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암사 님의 서재입니다.

어쨌거나 나는 마왕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암사
작품등록일 :
2018.08.20 12:44
최근연재일 :
2019.03.10 06:00
연재수 :
9 회
조회수 :
1,140
추천수 :
14
글자수 :
47,914

작성
18.08.20 16:30
조회
180
추천
3
글자
12쪽

탄생

DUMMY

"으아앙 우엥 으힝힝힝...잉?"


"어머 아가가 울음소리도 희안하네요.

자기도 태어나고 보니 신기한 가봐, 호호홋."


지구의 시간으로 서기 2000년, 대한민국 서울에 있는 한 산부인과 안에서 백색과 푸른색 옷을 입은 인간들의 시선을 받으며 눈을 뜬 마왕은 주변의 환경에 적응하기위해 잠시 주위를 둘러보았다.

우주에 있는 다른 여타의 생명체들과는 달리 마왕급 정도 되는 생명체는 태어나면서부터 확고한 자의식과 조물주가 셋팅해 놓은 뚜렷한 목표의식을 가지고 세상에 나오게 된다.

그만큼의 능력도 가지고 나오게 됨은 물론이다.

지금 눈을 뜬 마왕도 자신이 누구인지 무엇을 해야 하는 지 알고 있었기 때문에 지금 자신에게 가해지는 신체적 속박이 잘 이해가 되질 않았다.


-이 곳은 마계인가?

몸은 왜 이리 불편한 건가?

생명체들의 저 불경스런 시선은 또 뭐지?


자신의 환경에 적응하기도 전에 마왕은 자신보다 큰 생명체의 기습을 받았다.


"이 녀석은 왜 울다 말어?"


"한 대 더 때려보세요, 박 선생님."


"그럴까?"


찰싹


-이것들의 마왕의 몸에 감히 손을 대?

그것도 이런 치욕적인 자세로?


현재 마왕은 박 선생이라고 불리운 인간에게 두 다리를 잡힌 채로 들려 있는 상태였다.

박 선생이 마왕의 엉덩이를 두번 더 가격하자 마왕의 입에서는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서러운 울음소리가 터져 나왔다.


"그래, 사내자식이 울음소리가 이렇게 우렁차야지, 하핫."


-내 다른 생명체는 몰라도 너만은 내 손으로 직접 괴롭혀주지.


마왕은 울음이 진정되자 다시 주위를 탐색하기 시작했다.


-나는 마왕이 분명한데 이 곳은 내가 등장했어야 할 세상의 모습과는 거리가 상당하군.

대체 어떻게 된 거지?


-아앗, 죄송합니다! 제가 좀 늦었죠?


갑자기 공중에서 빛의 고리가 생기더니 그 안에서 날개달린 작은 생명체가 튀어나왔다.

박쥐의 날게애 화살촉 모양의 꼬리가 달려 있는 꼬마 악마의 형태였다.


- 넌 누구냐?


-뭐 뚜렷한 이름을 가지고 있진 않은데...

일단 '관리자'라고 불러주세요.


-관리자, 지금 이 상황을 설명해라.

내가 탄생 시 인지했던 상황과 너무나 다른 것 같은데 어떻게 된거냐?


-물론 그러시겠죠.

아시다시피 마왕님은 마계의 지배자이시고 탄생과 함께 마계의 생명체들을 장악하시어 마계의 세력을 불리시다가 적당한 시점에 차원문을 열고 지금의 이 세계를 쑥대밭으로 만드실 분이십니다.


-네 말대로라면 난 마계에서 태어나야 하는 것 아닌가?

왜 여기 있는 거지?


-음... 그게... 그러니까

이 우주의 모든 것을 만드시고 계획하시는 조물주께서는 우리가 상상할 수 없는 많은 법칙과 질서를 만드시고 세로 계획하십니다.

그 분에게 우주의 모든 것은 다 이미 알고 계시고 준비하셨던 이야기책 속의 한 페이지에 지나지 않습니다만, 그 안에서는 갖가지 상황과 그 분에 비해 한참이나 모자란 저희 생명체들의 미개하고 불규칙적인 행동들 때문에 정말 파악할 수도 없을 정도의 작은 매개변수의 변화만으로도 이후의 세상에 큰 변화를 줄 수 있는 상황이 벌어지기도 한답니다.


-...무슨 소리냐.


-그러니까... 그것이


-내가 듣기엔 나를 만든 조물주라는 자가 있는데 실수로 나를 보내야 할 곳이 아닌 엉뚱한 곳으로 보냈다는 소리로 들린다만.


-오, 역시나 마왕님. 지능과 상황판단이 다른 생명체들과는 다르시군요.


-그런 대단한 자가 실수로 날 여기로 보낸 거라면 지금이라도 다시 있어야 할 곳으로 보내면 되는 게 아닌가?


-조물주께서는 이 거대한 우주와 여러 차원의 세계를 창조하시고 생성과 소멸의 역사를 모두 계획하시느라 너무나 많은 신경을 쓰셨답니다.

그 분이 창조한 다른 우주가 또한 몇 개인지 알 수도 없을 정도로 많구요.

그래서 조물주께서는...


-쉬러 갔단 말이냐?

날 이런 곳에 내려 놓고??


-히힝.... 저도 힘들답니다, 마왕님...


마왕은 한숨을 쉬고 싶었지만, 지금의 작은 몸에서는 그것도 쉽지 않았다.


-그럼 이제 내가 어떻게 하면 되는 것이냐?


-사실 이런 경우의 매뉴얼은 존재하지 않아서...

마왕님은 이 우주에서 제 능력 위에 계신 몇 안되는 존재시거든요.

그래서 제가 생각해 봤는데 일단 마왕님은 지금 계신 곳에서 생존하시면서 조물주께서 마왕님에게 주신 설정목표대로 살아가시면 되지 않을 까 싶어요.

어차피 마왕님의 목표는 이 우주를 파괴하는 거 잖아요?

이 곳에 계시는 게 목표달성에 더 유리할 수도 있지요.


-내가 받은 목표엔 마계에서 수많은 악의 세력을 키워 한 순간에 이 세계로 밀고 들어오라고 되어있다.

내가 마계에 있어야 세력을 키우던 말던 할 것이 아닌가?


-지금 마계엔 파괴와 살육을 삶의 목표로 삼은 생명체들이 열심히 성장하고 있어요.

마왕님이 안 계신다고 평화롭게 풀을 뜯고 있진 않을 테니 너무 염려 마세요.


-그 말은 결국 조물주가 돌아올 때까지는 이 세계에서 살아야한다는 말이군.


-짝짝짝, 훌륭하십니다. 바로 그거에요.


-네가 하는 일은 뭐냐, 관리자?


-저는 이 우주가 조물주의 뜻대로 돌아가는 지 지켜보고 필요할 땐 관여하는 일을 맡고 있답니다.

원래는 한 곳에 오래 머무르는 일이 아니지만, 마왕님 케이스는 워낙 사안이 중하기 때문에 제가 한동안 마왕님과 함께 하면서 조물주의 계획대로 이 우주의 이야기가 진행되도록 이끌 생각이에용.


-그 말투 거슬린다. 살아서 내 옆에 있을 거면 말투는 고치도록 해라.


-넵, 명심하겠습니다.


-그럼 뭐부터 해야 하나...


마왕의 고민은 길게 이어지지 못 했다.

분만실의 문이 열리면서 몇 명의 사람들이 부산스럽게 들어왔기 때문이다.

젊은 남성과 늙은 남녀가 들어왔고, 뒤이어 인간의 나이로 중년 정도의 남녀가 문을 거칠게 열고 들어왔다.

그들은 오자마자 마왕에게 일직선으로 다가와 마왕을 거칠게 안았다.


"아이구 내새끼!"


"축하드립니다, 왕자님이세요."


-음? 내가 마왕인 걸 알고 있나?


"뭐 딱 보면 알지. 여기 고추가 떠억 하니 있구만. 이것 봐, 떠억 하니."


마왕은 탄생 후 두번째로 깊은 수치심을 느꼈다.


-이것들은 분명 인간들의 가족이라는 공동체일 텐데...

인간들은 처음 본 동료에게 이런 수치심을 주는 게 자연스러운 행태인가?

이것들을 지금 없애도 될까?


-에구, 참으세요 마왕님.

마왕님의 권능이야 이 우주에서 당할 자가 없겠지만 현재 마왕님의 몸은 이 곳의 평범한 인간의 몸을 가지고 계신 상태에요.

만약에 조물주께서 돌아오시기 전에 마왕님이 생명을 잃으시게 되면 언제 우주로 복귀가 가능할 지 알 수 가 없는 상황이라...

죄송하지만 뭔가 다른 계획이 나오기 전까지는 생존하시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죽으면 다시 살리면 되는 것 아닌가?

관리자가 그 정도의 능력도 없단 말이냐?


-물론 그 정도의 조정은 저도 할 수 있지요.

하지만 그건 일반적인 생명체에 한해서 가능한 거고 마왕님 정도의 강대한 영혼은 제 맘대로 환생시켜서 아무 곳에나 넣을 수가 없답니다.

만약에 할 수 있다 해도 제가 임의로 환생시켰다가 나중에 조물주의 뜻과 다른 진행이 되었을 때 제가 난처해지기 때문에 말이죠..


-알았다. 크게 도움은 안 되는 녀석이군.


-면목 없습니다, 마왕님.


-그럼 이 세계에 적응해서 최대한 오래 살아남으면 되는 것이군.

조물주가 돌아와서 날 원래 자리로 돌려보낼 때까지.


-넵!

그 동안 저는 마왕님께서 더 빨리 권좌로 복귀하실 수 있는 방법이 있는 지 찾아보겠습니다.


-알았다. 그런데 저 인간들...


-마왕님... 죽이시면 안 됩니다.

아직 힘이 완전치 않으신 상황에서 적을 만드시는 건 위험해요.


-알았다...


마왕은 자신을 둘러싸고 있는 사람들을 하나하나 훑어보았다.


-내 몸을 안고 질질 짜면서 웃고 있는 자가 이 세상에서의 내 아비일 것이고, 그 옆에서 나에게 깊은 수치를 준 자가 아비의 아비.

그 옆에 있는 자가 셍명체를 낳는 암컷의 역할을 하는 할머니겠군.

그리고 저기 피투성이로 누워있는 인간 암컷이 바로...


오랜 난산에 지쳐 숨도 잘 쉬지 못하면서도 마왕을 세상 무엇보다 귀하게 보고 있는 눈과 마주치자 마왕은 기분이 조금 나아졌다.


-존경과 충성이 가득한 눈이로군.

너는 마음에 드니 오래 살아남는다면 내 심복으로 써먹어주마.


마왕은 자신의 주변에 있는 인간들의 정보를 머리 속에 넣었다.

이 세상에 빨리 적응하려면 무엇보다 생명체들과의 교류가 필수라는 것은 마왕도 알고 있었다.

어찌 됐든 자신은 마왕이고, 어느 세계에 누구와있던 그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조물주의 장난질로 이상한 곳에 오긴 했다만...

이 곳에서 제대로 세력을 키워서 이 우주를 엉망으로 만들어주지.


"그런데 아버지, 작명소에서 이름 받아오셨죠?"


"어 그랬지. 그런데 그게..."


"그런데 왜요?"


"내가 어제 꿈을 꿨는데..

돌아가신 너희 할아버지가 나오시더구나.

아이 이름을 일러주는 대로 하라고 ..."


"오, 정말요? 뭐라고 하셨는데요?"


"이름을..

'김 마왕' 이라고 하라 그러시더구나."


순간 화기애애하던 분만실에 찬 공기가 싸악 흘렀다.


"아니 아버지, 4대 독자 장손 이름이 마왕이라니요.

할아버지는 살아 생전에도 이상한 행동을 하시더니 왜 돌아가시고서도 그런 말도 안되는 참견을..."


"그런데 꿈에 너희 할아버지만 나온 게 아니다.

내가 직접 뵌 적은 없다만 이 순신 장군님과 세종 대왕님, 그리고 유 관순 열사하고 안 중근 열사까지 나오셔서는 같은 말씀을 하시는 거야.

아이 이름은 무조건 김 마왕이라고..

다른 이름을 쓰면 큰 재앙이 올 거라고 몇 번씩 엄포를 놓으셨다."


"우리 아들 이름 짓는데 한국을 빛낸 100인의 위인들이 다 왔답니까?

저는 그렇게 못 합니다.

이렇게 예쁜 아가를 좀 보세요.

평생 마왕이라는 이름으로 놀림받으며 살게 되면 우리를 얼마나 원망하겠어요?"


"나도 알지. 아는데 정말로 꿈에 그 분들이 나오셨다니까...

내가 아직도 내 팔을 꽉 잡는 이 순신 장군의 손아귀 힘이 기억난다고.."


"그렇게 온 대한민국이 우리 아들 마왕 되는 걸 원한대요?

온 세상이 다 원한다고 해도 전 그렇게는 못 합니다.

집사람하고 시험관 시술만 몇 번을 받은 지 아십니까?

저 사람 그 고생하는 걸 보시고서도 지금 이러실 수 있는 거에요?

아무튼 저는 절대 그 이름 못 씁니다.

무엇보다 아이를 위해서 절대 못 씁니다.

그렇지, 우리 아들?"


그 때 마왕은 앵두같은 조그만 입술을 오물거리며 언어를 연습하는 중이었다.


-이 세상에 빨리 적응하려면 언어를 빨리 익히는 것이 최고지.

그나저나 이 몸은 불편하기 짝이 없군.

말 한마디 하기가 이리 힘든가?

세상에 나왔으면 적어도 자기 소개 정도는 할 줄 알아야 내 위신이 서는데..


"아, 아이가 입술을 꼬물거려요! 옹알이 하려나봐!"


어떻게든 분위기를 수습해보려는 간호사의 외침에 모두의 시선이 마왕에게 집중되었다.

마왕은 자신의 뜻대로 따라주지않는 입술과 혀를 힙겹게 움직여 그가 원하던 한 마디를 겨우 할 수 있었다.


"그래, 아들! 아빠 해봐. 내가 아빠야."


"아우..앙."


"뭐라고?"


"마우.. 앙. 마..왕...마아.. 왕."


새로운 밀레니엄이 시작되는 2000년.

대한민국의 한 산부인과에서 세상을 혼란과 절망에 빠뜨릴 '김 마왕'이 이렇게 태어났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1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어쨌거나 나는 마왕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9 선거 운동 기간 19.03.10 32 0 12쪽
8 우두머리가 되련다 18.11.30 66 0 10쪽
7 학교라는 복마전 18.11.01 64 1 14쪽
6 용사 키우기 18.10.03 103 2 18쪽
5 인간 세상은 돈과 권력 18.09.06 113 2 10쪽
4 어린이집 방문 18.09.03 114 1 14쪽
3 어린 시절 +1 18.08.28 194 3 11쪽
» 탄생 +1 18.08.20 181 3 12쪽
1 프롤로그 18.08.20 274 2 5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