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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의균형자 님의 서재입니다.

빛의 균형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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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빛의균형자
작품등록일 :
2012.03.18 19:00
최근연재일 :
2012.03.18 19:00
연재수 :
334 회
조회수 :
177,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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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6,185,526

작성
12.03.12 23:49
조회
482
추천
9
글자
10쪽

Extra Stage 2

DUMMY

매앰- 매앰-


지금은 한여름. 가만히 서 있기만 해도 땀이 삐질삐질 솟아 나오는 계절이다.


‘하아...’


현재 내 몸은 평범한 인간과 다름없기에 이 더위는 참기 힘들 정도였다. 무엇보다 지금까지 몇 시간이나 산을 타고 올라왔다면 더욱.


“여긴가?”


카시드가 그려 준 지도는 정말 알아보기 힘들었다. 그나마 이 정도로 찾아온 것은 내가 똑똑해서 그렇다고 해야 할까.


똑똑.


일단 내가 왔다는 것을 알리기 위해 쇠로 된 문을 두드렸다.


‘왠지... 기분이 이상해’


레어를 나온 나에게 갈 곳은 없었다. 할 수 없이 모두가 모이기로 한 균형자들의 집으로 갈 수밖에.


피쉬익.


“어라?”


신기하게도 이 문은 뒤에서 누가 열지도 않았는데 자동으로 열렸다.


“......진짜로 왔네.”


안에서 기다리고 있던 페이로나는 놀란 표정이었다.


‘그럼 내가 안 올 줄 알았다는 건가?’


왠지 기분이 나빴지만 앞으로 이곳에서 신세질 생각인데 처음부터 사고 치기도 뭐했다.


“실례합니다.”


“어, 들어와.”


안으로 들어가니 신기하게도 시원했다.


“신기하지?”


“네. 마법도, 주술도 아닌 것 같은데...”


“글쎄, 나도 제대로 된 원리는 모르는데... 데이너의 말대로 배치하고 힘을 주입하니까 이렇게 되더라고.”


데이너라... 그 기둥에 묶여있는 여자 말이지?


“그런데 왜 너희들은 안 나서는 거죠?”


페이로나의 얼굴이 구겨졌다.


“......너희라니... 나이도 어린게.”


하여간 이 균형자들은 꼭 말할게 없으면 나이가지고 따지더라. 존댓말을 처음 쓰다보면 그럴 수도 있는걸 왜 그러는지.


“우리는 이걸 완성해야 되잖아.”


“이거?”


“그래. 그 녀석의 말대로 더 살아가기로 결정했으니까 세계가 멸망해도 우리는 따로 몸을 피할 곳을 만들어야지.”


“헤에......”


그러고 보니 세계가 멸망하면 우리도 같이 죽는 거였구나...


“......설마 세계가 멸망해도 그냥 녀석이랑 같이 잘 놀 수 있다고 생각한 건 아니겠지?”


읏. 왠지 찔린다.


“......아니에요.”


“그럼 말고.”


페이로나의 안내를 따라 안으로 들어갔다.


“그런데 이거 왠지... 성도 방향으로 가는 것 같은데요.”


“맞아.”


어라? 한참 걸었는데 지금쯤이면 성도가 보여야 하는 것 아닌가?


“지금 우리가 가는 길이 아래쪽으로 조금씩 내려가고 있잖아. 우리는 지금 지하로 가고 있는 중이라고.”


지하라...


“지하라서 시원한 건가요?”


“아니. 아까도 말했지만 이건 데이너의 도구 덕분이라니까.”


“......그래요?”


데이너... 나중에 물건 몇 개 달라고 해야지.


“그리고 이 밑에는...”


어느새 앞에는 커다란 쇠문이 있었다.


“끄응...”


끼기긱...


페이로나는 힘겹게 오른쪽 문을 열고 있었다.


“데이너... 이거 좀... 어떻게 하자니까...”


어머. 팔에 비늘 생기는거 봐.


“도와줄까요?”


“됐...어... 이거 웬만한 힘으로는...”


그래도 너무 힘들어 보여서 왼쪽 문을 밀어보았다.


끼기기기긱!


“......”


페이로나는 뭔가 놀란 표정을 짓고 있었다.


“진짜 무겁네...”


“......너, 너, 힘이...”


“힘이요?”


“......아니야.”


내 착각인가? 왠지 자존심이 상한 표정인 것 같은데...


“자. 이 안쪽이야.”


“네.”


다시 페이로나를 따라 안으로 들어갔다.


“여기 방이 보이지?”


복도 옆으로는 몇 개의 문이 보였다.


“아무 곳이나 골라 써.”


“그런데 방이 조금 많은데요?”


왼쪽을 대충 세어봐도 10개가 넘었다. 오른쪽이 다른 복도와 연결되어 있다고 하더라도 방이 16개 이상은 된다는 얘기인데...


“1인실이니까.”


“1인실이라도...”


이렇게 많을 필요가 있을까?


“자르카나 카시드 같은, 다른 일행들도 여기서 머물러야 하니까.”


“아아...”


그러고 보니 다른 애들도 갈 곳이 없구나...


“신아도 이곳에 오나요?”


“그녀의 선택에 따라 다르지.”


신아나 마사, 티엘도 꼭 왔으면 좋겠는데...


‘만약 적으로 만난다면...’


......관두자. 어차피 만나게 되더라도 할 수 없어. 그리고 잘 설득하면 우리와 함께 하겠지. 그를 살리는 일이니까, 분명히 모두 이해해 줄 거야.


“전 이쪽을 쓸게요.”


“아, 그쪽은 남자들 방.”


“네?”


“남자들 사이에 끼어서 자고 싶으면 그렇게 하던지.”


“......”


방도 다른데 끼어서 자면 어떻다고 그러는 거지?


“그럼요?”


“이쪽이 여자쪽 방. 저쪽이 비었어.”


페이로나가 가리킨 곳은 오른쪽 방이었다.


“알았어요.”


처음부터 이럴 거면 왜 고르라고 한 거야?


“참고로 왼쪽은 나, 오른쪽은 세이너의 방이야.”


피쉬익.


또 다시 무언가 공기가 빠져나가는 소리와 함께 방문이 열렸다.


“그런데 이게 어떻게 열리는 거죠?”


“열리는 방식은 모르지만, 데이너가 네가 어디에 서 있다는 것을 감지하고 열어주는 거야.”


“그럼 데이너한테 잘못 보이면요?”


“어디 갇히겠지.”


그럴 수도 있겠네...


“알았어요.”


“일단 짐을 풀고 기다려. 일단 다른 일행들이 다 모여야 하니까.”


혼자서 하기는... 조금 그렇겠지?


“그런데 카시드는 어떻게...?”


“바로 이곳 옆에 마계에서 올라오는 일방관문이 있거든. 전설 알잖아? 성도가 일방관문 위에 세워졌다... 라는 거.”


아, 여기는 성도의 지하였지.


'다 쇠로 되어있네'


방은 침대를 제외하고는 모두 금속으로 되어 있었다. 그래서 보기에는 차가울 것 같았는데, 의외로 안은 따뜻했다.


"데이너가 네 기분에 따라 온도를 변화시켜 줄 거니까 감기걱정은 하지 마."


'용족은 감기에 안 걸리는데...'


그러나 굳이 말해줄 필요가 없게 알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여 주었다.


"그런데 이거, 보통 금속이 아닌 것 같은데요?"


텅텅.


손가락으로 벽을 몇 번 튕겨보자 안이 빈 듯한 소리가 들렸다.


"뭔지 알 수 있겠어?"


"에에......"


일단 푸른빛을 띄고 있고, 아까 소리를 들어보니 경금속 같은데...


"잘 모르겠어요."


페이로나는 그럴 줄 알았다는 표정이었다.


"그거야 당연하지. 마계의 금속이니까."


"네? 마계의 금속?"


그걸 어떻게 인간계로...... 아, 여기는 일방관문의 옆이었지.


"그래. 마계의 금속이 '힘'에 대한 반응력이 좋으니까. 참고로 이 금속의 이름은 '에레온'이라고 불리는 거지."


에레온이라... 몇 번 들어 본 기억은 있지만, 그것이 이렇게 많을 줄은 몰랐다.


"그런데 세계가 부서져도 이 건물은 남는 건가요?"


"건물?"


페이로나는 내 말을 제대로 알아듣지 못한 것 같았다.


"이 방 같은 거요."


"아, 여기? 건물이라고 생각해 보지 않아서 순간 당황했었네."


어라? 그럼 건물이 아닌가?


"뭐, 굳이 설명하자면... 이건 '배'야."


"배?"


배라면 바다 위에 떠 있는거 아닌가?


"세계라는 큰배가 부서지면, 이 작은 배에 타고 도망쳐야지."


"도망칠 곳은 있어요?"


"글쎄... 그거야 모르지. 우리는 세계 밖으로 나가본 적이 없으니까."


세계의 밖이라...


"또 다른 세계가 있을지, 아니면 아무 것도 없을지도 모르는군요..."


"또 다른 세계는 없어."


"네?"


"또 다른 세계가 있다면 파괴자는 그곳으로 갔겠지. 이 세계의 밖에서 머무는 것이 아니라."


아... 듣고 보니 그렇구나.


"어쨌거나 여기서 쉬고 있어. 심심하면 어디 돌아 다녀도 돼."


"길을 잃으면요?"


"길을 잃어버려도 데이너가 안내해 줄 거니까 안심하고."


그럼 지금 이 모습을 데이너가 보고 있다는 건가?


"그럼 나갈게."


푸쉬익-


페이로나가 나가고, 나는 조용한 방에 혼자 남았다.


털썩.


침대에 올라갔지만 눕고싶지는 않았다. 아직 밤이 아니니까. 그래서 무릎을 끌어당기고 혼자 쭈그려 앉았다.


"......"


할 일이 없어서 다시 벽을 두드렸다.


텅. 텅.


......나는 지금 외톨이다.


'지금쯤 같이 정원에서 점심 먹을 시간인데'


이젠 가족이 너무 많으니까 탁자를 하나 더 준비했는데, 모두가 두 번째 탁자로는 가지 않아서 결국 간단하게 식사하는 자르카와 파리아는 서서 먹어야 하는... 그런 식사시간인데.


"하아......"


'하지만... 다시는 그렇게, 즐겁게... 같이 식사하지 못하겠지?'


아니, 다시 그렇게 하기 위해서 이러는 거잖아...


"흑......"


아직도 오른손에서는 피냄새가 나고 있었다. 분명히 지웠는데, 수도 없이 물에 넣었고 향수를 뿌렸는데도, 아직도 진한 피냄새가 느껴져......


"......싫어..."


푸쉬익-


갑자기 문이 열렸다.


"참 귀찮은 녀석이네."


투덜거리며 들어온 것은 세이너였다. 무슨 일을 하다 왔는지는 모르지만 몸에서 땀을 잔뜩 흘리며.


"세이너..."


"심리 상태가 불안하다고 데이너가 빨리 가보라고 해서 왔다."


"......"


그런 것도 알 수 있나?


"그래. 무슨 일이야?"


세이너는 침대에 걸터앉고 허공으로 손을 뻗었다.


쉬익-


그리고 어느새 그녀의 손에는 물병이 들려 있었다.


"신기하지?"


"......네."


"너도 원하면 할 수 있어. 예를 들어서..."


쉬익-


그녀가 다시 손을 뻗자 이번에는 과일이 들려 있었다.


"이런 것도."


"......"


일단은 그녀가 내민 동그란 과일을 받아들었지만, 별로 먹고 싶지는 않았다.


"참고로 이것들은 케이저의 능력을 응용해서 데이너가 쓰는 건데, 세계에 퍼져있는 물건들을 불러오는 거지. 물병은 병을 먼저 불러오고 그 안에 물을 불러온 뒤 이곳으로 보내주는 거고."


"그런게 가능해요?"


"그러니까 데이너가 균형자의 중심이지."


그렇구나... 어쩐지 별 능력이 없는데도 귀중하게 여긴다 싶었는데.


"그럼 과일은요?"


"아마 이 근처 과수원에서 하나가 없어졌을 걸."


.......결국 도둑질이네.


"......혼자 있는게 싫어?"


"......네."


혼자 있으면... 다시 세상이 붉게 보여서 싫다. 다시 피냄새가 느껴지고, 다시... 그때의 감각이 느껴져...


"......안 되겠군."


세이너는 몸을 일으키고 나에게 손을 내밀었다.


"일어나. 구경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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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4 Extra Stage(end) +7 12.03.18 630 7 13쪽
333 Extra Stage 17 +3 12.03.18 471 10 10쪽
332 Extra Stage 16 +3 12.03.18 445 9 8쪽
331 Extra Stage 15 +2 12.03.17 386 5 10쪽
330 Extra Stage 14 +1 12.03.17 428 13 9쪽
329 Extra Stage 13 +3 12.03.16 442 7 14쪽
328 Extra Stage 12 +1 12.03.16 344 6 12쪽
327 Extra Stage 11 +2 12.03.16 469 15 9쪽
326 Extra Stage 10 +4 12.03.15 461 11 9쪽
325 Extra Stage 9 +2 12.03.15 447 11 9쪽
324 Extra Stage 8 +3 12.03.14 455 13 9쪽
323 Extra Stage 7 +3 12.03.14 431 12 9쪽
322 Extra Stage 6 +2 12.03.14 480 11 10쪽
321 Extra Stage 5 +2 12.03.14 511 12 8쪽
320 Extra Stage 4 +3 12.03.13 527 11 11쪽
319 Extra Stage 3 +3 12.03.13 468 10 10쪽
» Extra Stage 2 +1 12.03.12 483 9 10쪽
317 Extra Stage 1 +2 12.03.12 390 5 12쪽
316 Epilogue +7 12.03.11 542 8 6쪽
315 4th 12. 시대를 이끄는 자(10) +3 12.03.11 529 12 9쪽
314 4th 12. 시대를 이끄는 자(9) +2 12.03.11 622 10 11쪽
313 4th 12. 시대를 이끄는 자(8) +4 12.03.10 371 9 15쪽
312 4th 12. 시대를 이끄는 자(7) +2 12.03.10 457 11 13쪽
311 4th 12. 시대를 이끄는 자(6) +3 12.03.10 435 12 14쪽
310 4th 12. 시대를 이끄는 자(5) +2 12.03.10 490 10 11쪽
309 4th 12. 시대를 이끄는 자(4) +1 12.03.09 485 8 12쪽
308 4th 12. 시대를 이끄는 자(3) +2 12.03.09 382 6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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