

생각해보니 진작에 너를 죽였여야 했던 거였구나.


-마왕님의 하나 뿐인 충직한 심복이랍니다. 이쁘게 좀 봐주세용~.

그리고 이건 어찌 보면 기회가 아닌가요?

마왕님은 능력으로는 전 우주를 지배할 만한 그릇이 되시지만 아직 우두머리로서의 경험은 전무하시잖아요.

지금부터 인간들을 내려다보시는 연습을 해두시는 것이 어떨까요?


-나의 권능은 훈련이나 경험으로 얻어진 것이 아니다.

탄생과 함께 존재했고 유일무이하며 모든 가치를 초월하지.

하지만...


마왕은 관리자의 말에 어느 정도 일리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는 앞으로 아주 오랜 시간을 이들과 싸우는 데 보낼 것이다.

목적은 이들을 자신의 강력한 힘 앞에 굴복시켜 복종하게 하는 것이지만, 저항 또한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걸 알고 있다.

어찌 보면 지금 이렇게 인간들 사이에 섞여 사는 것도 미래의 적을 확실하게 알기 위함이 아니던가.


마왕은 숙고를 마친 후 여러 감정들이 뒤섞인 초롱초롱한 눈으로 자신을 지켜보고 있는 사람들을 보며 다수당의 대선 후보 못지 않은 위엄 있는 선언을 하고야 말았다.


"나 김 마왕은 오늘 부로 낙원 초등학교 당해 년도의 학생 회장 후보로 출마할 것을 모두에게 알리는 바이다."


"우와아!!!"


"김 마왕 만세!!!"


"학! 생! 회! 장! 김 ! 마 ! 왕 !"


교사들은 자신이 왜 이러는지 이유도 모르고 마왕의 위엄에 맨탈을 제압당한 채 어느 아이돌의 첫 콘서트장에서처럼 고함을 질러댔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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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쨌거나 나는 마왕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9 선거 운동 기간 19.03.10 33 0 12쪽
» 우두머리가 되련다 18.11.30 67 0 10쪽
7 학교라는 복마전 18.11.01 65 1 14쪽
6 용사 키우기 18.10.03 104 2 18쪽
5 인간 세상은 돈과 권력 18.09.06 114 2 10쪽
4 어린이집 방문 18.09.03 114 1 14쪽
3 어린 시절 +1 18.08.28 196 3 11쪽
2 탄생 +1 18.08.20 181 3 12쪽
1 프롤로그 18.08.20 275 2 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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