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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라한의 서재입니다.

모래 위 연금술사(re)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게임

완결

둘라한
작품등록일 :
2023.08.08 03:19
최근연재일 :
2023.10.09 0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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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3,659

작성
23.08.21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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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쪽

9. 사실, 연금술사 개사기 아닐까?

DUMMY

커튼으로 가릴 수 없는 태양의 은혜가 내 방으로 떨어지고, 태양의 은혜를 받는 방안은 황송함을 참을 수 없어 붉게 달아올랐다.

그 뜨거운 열기에 눈을 뜨게 된 나는 멍하니 익숙해지지 않은 천장을 바라보며, 내가 왜 여기에 있는 거지? 생각하다가 천천히 어제의 일을 되짚었다.

그리고


“어제의 나는 개새끼가 분명하다.”


자기 한 몸 편해지고자 오늘의 나를 판 어제의 나를 욕했다.

물론, 어제의 내가 그렇게 판단을 한 이유가 없는 건 아니었다.


“몸이 조금 괜찮아지긴, 했는데···.”


사막에 조난을 당해 몸에 상당한 피로가 쌓여 있었으니까.

하루를 통으로 자고 일어났음에도 근육통은 움직이기 힘들 정도로 심했고 그 이상으로 몸을 썼으면 체력이 부족한 나는 버티지 못하고 기절했을 게 분명했다.

하지만.


“4달라라니··· 돌아버리겠네.”


어제의 내가 공수표로 던졌던 조건이 문제였다.

카밀라가 알려주는 것들은 뼛속부터 문과인 내게 이해하기가 어려운 이야기들이었고 목에 폭탄 목걸이가 걸린 것처럼 집중해서 이야기를 들었음에도 내용을 소화하기가 어려웠다.


‘풀 컨디션이 아니라 더 그랬다만.’


죽을 위기에 처하고 잠깐 자고 일어나 움직인 데다가, 카밀라와 노아가 파놓은 함정 그리고 심계에서 이기기 위해 너무 많은 정신력을 사용한 탓도 있었다.

어쨌든, 바닥을 기는 정신력으로 뭔가를 더 할 수 없어서 카밀라에게 조건을 내걸었던 건데.

얼떨결에 4배를 부를 줄은 몰랐다.


“여기 사람들은 기본적으로 철인 특성이 있나?”


카밀라도 내가 사막에서 조난 당해 죽을 위기를 겪었다는 걸 봐서 알고 있었을 텐데, 어떻게 쉬는 시간도 없이 사람을 굴릴 수 있는지···.


“시계가 없어 제대로 된 시간을 잴 수 없긴 하지만···.”


난 손가락을 꼽아가며 대충이나마, 내가 얼마나 많이 공부한 건지를 계산했다.


“8시간 정도 잤고 아침 그 이상한 그거 먹고. 그러고 바로 카페 갔다가 저녁까지 수업 들었던 거 같은데. 와, 씨 대체 몇 시간을 공부시킨 거야?”


솔직히 중간중간 쉬는 시간이라도 줬으면 내가 뭐라 하지 않겠다만, 카밀라는 그 긴 시간 동안 이어진 수업 시간 동안, 단 한 번도 쉬는 시간을 주지 않았고 중간중간 쪽지시험을 봤다.

고등학교도 50분 수업하면 10분이라는 쉬는 시간을 주고 대학에서 3시간짜리 수업을 들어도 중간중간 쉬는 시간을 주며 수업에 집중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데.


“이 정도면, 대한민국 교육열보다 더 심한 거 아니야?”


카밀라는 쉬는 시간을 10분도 1분도 주지 않고 내가 이해할 때까지 내 집중력을 쥐어짰다.


“효과가 있는 게 더 짜증 나.”


살기 위해 모조리 배워야 한다는 강박과 하나도 빠지지 않고 외우기 위한 내 열의.

그리고 내게 엔지니어로서의 지식을 머릿속에 때려 박겠다는 카밀라의 열정 덕분인지, 그렇게 강행군을 했음에도 카밀라에게 배운 것들이 새록새록 다 기억이 났다.


“고인물이 뉴비를 발견한 거랑 똑같은 느낌이려나?”


나는 절대 알 수 없는 카밀라의 속마음을 어떻게든 유추하려 하며, 카밀라에게 어제 배웠던 것들을 머릿속으로 정리한 뒤, 잠자리에서 일어나기 위해 상반신을 들어 올렸고.


[Tip. 연금술은 단 한 가지의 기술이 아닌, 여러 기술의 총합을 의미합니다. 전문적이지 않지만, 여러 방면에서 유연하게 사용할 수 있죠. 소재와 마나만 있다면 그 무엇이든 만들 수 있습니다.]


내 상황을 읽고 있는 것처럼, 내게 필요한 정보가 적혀 있는 메시지 창을 볼 수 있었다.

처음에는 Tip의 본래 역할을 하는 건가? 생각이 들었다.

그도 그럴 게, 보통 게임에서 Tip 메시지를 띄우는 경우는 로딩할 때나, 플레이어가 새로운 게임 시스템을 접했을 때, 혹은 게임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뉴비를 위해 게임 중에 간간이 띄워주는 정도였으니까.


‘내가 여기에 3일간 있었는데, 이런 메시지가 뜬다는 건, 아직 내가 튜토리얼 혹은 튜토리얼 기간 중이라는 건가?’


“튜토리얼은 아니겠지.”


사막에 떨궈놓고 죽기 직전까지 굴려서, 이 세계가 현실이라는 걸 강제로 주입하는···


“이건 넘어가자.”


다시는 생각하기도 싫은 상황이었기에, 나는 고개를 흔들어 털어버리고 Tip으로 떠오른 메시지 창의 메모를 적고자, 책상 위로 다가갔다.

책상 위에는 어제 카밀라가 날 교육하며, 내 몫으로 알아서 사용하라고 말했던 태블릿이 놓여 있었다.


“오랜만에 만져보는 문명의 도구네.”


어제는 관련 자료와 영상, 필기만을 하느라 제대로 만져볼 틈이 없었다.

특정한 장소에서만, 전화와 인터넷이 가능하다는 점만 제외하면 현실에 있는 태블릿과 크게 다르지 않다.

특정한 장소에서만 전화와 인터넷을 사용하는 이유는, 도청, 해킹, 바이러스 등의 위협이 있어, 보안이 철저한 곳이나 폐쇄된 연결망만 사용한다고 하는데···.


“뒤진 세계라서 그런지, 신경 써야 하는 게 한둘이 아니구만.”


이런 세계에서 내가 잘 살아남을 수 있을까가 걱정이다.

감상을 뒤로 접어두고 난 태블릿에 지금까지 내가 받은 Tip과 Tip을 받은 날짜를 대충 적어놓았다.

내가 받은 Tip은 3개가 전부고 태블릿을 받아 지금부터 시간을 잴 수 있었기에, 상당히 오차가 크겠다만.


“사례들이 쌓이다 보면 언젠가는 볼 수 있겠지.”


나는 태블릿에 Tip을 적어두고 파일에 비밀번호를 걸어둔 뒤, 빠르게 씻고 나와 시간을 확인했다.


“지금 내려가면 있겠네.”


카밀라가 내려오라고 했던 시간은 8시. 아직 30분이나 남은 상태였다.

나는 태블릿을 가지고 식당으로 내려갔다.


“음?”


식당으로 내려가던 도중, 나를 깨우기 위함인지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에서 카밀라를 마주쳤다.


“일찍 일어났네.”


카밀라는 의외라는 표정을 지으며 내게 아침 인사를 했다.

나는 차마 더워서 일어났다고 말하지 못하고 그냥 눈이 떠졌다는 말을 어색하게 내뱉었다.


“그래, 그럼 아침이나 먹자.”


“그, 혹시 오늘도···”


나는 일말의 희망을 품고 장막을 들추어봤으나.


“그래, 오늘도.”


그 안은 지옥뿐이었다.


*


“통과.”


카밀라의 허락이 떨어짐과 동시에 나는 책상에 고개를 처박았다.

아침을 먹고 곧바로 이어진 공부는 점심을 먹은 뒤, 시험 문제를 풀고 나서야, 끝이 났으니까.


‘마지막 문제는 찍었는데 맞아서 다행이지.’


공부만 하면 끝날 줄 알았는데, 카밀라는 날 가르쳐 주는 일에 재미를 붙인 건지, 아니면 언젠가 자신의 후임을 들일 때 필요하다고 생각해 만들어 놓은 건지.

자신이 가르쳐 준 내용을 모두 이해하고 있어야만 풀 수 있는 문제로 가득한 시험지를 만들어, 내게 내밀었다.

시험지를 나눠주는 카밀라의 눈빛은 ‘맞추지 못하면, 어제 말했던 거에 4배는 더 고통을 주겠다.’라는 눈빛이었고 난 필사적으로 문제를 풀어 간신히 합격할 수 있었다.


“그럼, 이제 실전이야. 일어나.”


“으어어?”


“따라와.”


카밀라는 성큼성큼 고물상 공터로 이동했고 나는 좀비처럼 비틀비틀 일어나 카밀라의 뒤를 따라갔다.

카밀라는 내게 운동장에 널려 있는 고철과 잡동사니를 아무거나 3개씩 들라고 시킨 뒤, 내 방과 정반대 편에 있는 곳을 향해 걸어갔다.

내가 머무는 방처럼 객실이 여러 개 붙어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고물상의 왼편은 하나의 거대한 방을 이루고 있었다.

거대한 방 안에는 자동차도 들어갈 수 있을 정도로 거대한 크기의 용광로와 3D 프린터처럼 보이는 거대한 기계장치, 그리고 망치와 몽키스페너를 비롯해 온갖 장비가 놓여 있는 거대한 작업대들이 놓여 있었다.


“왼쪽에 있는 건 용광로고 오른쪽에 있는 건 조립 기계야. 네가 나중에 배워야 하는 거지.”


카밀라는 내게 가지고 온 고철 3개와 잡동사니 3개를 작업대 위에 올려놓으라 지시하며 말했다.


“이 잡동사니 중에서 하나 골라서, 분해해.”


나는 힘들게 가져온 물건들을 바닥에 팽개치다시피 내려놓고 특성을 잡동사니들에 특성을 사용했다.


[부스터 Max-13]

파워 슈트의 부스터 파츠이다.

고화력의 폭발에 휘말려 뜯겨나갔으며, 추락 충격으로 내부에 상당한 대미지를 받았으며, 오랜 기간 방치되어 핵심 부품을 제외한 나머지 부품은 고철로도 사용하기 어렵다.

분해 시 초전도체와 부스터 Max-13의 엔진을 구할 수 있다.


[SP-004]

바벨에서 제작한 소형 플라즈마 소총 4번째 작품이다.

외부 충격에 파손된 부분이 없었으나, 오랜 시간 관리를 받지 않고 외부 환경에 노출되어 부품 대부분이 망가졌다. 망가진 부품을 교체할 수 있다면 다시 사용할 수 있다.

분해 시 상온 초전도체 1개, 소량의 레어 메탈을 획득할 수 있다.


[블루 테일]

무지개를 모티브로 만든 한정판 자기 부상 오토바이의 후미 부분이다.

상당한 충격에 찢겨나가 중요 부품이 파괴 및 소실되었다.

분해 시 소량의 생물성 외부 장갑을 획득할 수 있다.


‘개쩌네.’


카밀라가 교보재로 내놓은 고물들은 잘만 분해한다면, 짭짤한 금액을 만질 수 있는 재료들이었다.

차량에도 이식할 수 있는 엔진과 자기 부상 탈 것을 만들거나, 레일건, 플라즈마와 관련된 무기를 제작할 때 사용할 수 있는 상온 초전도체도 상당히 귀했지만.

[SP-004]에서 구할 수 있는 레어 메탈과 [블루 테일]에서 얻을 수 있는 생물성 외부 장갑은 자원이 부족한 이 세계뿐만 아니라 ‘넷 다이버’의 세계에서도 구하기 어려웠으니까.


“이것들로 저보고 연습하라고요?”


같은 무게의 금보다 두 배에서 세 배는 비쌌던 재료들을 교보재로 사용하라는 카밀라의 배포에 나는 경악했다.

레어 메탈은 전작 ‘넷 다이버’에서 등장한 합금의 일종으로, 강철과 플라스틱의 장점만 섞여 있는 환상의 재료다.

제작하기 까다로워 대기업들만 독점하다시피 한 물질로, 전작 ‘넷 다이버’의 최종 장비들은 레어 메탈로 다 이루어져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사기적인 재료였으니까.


‘생물성 외부 장갑도 장난 아니게 비싼데.’


거기다가 생물성 외부 장갑은 생물의 특징인 회복, 유지 보수 등을 모방해 만들어낸 장갑으로, 레어 메탈은 물론, 일반적인 합금으로 만들어진 장갑보다 방어력이 낮지만, 물과 햇빛을 충분히 공급한다면, 파괴된 부분을 스스로 회복하는 유지 보수의 끝판왕이다.

복구할 수 있는 범위에는 한계가 있고 이 정도의 양이면 복구시켜봤자 그리 많이 나오지도 않는다만···.


‘자원이 없어서 망가진 고물과 잡동사니에서 부품을 뜯어야 하는 세상인데, 스스로 유지 보수가 되는 재료면 얼마나 더 비싸겠냐고.’


그니까, 카밀라가 내게 시킨 건, 보석을 처음 세공하는 사람한테 1,000만 원짜리 보석으로 연습하라는 거랑 똑같은 짓이다.


“진짜?”


“어, 그걸로 해.”


“그, 이거 망가트리면, 원금 회수하겠다면서 제 장기를 하나씩 빼간다거나···.”


“내가 그런 짓을 왜 해?”


카밀라는 기분이 나쁘다는 듯 날 쳐다봤다.


“조크입니다. 조크.”


“됐고 빨리하기나 해.”


카밀라는 귀찮다는 듯 손을 휘휘 저으며 빨리 분해하라 손짓했다.

나는 무신경한 카밀라를 잠시 빤히 바라보다가 고개를 돌려 숨을 깊게 들이쉬었다가 내뱉으며 뛰는 가슴을 진정시켰다.


‘그래, 한 번 해보자. 내 연금술도 시험해볼 겸.’


나는 개중에서 값이 싸고 분해 난이도가 다른 것들보다는 쉬운 [부스터 Max-13]을 선택했다.

내가 [부스터 Max-13]를 고르자, 카밀라는 내가 집중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함인지, 남은 두 고물들을 바닥으로 치워버렸다.

나는 겉보기에는 사고로 반쯤 불에 타버린 차량의 부품처럼 보이는 부스터를 올려두고, 시험공부를 하기 전 청소를 하는 것처럼 작업대를 깨끗하게 치운 뒤, 도구들을 내 손에 닿는 곳에 차곡차곡 정리했다.


“후우”


지금까지 카밀라에게 배운 지식을 머릿속으로 그리며, 도구들을 손에 쥐고 [부스터 Max-13]에 가져다 대는 바로 그 순간.

이 순간만을 기다렸다는 듯, 시스템 창이 팟하고 튀어나왔다.


[‘연금술사’가 작업대에 올려진 아이템을 인식했습니다.]

[직업 효과를 사용하여 아이템을 분해할 수 있습니다.]

[분해하시겠습니까? YES/NO]


“으잉?”


“왜?”


나도 모르게 튀어나온 소리에 카밀라는 ‘다시 교육해야 하나?’라는, 피곤함에 쩔은 눈빛으로 날 바라봤다.


“아뇨, 아닙니다. 충분히 혼자서 할 수 있어요.”


나는 카밀라의 그런 걱정을 날려버리기 위해 힘차게 대답했으나, 카밀라는 미심쩍은 눈으로 날 바라봤다.

나는 카밀라의 따끔한 눈빛을 애써 무시하며, 카밀라가 가르쳐 준 대로 나 혼자 분해를 해야 하는지, 아니면 처음 보는 ‘직업 효과’를 사용해야 하는 건지 잠시 고민했다.


‘정배는 카밀라가 가르쳐 준 방법으로 분해를 하는 거지만···’


카밀라 몰래 부정을 저지르는 것 같아, 마음 한편이 언짢아졌으나, 게임사에서 쓰라고 만들어 놓은 건, 한 번쯤은 써봐야 하는 법이 아닌가.

나는 카밀라가 눈치채지 못하도록 아주 조심스럽게 YES 버튼을 눌렀다.


그리고 내게 신세계가 펼쳐졌다.


작가의말

오늘도 행복한 하루 되세요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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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래 위 연금술사(re)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17 16. 첫 장비 제작 +3 23.08.30 980 52 13쪽
16 15. 아이템 제작 +2 23.08.29 1,004 63 12쪽
15 14. 상인은 손해 보는 일 안해요. +2 23.08.28 1,016 64 15쪽
14 13. 회색 정글 +3 23.08.25 1,171 57 14쪽
13 12. 도시로 외출 +2 23.08.24 1,191 53 13쪽
12 11. 금융치료 +4 23.08.23 1,204 58 15쪽
11 10. 계약서는 신중히 +3 23.08.22 1,289 59 15쪽
» 9. 사실, 연금술사 개사기 아닐까? 23.08.21 1,361 55 14쪽
9 8. 문송합니다. +2 23.08.18 1,351 52 14쪽
8 7. 심상치 않은 시장 +1 23.08.17 1,409 60 14쪽
7 6. 심상치 않은 도시 +2 23.08.16 1,468 64 14쪽
6 5. 고기는 사랑입니다. +3 23.08.15 1,519 62 14쪽
5 4. 오아시스 도시 +3 23.08.14 1,655 67 17쪽
4 3. 나는 누구? +8 23.08.11 1,761 78 15쪽
3 2. 여긴 어디? +9 23.08.10 2,030 68 15쪽
2 1. 라스트 찬스 +7 23.08.09 2,407 85 15쪽
1 0. 너프만 안 됐어도 +12 23.08.08 3,565 103 1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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