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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리도사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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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공포·미스테리

빽티스트
작품등록일 :
2017.01.31 18:26
최근연재일 :
2017.04.22 00:04
연재수 :
5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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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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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347,5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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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02.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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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어디서 왔을까? (8)

2017년 정유년 2월 1일 00:00시 연재 시작 합니다.




DUMMY

#1


해가 떠오른다. 매일 뜨는 아침 해지만 하루를 시작하는 사람들은 그 태양 빛을 보며 마음속으로 희망하는 바를 빈다.


“오늘은 어제보다 나은 하루가 되길.”


하지만 옥상 위에 생존자들이 아침 해를 보며 맞은 오늘은 어제에 별반 다를 바 없는 지옥의 연장선이었다.


“커어어...어어...”


목을 물어 뜯겨 시뻘건 액체를 분수처럼 뿜어대는 여인은 그대로 바닥에 쓰러져 녹색칠을 한 바닥에 빨간 피를 덧칠 했다.


“크아아아!”


무장한 군인. 불과 몇 분전만 해도 숙해의 목숨을 지켜주던 백마 탄 기사님이었지만 그는 순식간에 악마로 변해 버렸다. 그 돌변한 남자는 숙해의 친한 언니를 물어뜯은 것으로는 부족했는지 반 팔 차림의 남자를 향해 몸을 날렸다.


“으아악! 누가 좀 말려 봐. 제발! 이이익...”


남자는 바닥에 깔려 공포에 떠는 목소리로 도움을 청하고 있었지만 옥상에 있던 사람 중 어느 하나 나서서 그에게 손길을 뻗지 않았다.


“어쩌지? 진짜 어떡해!”


겉으로는 위기에 처한 남자를 걱정하고 있지만 그들의 속내는 이랬다.


나만 아니면 된다. 누군가 위기에 처해도 그 것이 나만 아니면 된다라는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 그것이 옥상 위 생존자들이 머릿속으로 하고 있는 공통된 생각이었다.


“크어어어...”


군인의 이빨은 점점 반팔 티 차림의 남자의 목으로 향하고 남자는 금방이라도 바지에 오줌을 지릴 것 같은 표정으로 울부짖는다.


“제발 좀 도와 달라고!!!”


노량진을 울릴 듯 쩌렁쩌렁한 남자의 간절한 외침.


“컥...”


간절히 원하면 전 우주가 나서 돕는다고 했던가? 남자의 염원이 하늘에 닿았는지 그 모습을 지켜보던 사람 중 한 사람이 나섰다. 숙해였다. 그녀는 조금 전 까지 자신을 지키기 위해 군인이 사용한 총칼, 그것을 손에 쥐고는 있는 힘껏 군인의 목을 향해 뻗었다.


“히이익!!!”


숙해의 칼을 맞고 옆으로 넘어지는 군인. 덕분에 죽음의 위기에서 벗어난 반팔 차림의 남자였다. 하지만 죽음의 문턱에서 살아 온 그는 정상적인 생각을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남자는 그대로 달려 옥상 문 쪽으로 향한다. 이 위기만 벗어나면 된다는 짧은 생각이 머릿속에서 발동된 것이었다. 그리고는 일말의 의심 없이 잠겨있던 옥상 문을 열어버리는 그였다. 문 건너편에 어떤 존재들이 있었다라는 기본적인 생각조차 망각한 그의 뇌가 저지른 크나 큰 실수였다.


“크어어어”


좀비들이 쏟아져 들어온다. 옥상을 벗어나고자 했던 반팔 티의 남자. 그 남자 이야기는 더 이상 하지 않아도 알 것이다. 그의 생명은 거기까지였다. 오른 팔은 몸통에서 분리 되 허공을 날았고, 능지처참이라는 과거 사형방식 하나를 현대사회에 재현시키며 사방으로 찢겨졌다.


옥상에 남아있는 사람들. 그들은 선택의 기로에 섰다. 그 선택의 폭은 다양 하다. 하지만 어떠한 선택을 한들 결론만큼은 한 가지 사실을 피해 갈 수 없을 것 같다.


“죽는다는 것.”


옥상에서 뛰어내려 죽거나, 좀비에게 물어 뜯겨 죽거나, 그 자리에서 혀를 깨문다거나 .방법의 차이만이 있을 뿐 결론은 동일했다. 그러한 현실을 받아 들였는지 그들 중 몇 몇은 자리에 주저앉아 다가오는 죽음의 그림자를 기다리고 있다. 또 다른 이들은 옥상 난간으로 올라가 자살을 시도한다.


“죽지 않아.”


하지만 대다수의 사람들과 달리 한 사람만큼은 현실을 인정하지 않고 대항하려 한다. 그녀는 자신의 손에 들린 총칼을 더욱 세게 움켜쥐었다. 그리고 다가오는 좀비들을 향해 그것을 미친 듯이 뻗었다.


“커어억...”


머리 가죽이 반쯤 뜯겨 나간 여자 좀비의 가슴팍을 뚫고 나가는 칼 날.


“캬아아아..”


하지만 그녀는 고통을 못 느끼는지 계속해서 다가온다. 서둘러 칼을 빼내 그녀의 치마 밑으로 드러난 종아리를 찔렀다. 칼이 깊숙이 들어가면서 다리 절반이 절단 되는 여자. 그 바람에 균형을 잃고 바닥으로 쓰러지지만 그녀는 그 상태로 포기하지 않고 계속해서 숙해를 노려보며 다가왔다.


“도대체 이것들은 어떻게 된 거야!!!”


그녀는 이를 악물고 바닥을 기어오는 여자의 온 몸에 칼을 쑤셔 박으며 몸에 난도질을 한다.


“캬아아아...”


I CAN STOP!

하지만 칼을 맞은 그녀는 멈추지 않는다. 불편한 다리를 대신해 두 팔로 엉금엉금 기어 다가오고 또 다가오지 절대 멈추지 않는다.


그 뿐이 아니다. 삶을 포기하며 좀비들에게 목숨을 맡겼던 생존자들. 그들 역시 온몸이 살갗이 뜯겨져 나갔음에도 죽지 않고 그 자리에서 잠시 꿈틀대는가 싶더니 군인이 그러했던 전처를 밟으며 돌변하기 시작한다.


“말도 안 돼. 진짜...이건...지옥이다...”


순간 그녀는 이대로는 자신도 같은 꼴이 될 것이란 부정적인 생각에 사로잡힌다. 제 아무리 긍정파워로 무장한 그녀라 할지라도 이 말 같지도 않은 상황에서 멘탈을 바로 잡기에는 한계에 다다른 모양이었다.


“차라리...나도...”


옥상 난간을 바라본다. 그리고 그 위로 몸을 이동 시킨다. 자신의 남자친구 상용이 택했던 방식과 같은 선택을 하고자 한다. 하지만 난간 밑을 바라보는 순간 아찔한 현기증 같은 걸 느끼며 급하게 정신이 돌아오는 숙해였다.


‘아직은 죽고 싶지 않아...’


건물 밑을 바라보는 순간 또 다시 삶의 의지가 불타오른 것이었다. 그리고 그 불씨를 연료 삼아 살고자 또 다시 발버둥 치기 시작한다. 난간을 따라 몸을 이동시키며 그들로부터 최대한 벗어나기 위해 옥상 문에서 최대로 멀리 떨어진 끝자락을 향해 달린다.


이미 인간이 아닌 몸이 되어버린 옥상의 생존자들. 그들 중엔 무슨 일이 있어도 자신을 지켜 주겠다던 군인 역시 포함 되어 있었다. 변해버린 그들에겐 오로지 한 가지 생각 밖에 없는 것 같다. 피와 침이 섞인 더러운 분비물을 흘리며 그녀에게 팔을 뻗어 오는 그들.


“널 먹을 거야. 야금야금, 아작아작. 우적우적.”


이것이 그들이 살아있는 숙해에게 전하는 공통된 메시지이고 그런 좀비들을 향해 숙해는 확실하게 답했다.


“절대 너희 밥이 되진 않을 거야.”


한 겨울 아침 옥상에서의 술래잡기. 술래는 대다수이고 도망치는 존재는 하나다. 그 때 그녀 앞으로 보이는 발전기인지, 에어컨인지, 통풍기인지 모를 기계들이 눈에 들어오고 그것들로의 접근을 막고 있는 철조망 구조물로 시선이 집중됐다.


‘그래 저기다!’


그 것의 존재는 숙해에게 분명히 행운이었다. 그녀는 손에 든 총칼을 먼저 철 담벼락 위로 던진다. 그리고 동시에 자신의 발끝에 힘을 모아 땅을 박차고 날아올라 철망을 넘어 섰다.



“크어어어.”


쫓아오는 좀비들. 그들은 오로지 한 가지 집념에 사로 잡혀 있다. 싱싱한 피로 살아 숨 쉬는 그녀의 살을 물어뜯는 것. 그러나 그들에게는 생각만 있을 뿐, 그것을 실천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어떻게 그녀를 잡아서 어떻게 먹겠다라는 구체적인 행동 계획. 그것을 실현할 수 있는 생각이 없다.


철 구조물에 가로 막힌 그들. 불과 150cm도 안 되는 철 구조물을 뛰어 넘지 못한다. 특수부대 훈련을 받은 군인이 정상 상태였다면 손을 짚지도 않고 뛰어 넘었을 수 도 있는 높이임에도 불구하고 최정예 부대원이었다는 그 역시도 철조망에 걸려 더 이상 다가오지 못하고 있다.


“죽어라!”


그녀는 그 유리한 상황을 적극 활용하기로 했다. 그들의 팔보다 긴 총의 리치를 이용해 날카로운 칼로 그들의 심장이며 배를 마구잡이로 쑤신다. 하지만 그들은 찢어진 살에서 내장을 쏟아 내면서도 절대 쓰러지지 않는다.


“도대체 이것들은 왜 죽질 않는 거야? 왜!!!”


그 순간 그녀의 뇌리를 스쳐가는 한 가지 기억. 3층에서 군인으로부터 구출될 때 바닥에 쓰러졌던 존재들의 모습이었다. 그들은 하나같이 총알에 머리를 관통 당한 채 쓰러져 있었고 뇌가 박살난 그들은 더 이상 움직이지 않았다는 것.


‘그렇다면?’


그녀는 조금 전까지 목표로 했던 그들의 심장에서 공격 포인트를 상향 조정한다. 그리고 가장 가까운 곳에서 그녀를 물어뜯으려 이빨을 드러낸 한 여인에게 칼끝을 조준한다.


“잘 가... 언니.”


그녀는 옥상 문을 열어주며 숙해의 생명을 연장 시켜주었던 형사소송법 수업을 같이 듣던 두 살 터울 위 언니였다. 칼은 그녀의 왼 쪽 눈을 관통해 두 개 골에 보호받던 대 뇌를 작살낸다. 그러자 방금 전까지 불사신처럼 날뛰던 존재가 맥없이 아주 맥없이 무너져 내렸다.


“역시 그랬던 거구나!”


그녀는 용기를 얻는다. 그와 동시에 하늘을 향해 소리치며 사기를 북돋는다. 그녀의 칼끝은 멈추지 않고 나머지 좀비들을 향했고 거침없는 항로는 계속되어 졌다.


#2


똑~똑~똑~


“네.”


방문이 열리자 근심이 가득해 결코 밝지 않은 인상의 중년 남자가 들어온다. 얼마 전 청와대에서 발표한 속보를 청와대 안에서 바라보던 청와대 민정수석 정 병우였다.


“그래, 딸은 찾았고?”


책상에 앉아 서류들을 처리하느라 병우의 얼굴을 바라보지도 않은 채 말하는 남자. 그리고 책상 한 쪽에 자리한 명패가 그가 어떤 사람인지 친절하게 한 눈에 확인케 한다.


(청와대 비서실장 금춘기)


남자의 정체다.


“어제 저녁에 생존 확인 했다고 연락이 왔습니다. 그리고 헬기로 구출하겠다는 계획까지는...”


병우는 스스로 말을 끊었다. 속에서 벅차오른 감정 때문이었다. 그는 저도 모르게 눈가에 눈물을 가득 머금은 채 흐느끼지 않으려 애쓴다. 하지만 그러한 병우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눈물은 주룩주룩 뺨을 타고 흘러내린다. 그 감정은 그에게 눈길조차 주지 않던 춘기에게도 전해지고 서류처리에 열중하던 그의 두 눈을 잠시 멈춰 서게 한다.


“흐음...”


고개를 드는 비서실장. 호랑이의 기개가 느껴지게끔 하늘로 뻗은 눈썹. 작지만 선명한 눈동자. 남성미를 물씬 풍기는 강한 턱과 험준한 코. 전체적으로는 밀림의 제왕이라 불리는 사자를 연상케 하는 외모. 그것이 청와대 비서실장 금춘기의 관상이었다.


“병우, 자네가 나와 함께 한지 얼마나 됐지?”


“예? 35년 정도 됐습니다.”


“그래 내가 자네에게 늘 했던 말 기억하나?”


병우는 춘기의 말에 쉽사리 답하지 못한다. 그러자 춘기는 그 강한 얼굴이 더 강해 보이게끔 미간에 힘을 준다. 덕분에 가로로 세 줄의 깊은 주름이 잡히고 그는 그 표정을 유지한 채 병우에게 말했다.


“큰일을 도모하는 데 사사로운 감정은 배제한다. 무슨 말인지 알지? 올해가 우리에게 얼마나 중요한 시기인지...12월 대선까지 좋은 분위기를 이어가야 해 알지?그렇지 않아도 정권 교체다 뭐다 여론이 썩 좋지 않은 상황이니 더 주의를 요해야 겠지.”


병우는 춘기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다. 그리고는 허리를 깊게 숙여 인사를 하고는 방문을 향해 몸을 돌린다.


“아! 병우. 그래도 상황이 상황인 만큼 조금만 더 시간을 주지. 7시간. 지금부터 딱 7시간이네...”



비서실장 방에서 나온 병우는 핸드폰을 든다. 그리고는 어딘가로 서둘러 전화를 걸고

상대가 응답하기 무섭게 버럭 소리를 지른다.


“무슨 일이 있어도 찾아! 모가지 날아가고 싶지 않으면... 동원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이용하란 말 야!”


자신의 전하고자 하는 말 만 남긴 병우는 서둘러 전화를 끊는다. 그리고는 손에 들려 있던 핸드폰을 벽을 향해 있는 힘껏 집어 던진다.


퍽~


벽에 부딪친 것도 모자란 바닥에 세차게 충격을 받은 핸드폰은 그대로 배터리가 떨어져 나가며 전원이 나가지만 본체가 박살나지는 않는다.


“병우...병우 그 놈의 병우. 언제까지 내가 병우란 말 야... 나도 어엿한 직함이 있다 이거야...언제까지 어린 애 취급이냐고...”


머리끝까지 차오른 분노. 크게 일그러진 얼굴의 병우. 그는 잠시 제 자리에 서서 심호흡을 하는가 싶더니 이내 평정심을 되찾는다. 붉게 달아올랐던 그의 피부는 본래의 피부색을 되찾았고, 그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바닥에 떨어진 핸드폰을 집는다.

그리고 그것을 바라보며 혼잣말을 중얼대는 그다.


“핸드폰이고 뭐고....아직은 갈아엎어 바꿀 때는 아닌 모양이군...”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1

  • 작성자
    Lv.2 f6******..
    작성일
    17.03.07 18:13
    No. 1
    비밀댓글

    비밀 댓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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