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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그리드
작품등록일 :
2012.11.21 06:13
최근연재일 :
2022.11.02 12:03
연재수 :
183 회
조회수 :
1,807,459
추천수 :
35,122
글자수 :
576,582

작성
12.12.06 10:09
조회
22,144
추천
358
글자
7쪽

Ch4. 잘못 봤다니까 그러네.

DUMMY



1.

앞으로 몇 일 동안은 또 밤잠을 설치게 생겼다. 아무리 생각해도 마탑의 시험을 제대로 통과할 방법이 떠오르질 않았다.

그 긴 시간동안 마탑을 돌아다니며 조사한 것은 마탑 마법사들의 신상조사였다. 책을 보거나 자료조사라면 질색을 하는 그였지만 일단 살기위해서는 이런 짓이라도 해야했다. 그는 긴 종이에 빼곡히 적힌 이름과 신상명세를 지치지도 않고 읽고 또 읽었다.

문제는 마탑에 들어온 사람들이라고 해도 전부 거기서 거기라는 것이었다. 적당히 재능있고 적당히 뛰어난 사람은 많은데, 자신이 빌붙을 만큼 뛰어난 능력자는 별로 보이질 않았다. 한마디로 다 고만고만하다는 말.

전체적으로 4서클에서 6서클까지 고르게 분포가 되어있었지만 전반적으로는 다 그저 그랬다. 서클이 높으면 공격 성향이 아니거나, 마법 구사력이 떨어지는 등의 문제가 있었다. 그렇다고 서클을 낮은 사람을 고르자니, 자신의 치명적인 약점을 커버해 줄 수가 없었다.

‘마탑도 별거 없구만.’

그는 신경질 적으로 머리를 마구 헝클었다. 뭐 예상을 못했던 건 아니지만 묻어가기는 완전히 틀린 상황. 지금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그나마 상태가 양호한 녀석들하고 같이 가는 것 뿐.

문제는 전부다 상태가 양호하다는 것이 전부다라는 것. 아, 딱 한명은 양호하지 않은 사람이 있긴 하다. 마법을 연구한지 10년이 되도록 발전이 없이 겨우 4서클에 도달한 마도사.

마탑이 아니라면 그럭저럭 평범한 경지라고 할 수 있겠지만 여기는 다른 곳도 아니라 마탑이다. 붉은 잉크로 퇴출 위기라고 적힌 걸로 봐서는 이번시험을 제대로 보지 않으면 그 길로 못 보게 되는 걸거다.

‘이놈과는 절대로 같이 가선 안 되겠다.’

일단 옵션이 하나 사라졌다. 그는 검은 잉크로 그 이름을 벅벅 지워버렸다. 이제 남은 사람의 수는 106명. 아직도 한참 남았다. 그냥 한숨이 꺼지도록 나온다.

답이 제대로 안 보인다. 뭐 특별히 다른게 있어야지. 그는 신경질적으로 책을 덮고 침대에 몸을 던졌다. 베게를 머리위에 덮고 그냥 있는 대로 소리를 질렀다. 물론 이 정도로는 속이 풀릴 리가 없다.

똑똑.

누군지는 몰라도 참 눈치도 없다. 그는 한숨을 푹 내쉬고는 문을 열었다. 그리고 있는 한껏 얼굴을 찌푸렸다. 안되려면 끝까지 안 된다고 하던가. 이젠 아주 시체의 매질을 하러 찾아오셨군.

그 백일이 아마 오늘 부로 끝났나보다.

‘설마 그걸 해낼 줄이야.’

입이 떡하고 벌어졌다. 아마 누가 자신한테 비슷한 걸 시켰으면 설사 억만금을 준다고 해도 3일을 가지 못했을 것이다. 근데 저 악마 꼬맹이는 그걸 하고도 멀쩡하게 서 있다. 무려 백일 동안.

저 신나서 방긋거리는 얼굴이 이제는 힐데브란트의 근엄한 얼굴보다 백배는 무섭다. 그는 한숨을 내쉬고는 말했다.

“벌써 백일이 지난 겁니까?”

“벌서라니요! 그걸 견디기 위해서 얼마나 고생했는지 알아요? 난 시간이 안가서 죽는 줄 알았는데.”

“포기하면 편했을 텐데요.”

“내가 원래 좀 질긴 여자거든요.”

그는 들리지 않게 중얼거렸다. 그래요, 지겹게 달라붙을 때 알아봤어야 했습니다.

“헤헤. 그러니까 약속 안 지키면 재미없을 줄 알아요. 벌써 삼촌한테도 자랑해놨으니까.”

“...... 아마 후회할 겁니다.”

이건 정말로 진심이었다. 마법이 랜덤으로 나가는 폭탄따위 그냥 한 사람만 있으면 족하다. 헬파이어가 콤보로 나가는 그런 장면은 상상만 해도 끔찍하다고!

순간 머릿속에서 떠오르는 그 그림을 절래 절래 흔들어 떨쳐냈다. 자신만 해도 감당이 안되는 데, 저 악마까지 자신이 가르친다고 생각하면 벌써부터 머리가 아프다. 게다가 제대로 가르칠 자신도 없고.

무엇보다 자신이 레이나를 가르친다고 하면 가뜩이나 더 올라간 힐데브란트의 관심이 헬파이어급으로 타오를 것이다. 저 조카바보가 어떤 짓을 할지 아주 상상도 가질 않는다. 게다가......

자신이 잘못 가르치기라도 해봐라. 저 꼬마 성질로 봐서는 자기 삼촌한테 달려가서 쫄래쫄래 일러바치는 것도 잘할 타입이다. 여기 스승님한테 배운 마법인데요 하고 펑. 오늘은 힐링을 배웠어요 하는데 난데없이 나가는 파이어볼.

‘아 생각만 해도 오금이 저리는 구나.’

눈물이 눈앞을 가린다. 그는 차마 더 이상 상상할 용기도 나질 않았다. 여기서 그는 자신의 제2 특기중 하나인 회피기술을 적극 활용하기로 마음먹었다.

“물론 약속은 지킬겁니다만...... 제가 당장 시험을 준비해야 해서요.”

“아 그 마탑시험이요? 스승님이라면 그냥 쉽게 통과할 수 있는 거 아니었어요?”

“벌써 스승님이 된 겁니까.”

“삼촌이 예의를 지키라고 했거든요. 헤헤.”

아 제발 웃지 않았으면 좋겠다. 저 웃음을 볼 때마다 그냥 도망치고 싶어진다.

“아무리 그래도 마탑의 마법사들을 대상으로 하는 시험입니다. 설사 쉽게 통과할 수 있다고 쳐도 최선을 다해 준비하는 게 예의지요.”

“역시 내 스승님은 다르군요! 파트너는 구했나요?”

“사실 그게 제일 큰 고민 중에 하납니다. 마탑의 마도사들이 어디 한두 명이어야 말이지요. 게다가 전부다 고만고만해서.”

“아 그거라면 확실히 도와줄 수 있어요. 나 마탑의 마법사들은 전부 알거든요.”

설마 니가?

소리를 마구 지르고 싶은 것을 억지로 참았다. 참자 참아야한다.

어쩌면 자신의 목숨이 달려있을지도 모르는 중요한 일이다. 그런 상황에 놓인 것만해도 짜증이 나서 미칠 지경인데 저 꼬마가 감놔라 배놔라 하는 지경까지 오니 열이 뻗친다.

저걸 그냥 두들겨 팰 수도 없고.

오늘도 더러운 성질에 미약한 행동력을 가진 남자는 화를 삭이고 있는 수밖에 없었다. 어쩌겠나, 다른 사람도 아닌 힐데브란트의 조카를 어찌 할 수도 없고. 그는 완전히 포기한 표정으로 고개만 끄덕였다.

그런 로비안의 표정을 본 레이나는 한층 더 기쁜 얼굴이었다. 마치 ‘내가 스승님의 도움이 될 수 있다니!’란 얼굴로 열정이 넘쳐 보인다.

자신이 봐왔던 리스트를 한참을 뚫어져라 응시하던 레이나의 얼굴이 심각해졌다. 조금씩 훑어보더니 얘는 안 돼, 얘는 뭐가 부족해라며 중얼거리는 것이 심상치 않다.

어쩌면 정말 잘 알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정말 저 악마가 쓸모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자 미약하지만 희망이 보이는 것 같았다. 그리고 얼마지나지 않아 레이나는 그 희망의 찬 로비안의 얼굴을 무참히 짓밟았다.

“얘가 제일 좋을 것 같아요.”

제발 내 눈이 잘못된 거라고 말해줘. 그는 소리를 버럭 지르고 싶은 걸 또 억지로 참았다. 자신이 리스트중에서 유일하게 빼놨던 이름이 아닌가.

저 악마에게 기대한 내가 병신이지. 그는 뚱한 얼굴로 레이나에게 물었다.

“그분은 마탑의 마도사중에서 제일 떨어지는 분으로 알고 있습니다만?”

“그러니까 선택한 거잖아요.”

레이나가 나 잘했지란 표정으로 목을 뻣뻣이 들었다.

“못난 얘랑 같이 해야지 스승님이 빛나지 않겠어요? 히히, 역시 난 천재라니깐.”

“......”

정말 얘 패주고 싶다.



작가의말

오늘편이 스메를 쓰면서 제일 즐거웠던 부분인거 같애요. 쓰면서도 신나서 피식거렸다는 ㅇㅂㅇ 이제 뱀파이어 블러드를 쓸 시간이군요. 완전히 다른 분위기라 적응 하려나 모르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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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 Ch 8. 오해에 관한 짧은 논문. +23 13.01.07 16,593 257 7쪽
33 Ch 7 위기의 남자 +31 13.01.04 17,104 262 8쪽
32 Ch 7 위기의 남자 +29 13.01.02 17,071 271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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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 Ch 6. 오해는 말빨을 타고. +24 12.12.21 18,458 247 7쪽
26 Ch5. 실수라니까. +25 12.12.20 18,253 239 7쪽
25 Ch5. 실수라니까. +31 12.12.18 18,812 234 8쪽
24 Ch5. 실수라니까. +22 12.12.17 20,586 231 7쪽
23 Ch5. 실수라니까. +23 12.12.16 20,648 250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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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Ch4. 잘못 봤다니까 그러네. +21 12.12.12 18,844 244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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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Ch4. 잘못 봤다니까 그러네. +22 12.12.10 18,911 242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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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h4. 잘못 봤다니까 그러네. +17 12.12.06 22,145 358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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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CH1. 그 마법사의 사정. +19 12.11.26 30,553 302 11쪽
3 CH1. 그 마법사의 사정. +19 12.11.21 32,977 336 9쪽
2 CH1. 그 마법사의 사정. +16 12.11.21 40,173 355 7쪽
1 프롤로그. 빈수레 개론. +28 12.11.21 43,213 378 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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