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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그리드
작품등록일 :
2012.11.21 06:13
최근연재일 :
2022.11.02 12:03
연재수 :
183 회
조회수 :
1,807,470
추천수 :
35,122
글자수 :
576,582

작성
13.01.15 21:47
조회
16,029
추천
240
글자
7쪽

Ch 8. 오해에 관한 짧은 논문.

DUMMY

거참 말 한번 살벌하게 하네.

로비안은 기겁을 하며 책장을 덮었다. 이대로 오서클까지 무리 없이 성장을 시킬 수 있다고 쳐도 그 다음에는 목숨을 걸어야 하는 과정이 기다리고 있다는 말.

솔직히 겁이 났다. 레이나의 목숨이 끊어질 수도 있다는 말이니까. 설사 자신이 한다고 해도 망설여지는 일인데 저 아이에게 그런 일을 시키는 건 하고 싶지 않았다. 게다가 레이나라면 하려고 할 것이다.

바보스러울 정도로 낙천적이고 생각이 없는 게 그녀의 장점이자 단점이니까. 아마 목숨을 건다는 것이 무엇을 뜻하는 지도 모르고 하려고 들것이다.

그렇다면 자신은 여기서 레이나를 더 훈련 시켜야 하는 것일까? 어쩌면 자신이 책임지고 여기서 성장을 멈추게 해야 하는 것이 아닐까? 게다가 자신의 일이 아니니까 더 심각하다. 스스로의 선택에 대해 책임을 지는 것은 자신이 아니니까.

그러다가 죽기라도 하면?

생각하기도 싫은 가능성이다. 목숨을 걸고 해야 하는 도박. 결과는 탐스럽지만 걸어야 하는 판돈이 너무 크다. 승부사라면 당연히 가야하는 도박이다.

그리고 그는 그때 국왕의 목소리를 떠올렸다.

"세상에서 제일 강한 도박사는 남의 돈으로 도박을 하는 녀석일세. 돈을 잃을 일이 없으니까 한발자국 물러서서 보게 되니까."

분명히 판돈을 건 것은 자신이 아니라 레이나다. 그러나 지금 이 상황에서 그는 한발자국 물러서서 볼 수가 없다. 승부사의 자질, 그것이 나오질 않는다.

멀리서 얻는 것과 잃는 것을 재는 것을 도저히 할 수 없다는 말이다. 그런 그가 이 상황에서 제대로 된 도박을 할 수 있을까라는 의문이 들었다. 아마 절대 하지 못할 것이다.

배짱이 없는 도박사는 실격이다.

스스로도 그것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다. 그러니까 이 승부를 포기해야 하는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했다. 지면 그녀도 자신도 끝장인 승부니까.

이것도 더 이상 못할 짓인 거다. 그는 집중해서 마나를 모으고 있는 레이나를 바라보았다. 자신은 단 한 번도 저렇게 열심히 마법을 공부해본 적이 없다. 그런 그녀에게 가서 위험하니 그만하세요라고 말할 자신도 없다.

'그러니까 안 가르친다고 했었는데.'

아주 속이 부글부글 끓는다. 지금이라도 그냥 힐데브란트에게 떠넘기고 도망치고 싶은 생각이 굴뚝같다. 여기에 끌려와서 정말 뭐든지 편하게 가는 법이 없다.

그는 자신의 머리를 세차게 흔들었다.

일단 머리를 식히는 게 필요할 것 같았다. 이 방에 계속 있다간 스트레스로 과로사하는 게 먼저일 것 같으니까. 그는 방문을 열고 밖으로 걸어 나갔다.


'그러니까 목숨을 걸어야 한다는 것.'

그는 복도를 걸으면서 얻을 수 있는 것과 잃을 수 있는 것에 대해 차분차분히 따져 보았다. 얻을 수 있는 것은 초 고위 마법사의 등장. 그것도 보통의 마법사정도는 찜쪄먹을 수 있는 초강력 공격형 마법사다.

힐데브란트의 최고위 마법도 삼켜버릴 수 있는 공격형 마법.

그건 상상만 해도 엄청난 것이다. 기존의 마법사들과는 차원이 다른 힘을 가지는 것이니까. 게다가 국왕의 꿈을 이루어 줄 수도 있는 가장 강력한 열쇠를 얻는 것이기도 하다.

그리고 또 하나. 아마 자신의 가치 상승. 저런 마법사를 키워낼 수 있는 그의 능력은 한층 더 높이 평가 받을 것이다. 물론 그저 운으로 얻은 결과로 칭찬세례를 받는 건 그에게 익숙한 일이기도 하고.

다만...... 이 잃는 것이 워낙 크기 때문에 망설여지는 것이다. 레이나의 목숨. 그것 하나만해도 다른 것 둘은 그냥 없는 것이 되어버린다. 성공할 확률이 얼마나 되는 지도 알 수없는 도박에 거는 게 너무 크니까.

"야, 이게 누구야? 미래의 수석 마도사 아니신가."

누군가 하고 봤더니 국왕이다. 꼭 이럴 때 나타나다니. 그는 한숨을 푹 쉬고 고개를 숙였다.

"그간 평안 하셨습니까."

"하하핫! 물론 평안해야지. 이렇게 좋은 마도사를 얻었는데 불편하면 말이 안 되지."

"......"

저 유쾌한 웃음을 볼 때마다 뭔가 불안해진다니까.

"근데 자네는 왜 어울리지 않게 그렇게 불안한 표정을 하고 있나? 레이나가 말을 잘 안 듣는 모양이지?"

"아뇨. 사실 너무 말을 잘 들어서 칭찬을 해주고 싶을 정돕니다."

"그래그래. 레이나가 삼촌을 닮아서 빨리 성장한다면 로히다를 위해서도 참 좋은 일이지. 그럼 좋은 일인데 왜 그렇게 불안해 보이나?"

"글쎄요."

사실대로 말할만한 용기가 나질 않았다. 뭐, 평소의 그라면 어김없이 뻔뻔함으로 넘길만한 상황이지만 오늘은 왠지 표정관리도 잘 안되는 것 같다.

그런 그를 보는 국왕은 묘한 미소를 지었다.

매번 쓸데없이도 발휘된다. 남의 생각을 읽는 능력. 그런 그가 생각도 제대로 정리하지 못하고 허둥대는 그의 마음정도도 읽지 못할 리가 없다.

무언가 어설프고, 무언가 불안하다.

딱 전에 얘기했던 그 짝이다. 이런 상황에서 그가 어떻게 대처하는 지 지켜보는 것도 흥미로운 일이다. 국왕은 로비안을 보며 입을 열었다.

"그래, 전에 얘기했던 그 순간이 온 모양이군. 남의 돈이 아니라 자신의 돈으로 도박을 해보니 기분이 어떤가? 아주 새로울 것 같은데."

"솔직히 모르겠습니다. 분명히 남의 돈으로 도박을 하고 있는 것 같은데 왠지 찝찝함이 남아서 말입니다."

"그럼 그건 남의 돈이 아닌 거지. 결국 자네 돈으로 도박을 하고 있다는 것일세. 그것도 아주 큰 것을 건 도박으로 보이는 군."

"......"

로비안은 뭐라고 대답을 해야 할 지 갈피를 잡지 못했다. 솔직히 지금의 상황으로 봐서는 왕의 대답이 옳을 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그는 지금까지 모든 것을 자신의 지위와 자산을 걸고 도박을 해왔다. 뭐, 솔직히 잃어도 본전이라고 생각했는지도 모르지. 그런데 목숨, 그것도 다른 사람의 목숨을 건다고 생각하고 난 그 순간. 그 순간에 겁을 집어 먹게 된 것이다.

로비안의 입장에서는 그게 결국 남의 돈이 아닌 자신의 돈이 된 셈이다. 그렇기 때문에 왕의 대답에 반박을 할 수 없었다.

"그래, 기분이 어떤가? 평범한 승부사가 된 기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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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 Ch 9. 금붕어는 미끼를 잘물어요. +31 13.02.04 15,277 251 8쪽
42 Ch 9. 금붕어는 미끼를 잘물어요. +23 13.01.31 15,516 256 7쪽
41 Ch 9. 금붕어는 미끼를 잘물어요. +25 13.01.28 15,030 249 7쪽
40 Ch9. 금붕어는 미끼를 잘 물어요. +19 13.01.24 15,907 226 8쪽
39 Ch 8. 오해에 관한 짧은 논문. +34 13.01.18 15,779 255 7쪽
» Ch 8. 오해에 관한 짧은 논문. +27 13.01.15 16,030 240 7쪽
37 Ch 8. 오해에 관한 짧은 논문. +47 13.01.12 16,444 271 7쪽
36 Ch 8. 오해에 관한 짧은 논문. +45 13.01.11 15,864 268 7쪽
35 Ch 8. 오해에 관한 짧은 논문. +33 13.01.09 15,881 227 7쪽
34 Ch 8. 오해에 관한 짧은 논문. +23 13.01.07 16,593 257 7쪽
33 Ch 7 위기의 남자 +31 13.01.04 17,104 262 8쪽
32 Ch 7 위기의 남자 +29 13.01.02 17,071 271 7쪽
31 Ch 7 위기의 남자 +24 12.12.29 17,218 249 13쪽
30 Ch 7 위기의 남자 +21 12.12.27 17,392 245 7쪽
29 Ch 6. 오해는 말빨을 타고. +29 12.12.26 18,091 264 7쪽
28 Ch 6. 오해는 말빨을 타고. +29 12.12.23 17,822 259 7쪽
27 Ch 6. 오해는 말빨을 타고. +24 12.12.21 18,458 247 7쪽
26 Ch5. 실수라니까. +25 12.12.20 18,253 239 7쪽
25 Ch5. 실수라니까. +31 12.12.18 18,812 234 8쪽
24 Ch5. 실수라니까. +22 12.12.17 20,586 231 7쪽
23 Ch5. 실수라니까. +23 12.12.16 20,648 250 7쪽
22 Ch5. 실수라니까. +16 12.12.15 19,787 247 8쪽
21 Ch5. 실수라니까. +21 12.12.14 18,979 248 9쪽
20 Ch5. 실수라니까. +17 12.12.13 19,812 236 8쪽
19 Ch4. 잘못 봤다니까 그러네. +21 12.12.12 18,844 244 9쪽
18 Ch4. 잘못 봤다니까 그러네. +19 12.12.11 19,436 260 8쪽
17 Ch4. 잘못 봤다니까 그러네. +22 12.12.10 18,911 242 8쪽
16 Ch4. 잘못 봤다니까 그러네. +25 12.12.08 18,968 246 8쪽
15 Ch4. 잘못 봤다니까 그러네. +19 12.12.07 20,461 249 8쪽
14 Ch4. 잘못 봤다니까 그러네. +17 12.12.06 22,145 358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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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3. 걔들은 인정을 못 받잖아! +25 12.12.04 20,246 284 8쪽
11 3. 걔들은 인정을 못 받잖아! +14 12.12.03 21,132 252 9쪽
10 3. 걔들은 인정을 못 받잖아! +13 12.12.01 21,048 257 8쪽
9 3. 걔들은 인정을 못 받잖아! +13 12.11.30 22,732 270 7쪽
8 2 수도로 +18 12.11.29 22,319 254 7쪽
7 2 수도로 +15 12.11.28 23,297 266 7쪽
6 2 수도로 +11 12.11.27 24,333 257 8쪽
5 2 수도로 +18 12.11.26 26,465 270 7쪽
4 CH1. 그 마법사의 사정. +19 12.11.26 30,553 302 11쪽
3 CH1. 그 마법사의 사정. +19 12.11.21 32,977 336 9쪽
2 CH1. 그 마법사의 사정. +16 12.11.21 40,173 355 7쪽
1 프롤로그. 빈수레 개론. +28 12.11.21 43,213 378 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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