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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흑

천 번은 회귀해야 마법진을 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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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버리
작품등록일 :
2023.04.10 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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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7.21 1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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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7.02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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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순응시험 (2)

DUMMY

F랭크 시험방은 버려진 도시 지형이었다.


순응시험 인공게이트는 F랭크부터 S랭크까지 총 7개의 방이 직선으로 나열되어 있다.

모든 방은 약 150m² 너비의 정사각형 구조이며, 각각 F~S랭크 자격 시험에 맞는 지형과 몬스터 테마가 준비되어 있다.

F랭크는 도시 지형에 언데드 계열, E랭크는 정글 지형에 아인종 계열 같은 식이다.

하루만에 F랭크 1레벨에서 A랭크 200레벨까지의 전투를 모두 진행해야 한다.

시스템이 '힘을 주었을 때, 어느 정도의 성과를 낼 수 있는지'를 미리 시험해보고 얼마만큼의 힘을 줄 지 결정하기 위함이다.

각 단계를 종료하면 걸맞는 스탯이 부여되고, 다음 단계에 도전할지 포기할지 선택할 수 있다. 중간에 포기하려면 팀 전원의 동의가 필요하다.


들어가니 팀원들이 마지막 점검을 하고 있었다.


"다들 연습한 스킬들 다시 말해 봐. 마법사부터."

"나는 1레벨 마법은 산성탄, 빙결탄, 여우불꽃. 10레벨 마법에선 수면의 속삭임, 뿌리 묶기, 셸롯의 거미줄. 25레벨 마법에서는 진흙괴물의 손..."


순응시험 도중에 스킬을 사용하는 건 까다롭다.

기본적으로 학교나 학원에서 예습해서 원리를 배워 온 놈들만 사용할 수 있다.

직업은 시험이 완전히 종료된 후에 정해지기 때문에, 자동으로 쓸 수 있는 직업 스킬Class Skill은 사용 불가능하다. 그때까지는 그냥 스탯만 높은 수험생일 뿐이기에 수동으로 스킬을 사용해야 한다.

직업 없이 직업 스킬을 쓰는 건 의식적으로 눈을 깜빡이고, 숨을 쉬고, 침을 삼키고, 혀의 위치를 조절하고, 괄약근을 조이고, 목과 허리와 어깨를 바로잡는 걸 동시에 조절하는 것과 비슷한 느낌이다.


'물론 그것보다 100배는 어렵지.'


눈꺼풀만 해도 100개가 있는데 그중 30%는 절반만 뜨고 30%는 감고 40%는 뜨고... 혓바닥도 100개가 있고 괄약근도 100개가 있고. 뭐 이런 느낌이랄까.

가르쳐주는 사람이 없으면 감을 잡기 어렵다.

따라서, 집안에 돈이 많은 놈들일수록 시험 중 사용할 수 있는 스킬의 가짓수도 많다.

감각이 없는 일반인이 스킬을 배우려면 마석으로 임시 마력도 공급해주고, 각성자가 스탯 버프도 걸어주고, 강사가 마력 사용법도 세세하게 지적해줘야 하는데 하나하나 어지간한 비용으로는 받기 힘든 서비스들이다.

그리고 시험 도중 아티팩트 사용은 금지되어 있지만... 이미 먹어서 신체에 흡수된 영약이나, 미미한 수준의 키메라 시술 정도는 묵인된다.

순응시험은 그다지 공정한 시험은 아니다. 그나마 공정하려는 노력을 기울인 정도.

생각하는 사이 전사, 마법사, 도적, 사제 지망생들이 여태 연습한 스킬 목록을 모두 공유했다.


"좋아, 그럼 시작한다."


우우웅!

달각...


팀원들은 내 스킬도 묻지 않고, 내 동의도 없이 F랭크 시험 시작 레버를 당겼다.


'-1점.'


나는 녀석들의 죽일 놈 점수에 -1점을 추가하고 후방에서 대기했다.

시험 전 안내 음성이 나왔다.


- 5분 뒤, F랭크 자격시험이 시작됩니다.

- 제한시간 50분 내 몬스터를 처치하지 못할 시 실격됩니다.

- 몬스터를 처치하신 후엔, 제한시간이 종료되기 전까지 다음 자격시험 장소로 이동해주세요. 이동하지 않을 시 시험을 포기하겠다는 의사로 간주됩니다.

- 시험 포기 시, 모든 의식이 종료되는 13시 30분까지 대기하여 주십시오. 이후 S랭크 자격시험 장소에서 탈출 게이트로 퇴장해주시기 바랍니다. 시험을 포기한 부상자는 S랭크 탈출 게이트에 비치된 회복 아티팩트를 사용하여 응급처치한 후, 의식 종료를 기다려주세요.


"F랭크가니까 천천히 몸부터 풀자고."

"크흥."


나는 몸 대신 코를 풀면서 졸린 눈꺼풀을 닫았다.

소리만 들어도 어떤 상황인지 알 수 있었다. 사실 소리도 안 들어도 된다.

이 자리에서 리더 역할을 맡은 사제 최현주가 전투를 지휘했다.


"F랭크 시험 다 알지? 버려진 도시 배경. 스켈레톤 셋, 좀비 하나, 거대 쥐 둘, 망령 둘. C형 포메이션으로, 전위는 전사와 사제. 후위는 도적과 마법사."


팀원들은 순응시험이라는 상황 때문에 긴장했지만, 전투 자체에 대해서는 어려워 하지 않았다.

학교와 학원에서 수천 번 훈련한 부분이다. 문제지를 풀어도 F랭크 시험까지는 풀고 접었을 테니... 그 이후는 백지여도 F랭크까지는 너덜너덜하게 봤으리라.

별다른 신호 없이 4378팀이 언데드 무리와 개전開戰했다.


"우어어어..."


와작!


"진짜 별 거 아니네."


사제가 곤봉을 내리치고, 전사가 검병劍秉(검 손잡이)을 망치처럼 휘두를 때마다 스켈레톤들의 뼈가 부숴져 나갔다.

사실 최하급 언데드 몬스터들은 비각성자 일반인보다 능력치가 낮다.

레벨도 낮다. 코어 외엔 물리 공격이 안 통하는 망령만 Lv.3이고, 좀비와 거대 쥐는 Lv. 2, 스켈레톤은 Lv.1밖에 안 된다. 다 합쳐도 Lv.15이다.

대신 혐오스럽게 생기고, 인간의 형상을 하고 있고, 냄새가 나고, 정신적 공격을 감행하기에 '게이트에 임하는 마음가짐'을 평가하는데에는 제격이었다.

마음가짐이 안 된 놈들은 F랭크에서부터 탈락한다.


"망령 떼어내 줘."

"아, 쥐새끼 겁나 안 맞아!"


삭!

우득, 푹!

쩌어억...


눈꺼풀이 침침했기에 여전히 눈을 감고 소리만 들었다.

장검, 곤봉, 단검, 창이.

좀비의 썩은 목, 스켈레톤의 두개골, 거대 쥐의 갈비뼈, 망령의 코어를.

베고, 부수고, 찌르고, 찢는 소리가 들렸다.

폭력의 소음을 자장가 삼아 가수면 상태에 있는 사이, F랭크 몬스터의 정리가 끝났다.


- F랭크 자격 시험 종료. 임시 각성이 진행됩니다. 갑작스러운 감각 변화에 대비해주세요.


화아앗...


나는 눈을 감은 채로 시스템의 기운을 받아들였다.

즉, 시스템에 순응順應Conform했다.


두근!


마나가 스스로 체계를 갖추고 순환하기 시작했다.

머리는 시원하고 냉정해지고, 몸은 뜨겁고 활기가 솟았다. 마음에는 경쟁심과 자신감이 넘쳐 흘렀다.

각종 능력치가 향상되고 있다는 뜻이었다.

시스템 회로를 개방한 채 스탯을 보고 싶다고 생각하니, 머릿속으로 정보가 전송됐다.


'-System//이완명(아이디:300.299.792.458)이 스테이터스 정보를 요청했습니다.'

'종합:9급 수험생

레벨:0(각성 중 임시 레벨:1)

스탯(각성=F랭크):힘1,민첩1,지력1,오성1,체력1,마력1,축복1//'


4378팀 팀원들도 새로운 힘을 받아들였다.


"오, 바로 들어온다."

"올스탯 향상은 진짜 술이랑 커피를 동시에 마신 거 같구나. 기분 좋다."

"술을 마셔봤어?"


팀원들이 다소 호들갑을 떨었다.

그래도 다들 학원이나 학교에서 버프 마법으로 능력치 상승을 예습해보았기에 과도하게 흥분하지는 않았다.

대신 E랭크 시험을 위해 호흡을 고르고 무기를 점검하면서, 뒤에서 눈 감고 있던 나를 째려보았다.


"이 새끼 진짜 아무것도 안 했네. 눈은 왜 감고 있던 거야?"

"쫄아서 감았나 보지."

"무임승차하는 새끼는 참교육해줘야 하지 않나?"


마법사 박준서가 히죽거리며 나를 쳐다보았다. 창대로 찌르면서 놀기라도 할 모양이었다.

나는 말없이 시험방 출구 위에 달려 있는 마도공학 CCTV를 가리켰다.

녀석은 쳇, 하고 혀를 차며 되돌아갔다.


"너무 그러지 마셈. 끝까지 가면 쓸모가 생길지도 모르잖음? 고기방패라든가..."

"..."


그러든가 말든가. 나는 대답하지 않았다.

이미 죽은 시체들이 하는 소리에 뭐하러 대답하나. 심력 낭비다.


'아, 아직 죽일지 말지 안 정했지.'


내게 있어 저놈들은 이미 오래 전에 죽은 놈들이다.

정확히 4번째 회귀 때부터 놈들 말하는 꼬라지가 맘에 안 들어서 슬쩍슬쩍 밀어 죽여버렸다.

그게 시간으로 따지면 500년 정도 전이니까... 내게 있어 저놈들은 연산군이나 콜럼버스만큼이나 죽어 있는 놈들이다.

하지만 이번에는 다르다. 내가 죽이지 않으면 저놈들은 조금이나마 더 살게 되고, 내가 살리지 않으면 저놈들은 여전히 죽게 된다.

산 사람을 영원히 죽이거나, 죽었던 사람을... 살 만큼 살리고.


'살려서 노예로라도 부리는 게 착한 거려나.'


살려두면 뭐라도 하지 않을까?

어쨌든 나 대신 귀찮은 저랭크 시험을 처리해줘야 했기에 지금은 죽일 때가 아니다.

결정할 시간이 좀 있는 셈이다.

이놈들을 살리고 싶어질 가능성은 대단히 낮지만.

가능성을 아예 없애진 않은 채, 우리는 E랭크 자격 시험 방으로 넘어갔다.



###



E랭크 자격 시험은 정글 지형.

Lv.1 고블린 다섯, Lv.5 오크 둘, Lv. 10 트롤 하나의 총합 Lv.25 아인종 계열 파티가 나왔다.

전투력 있는 몬스터를 상대할 수 있는지 파악하는 등급으로서, 상대는 특별한 특수능력보다는 맷집과 힘으로 승부하는 몬스터들이었다.


"트롤아, 잠들어라!"

"구워어..."


스르륵.


적이 소환되자마자 마법사 박준서가 Lv.10 마법 수면의 속삭임Whisper of Sleep으로 트롤을 묶어두었고.


"나머지는 고블린부터 처리해!"

"끼에엑!"


나머지 팀원이 오크와 고블린을 상대했다.

사제의 축복을 받은 곤봉과 도적의 독 단검이 고블린들을 으깨고 찢는 사이, 흥분한 고블린 한 마리가 나한테 달려들었다.

초보들이라 이렇게 어그로가 튄다.


"끼에엑!"

"이런."


철썩!


달려드는 고블린의 싸대기를 갈기고 위협해서 전사가 있는 쪽으로 내쫓았다.


"뭘 봐, 저리 꺼져."

"끼이익..."


뺨을 맞은 고블린이 주춤대다 내게서 도망쳤다.

쓸데없는 것을 때렸군.

이러다 무술가가 되면 큰일이다.


'내가 무술가였을 때, 사람들은 나를 권왕拳王King of Fists 이완명이라고 불렀지...'


실수로 권왕이 될 뻔했다.

지금은 권왕이 될 생각이 없기 때문에 조심해야 한다.

나는 적극적으로 더 아무것도 하지 않고 뒤에 물러나 있었다.


"죽어랏, 더러운 트롤!"

"크오오..."


이후, 고블린을 모두 처리한 팀원들이 트롤을 집중 공격해서 승리했다.


- E랭크 자격 시험 종료. 능력치 상승이 진행됩니다. 갑작스러운 감각 변화에 대비해주세요.


화아앗...


모든 스탯이 5, 임시 레벨이 10으로 상승했다.

팀원들은 스탯이 훨씬 많이 상승했음에도, 이미 한 번 순응을 겪어봤는지라 아까보단 덜 놀라워 했다.

잠깐 올라간 감각에 적응한 뒤, D랭크 시험방으로 이동했다.

부드러운 모래가 밟히는 모래사막 지형이었다.


"D랭크 다 알지? 사막 지형, 수인종."

"알지알지. 제일 자신 있음."

"그럼 바로 간다. A형 포메이션으로."


D랭크 시험은 사막 지형에 Lv.2 코볼트 셋, Lv.5 리자드맨 하나, Lv.7 하피 하나, Lv.8 켄타우로스 둘, Lv.15 갈기늑대 라이칸스로프 하나의 수인종 계열.

총합 Lv.49로 슬슬 어려워지는 단계다.

이번 시험은 기동성과 속도가 좋은 몬스터들을 당황하지 않고 상대할 수 있는지 알아보는 단계였다.

다만 지형이 안 좋고 시험방이 좁아서 켄타우로스들은 큰 힘을 못쓴다.


"이 괴물 새끼들아!"


전사 염상현이 적 전체에게 Lv.1 스킬 도발의 외침을 사용했고...


"인간아, 네 눈에 진리의 말씀을 깃들여라!"


번쩍.


사제 최현주가 팀원들에게 Lv.10 통찰의 축복Bless of Insight으로 팀의 명중률을 높였다.

이어서 비행 몬스터라 공격하기 어려운 하피에게 Lv.10 실명의 저주Curse of Blind를 사용해 공격을 못하게 만들었다.

마법사 박준서는 아까와 비슷한 방식으로 LV.10 수면의 속삭임과 Lv.10 뿌리 묶기Entangling Roots를 사용해서 켄타우로스와 라이칸스로프를 붙잡아 두었고.

나머지는 물리 딜러의 몫이었다.


"켄타우로스 맡고 있겠음. 코볼트부터 죽이셈!"

"죽이고 있어!"


퍽, 푹!

끄르륵...


전사 염상현이 켄타우로스들의 다리를 노리며 버티는 사이, 도적 이선재와 사제 최현주가 코볼트를 하나씩 찌르고 때려 죽였다.

나는 뒤에서 모래가 들어가지 않게 눈을 감고 졸았다.

아직까진 할일이 없었다. 이렇게 아무것도 안 할 시에는 각종 평화주의자 계열 직업이 될 수도 있다.

화이트핸드라고 불리는 백수白手라든가... 게이트가 아닌 집에서 가장 강한 자택경비원Home Protecter이라든가... 건강유지에 좋은 산책전문가Professional Walker라든가...

저 직업들로 각성했을 땐 죄다 한 달 내로 죽고 회귀했다.


"아우우우! 꺽..."

"생각보다 잘 되는데?"


라이칸스로프 숨 넘어가는 소리에 눈을 떠 보니 다들 상태가 괜찮았다. 부상도 없고 체력도 넉넉해 보였다.

여태 1000번의 시험을 보면서 이 정도로 스무스하게 진행한 건... 100번도 안 될 거 같다.

그러면 그 대사가 나오겠군.


"이거 이완명이 토템인 거 아니냐. 우리의 불운을 자기가 흡수해서 제일 불행하게 되는 뭐 그런 거 아니야?"

"그런가? 그래서 인생이 불행했구나. 히히."

"..."


딱히 할말이 없었다. 체력을 아끼느라 정말로 팀에 업혀가는 중이었으니까.

그러나 팀원들에게서는 지나친 자만심이 엿보였다.

경험상, F~D랭크까지 훌륭하게 돌파할수록 C랭크부터 부상률이 높아진다.

나도 그걸 노리고 이놈들을 죽일 땐 C랭크부터 활동하는 편이었다.


예상대로, C랭크 시험에서부터 사고가 발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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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1. 1000번 째 회귀 +1 23.07.02 78 0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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