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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리도사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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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공포·미스테리

빽티스트
작품등록일 :
2017.01.31 18:26
최근연재일 :
2017.04.22 00:04
연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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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347,5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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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02.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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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어디서 왔을까?(3-1)

2017년 정유년 2월 1일 00:00시 연재 시작 합니다.




DUMMY

#1


정확하게 어디서부터 이러한 사건이 발생 했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바이러스로 인한 것인지, 우주로부터 온 것인지, 화학테러인지. 다만 분명한 사실은 사건이 표면 위로 드러난 지 3일 후, 정부는 공식 성명을 발표했다는 것이다.


“노량진 일대에 벌어지고 있는 폭동, 현 정부에서는 북한의 생화학 무기 테러 가능성에 비중을 두고 있습니다. 실제로 그 사실을 인지해 신속하게 대항한 결과 간첩 2명을 생포 했습니다. 하지만 공교롭게도 그들이 검거 전에 벌인 생화학 테러 공격은 막지 못했습니다. 정부는 노량진에서 발생한 사태를 가능한 빨리 수습할 것이며 그 기간 동안 국민 여러분들은 가급적 외출을 삼가 주시고 노량진, 대방, 상도동 일대로의 이동을 전면 금지합니다. 그리고 주변에 피를 토하며 기침하거나 눈이 시뻘겋게 충혈 된 이들이 있다면 가까운 경찰서나 관청으로 신고해 주십시오. 테러에 감염된 이들은 매우 공격적이며...그들에게 물리거나 상처를 입으면 빠르게 본인도 감염 되므로...”


청와대의 공식 입장. 그 장면을 청와대 집무실 안에서 바라보고 있는 중년 남자. 그의 표정엔 근심이 가득하다.


삐리릭~


그 때 탁자 위에 놓아둔 전화벨이 요란하게 울리자 남자는 서둘러 전화기를 집어 들었다.


“그래 어떻게 됐어? 찾았나?”


수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남자의 목소리는 중년 남성과는 달리 매우 차분했다.


“걱정하지 마십시오. 수석님. 현 군에서도 가장 특출 난 정예 요원들이 파견 됐습니다. 따님은 무사히 구출 될 것입니다. 너무 걱정하지 마십시오.”


중년은 천천히 전화기를 내려놓는다. 남자와의 통화로 한숨 돌린 모양인지 의자에 기대지 못하고 세워져 있던 몸이 뒤로 젖혀졌다. 하지만 그의 얼굴은 여전히 근심이 가득하고 이내 다시 허리를 세워 전화기를 집어 들고는 어딘가로 통화를 시도 했다.


“예 수석님.”


조금 전 통화한 남자와는 다른 목소리의 누군가가 중년의 통화에 응답했다.



“이게 대체 어떻게 된 거야? 조용하게 처리할 수 있다더니. 이 새끼야! 이게 조용해? 완전 난리법석이 났잖아! 이제 어쩔 거야?”


그는 수화기에 대고 버럭 소리를 지른다. 하지만 중년의 화를 받은 수화기 너머의 남자는 여전히 차분한 목소리로 응대한다.


“너무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계획대로 차질 없이 진행 될 것입니다. 만약의 사태에 대비한 차선책은 모두 마련해 두었습니다. 그러니 수석님은 마음 푹 놓고 계십시오. 아차... 따님 소식은 들었습니다. 그것도 걱정 놓으셔도 됩니다. 완벽하게 준비되어 있습니다.”


막힘없이 말을 내 뱉으며 중년을 달래는 수화기 너머의 남자. 그의 확신에 조금은 안정이 되는지 중년의 목소리가 조금 전 보다 많이 부드러워진다.


“자네만 믿고 벌린 판이니 절대 실수 하지마. 내 이미 방송이나 언론사는 전부 손 써 놨으니까 그 부분에 대해서는 걱정 놓으라고...아! 그리고...”


중년 남자는 잠시 말을 끊고 망설인다. 전화기를 든 그의 손은 사정없이 떨리고 좀처럼 떨어지지 않는 마무리 멘트는 겨우 남자의 입 밖으로 튀어 나간다.


“만에 하나 실수가 발생 했을 경우...모든 증거를 인멸하게. 싸그리 다...그것이 설사...소중한 것이라도 말 야.”


#2


고시원에 갇힌 세 남자. 그들은 임무가 끝나면 5층 식당에서 모이자는 제길의 의견을 수렴해 각 층으로 흩어진 상태다. 2층을 맡은 셋 중 가장 덩치가 좋은 주혁은 행여나 하는 노파심에 한 층을 더 내려와 고시원 현관문을 확인했다. 남근의 대 활약으로 굳게 닫힌 문 앞엔 요즘 따라 인간인 듯, 인간 아닌, 인간이길 포기한 그들이 대거 몰려와 문 안에서 그들을 바라보는 주혁을 물어뜯고 싶어 안달이 난 채 잔뜩 밀착되어 있다.


“유리야...제발 깨지지 마라. 제발...”


입구를 보며 간절히 소원을 빈 그는 발걸음을 2층으로 옮겨서는 층 맨 앞에 자리한 1호실 앞에 서서 문을 두드렸다.


“안에 계십니까?”


반응이 없다. 그는 다시 조심스레 문을 두드리며 말했다.


“한 번 만 더 물을게요. 지금 안 나오시면 제가 쳐들어가야 합니다. 알다시피 지금은 특수 상황이니 만큼 적극 협조를...”


하지만 방 안에선 어떠한 반응도 없다. 제길이 건네 준 2층 열쇠들. 1호실 키를 찾아 문을 연다.


불 꺼진 방안. 1호실은 비어있다. 그렇게 2호, 3호, 4호. 연이어서 방문을 두드린다. 허나 대부분의 방은 비어있다. 아직은 학생들이 학원이나 독서실에서 돌아오지 않은 시간대여서 그럴 가능성이 컸다. 그렇게 멈추지 않고 2층 방들을 확인해 나가는 주혁. 마침내 11호실. 마지막 방만을 남겨두고 있다.


‘내 아랫방 학생님. 평소 제가 쿵쾅대며 생긴 층간 소음으로 시끄러웠다면 미리 사죄를 드리며...’


고개를 살짝 숙이고는 방문을 향해 가볍게 쥔 주먹을 가져댄다.


“계십니까?”


하지만 2층 여느 방과 다름없이 대답이 없다.


“역시 이방도 비어 있는 건가?”


앞 에 비어 있는 방들을 통해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에 도달한 주혁은 다른 방들과는 달리 딱 한 번만 노크를 한다. 그는 그대로 손에 들린 열쇠를 손잡이 열쇠 입구에 꽂아 넣었고 그대로 문을 활짝 열며 안으로 들어섰다.


“까아악!”


그 순간 방안에 울려 퍼지는 여자의 비명소리. 이불 위에서 자신의 가슴을 드러내고 있던 여인이 다급히 이불을 끄집어 올려 몸을 감췄다.


“아...진짜 죄송합니다. 안에 계신지 몰랐어요. 그럼 편안한 밤 되십시오.”


그는 자리에서 굳어져 몇 번이고 고개를 숙이며 인사를 한다. 생각지도 못한 광경에 몹시 당황한 탓이었다.


“빨리 나가!!!”


여자가 또 다시 고함을 치며 불쾌감을 표시하자 그제 서야 다리를 움직여 방 밖으로 빠져 나가며 세차게 문을 닫았다.


‘진짜 깜짝 놀랐네...그건 그렇고 그 침대 밑에 그 다리는 분명...’


분명히 봤다. 그녀가 급하게 자신의 알몸을 가리기 위해 이불을 치켜드는 바람에 환하게 드러난 누군가의 발바닥을 말 이다. 그것은 여인의 것이라고 하기엔 분명 무리가 있는 크기였다.


‘하...여기가 무슨 성강 모텔도 아니고...풍기 참 문란하네...’


뿔뿔이 흩어진 각 층 중 제길이 맡은 5층은 독립적인 공간이 있다기 보단 자습실, 시청각실, 식당 등이 있는 다용도실로 이루어진 공간이었다. 그는 먼저 식당으로 향해 먹을거리들이 얼마나 남아 있는지 체크 했다. 이대로 이곳에 갇혀 버린다면 구조 될 때까지 버틸 식량의 중요성은 말할 것도 없기 때문이었다. 고시원의 특성상 식당이라고 해봐야 있는 것이라곤 밥통에 들어있는 흰밥이 전부였지만 한국인은 밥심으로 산다는 말처럼 남아있는 밥이 얼마나 되는지는 꼭 짚고 넘어가야 할 핵심 포인트였다.


‘음 이 정도면 세 사람이서...아니지 아직 몇 사람이 더 남아 있을지는 모르니까...’


그는 발걸음을 옮겨 자습실 문 앞에 선다.


“꿀꺽...”


저절로 넘어가는 침. 긴장했다는 뜻이다. 그런 일은 벌어지지 않았으면 좋겠지만 행여나 누군가 돌변해서 301호 남자처럼 죽일 기세로 자신을 공격해 온다면 목숨을 걸어야 할 판이다. 하지만 여전히 그의 마음속은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


그들은 사람이다. 비록 겉모습은 변하고 행동은 짐승처럼 본능적으로 날 뛴다 해도 제길의 눈엔 여전히 그들은 온전히 살아있는 사람이었다.


‘제발 제가 폭력을 휘두르는 일이 생기지 않도록 도와주십시오.’


마음속으로 기도를 한 번 하고 힘차게 자습실 문을 열어 제꼈다.


“휴~”


절로 새어 나오는 안도의 한 숨. 하지만 그가 내뱉은 호흡은 조금은 모호한 것이었다. 괴물 같은 존재의 부재. 그것에 대한 안도감도 들었지만 한편으로는 이 절박한 상황을 함께 해쳐나갈 동료가 없다는 사실이 안타깝게도 느껴지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이제 남은 건 시청각실 뿐인가...’


그는 주혁과 비슷한 성급한 판단을 내린다. 앞에서 겪은 경험을 토대로 다음에 펼쳐질 상황도 당연히 그렇게 될 것이다라는 판단에 경계심을 풀은 채 5층의 마지막 방인 시청각실의 문을 힘껏 열어 버린 것이다.


“!!!”


아무도 없을 것이라 판단하고 활짝 연 그곳. 문에서 가장 멀리 떨어진 구석진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한 사람. 이어폰을 귀에 꽂고 후드티를 뒤집어 쓴 채 동영상 강의에 집중하고 있는 남자는 제길의 등장에 전혀 개의치 않은 채 열심히 필기를 하고 있었다.


“저기요?”


책상에 앉은 남자와 2m 정도 떨어진 거리에서 그를 불러 보지만 그의 관심은 온통 10인치 터치패드 속 영상에 쏠려 있다. 엄청난 집중력을 발휘하고 있는 그의 손과 눈은 빠르게 그의 하루 진도를 빼 내가고 있다. 자신의 부름에 어떠한 반응도 안 보이는 남자의 행동에 제길은 어쩔 수 없이 한 걸음 더 나아가 남자의 어깨를 두드린다.


“저기요!”


순간 남자가 고개를 돌려 제길을 한 번 째려보더니 빛의 속도로 자리를 박차고 일어섰다. 위협적인 그의 행동에 제길은 저도 모르게 뒤로 두 세 걸음 물러났다.


“왜! 뭐!”


신경이 곤두 선 날카로운 표정으로 제길을 쳐다보는 남자. 그는 몹시도 짜증이 나 있는 듯 했다. 제길은 지금 남자의 심정을 백 퍼 이해할 수 있었다. 얼마 전 본인도 상용에게 걸려 온 전화로 학습리듬이 완전 깨진 경험이 있었기 때문이다.


“일단 공부 중에 죄송하지만요. 주제넘은 참견이 될 수도 있지만 지금 여기서 공부나 하고 있기엔 밖의 상황이 매우 좋지 않아요. 그래서 말인데...잠시 저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을까요?”


남자는 한 쪽 귀에 걸린 이어폰을 빼고는 제길을 쳐다본다. 여러 벌 겹쳐진 겉옷과 손에 끼워진 글러브. 좀비와의 사투에 대비한 제길의 꼴이 남자의 눈엔 단지 꼴사나울 뿐.


“뭐라고? 밖의 뭐? 이어폰을 끼고 있어서 못 들었거든. 알아듣기 쉽게 설명 해줄래?”


남자는 초면인 제길에게 말을 놓는다. 마치 남근이 제길에게 그랬던 것처럼. 하지만 쉽게 말을 놓지 않는 예의바른 청년 제길은 그의 말에 꼬박꼬박 존대한다.


“그러니까 밖의 상황이 매우 안 좋다고요...고시원 밖에 좀비가 득실거리고 있습니다.”


“좀비? 이런 미친...어이가 없네. 그게 말이여 막걸리여. 아니 좀비고 나발이고 조용히 앉아서 공부할 거 아니면 그만 나가! 댁이랑 농담 따먹기나 할 만큼 한가한 사람 아니니까.”


제길을 바라보는 남자의 눈빛. 길거리에서 조상의 복을 거론하는 도 추종자들과 마주친 상황에 그들의 존재를 귀찮아하는 시민들이 보이는 태도와 매우 흡사하다. 이 남자. 직접 본인의 눈으로 확인하지 않고는 절대 자신의 말을 믿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이 든다.


“제 말이 거짓말이 아니란 걸 바로 증명할 수도 있어요. 일단 식당으로 오셔서 저희와 이야기를 좀 나누죠...”


제길은 진지하게 그에게 임했지만 남자는 이미 터치패드 액정에 두 눈을 고정한 채 제길을 없는 사람 취급하고 있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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