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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흑

천 번은 회귀해야 마법진을 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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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버리
작품등록일 :
2023.04.10 10:05
최근연재일 :
2023.07.21 1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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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7.12 1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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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쪽

11. 고블린 초원 (2)

DUMMY

팀원들과 고블린 무리를 두 번 더 잡았다.


종종 Lv.7 짧은 풀 고블린 전사, Lv.8 짧은 풀 고블린 샤먼 따위가 섞여 있었으나 체인소드로 한 번씩 칼침을 놓아주자 크게 어려운 점은 없었다.

다시 재료를 채취하자, 마석이 꽤 모였다.


"이제 12개 모았네."


팀원 당 2개씩 분배하고도 남는 수량이었다.

이 정도면 레벨 업을 할 수 있다.


"마석 깨서 레벨 업부터 하자."

"진짜 레벨 업인가... 기대되는군."


마법사 우재유가 답지 않게 들뜬 기색을 보였다. 첫 '진짜' 레벨 업이니 그럴 만도 했다.

레벨 업을 하는 방법은 간단하다.

상태창을 호출한 상태로 몬스터를 잡고 나온 '생마석生魔石Live Manastone'을 깨면 된다.

단, 어떤 게이트 내부에서 얻은 마석을 그 게이트 내에서 깨야 한다.

게이트 밖으로 가지고 나가는 순간 '사마석死魔石Dead Manastoen'이 되어서 경험치를 얻을 수 없다.

왜 마석이 죽는지는 명확하지 않다. 마석과 게이트 사이의 어떤 영적 연결이 끊기는 게 아닐까 추측하고 있다.

이것이 헌터들이 게이트에 들어가야만 하는 이유였다. 직접 몬스터를 사냥하지 않더라도, 게이트 내부에서 마석을 깨야만 레벨 업을 할 수 있으니까.

자신보다 너무 낮은 레벨의 몬스터 마석으로는 경험치를 얻을 수 없어서, 돈만 많다고 다 용병 고용해서 고레벨이 찍을 수 있는 것도 아니다.

한편, 게이트 밖으로 풀려난 몬스터에게서 얻는 마석은 처음부터 사마석으로 취급된다. 헌터들이 아웃서울 개척에 의욕이 없는 이유 중 하나이기도 했다.


"동시에 레벨 업 하는 게 어떰? 기념 삼아서."

"그러자고."


친구들이 양손에 마석을 하나씩 쥐었다.

나도 상태창을 호출한 상태로 손에 놓은 마석을 손끝이 하얘질 정도로 꽉 쥐었다.


파삭!


어느 순간, 마석의 마나가 물풍선처럼 터져 나왔다. 마석 자체는 과자처럼 파삭 소리와 함께 부서졌다.

자석에 달라붙는 쇳가루처럼, 터져 나온 마나는 내 몸에 맴돌던 시스템으로 흡수되었다.


띠링!


두 개의 마석을 흡수하자 시스템이 레벨 업을 알려왔다.


'-System//이완명(아이디: 300.299.792.458)의 레벨이 1에서 2로 상승했습니다.

- 능력치가 힘1,민첩1,지력5,오성4,체력2,마력4,축복3 상승했습니다.

종합:7급 마법진술사

레벨:2

스탯(298):힘19,민첩15,지력72,오성63,체력28,마력56,축복45//'


"오오..."

"크큭, 이것이 '격'을 높인다는 것인가... 나쁘지 않은 기분임."


고작 1레벨 가지고 느껴지는 변화는 딱히 없으나.

처음으로 진짜 레벨 업을 했다는 사실에 친구들은 즐거워 보였다.


"자, 레벨 업도 했으니까 말인데."


즐거운 김에 얼른 임무를 하나 맡겼다.


"너희 넷이서 한 무리를 상대해 봐. 내가 앞서 가서 다른 무리를 찾아보고, 가까이 있으면 혼자 사냥할게."


슬슬 사냥 속도도 높일 겸, 따로 사냥을 진행하기로 했다.

김용재가 고개를 갸웃했다.


"우린 될 거 같은데... 너는 혼자 되겠어?"

"난 S랭크잖아."

"그래? 상현이 네가 생각하기엔 어때? S랭크 혼자 한 무리 잡을 수 있어?"

"...당연히 있음. 하지만 너희가 C랭크니까, S랭크 한 명은 여기 있어야 안 위험함. 내가 여기 있겠음."

"그렇다고 치자."


아예 틀린 말은 아니었다.

S랭크는 1레벨이어도 고블린 한 무리와 싸우는 것이 어렵지 않다. 근골이 좋은 성인 남성이 10살 짜리 어린애 열 명과 싸우는 것과 비슷하다.

하지만 그 열 명이 다 칼과 몽둥이를 들고 미친 놈처럼 동시에 달려들 테니, 다치지 않으려면 B랭크 합격자 정도의 실력은 받춰줘야 한다.

염상현은 C랭크 정도의 실력이라 약간 부족했다. 본인도 그걸 안다.

그래도 팀의 탱커로서는 든든하게 받쳐줄 수 있다. 내가 빠져도 S랭크 전사가 있으면 파티가 무너지진 않는다.

거기까지 계산하고 염상현을 S랭크로 만든 것이기도 했다.


"앞에 가서 미리 처리하고 기다리마. 알려준 재료는 다 채취해서 보따리에 잘 넣어와."


나는 우접을 다리에 붙이고, Lv.1 은신장을 수동으로 작동시켜 앞으로 쭉쭉 달려나갔다.

고블린 한 무리를 발견했으나 팀원들이 상대하라고 남겨두고.

좀 더 달려갔더니 두 번째 고블린 무리를 발견했다.


"키에에?"


내가 다가가자 고블린들도 눈치를 챘다.

짧은 풀 초원이었기에 시야가 탁 트여 있어, 완전한 기습은 어려웠다.

눈치를 채거나 말거나.


"우접, 손목에 앉아."


체인소드를 예장 형태로 뽑아낸 다음, 공격을 위해 땅을 박찼다.


팍!


왼쪽 발끝으로 땅에 박차면서 발생한 운동량이, 굳건히 땅을 찍은 오른다리에 멈추고, 탄력 있는 허리를 한 번 거쳐서, 유연한 어깨와 단단한 팔뚝을 타고, 체인소드에 일차적으로 전달되고.


휘릭─


우접이 앉은 손목을 강하게 튕기자, 두 번째 파동이 채찍을 타고 올라가면서 첫 번째 파동과 상응하여 채찍 끝에서 무지막지한 속도로 변환되었다.


─핏!


속도는 곧 절삭력이 된다.

음속을 훨씬 뛰어넘은 체인소드의 칼끝이 뱀처럼 좌우를 갈라냈다.


사삭!

투툭.


"키에에엑!"


오히려 공격에 맞지 않은 고블린들이 비명을 질렀다.

목이 떨어진 고블린들은 소리를 낼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모두가 소리를 낼 수 없게 되기까지는 얼마 걸리지 않았다.


휘리릭─ 투투툭.


사정없이 휘두르는 채찍검의 칼날에 이렇다 할 반응도 못해보고 짧은 풀 고블린들이 여러 토막으로 분해되었다.

팀원이 없기에 채찍을 휘두르기도 한결 수월했다.


"이래서 혼자가 편하긴 해."


내가 도착한 지 30초가 지나지 않아 모든 고블린이 육편이 되어 흩뿌려졌다.


'청사 팀은 아마 이제 막 싸움을 시작했겠군.'


적당한 속도로 이동하다가, 고블린 무리를 발견하고, 마음과 전술을 점검한 다음 기습을 시도했을 것이다.

나는 발골칼을 꺼내 고블린에게서 재료를 채취하고, 우접을 사용해 땅을 긁어서 마법진을 그려 나갔다.


'마법진을 그리는 동안엔 도착하겠지.'


청사 팀이 들고 올 재료와 여기서 채취할 재료를 합하면 계획한 마법진은 다 그릴 수 있다.

미리 생각해둔 마법진은 있다.


'만만한 4원소로 해야지.'


나는 불, 물, 바람, 땅의 4원소 마법진을 그려 나갔다.



###



네 번째 마법진을 거의 다 그렸을 때, 청사 팀이 내가 있는 곳에 도착했다.

염상현이 감탄했다.


"오... 이완명. 한참 전에 다 잡았나 봄?"

"그래. 마법친 차려놨으니 와서 받아라."

"아직 다 안 된 거 아냐?"

"거 고블린 사체도 한쪽에 모아 놓고, 내가 구해오라는 재료도 미리 꺼내놓고, 자리도 정리하고 하면서 기다리면 되잖아."

"아, 알았어..."


주눅이 든 청사 팀이 주섬주섬 재료를 꺼냈다.

나는 4번째 마법진을 끝내고 나를 위한 5번째 마법진을 그리면서 말했다.


"승훈이는 이리 와서 내가 하는 말 듣고, 나머지도 정리하면서 들어."

"저요?"

"너희한테 줄 마법진에 대해 설명할 거야. 마법진의 원리는 연금술의 원리와 호환 가능하니까, 승훈이는 주의해서 들으라고."

"아, 네."


모든 기술과 도구는 그 원리를 머리와 몸으로 이해해야 더 능숙하게 다룰 수 있다.

그것이 흔히 말하는 '깨달음'이다.

이건 무엇을 배우든 마찬가지로 적용되는 진리다.

엄청난 천재라서 무의식적으로 이해하고 있는 게 아닌 이상 그렇다. 그 엄청난 천재조차도 의식적으로 이해하게 된다면 진일보할 수 있다.


"마법진이란 무엇인가? 기본적으로, 이계의 존재를 소환하여 그 힘을 이용하는 기술이 마법진이다."


이계의 존재들은 현실과 환상의 틈새에 숨어 있다.

별들을 이어주는 어둠 사이에, 밤과 낮의 경계에, 철새들을 이끄는 바람과 계절을 바꾸는 구름 속에서, 우리의 하찮은 존재가 자아내는 기쁨과 슬픔 따위는 아랑곳하지 않고, 그 무한한 힘을 품은 채 그저 잠결에 뒤척이고 있다...


"그런 이계의 존재들이 사는 세계를 표시한 지도가 '체계'야. 예를 들자면... 세상을 '불, 물, 땅, 바람'으로 보는 것이 4원소설의 체계지."


4원소설, 4방신, 5행, 8괘, 12궁 같은 것이 다 '체계'다.

각 체계는 하나의 세계를 담고 있고, 그 안의 요소들은 그 세계의 일각을 이루는 중요한 존재들을 표상한다.

사방신으로 따지면 주작, 현무, 백호, 청룡 같은 것.


"이런 특정한 체계 안에서 한 가지 존재의 힘을 증폭하고, 나머지는 감축하는 것이 마법진의 원리야."


하나의 세계를 통째로 구축하고, 한 가지 특성만 남기고 나머지는 파괴한다.


"불의 속성을 뽑아낸다는 것은 물, 땅, 바람의 속성을 배제한다는 것과 같아."


4원소의 세계에서 물, 땅, 바람을 뺀 것이 불이다.

불은 축축하지 않고, 딱딱하지 않고, 차갑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건조하고 부드럽고 뜨겁다.

그렇게 설명하며 말을 이었다.


"용재한테는 바람 원소인 '실프의 발걸음'을 부여할 거고, 상현이한테는 땅 원소인 '노움의 뼈'를 부여할 거야. 두 원소는 같은 체계 내에서 상극이기 때문에 둘이 붙어 있으면 효과가 약해져."

"그럼 못 씀?"

"거의 효과가 없어진다고 봐야지."


두 개의 원소가 서로를 방해하기 때문에 실프의 발걸음은 느려지고, 노움의 뼈는 물러진다.

이것이 감축 효과다.


"반대로 상극이 아닌 원소와 협력하면 연결된 특징은 더 강해져."


실프의 발걸음에 불 원소를 갖다 대면 은밀성은 줄어드는 대신, 속도가 빨라진다.

노움의 뼈에 물 원소를 적시면 활력이 줄어드는 대신, 방어력은 올라간다.

때에 따라서는 그렇게 조합하는 것이 좋을 때도 있다.


"4원소를 다 합치면 어떻게 돼요?"

"체계가 완성되면서 힘의 총량과 안정성이 늘어나."


내가 4명에게 각기 다른 원소를 부여하는 이유다.

앞의 둘에 더불어서, 형승훈에게 부여할 불 원소 '샐러맨더의 꼬리'와 우재유에게 부여할 물 원소 '운디네의 눈물'까지 합치면 4원소 체계가 완성된다.


"그러니 넷이 함께 싸우는 게 좋아."

"합체해서 싸우라는 거임?"

"합체는 너희끼리 알아서 하고... 이 동전에 마법진을 부여할 테니 가지고 다녀. 영구적인 건 아니니까, 오래 쓰려면 주기적으로 마석 가루를 뿌려서 마력을 보충해줘야 돼."


미리 준비해 온 이집트 호박금埃及琥珀金Egyptian Electrum으로 만든 동전을 마법진에 각기 올려두었다.

설명은 끝났으니 마법진을 활성화할 차례.


"마법진은 고블린의 피로 적시고..."


마법진술사가 된 직업 특전으로, 재료를 대충 던져두고 마법진을 발동하면 내가 지정한 위치로 재료를 배치할 수 있게 되었다.

Lv. 1 마법진 자동 채우기라는 스킬 덕분이다.


'참 눈물 나는 성능의 기술이다...'


그래도 편하긴 편했다. 지금 와서 하는 얘기지만, 우접을 소환할 때 144개의 달걀을 안 굴러다니게 정확한 자리에 배치하는 건 상당히 힘들었었다.

지금은 올려두기만 하면 된다.

신선한 고블린의 장기는 다른 재료와 배합해 마 법진 위에 놓았다. 나머지 재료는 게이트에 들어오기 전 사흘 동안 약종상을 통해 구해두었다.

물론 고블린을 기본 소재로 한 이상 한계가 뚜렷하다만, 뭐 내가 쓸 것도 아니고.


'공짜로 해주면 고마운 거지.'


12개의 심장에 송진을 넣은 것으로 불 원소를,

100개의 눈알을 천일염으로 닦은 것으로 물 원소를,

24개의 위장에 말린 바퀴벌레 가루를 채운 것으로 땅 원소를,

24개의 허파에 숨을 불어넣은 것으로 바람의 원소를 구축한다.

거기에 각 4개씩 고블린 마석을 넣어 마력을 보충했다.


"이 호박금에 깃들라. 샐러맨더의 꼬리, 운디네의 눈물, 노움의 뼈, 실프의 발걸음."


화르륵!

철퍽.

우드득!

스르르...


각 정령들의 기운이 호박금 동전에 깃들었다.

제일 간단한 마법진들이라서 그런가?

마력을 부여하니 그냥 각 원소들이 동전에 깃들고 끝...

아무리 정령이고 계약이라지만 사무적인 태도에 좀 섭섭했다.

어쨌든 팀원들의 마법진은 다 해주었으니.


"이제 내 차례."


내 영혼에 팔괘 중 늪을 상징하는 태괘의 힘을 속박할 것이다.

여기 쓰이는 재료는 일반 약종상이 아니라 청룡 길드에게 계약으로 요구해서 받은 재료였다.

고대 히드라의 살점 한 주먹을 기반으로, 팔열지옥연꽃의 암술과 수술, 진황제의 수은과 파라오의 황금, 스웜프맨의 배설물에 고블린의 간 60개를 더해서 마법진을 구축하고 주문을 외웠다.


"...태괘의 권속을 부르노라, 심연가시."


휘오오오...


게이트 내부의 지기와 내 스탯이 녹아 마법진에 영험한 기운이 깃들고.

축축한 바람과 함께, 재료들이 한데 뭉쳐 녹더니 손바닥만 한 크기의 꿈틀거리는 미역줄기 뭉치 같은 것으로 변했다.

나는 그것을 주워 손바닥에 올렸다.

이것은 심연가시 여덟 마리가 뭉쳐서 '고르디우스 매듭'이 지어진 형태다. 연가시를 '고르디우스 벌레'라고 부르는 이유기도 하다.


"심연가시, 손목에 붙어."


스르륵.


녀석들이 스스로 매듭을 풀고 내 손목에 실팔찌처럼 돌돌 감겼다.

딱 한 줄의 얇은 실을 손목에 감은 것처럼 되었다. 마법 생물이라서 몇 마리가 감기든 실의 굵기와 갯수는 하나로 보인다.

소환물들은 원래 다 이렇다. 우접도 평상시에는 깃털 하나로 겹쳐질 수 있다.


"그게 끝임? 별로 안 좋아보임."

"왠지 징그러운데..."


각자 멋들어진 원소 정령이 깃든 마법진을 받은 팀원들은 내 소환수를 보고 의아해 했다.


"나보단 너희가 강해지는 게 중요해."

"그래도... 우리만 좋은 거 쓰고... 미안하네."

"이것도 좋은 소환수야."


심연가시는 일종의 마법적 기생충이다. 다른 생물에게 기생하여 장기를 파먹고 그 장기의 역할을 대신한다. 심장을 파먹으면 심장의 역할을 대신하는 식이다.

번식이 완료되면 신경계를 제외한 온몸의 내장을 완전히 대체할 수도 있다.


'그리고 내가 역소환할 수 있지.'


심장을 차지한 심연가시를 역소환하면 숙주는 그대로 죽는 거다.

아직 여덟 마리밖에 없기 때문에 함부로 역소환할 수는 없다. 무언가를 모판으로 삼아 번식시켜야 한다.

다행히 게이트 안에 재료가 있다.


"그 동전도 일종의 아티팩트인데. 아티팩트 성능 시험해 봐야지?"

"아티팩트 성능 시험은 못 참지."


청사 팀이 다시 고블린을 사냥하기 시작했다.



###



고블린 무리를 두 번 더 처리했다. 이십여 구의 사체를 더 만들어냈으나, 마법진을 더 쓸 일이 없기에 마석 외에는 채취하지 않았다.

그렇게 짧은풀 초원을 5분의 1쯤 점령했을 때, 반대편에서 다섯 사람의 인영이 보였다.


"어, 저기... 아카데미 사람들이 보여."


김용재가 도적의 시야로 그들의 신원을 확인해주었다.


"골든 타이거즈임? 나머진 어딨음?"

"안 보이는데?"


잠시 후.

약간 열받은 얼굴의 골든 타이거즈 전사 이종환이 말을 꺼냈다.


"청사 팀 여러분, 솔직히 말해야겠네요. 생각보다 느리십니다."


이해한다. 우리가 33% 정도는 해줬어야 하는데, 마법진 구축하고 농땡이 피우느라 20%밖에 못했으니.

내가 능숙하게 대답했다.


"실전 감각을 좀 익히느라 늦었습니다. 한마음게이트회 분들은 어디 있습니까?"

"속도를 높이려고 한 팀에 한 무리씩 맡기로 했어요. 우리 팀이 상대할 고블린을 찾아서 왔는데 여러분을 발견한 거고요."


마법진을 그리기 직전의 우리처럼, 두 팀이 이동하면서 고블린 무리를 만날 때마다 '여긴 내게 맡기고 가!' 놀이를 했다는 뜻이다.

염상현이 말했다.


"이 뒤쪽은 저희가 다 처리했음요."

"그럼 짧은 풀 초원은 끝났네요. 합류해서 긴 풀 초원으로 이동하시죠."


최외곽의 고블린 처리가 끝났다는 말에 우리 팀은 긴장을 풀었다.

한결 편한 마음가짐으로 이동하면서, 나는 들릴 듯 말 듯한 소리로 청사 팀과 이야기했다.


"할 얘기가 있어."

"뭔데?"


다소 뜬금없을 수 있으나.

팀을 구성하는 기본에 대한 이야기였다.


"하나의 팀은 기본적으로 전사, 도적, 마법사, 사제, 그리고 백업으로 이루어져 있어. 우리도 상현이 전사, 용재가 도적, 재유가 마법사, 그리고 신성한 물약의 사제인 형승훈과 백업인 나로 이루어져 있지."


형승훈이 살짝 놀라며 대답했다.


"아... 완명이가 계획이 다 있었군요? 아무렇게나 모은 줄 알았어요."

"난 항상 계획이 있어. 아무튼, 골든 타이거즈는 전사 이종환, 도적 김재현, 마법사 김영방, 사제 전근효, 백업 양강원으로 구성으로 되어 있어. 우리가 싸운다면 김영방이나 전근효를 먼저 노려야겠지."

"그런 이야기를 하는 건 좀... 실례인 거 같은데요."

"그렇지. 하지만 저 사람들의 실제 직업이 도적, 도적, 도적, 도적, 도적이라면 어떻게 할래? 먼저 속인 거잖아."

"...무슨 소리를 하시는 겁니까?"


골든 타이거즈의 마법사 김영방이 황당해 하며 뒤돌아봤다.


"제가 마법 쓰면서 브리핑 해드렸잖아요."


청사 팀은 앞서 나가던 골든 타이거즈가 우뚝 멈춰서자 따라서 멈춰섰다.

염상현이 어색한 표정으로 사과를 건넸다.


"죄송. 완명이가 순응시험 보고 정신이 조금 이상해져서 아무 말이나 하는 것임요."

"뭐... 가끔 그런 사람들이 있죠. 아카데미에도 좀 있고."


내가 고개를 저었다.


"내 말이 맞아. 쟤들은 도적이야. 마법 도적놈, 사제 도적놈..."

"아니, 너도 아까 마법 쓰는 거 봤잖아."

"직업이 마법사면 뭐해, 마음이 도적인데."


우리 팀의 도적 김용재와 골든 타이거즈의 도적 김재현이 떨떠름한 표정이 되었다.


"나는 직업이 도적인데..."

"사과하시죠."


다소 표정이 안 좋아진 김영방이 사과를 요구했다.

나는 선선히 요구에 응했다.


"미안합니다, 한마음게이트회 여러분..."

"저희는 골든 타이거즈예요."

"그러니까요. 한마음게이트회분들이 이렇게 돌아가실 줄은 몰랐는데..."

"완명이 너 왜 이래 진짜?"


김용재가 나를 붙잡았다.


"정말 심하네요. 도발하고, 누명까지... 이건 정당방위입니다."


스릉.


도저히 못참겠다는 듯 전사 이종환이 검을 뽑았다.

우스울 따름이었다.


"네가 들고 있는 검이 더 심하다, 전사 도적놈아. 윤정명 아저씨 검이 그렇게 탐났어?"


내 말에 이 자리에 있는 모두가 이종환의 검에 시선을 주었다.

게이트 입장 전에 한마음게이트회가 자랑하던 맵시 좋은 검이 뽑혀 나왔다.


"이런... 흥분해서 너무 일찍 뽑았네."


전사 이종환이 멋쩍은 웃음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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