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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리도사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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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공포·미스테리

빽티스트
작품등록일 :
2017.01.31 18:26
최근연재일 :
2017.04.22 00:04
연재수 :
5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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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11
추천수 :
503
글자수 :
347,599

작성
17.02.18 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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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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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쪽

어디서 왔을까?(7)

2017년 정유년 2월 1일 00:00시 연재 시작 합니다.




DUMMY

#1


“진정해요!!! 진정 하시라구요!”


남근의 분노. 분노실린 그의 배트는 좀비들에게 휘두를 때의 힘이 그대로 실린 것이었다. 다시 말해서 방망이에 잘못 스치기만 해도 고통을 느끼는 인간에겐 큰 치명상이 될 수도 있다는 것.


“이 새끼들이 진짜 사람 인내심 테스트 하는 것도 아니고! 그냥 다 뒈져 버려!!!”


철문을 사이로 분리된 인간과 좀비. 좀비로부터 벗어나 더 이상의 위기는 없을 줄 알았던 인간들은 생각지도 못한 위기에 봉착했다.


“으아아악!”


고삐 풀린 망아지 마냥 날 뛰는 남근의 방망이. 그리고 그 배트의 끝에 정조준당한 주혁. 자유롭지 못한 오른 발 탓에 그는 첫 번째 희생양이 될 운명에 처해 있었다.


“제발...남근 씨. 진정 좀 해요. 진정...”


“조까, 이 새끼야! 넌 처음부터 마음에 안 들었어. 그냥 뒈져!”


“으아아악!!!”


쾅!


그대로 휘둘러진 방망이. 하지만 그 방망이가 닿은 곳은 주혁의 머리통이 아닌 철벽이었다.


“시바알!!!”


그는 거기서 멈추지 않고 미친 듯이 방망이로 철문을 두드렸다. 그 소리에 좀비들은 철문 앞으로 다가와 서서 울부짖었고 그에 아랑곳 하지 않는지 남근의 방망이질은 계속 되고 있었다.


“헉....헉....헉...”


한계에 이른 체력. 남근이 좀비가 아닌 사람이라는 사실이 천만다행인 순간이었다. 그가 좀비였다면 지치지 않고 계속해서 방망이를 휘둘러 댔을 테니 말 이다.


“이런 개 시발!”


방망이를 집어 던지며 바닥에 대자로 드러눕는 남근. 그는 급기야 울음을 터뜨렸다. 그들이 서로 알게 된지는 얼마 안됐지만 늘 강하고 당당한 모습만 보여 왔던 남근의 눈물, 그것은 두 사람에게는 분명히 생소한 것이었다.


“남근 씨...괜찮아요?”


제길이 남근의 근처로 다가가 그를 위로 차 묻는다. 하지만 남근은 들은 척도 안한 체 계속해서 울부짖을 뿐이다. 마치 처음으로 좀비에게 식칼을 휘두르고 어린애처럼 울음을 터뜨렸던 제길과 흡사한 모습으로 말이다.


무서웠다. 그것도 겁나게! 그것이 좀비를 대하는 남근의 진심이었다. 이 사건의 징조를 처음으로 경험했던 연초 헌혈의 집부터 지금까지. 겁이 나지 않은 순간은 단 한 순간도 없었다. 영화나 만화로만 경험했던 인간이 아닌 공포의 존재. 그것들을 마주하고 그들과 싸워야 한다는 사실 앞에 두렵지 않고 무섭지 않을 사람은 없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그는 사람들 앞에서 당당할 수밖에 없었다.


“리더의 부재.”


총대 멜 사람이 필요했다. 위기의 순간 리더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영화나 소설 등을 통해 수차례 봐왔기 때문이다. 아마 자신이 그러한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면 이미 그들은 전부 죽었을지도 모른다 판단했기에 용기를 내 앞으로 나선 것이다.


점쟁이, 역술가? 철학가? 지금까지 그를 알고 겪은 사람이라면 그의 직업, 혹은 미래의 모습에 대해서 앞으로도 이렇게들 답할 것이다. 하지만 그것은 완전히 그에 대한 판단미스다.


영화감독.


사실 그의 꿈은 영화감독이었다. 점쟁이나 역술가가 아닌 사회를 비판하거나 인간의 모습을 스토리에 담아 영상으로 만드는 그런 직업 말이다. 그런데 왜 사주를 보고 명리학, 관상을 공부했냐고 묻는다면 그는 뒤늦게나마 이렇게 답했을 것이다.


“영화 (관상)같은 운명을 베이스로 한 영화를 만들고 싶어요.”


그래서 공부했다. 이유는 간단했다. 마치 누군가 너 나 왜 좋아해 묻는다면 이렇게 답하는 경우 같은 것일까?


“단지 너라서?”


하지만 영화의 세계. 결코 쉬운 세계는 아니었다. 영화 한편을 촬영하면서 집에 들어가지 못하고 밤을 세는 시간은 고사하고 몇 달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돈 한 푼 제대로 받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한 세계였다. 그런 부당함에도 그는 찍소리도 내지 못했다. 늘 아쉬울 수밖에 없는 위치에 서 있었기 때문이다. 돈을 받지 못해도, 온전한 희생을 강요당해도, 늘 아쉬워해야 했던 그의 위치.


“입봉 안할 거야?”


부조리한 현실에 칼을 들면, 돌아오는 대답은 늘 이랬다. 엔딩 크레딧에 자신의 이름을 올리는 것. 그깟 게 뭐 그리 중요하냐고 묻고 싶겠지만 영화판에 발을 들여 놓은 사람들이라면 충분히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기에 이 엿 같은 상황을 버티고 또 버텨 왔던 것이다.


결국 그런 더러운 현실에서 7년 만에 벗어나기로 했다. 그렇다고 영화를 완전 포기한 것은 아니었다. 최근 대세로 떠오른 웹툰 이나 웹 소설로 방향을 틀어 돌아가기 위한 발판을 마련하려 한 것. 정면 돌파가 불과하다면 되돌아가는 한이 있어도 언젠가는 돌파해 영화의 세계로 돌아온다. 명리학, 관상 사주. 그것이 이 새로운 길에서 마주하게 될 경쟁자와의 싸움에 대비한 자신의 무기였고 경쟁력이라 판단한 것이다.


그래서 노량진에 왔다. 어쩌면 인생을 가장 답답하게 살고 있는 사람들. 작은 방, 작은 강의실, 작은 책상. 그 곳에 갇혀 살며 오로지 합격이라는 소박한 꿈 외에는 꿀 수 없는 사람들. 그러한 공시생이 주인공이 된다면 작은 땅 덩어리 한반도, 그 반도를 또 반으로 자르고 더욱 작아진 땅덩이에서 살고 있는 한국인들이라면 많은 공감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 그래서 그는 노량진에 왔다.


하지만 그는 그가 했던 선택을 후회하고 있다. 그리고 운명학을 공부한 자기 자신에게 끊임없이 자책하고 있다.


“시발...내 인생은 왜 이러는 거야...이게 내 타고난 팔자라는 거야? 차라리 모르는 게 나을 뻔했어...”


그가 스스로를 채찍질하며 울부짖는 동안에도 시간은 흘렀다. 그리고 지옥같이 길었던 밤이 끝났음을 알리기라도 하려는지 동쪽하늘에선 빛이 꿈틀대고 있었다.


#2

지옥의 한 복판에서 아침을 맞은 세 사람. 하지만 이들만 무시무시한 하루를 보낸 것은 아니었다. 학원 3층 화장실에 갇혀 죽음의 위기를 넘긴 숙해. 그리고 노량진에서 공부하고 있던 대다수의 학생들, 그리고 주민들 모두가 마찬가지였다.


숙해는 현재 학원 옥상을 향해 피신 중이다. 무장한 군인과 건물 밖으로의 탈출을 시도했지만 그것이 자살행위임을 깨닫는 데는 긴 시간이 필요치 않아서다.


“끄어어어...”


학원 로비를 통해 안으로 들어오는 좀비화 된 사람들. 그들은 두 사람을 발견하자마자 미친 듯이 신음하며 다가왔다.


“혹시 이 건물 꼭대기엔 넓게 쓸 수 있는 공간이 있습니까?”


“아 그게 휴게실로 이용되는 공간이 있긴 있어요...”


“위로 갑시다.”


무장한 군인과 숙해는 다시 내려온 계단 위로 올랐다. 그들을 쫓아 다가오는 존재들. 제길과 일행들에게 그랬듯 피로 물든 이빨을 드러낸 채 맹렬하게 다가온다.


탕~


한 발의 총성이 그들을 바짝 뒤쫓던 정장 차림의 남자를 쓰러뜨렸다. 그가 계단에서 쓰러지는 바람에 그들을 쫓던 좀비들은 방해막에 가로 막혀 더 이상 빠르게 다가오지 못했다. 그 틈을 타 숙해와 군인은 빠르게 계단 위로 올라 옥상으로 향하는 문턱으로 향했다.


“여기가 옥상이에요...”


둘은 철문으로 굳게 닫혀있는 옥상 입구에 섰다.


“잠시 물러나 계십시오. 안에도 그들이 있을지 모르니 제가 앞장서겠습니다.”


군인은 숙해를 뒤로 물러서게 한 후 천천히 옥상 문으로 다가섰다. 그리고는 총을 들지 않아 자유로운 손을 손잡이에 갖다 댔다.


철커덕~


군인의 표정이 어두워진다. 문이 안에서 잠겨 있는 상태였기 때문이다.


“크어어어....”


그들이 있는 아래층에서 들려오는 좀비들의 신음소리. 그들은 어느새 두 사람의 뒤를 바짝 쫓아 온 상태였다. 이대로 그들이 다가온다면 그들은 독안에 든 쥐의 꼴이다. 어떻게든 생존 루트를 확보해야 하고 그들에게 유일한 희망은 이 문이다.


“혹시 열쇠를 따로 관리 합니까? 안에서 잠겨 있는데요.”


“아뇨...여긴 휴게실이라 평상시에도 항상 열어 두는 곳인데...”


“그렇다면 안에서 누군가 문을 걸어 잠근 모양입니다.”


그 말을 듣자 숙해의 얼굴이 빠르게 잿빛으로 변했다. 그녀는 두 계단을 더 올라 철문 앞에 서서는 세게 문을 두드려 댔다.


“안에 누구 계세요? 부탁입니다. 문 좀 열어 주세요!”


쾅~쾅~ 쾅~


안에 들어가기 위한 숙해의 몸부림. 하지만 그로 인해 발생한 소음이 더 많은 좀비들을 불러 모으고 있다는 생각은 전혀 하지 못하고 있는 그녀였다.


탕~탕~탕!!!


또 다시 울려 퍼지는 총성. 옥상 층까지 도달한 좀비들이 군인의 총을 맞고 쓰러진다.


철컥...철컥...


하지만 군인의 손에 들린 총은 더 이상 총성을 내지 못한다. 총알이 바닥난 것이었다. 그는 빠르게 바지 주머니에 채워진 칼을 뺐다. 그리고는 총 입구 부근에 칼을 장착 시켰다.


군인이 선택한 싸움 방식은 백병전이었다. 하지만 그는 알고 있었다. 이대로는 얼마 못 버틸 것이라는 사실을. 좀비들은 마치 6.25 전쟁 당시 전세를 역전시킨 중국의 인해전술을 연상시키기라도 하듯 끊임없는 물량으로 몰아치고 있고 그에 맞서는 군인은 인간이라 곧 체력의 한계에 부딪칠 것이다.


“문 좀 열어주세요! 제발!”


숙해는 포기하지 않고 철문을 두드렸다. 제길을 포함한 세 사람, 그리고 숙해. 위기에 처한 장소는 달랐지만 심각한 위기를 겪고 있다는 사실만은 그들의 공통점이었다. 그리고 그들은 깨달았다.


문은 누군가에겐 방패역할을, 누군가에게는 방해 막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안에 사람은 있지만 그 문을 열어 주지 않는다. 고로 더 이상 앞으로 나아가지 못한다. 숙해에게 이 문은 자신의 앞길을 막는 방해막 역할을 하고 있었다.


그것은 인간의 이기심이 만들어낸 행동이었다. 남이야 어떻게 되든 일단은 자신의 이익이 우선이라는 인간의 이기주의. 이해가 안 가는 것은 아니었지만 그것은 어쨌든 누구나 할 수 있는 인간의 행동이었고 그 이기주의로 똘똘 뭉친 집단에 속하지 못한 인간은 도태된다.


퍽~ 퍼억!!!


무장한 군인. 특수부대원답게 능숙하게 칼을 다루며 다가오는 좀비들을 쓰러뜨리고 있는 그. 평소 실전을 대비한 훈련을 받으며 살인병기에 가까운 모습으로 무장한 군인. 허나 그 역시 인간이었다. 앞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체력이 한계에 다다르고 있었기 때문이다.


“크어어어...”


그 때 군인의 칼을 맞고 바닥에 쓰러졌던 좀비 중 하나가 군인의 군화를 잡았다. 그리고는 그 위로 자신의 이빨을 쑤셔 박았다.


“크아아악!”


군인의 비명. 하지만 그는 거기서 쓰러지지 않고 총에 박힌 칼을 내리 꽂아 좀비의 머리를 작살냈다. 군인은 좀비로부터 뒤로 물러나며 옥상 문 앞까지 다다랐다. 그리고는 숙해의 앞에 서서 씁쓸한 표정을 드리우며 말했다.


“무슨 일이 있어도 구해 드려야 하는 데...죄송합니다.”


하지만 남자가 숙해에게 미안할 건 없었다. 군인은 평소 어떠한 안면도 없던 숙해를 향해 자신의 한 몸을 바치고 있었다. 오히려 감사해야 하는 쪽은 숙해 쪽이 아니던가!


“흐윽....제발 살려 주세요.”


숙해는 옥상 철문을 뒤로한 채 자리에 주저앉았다. 이제는 모든 게 끝이라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그 때였다. 철문 안쪽에서 사람의 소리가 들려왔다. 야구는 9회 말 투 아웃 투 스트라이크부터라는 말이 있다. 끝 날 때 까진 끝난 게 아니라는 소리다.


“너 혹시 숙해니?”


누군가 그녀에게 물었고 동시에 굳게 닫혀 있던 철문이 열렸다. 야구로 치면 끝내기 홈런과 같은...


“빨리 들어와!!!”


성선설과 성악설. 인간은 과연 선한 존재로 태어났는가? 악한 존재로 탄생했을까? 하지만 그 의문에 정확한 답을 내린 학자는 아무도 없다. 다만 인간은 환경에 의해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 두 의견을 주장하는 사람들의 추가적 의견이다.


철옹성같이 버티고 있던 문이 갑자기 열린 이유. 그것은 분명 처해있던 환경의 변화 때문이었다. 위급한 상황이었지만 그 위기 속에서 들려온 생명을 구걸하는 간절한 목소리. 그 간절함이 안에 있던 누군가의 마음에 전해지며 생각을 바꿔 놓은 계기로 작용했을 것이다.


#3


“크윽...”


군화를 벗자 겉으로 드러난 군인의 상처. 그것을 바라본 사람들은 경악할 수밖에 없었다. 그 질긴 가죽위로 씹었음에도 불구하고 선명하게 남아있는 이빨자국. 그 벌어진 상처로 붉은 피를 흘리는 군인은 고통스러운지 신음을 토했다.


“이거 어쩌지. 지혈할만한 것이 없는 데...”


군인의 상처를 바라보는 여자. 숙해와 형사소송법 수업을 같이 듣고 있던 두 살 터울 위인 학원 언니였다.


“괜찮습니다. 그 보다 이곳은...”


군인 남자는 일그러진 표정으로 옥상을 둘러본다. 그리고는 조금 전 일그러진 표정에서 미간을 좀 더 찌그렸다.


“큰일이군요. 이곳... 헬기가 접근하기엔 그리 유용한 장소가 아니군요. 헬기 구조 요청이 불가능할지도 모른다 이 말입니다. 그 말은 우리는 다시...”


쿵~쿵~쿵~


철문을 두드리는 좀비들. 옥상에 남아있는 열 명 남짓한 사람들의 시선은 철문으로 향했다.


“도대체 저것들은 뭐야? 갑자기 왜 이렇게 되어버린 거냐고?”


문을 바라보던 사람 중 반 팔 티에 슬리퍼 차림의 남자가 하얀 입김을 내 뱉으며 몸을 부르르 떨었다. 아마도 공부 중에 잠시 담배를 피우러 나왔다가 이 위기에 봉착한 사람으로 보였다. 그는 두 손으로 추운 겨울 날씨에 노출 된 피부들을 연신 비벼댔지만 효과는 없어 보였다.


“군인 아저씨. 지원군이 오긴 오는 건가요? 우리 구출 될 수는 있는 거죠?”


옥상위에 사람들. 자신들은 부상하나 없는 온전한 몸이면서 다리에 큰 상처를 입어 고통스러워하는 군인에게 크게 의지하며 자신들의 신변 안전을 바래왔다.


“글쎄요. 제가 아까 구조 요청을 해 놓긴 했으니 반드시 지원 병력이 오긴 올 것입니다. 그런데... 저희 부대 자체가 초 정예 부대로 이곳에 진입한 상태라... 추가 병력은 아마 조금 기다리셔야 할지도 모름....커억~”


그 순간 군인이 입에서 붉은 선혈을 토했다. 그 바람에 군인 면전에서 그에게 질문하던 여인의 눈이며 코에 군인의 피가 잔뜩 튀었다.


“아으....더러워!!! 으 빨리 수건 좀 줘!!! 빨리!!!”


여인은 순식간에 벌어진 상황에 본능적인 말들이 튀어 나왔다.


“죄...죄송합니다...아...아무튼...저희 부대원들은 최선을 다...다해...”


군인 남자는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하고 바닥에 고꾸라졌다. 그리고는 숨을 헐떡이는 가 싶더니 허리가 부러질 듯 강하게 뒤로 몸을 꺾으며 발작하기 시작했다.


“아저씨! 왜 그래요. 정신 차려 보세요. 아저씨!”


숙해는 발작하는 군인의 손을 잡고 안정을 시키려 했지만 이미 그의 검은자는 위로 쏠려 버렸고 초점은 점점 잃어가고 있었다. 그리고 검은자를 떠나보내고 홀로 남아있던 흰자위에 실핏줄이 셀 수없이 차올랐다. 그 실핏줄은 이내 눈 전체를 잠식 시키며 눈동자 자체를 새빨갛게 만들었다.


“크르....어...어...”


그렇게 더 발작을 이어가던 군인은 이내 숨을 멈추고는 모든 신체 활동을 멈췄다.


“이...이봐요... 군인 아저씨....으....어....으...”


믿었던 존재. 옥상위에 남아있던 사람들의 희망이었던 군인. 그가 그 들 중 가장 먼저 세상을 뜨고 말았다.


“이제...우리 어쩌지...진짜 어떻게 하면 좋아...”


사람들은 걱정했다. 하지만 그들이 하고 있는 근심과 고민 속엔 자신들을 지키려 했던 군인의 노고에 대한 감사 따위는 없었다. 오로지 그들은 자신의 안위만을 걱정하며 슬퍼하고 있는 것이다.


그 때였다. 싸늘하게 식어 죽은 줄 알았던 군인이 눈을 번쩍 뜬다. 그와 동시에 빠르게 상체를 일으켜 세웠다.


“어? 아저씨. 괜찮아 진거에요?”


숙해와 친분이 있는 여자. 조금 전 까지 얼굴에 튄 피가 더럽다며 난리치던 그녀가 군인을 향해 다가섰다. 그리고 그녀는 언제 화를 냈냐는 듯 기쁨에 가득한 얼굴로 돌변해서는 그를 꽉 껴안았다.


“진짜 다행이에요!!!”


하지만 그녀의 얼굴은 순식간에 또 다시 일그러졌다.


“크어어...우적...우적...”


그녀가 안았던 군인. 그가 그대로 그녀의 목을 물어 자신의 이빨로 살점을 뜯어내 목줄기에서 시뻘건 피를 내뿜게 만들었다. 그 광경을 바라 본 사람들은 내가 지금 호숫가에 설치된 분수를 바라보고 있는 건가라는 묘한 착각에 빠져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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