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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의균형자 님의 서재입니다.

빛의 균형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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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빛의균형자
작품등록일 :
2012.03.18 19:00
최근연재일 :
2012.03.18 19:00
연재수 :
33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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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7,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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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6,185,526

작성
12.01.23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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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6
추천
5
글자
13쪽

4th 06. 부활하는 마족사냥꾼(5)

DUMMY

제네온에서의 사건 이후로 세 달째. 지금 게론의 수도에는 전국에서 모여든 8만에 달하는 병사들이 모여 있었다.


“지금 왜 모인 거지?”


“몰라... 마족이 다시 쳐들어 온 것은 아닌 것 같은데.”


병사들은 영문을 모른 채 끌려와 있었다. 자르카의 의견으로, 그 이유를 미리 알려주지 않는 것이 더 낫다고 계산했기 때문이었다.


철컹. 철컹.


도열해있는 병사들의 중앙을 지나가는 황제와 검은 갑옷을 입은 기사. 그 뒤에는 하얀 갑옷을 입은 파리아가 지나가고 있었다.


“저 기사, 파리아님 아닌가?”


“그런 것 같은데...”


사람들은 파리아의 얼굴을 보고 수군거리기 시작했다. 지금까지 잠적했던 성전의 영웅이 나타난 것이다.


‘정말......’


파리아는 병사들의 얼굴 하나하나를 보며 착찹한 표정을 지었다.


‘이들 중 몇이나 살아남을지...’


마족과의 생존을 위한 싸움도 아닌, 인간과 인간의 싸움이다. 물론 이들이 일으킨 것은 아니고 단지 방어전일 뿐이지만, 자르카의 지금 상태로 봐서는 방어만 할 것 같지는 않았다.


철컹. 철컹.


자르카가 단상 위로 올라가고, 파리아도 단상 위로 올라가 뒤에 정렬했다. 황제가 자리에 앉자 자르카는 단상의 앞으로 이동했고, 파리아는 서 있을 자리를 찾다가 어쩔 수 없이 황녀 세린의 옆에 서 있어야 했다,


“부탁한다.”


자르카의 말에 다니언이 주술을 사용했다. 다니언은 성전 때 인간의 문명에 호기심을 느끼고 황궁에 체류하는 용족으로서, 지금은 황궁수호룡이 된 상태였다. 물론 질리면 자신의 레어로 돌아가겠지만, 적어도 100년은 머무를 것이니 상관없었다.


-그럼, 이제부터 이곳에 모인 이유를 얘기하겠다-


자르카의 목소리는 엄청나게 증폭되어 있었다.


“으윽... 시끄러워.”


선두의 병사들이 고통을 호소했지만 이 정도로 해야지 저 끝에 있는 병사들이 듣기에도 충분한 크기니, 이 정도 고통은 별 수 없었다.


-지금 자네들은 이곳에 왜 모여있는지 모를 것이다-


“잠깐, 이거 자르카님 목소리 아닌가?”


“그런 것 같은데...”


병사들은 저 이상한 갑옷을 입은 자가 자르카인지 아닌지 헷갈려하고 있었다.


-지금, 우리는 남쪽 도시국가의 침략을 받고 있다-


“남쪽?”


자르카는 병사들이 이해하지 못하고 있었지만 상관하지 않았다. 어차피 자세한 설명은 하급 지휘관들이 해줄 것이니까.


-나는 자르카 나크델. 성전에서 유일신관 라드 슈발로이카의 동료로서, 마족과 싸운 자다-


“자르카님이다...”


“자르카님...”


“그런데 왜 저런 갑옷을?”


갑자기 시끄러워지자 자르카는 손을 들어 병사들을 조용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세 달 전-


파리아는 자르카의 손이 부르르 떨리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라드와 라드의 동생 신아, 나, 파리아, 그리고 용족의 제왕 아세니카르가 함께 남쪽으로 여행을 갔었다-


‘......케이안이 빠졌군’


하지만 지금 이 무거운 분위기에서 그 말을 할 수 없기에 참아야 했다.


-그 이유는 지난 성전 때 우리에게 도움을 줬던 성씨가문. 그곳의 초대를 받아서였지-


“......”


병사들은 점점 무거워지는 분위기를 느꼈는지 조용해졌다.


-그런데...!


자르카의 몸에서 검은 기운이 뻗어 나오기 시작했다. 불길하게 검은 뱀처럼 흔들리는 혼돈의 기운이, 그의 몸에서 용솟음쳤다.


꿀꺽.


파리아는 황제와 그 가족을 호위하던 기사들이 침을 삼키며 자신도 모르게 검으로 손을 가져가는 것을 볼 수 있었다. 하긴, 그도 레쥬사에 손을 얹었을 정도였으니 말이다.


꼬옥...


그리고 옆에 있던 작은 황녀가 자신의 팔을 붙드는 것도.


-그곳에서는 지난 성전에서 투신을 상대하기 위해 숨겨두었던 마족의 병기가 숨어 있었다-


“아......!”


황제가 자신도 모르게 탄성을 뱉었다. 황제도 정확한 사실은 모르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우리는 그 마족의 병기를 부수기 위해 전력을 다했고, 결국 마족의 병기는 한 마을을 부수고 다음 도시를 부수려다 라드 슈발로이카의 도움으로 파괴되었다-


병사들, 병사들을 구경왔던 사람들도, 심지어 주술을 걸어주었던 다니언도 자르카에게 집중하고 있었다.


-그런데... 마족의 병기는 파괴한 것이 문제였다. 그 병기에서 퍼진 병균이 우리가 있던 도시를 덮었고, 도시에 있던 사람들은 전부 병에 걸려 쓰러졌다-


‘......병이 아니라 잠든 것뿐이지만...’


자르카는 왠지 고의적으로 사실을 은폐한다는 생각이 드는 파리아였다.


-라드는 마계에 근원을 두고 있는 병균을 없애기 위해 단신으로 죽음의 사막에 있는 일방관문을 통해 마계로 들어갔다-


파리아는 이 대목에서 눈을 감았다. 더 이상 가만히 들을 용기가 없던 것이었다.


-그리고....... 며칠 뒤. 도시에 있던 사람들이 깨어났다-


모두는 숨을 죽이고 자르카를 보고 있었다.


-......하지만. 그는 돌아오지 않았다-


수도는 완전히 침묵에 잠겨버리고 말았다.


-그런데!-


모든 사람들이 깜짝 놀랐다.


-저 미개한 남쪽의 녀석들이, 감히 그 도시가 병든 대가를 묻겠다고 한다-


“......뭐?”


병사들도 어이가 없다는 표정이었다.


-그가 목숨을 바쳐 구해준 도시를, 피해자도 하나 없게 만든 그를!!-


모두의 심장이 뛰고 있었다.


두근. 두근.


격정적으로 입을 여는 자르카에게 모두가 빠져 있었다.


-그를 마을을 파괴하고 도시를 병들게 한 범죄자로 칭했다!!-


“!!!!”


병사들은 엄청난 충격에 말을 잃었다.


-......그리고, 그 대가를 묻겠다고 이곳으로 쳐들어오고 있다-


“......”


놀랐던 병사들의 얼굴이 분노로 물들었다.


-내버려두겠는가?-


“절대로 그렇게 못합니다!”


“죽여버리겠어! 미개한 남쪽의 녀석들!”


“감히 그따위 짓을 하다니!”


병사들은 충격에서 풀려나자마자 시끄럽게 떠들기 시작했다.


“......”


파리아는 자르카의 모습을 보며 단 한가지의 생각을 하고 있었다.


‘위험하다...’


위험하다고.




“으음......”


눈을 떠보니 거미줄이 잔뜩 쳐진 천장이 보였다.


‘여기는......’


기억을 더듬는데도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내 집? 세키의 저택? 네리스의 집? 아니면... 아줌마의 집?’


잠시 기억을 시간 순으로 정리하고 다시 생각했다.


“세린의 집......”


그래, 이곳은 세린의 집이었지.


“정신이 드나?”


할아버지는 조심스러운 말투로 물어보고 있었다.


“뭐... 들었습니다.”


손을 움직이려고 하는데 왠지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아, 자네는 한 달하고도 보름이나 잠들어 있었네.”


“한달... 보름?”


한 달하고도 보름이라......


“뭐라고요?!”


그런 말도 안 되는...!


“자네가 자는 동안 마을 사람들이 많이 도움을 줬지. 식사, 용변, 목욕...”


아... 그렇구나. 지금은 혼자가 아니었지.


“후우...... 자네가 에른인가? 머리색이 금빛으로 변하기는 했지만......”


“네.”


“기억은 찾은 것이겠지?”


“네.”


너무 많이 찾아서 문제지만.


“그래서, 떠날 건가?”


“......”


떠나야... 할까?


“그건 잘 모르겠습니다.”


할아버지는 내 말에 벽을 보았고, 나도 뻣뻣한 목을 움직여 벽을 바라보았다.


“우리 마을에서 성전에 참전했던 녀석들이 저걸 보고 ‘에페레오스’라고 하더군.”


“......맞습니다.”


자세히 보자면 검날이 은색으로 바뀌었고 검은 문양이 생겼지만, 어차피 일반 병사들 중 가까이서 에페레오스를 본 사람은 없을 것이고 대략적인 길이와 모양, 그리고 빛을 뿜어내는 것만 봤을 것이다.


“자네가... 라드 슈발로이카인가?”


스릉...


할아버지는 몰래 칼을 쥐었다. 나름대로는 몰래 한다고 한 것 같았지만, 덜덜 떨리는 손이기에 소리를 다 들을 수 있었다.


“......그렇습니다.”


“그렇군.”


그리고 할아버지는 느릿한 움직임으로 나에게 다가왔다.


“왜 그러시죠?”


“......”


할아버지는 내 심장을 향해 과도를 들이밀었다.


“내 큰아들은...... 마족들에게 인질로 잡혀가 목숨을 잃었지.”


“......”


세린의 아버지... 말인가.


“둘째 아들과 며느리는 군대가 진군하면서 뒤쳐져서 쫓겨난 마물들이 이곳으로 쳐들어오는 것을 막다가 죽었고.”


“......”


“그리고 그 진군을 지시한게... 라드 슈발로이카라고 하더군.”


할아버지는 천천히 손을 내렸다.


푹......


과도는 덜덜 떨리며 내 가슴에 작은 상처를 냈다.


“......찌르실 수 있겠습니까?”


“......”


할아버지는 계속 떨고 있었다.


“......역시 이 늙은이는 안 돼.”


땡그랑-!


결국 할아버지는 과도를 떨어트리고 도망치듯 뒤로 물러나 자리에 앉았다.


“......그렇게 하지 않았다면 이 마을도 지금쯤 마족에게 당했겠지.”


“아니요. 제 무리한 작전 때문에 입는 피해를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


할아버지는 말이 없었다.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걸까? 머릿속으로는 내 전략이 맞다고 생각하겠지만, 그것을 인정할 수도 없겠지. 나 스스로도 더 나은 것은 없었을까, 라는 생각만 하고 있으니까.


“......지금 게론에 전쟁이 일어났네.”


전쟁?


“상대는 남쪽의 도시국가. 지금쯤 한참 죽음의 사막 쪽으로 군대가 진군하고 있을 것이네.”


“왜 전쟁이...?”


“라드 슈발로이카가 그쪽에 병을 퍼트렸다고 하더군.”


.......말이 안 나온다.


부스스...


더 이상 누워있을 수는 없었다. 할아버지에게는 내가 있는 것 자체로 고통일 테고, 그 말을 듣고 가만히 있을 수도 없으니까.


‘아직까지 날 기억해주는 사람들이 있다면... 내 말을 들을 거야’


전쟁은 막아야 한다. 그것도 인간들 사이의 전쟁이라면!


“이제 떠나야 할 것 같군요.”


신력을 돌리니 몸에 힘이 조금씩 들어갔다.


‘호오......’


자세한 것은 모르지만 마황자 덕분에 오히려 예전보다 몸이 괜찮아진 것 같았다. 지금까지는 신족의 몸 일부가 인간의 몸 일부에 강제로 섞여있다고 해야 할까... 즉 인간의 몸통에 신족의 팔... 그런 식이었다면, 지금은 두 몸이 녹아들어 조화롭게 섞여있는 것 같았다. 마치 두 금속을 그냥 붙여 놓았다가 불로 녹여서 잘 섞여들게 만든 것 같이 말이다.


“잠시 거울 좀 빌리겠습니다.”


“......”


거울 앞으로 가니 변한 내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뭐야. 줄어들었잖아’


외모는 겨우 15~16세 정도로 보였다. 게다가 신력이 돌아왔음에도 불구하고 머리카락은 예전처럼 길어지지 않고 아직 짧았다. 눈동자도 검은 색이고... 전체적으로 세이드의 모습에 머리카락만 금발이었다. 눈이 검게 돌아온 이유는 불완전하게 바네인에게 남아있던 관찰자의 눈이 완전히 세키에게 넘어갔기 때문이겠지.


‘그래도 예전의 라드로서의 모습이 남아 있는게 다행이다‘


더 신력을 돌려봐도 모습은 변하지 않았다.


“......고민할 틈이 없군.”


할아버지는 계속 나를 보지 않으려 하고 있었다.


스르륵...


몸에 둘러져있는 붕대를 풀었다. 신력이 고루 잘 퍼져서 그런지 마족에게 당한 가슴의 상처도 빠르게 낫고 있었다.


턱.


벽에 걸려있는 에페레오스를 집어들었다.


“......부탁이 하나 있네.”


“......?”


“나중에... 내가 죽으면......”


할아버지는 굉장히 약한 모습을 하고 있었다.


“세린을 부탁해도 되겠나.”


“......알겠습니다.”


하지만... 나와 관련되면 좋지 않게 될 것이 뻔했기에...


덜컹.


나는 이곳에 돌아오지 않을 것이다.


“라드님...”


“투신이시여...”


밖에는 마을 사람들이 엎드려 있었고, 그것을 보고 당황하는 세린을 보며 나는 헛웃음을 터트려야 했다.


“에른... 오빠?”


“그래. 나야.”


“......오빠!”


세린은 나에게 달려들었고, 나는 세린의 머리를 한 번 쓰다듬어 준 뒤 세린의 어깨를 잡고 말했다.


“나중에 돌아올게.”


“......”


작별의 말을 들은 세린의 눈에 눈물이 맺히기 시작했다.


“가는 거야?”


“......”


대답해줄 수 없었다.


“......갈게.”


빛의 날개를 펼치자, 에페레오스에 새겨진 검은 문양이 빛났다.


-도와드리겠습니다-


휘이이이...


황금색의 빛의 날개는 초록색의 바람을 품었고, 나는 그 날개를 달고 세린을 돌아보았다.


“잘 있어.”


펄럭-


바람을 머금은 빛의 날개는 마치 진짜 날개와 같이 소리를 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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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5 4th 07. 검붉은 불꽃의 날개(7) +3 12.01.31 329 11 9쪽
244 4th 07. 검붉은 불꽃의 날개(6) 12.01.31 279 7 8쪽
243 4th 07. 검붉은 불꽃의 날개(5) +2 12.01.31 359 8 8쪽
242 4th 07. 검붉은 불꽃의 날개(4) 12.01.30 334 7 9쪽
241 4th 07. 검붉은 불꽃의 날개(3) +3 12.01.28 354 7 9쪽
240 4th 07. 검붉은 불꽃의 날개(2) +1 12.01.27 326 8 12쪽
239 4th 07. 검붉은 불꽃의 날개(1) +3 12.01.27 292 9 12쪽
238 4th 06. 부활하는 마족사냥꾼(8) 12.01.26 323 9 9쪽
237 4th 06. 부활하는 마족사냥꾼(7) +4 12.01.25 325 8 10쪽
236 4th 06. 부활하는 마족사냥꾼(6) +2 12.01.24 390 11 14쪽
» 4th 06. 부활하는 마족사냥꾼(5) +3 12.01.23 387 5 13쪽
234 4th 06. 부활하는 마족사냥꾼(4) +3 12.01.23 323 8 19쪽
233 4th 06. 부활하는 마족사냥꾼(3) +1 12.01.22 335 5 13쪽
232 4th 06. 부활하는 마족사냥꾼(2) +1 12.01.21 338 4 14쪽
231 4th 06. 부활하는 마족사냥꾼(1) +2 12.01.20 309 5 14쪽
230 4th 05. 질병의 유타인(9) 12.01.20 326 4 12쪽
229 4th 05. 질병의 유타인(8) +2 12.01.19 304 9 9쪽
228 4th 05. 질병의 유타인(7) 12.01.19 321 8 11쪽
227 4th 05. 질병의 유타인(6) +2 12.01.19 341 5 9쪽
226 4th 05. 질병의 유타인(5) +1 12.01.18 309 8 10쪽
225 4th 05. 질병의 유타인(4) +1 12.01.17 335 5 10쪽
224 4th 05. 질병의 유타인(3) +5 12.01.17 352 6 10쪽
223 4th 05. 질병의 유타인(2) +4 12.01.17 258 6 9쪽
222 4th 05. 질병의 유타인(1) +1 12.01.16 386 7 13쪽
221 4th 04. 신을 죽이는 병기(16) +2 12.01.16 367 8 15쪽
220 4th 04. 신을 죽이는 병기(15) +1 12.01.16 320 8 9쪽
219 4th 04. 신을 죽이는 병기(14) +1 12.01.14 344 8 8쪽
218 4th 04. 신을 죽이는 병기(13) +3 12.01.14 297 10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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