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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리도사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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빽티스트
작품등록일 :
2017.01.31 18:26
최근연재일 :
2017.04.22 00:04
연재수 :
5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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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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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3
글자수 :
347,599

작성
17.02.12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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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어디서 왔을까?(3-2)

2017년 정유년 2월 1일 00:00시 연재 시작 합니다.




DUMMY

세 사람은 다시 식당으로 모였다. 혹시 모를 건물 안 좀비들의 공격에 대비해 식당 문을 걸어 잠그고 무장한 상태를 유지한 상태로 탁자에 앉은 후 그들은 각자의 층에서 조사하고 나온 결과를 브리핑하는 시간을 가졌다.


“4층 인원보고. 백 남근 외 0명.”


군대식 보고를 빌려온 남근은 간략하게 보고를 끝냈다.


“5층은 시청각 실에 우리 또래 보다 조금 위? 삼 십대 중 후반의 남자 한 명이 공부를 하고 있었어요.”


남근의 뒤를 이어 보고를 하는 제길의 말에 남근이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답했다.


“뭐 공부? 헐, 진짜 미친 놈 아니야? 이런 시국에 공부? 진짜 세상에 별의 별, 별종들이 다 있네. 아니지 그 놈은 독종인 듯.”


“하루 종일 거기 틀어 박혀 있었는지 밖의 상황을 전혀 모르는 듯 했어요.”


“그럼 줘 패서라도 데리고 왔어야지!”


똑~똑~똑~


그 순간 누군가 식당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그들은 긴장하며 식당 문 쪽으로 신경을 쏟았다. 남근이 먼저 식당문을 향해 다가가 야구 방망이를 쥔 손에 힘을 쥐며 물었다.


“누..누구야?”


“문 열어.”


“누구냐고!”


“내가 누구라고 말하면 당신들이 알아?”


그들의 질문에 또박또박 대꾸하는 남자. 신경질적인 태도를 보이나 좀비가 아닌 것은 분명했다. 하지만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해 그들은 공격 태세를 늦추지 않은 채 천천히 문을 열었다.


“왜 공동시설물 문을 잠가서 사용도 못하게 들 난리야!”


조금 전 시청각 실에서 제길이 마주했던 후드티를 뒤집어 쓴 남자였다. 그는 방망이며 골프채에 글러브를 끼고 있는 세 사람을 마치 벌레 쳐다보듯 하더니 싱크대 쪽으로 걸어나가 선반 앞에 섰다.


“뭐야? 언제 봤다고 반말이야? 예의를 똥구멍으로 쳐 먹은겨? 확 그 주둥이 버릇을 고쳐 놓을까 보다... 아무튼 됐고, 보고나 하자. 311호, 2층은 어떻게 됐어?”


남근은 시청각실 남자의 태도에 불끈하다 이내 시선을 돌려 주혁을 바라보며 물었다. 주혁은 남근의 질문에 잠시 망설이는가 싶더니 이내 천천히 입을 열어 보고를 했다.


“ 다른 방은 다 비었고 211호실에만 사람이 있었습니다.”


“2층? 2층이면 여자들이 쓰는 방이잖아. 오 대박! 얼굴 예뻐? 몸매는? 나이는 몇 살정도로 보여? 그냥 확 데려 왔어야지!”


여자의 존재. 그것만으로 남근은 꽤나 할 말이 많은 듯 했다. 하지만 그는 이어지는 주혁의 브리핑에 급 실망하는 눈치였다.


“방 안엔 두 명이 있었어요. 그런데 한 명... 확실치 않지만 남자였던 것 같아요.”


“엥? 남자? 확실해? 거긴 남자들이 출입하면 안 되는 곳이잖아.”


“아..이게 분명치는 않은 데...저도 급하게 나오느라 확인은 못했는데 분명 한 명은 남자였어요. 여자 분은 거의 나체 상태였고....”


그 때 싱크대 근처에서 무언가를 찾고 있던 후드티를 뒤집어 쓴 남자가 그들의 대화를 강하게 끊으며 치고 들어왔다.


“뭐? 211호 남자? 지금 한 말 진짜야? 다시 말해봐.”


남자는 상기된 얼굴과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고, 그들을 바라보는 남자의 눈은 초점이 부정확해진 채 요동치고 있었다.


“왜 댁도 2층 여자에 대해서 좀 아는 게 있나봐? 하여튼 누가 남자 아니랄까봐 여자는 겁나 밝히나 보네.”


“넌 빠져 있어! 거기 너. 다시 말해봐. 211호실이 뭐?”


후드티 남자의 강한 어투에 남근이 순간 움찔하며 손에 쥔 방망이를 들고 섰지만 주혁이 그를 막아서며 브리핑을 이어갔다.


“아니 그러니까...이게 아... 괜히 확실하지도 않은 걸 말해서...아무튼 제가 본 바로는 남녀가 한 침대에 있었던 것 같습니다.”


“떡쳤네. 떡쳤어! 다 큰 남녀가 한 방에서 할 게 뭐있어? 그것도 조또 할 것도 없는 고시원 침대에서 말 야. 와씨 개 부럽.”


그 때였다. 싱크대 근처에서 서있던 남자가 다른 서랍을 빠르게 열어서는 식칼을 끄집어 들었다.


“이런 시발!!!”


남자가 벼락같이 호통을 치며 욕하는 바람에 탁자 위 세 사람은 크게 당황하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혹시 모를 남자의 공격에 대비하기 위한 반사적 반응이었다. 하지만 남자는 그들을 무시한 채 빠르게 탁자를 지나 식당 문 밖으로 사라지더니 계단을 울리며 밑으로 내려갔다.


“와 씨. 깜짝이야. 저 새끼 저걸로 우리 찌르는 줄 알았네! 눈깔 봤어? 와 미친 사이코 패스 같은 새끼.”


“간 떨어지는 줄 알았네요...갑자기 칼을 들고 와서 심장이 내려앉는 줄 알았습니다. 뭐 당연히 우리를 찌르려 한 건 아니었겠지만...”


주혁은 자신의 가슴위에 손을 올려놓고는 심호흡을 한다. 그리고 그 호흡이 조금 진정되자마자 뜬금없는 소리를 내 뱉었다. 아니 어쩌면 생존에 가장 필요한 요소를 지적하고 넘어간 셈이다.


“그나저나 배 안 고파요? 아까부터 밥솥에서 밥 냄새가 진동하는데...지금 먹으면 그냥 짠지 하나같고도 진수성찬이라 느끼며 먹을 것 같네요.”


“엥? 이건 뭔 뜬금포야! 배고파? 하... 그러고보니 연구에 의하면 사람의 식욕과 성욕은 일치 한다더니... 혹시 2층 여자보고 고파진 건 아니고?”


“아닙니다. 전 남의 여인을 탐하지 않습니다.”


“그럼 뭘 탐하는데? 염탐? 살 궁리만 호시탐탐 노리는 주제. 푸훗...아 대박 호시탐탐이래. 머리 겁나 좋군. 그건 그렇고 2층에 있는 남자 졸 부럽긴 하네. 아 나는 언제 쯤...”


남근이 자신의 언어유희에 자축하며 좋아하던 그 때였다. 식탁에 앉아 있던 제길이 급하게 자리를 박차고 일어서며 소리친 것이다.


“맞다!!!”


그리고는 서둘러 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내 들더니 초조해진 얼굴로 어딘가로 전화를 걸기 시작했다.


“뭐야, 간 떨어질 뻔! 왜 벌떡 일어나고 난리야? 너도 발정난 겨?”


하지만 제길은 남근의 말에 대꾸도 하지 않은 채 전화기에 갖다 댄 귀로 온 신경을 집중하고 있다.


“아 이건 또 왜 이래!!!”


갑작스레 소리치는 제길. 그는 먹통이 된 전화기에 투정하고 있었다. 전화기가 이상한건지, 전화국의 문제인지, 좀처럼 신호가 가지 않는 핸드폰. 여간해선 통화가 걸릴 것 같지가 않다.


“이거 진짜 왜 이러는 거지?”


귀에서 전화기를 떼 액정을 안을 들여다본다. 우측 상단에 뜬 전화기 모양의 기호에 대각선으로 줄이 가 있는 게 통화가 불통이 된 이유를 단 번에 설명해 준다.


“통화권 이탈?”


제길은 그 표시에 당황하며 전화기를 머리 위로 들고 이리저리 왔다 갔다 한다. 전파를 잡기 위한 방책이었다. 하지만 액정에 뜬 기호는 좀처럼 사라지지 않는다.


“으아아, 미쳐 버리겠네.”


“제길 씨. 도대체 무슨 일이길래 그래요?”


“깜빡하고 있었어요. 숙해를 요...”


“수캐? 암캐 수캐할 때 그거? 아님 문어숙회? 왜 냉장고에 숙회라도 놔두고 온 겨?”


“아니 지금 농담 따먹기 할때가 아닙니다. 정숙해요!!!”


“정숙하라고? 실내에선 떠들지 말라는 거야?”


“ 그만 좀 하세요! 내 오랜 여자 친구입니다...여자 사람 친구...”


제길이 남근의 말장난이 짜증났는지 성을 냈고 그 말을 듣고 있던 남근이 혀를 찼다.


“그게 지금 생각났다고? 이제와서? 이기적인 새끼. 이것도 정상 아니네 쯧쯧... 찾을 거면 진작에 찾았어야지. 그냥 잊어. 지금 이 판국에 살아 있음 기적이지. 아서라 잊어라 임마. 잊을 거는 잊고 지나간 것은 지나간 대로... 그런 이유가 있는 겨.”


“그렇게 쉽게 생각할 수 있는 친구가 아닙니다. 아 어떡하지!”


“아니 그냥 친구라며? 너 개랑 했어? 어차피 갈 때까지 간 깊은 관계도 아니잖아. 가만...이건 진짜 혹시나 해서 묻는 건데 너 혹시 성판타지가 시체랑 붕가붕가하고 그런 거 아니지. 왜 예전에 내가 어떤 영화에서 봤는데...”


그 순간 남근은 자신의 몸이 잠시 동안 허공에 떠오르는 느낌을 받았다가 이내 엉덩이부터 전해지는 강한 통증에 탄성을 내 지른다.


“커윽...”


남근의 말에 화가 난 제길이 바닥으로 그를 세차게 밀어 버린 결과였다.


“입단속 좀 해요. 아무리 생명의 은인이라지만 말로 해선 안되는 이야기가 있는 거야...”


“아...시발...너 이 개새 그렇다고 사람을 밀어? 아주 아까처럼 또 내 주탱이에 주먹 날리겠다? 일로와! 그래 한 판 붙자. 아윽... 허리야...”


제길은 남근을 경멸하는 눈으로 쳐다보는가 싶더니 이내 식당 밖으로 나가 버린다. 그리고 두 사람을 번갈아보며 쳐다보고 있던 311호실의 남자 주혁이 바닥에 나가자빠진 남근을 향해 안쓰러운 눈빛을 보내며 제길의 말에 옹호하는 입장을 표명했다.


“이번엔 확실히 남근 씨가 잘못 했네요.”


주혁이 바닥에 쓰러진 남근을 동정의 눈빛으로 바라보며 제길의 뒤를 따라 문 밖으로 사라진다.


“내가 무슨 틀린 말 했어? 왜 나만 갖고 그래! 이 개새들이!”


홀로 남은 식당 안. 남근은 누군가 들어주기라도 바라는지 더더욱 큰 소리로 소리쳤다.


“그래 이판사판 공사판이다 한 판 떠! 일로 안와?”


#


1층 고시원 현관 앞, 시간이 지날수록 좀비화 된 사람들이 더더욱 많이 몰려들고 있다. 살아있는 이들에게는 굉장히 위협적이고 절망적인 상황이다. 그러나 불행 중 다행인 건 인간이 생태계의 정점에 오를 때 썼다는 유일한 무기인 두뇌라는 것을 그들은 전혀 쓰지 못한다는 사실이었다. 문을 깨고 들어오면 끝날 일이었지만 생각을 못하는 그들은 그 저 유리문을 두드리고 있을 뿐 더 이상 안으로 접근하진 못했다.


미처 생각하지 못한 숙해, 그녀를 찾아야 한다는 강한 집념에 1층으로 성급히 내려온 제길 이었지만 그 이상 그 가 할 수 있는 일은 없었다.


“제기랄!!!”


그 현실이 답답했던지 제길은 글러브를 낀 오른손을 벽면을 향해 세차게 휘둘렀다. 아프지만 콘크리트로 만들어진 벽은 아픔을 느끼는 대신 그 고통을 고스란히 제길의 손으로 돌려 보냈다.


“그러지 마세요. 여기서 다치면 제길 씨만 손해에요.”


어느 덧 그를 따라 내려온 주혁이 그의 어깨를 토닥이더니 이내 계단 끝자락에 앉아 현관 쪽을 바라본다.


“저기 노드 페이스 패딩 입은 친구 보여요? 저 친구 306호실 친구인데 올해 2월 대학교 졸업이었어요. 뭐 어차피 지잡대 출신이라 취직은 상상도 못해서 여기에 왔다고 했어요...”


주혁은 남자에 이어 오른 손가락으로 들어 또 다른 사람을 가리켰다.


“저기 늘씬한 친구. 원래 꿈은 스튜어디스였는데 집에서 억지로 교대 보내고 임용 고시 준비 시켰데요. 요즘 여자는 무조건 선생님이 최고라나 뭐라나...휴...어제까지만 해도 되게 예쁘다고 생각해서 고백해볼까 싶었는데 지금 저 여자랑 뽀뽀라도 하는 날에 혀가 통째로 뽑혀 버리겠죠...아 그리고 저기 저 아저씨 보이죠. 컵밥 거리에서 6년째 햄버거 팔던 사람. 내 단골인데 거리를 옮긴 이후로 매출이 반으로 줄어서 매일 푸념 하셨었죠...”


주혁은 씁쓸한 얼굴로 그렇게 몇 차례 더 좀비가 되어 버린 사람들을 지목하며 이야기 했다.


“그럼 주혁 씨...주혁 씨는 요?”


“에이 제길 씨. 씨가 뭐야. 그냥 주혁이 형이라고 불러 주세요. 이상하게 제길 씨만 보면 제 동생이 생각나고 그래서 더 정이 가...잘생겨서 그런가?”


“에이 형님도 참...”


“겸손할 거 없어요. 저 위에 남근씨랑 비교하면 완전 탤런트지 뭐 안 그래요? 암튼 제길씨. 저 보면 형이라고 불러요. 그래 주실 수 있죠?”


“뭐 어려운 부탁도 아니고 그럼 형도 말 편히 하세요. 아! 그럼 주혁이 형. 형은 원래 꿈이...”


“제 꿈이요? 저는...”


그 순간이었다. 2층에서 여자의 날카로운 비명 소리가 울려 퍼졌다. 그와 동시에 들려오는 남자의 포효. 그것은 분명히 좀비가 본능적으로 내지르는 외침과는 달리 뭔가 깊은 뜻을 내포하고 있는 것이었다.


작가의말

문피아 점검으로 자정이 아닌 정오에 업데이트 했습니다.


즐감즐감즐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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