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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그리드
작품등록일 :
2012.11.21 06:13
최근연재일 :
2022.11.02 12:03
연재수 :
183 회
조회수 :
1,807,472
추천수 :
35,122
글자수 :
576,582

작성
12.12.07 12:15
조회
20,461
추천
249
글자
8쪽

Ch4. 잘못 봤다니까 그러네.

DUMMY

저러고도 칭찬해달라고 눈이나 반짝이는 꼴이라니. 정말 힐데브란트만 아니었으면 벌써 대형 참사가 났어도 몇 번은 났을 거다. 그는 한숨을 푹 내쉬고는 말했다.

“그런 의미로 참가하자는 게 아니잖습니까.”

“음 그래요? 그래도 아주 바보는 아닌 것 같았어요. 삼촌이 칭찬을 하더라니까요.”

“힐데브란트님이 말입니까?”

의도하지 않았던 정보에 로비안의 귀가 번쩍 티였다. 저런 엉망인 마도사를 그 깐깐한 힐데브란트가 칭찬을 했다고?

“정리정돈을 참 잘한다고.”

“......”

그래, 기대했던 내가 멍청이였다. 레이나는 그래도 즐거운 표정이었다. 절망적인 얼굴로 머리를 마구 헝클이는 로비안을 보며 말했다.

“헤헤. 물론 농담이죠. 삼촌이 그랬거든요. 요즘 마탑마도사치고 책을 읽기 좋아하는 놈이 없는데 에니아만큼은 예외라고요. 전에 지나가는 길에 물어봤는데 모르는 게 없었어요. 마법 이해도로만 따지면 삼촌하고 비슷할걸요?”

“정말 입니까?”

“아마 그럴거에요. 그래도 마나쌓는 재능은 완전 꽝이라 삼촌도 마도사는 포기하고 연구실로 들어오라고 하는 것 같았거든요.”

“확실히 이제 4서클이니.”

로비안은 납득했다는 얼굴로 고개를 끄덕거렸다. 하긴, 아무리 그래도 마탑의 마법사다. 뛰어난 점이 없으면 진작에 쫓겨나도 쫓겨났을 터. 장점 하나만은 확실하게 갖추고 있는 녀석인 것 같다.

문제는 그래봤자 4서클이라는 것.

묻어가기 따위가 처음부터 가능한 레벨이 아니다. 오히려 마나가 아주 약해서 처음부터 적들이 얕잡아 볼 확률이 매우 높다. 고로 동료로 삼기는 뭔가 부족하다는 뜻.

거기까지 생각하자 다시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지금 상황이라고 해봤자 더 많은 정보를 얻은 것에 그친 것이다. 결국 파트너를 고르지도 못하고 시간만 써버렸다.

“스승님, 어차피 통과할 시험인데 편히 있어요. 어느 간 큰놈이 감히 진홍의 마법사한테 마법을 날리겠어요. 어휴...... 나라면 오금이 저려서 못하겠네.”

순간 로비안은 불덩이가 돼서 사라지는 자신의 모습을 환각했다. 정말 레이나의 말대로 오금이 저리긴 하다.

마법력으로 협박한다고?

어림없는 소리다. 다른 것도 아니고 자신들의 미래가 걸린 순위게임이다. 여기에 걸린 상금이 얼만데 쫄아가지고 자신에게 마법하나 안 날리겠는가? 게다가 다른 마법사들도 아니고 엘리트들 중에서도 엘리트인 마탑의 마법사들인데.

원래 엘리트라는 작자들이 자존심빼면 또 시체다. 자신이 무서운 놈이라고 잔뜩 각인 시켜놓긴 했지만 막상 시험에 들어가면 승부욕이 불타오를 것은 뻔한 일. 아마 뒷통수에 대고 마법을 쓰는 한이 있더라도 자신에게 덤비는 놈은 반드시 나온다.

게다가 이번 시험은 완전한 배틀 토너먼트 방식이다. 한 팀이 다른 팀을 떨어트려야 올라갈 수 있는 시험. 그러니까 기권을 하지 않는다면 싸움은 반드시 일어난다는 뜻. 예전처럼 허세나 운만으로 통과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란 거다.

‘어떻게 해야 하지?’

아무리 고민을 해봐도 답이 나오질 않았다. 상대방의 힘을 무력화 시킬 방법을 찾아야했다. 염력 외에는 제대로 쓸 수 있는 마법이 없으니 취할 수 있는 방법이 너무 적었다.

이번에도 고민하는 그를 배려할 마음따위는 없는 레이나는 신나서 자신의 방을 마구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한참을 뛰어다니다 멈춘 그녀의 눈이 화분 하나에 머물렀다. 힐데브란트가 선물로 준 화영초. 레이나의 순수한 눈빛을 본 로비아는 또 불길한 느낌이 들었다.

‘저 꼬맹이가 또 무슨 사고를 치려고.’

아니나 다를까 그 화영초를 보던 레이나가 주전자를 들어 화분에 있는대로 물을 부어대기 시작했다. 로비안이 기겁을 하며 말렸지만 때는 이미 늦었다.

자신이 3일은 족히 먹을 양의 물이 들어있었던 주전자는 화분을 완전히 덮어버렸고 덕분에 귀한 약초를 못 쓰게 되어버렸다. 이젠 뭐 놀라기도 지친다. 그는 얼굴을 잔뜩 찌푸리고는 주전자를 뺏어 들었다.

‘이 망할 주전자는 물이 더럽게 많이 들어가네.’

차마 레이나에게 화풀이는 못하고 그는 애꿎은 주전자에게만 화풀이를 하고 있었다. 성질이 뻗쳐올라 주전자를 박살 내 버리려다 가까스로 참았다.

순간 그 주전자와 자신의 꼴이 참 비슷하다는 생각을 했기 때문이었다. 저쪽에 든 거라고는 더럽게 많은 물밖에 없고, 이 몸뚱아리에 든 거라고는 마나밖에 없지 않은가. 정말 양이 쓸데없이 많아서 결국 일을 망친다는 점까지 똑같다. 참 쓸모없는......

‘가만. 쓸모가 아주 없는 건 아니잖아?’

로비안의 표정이 순간 심각해졌다. 생각해보면 이 시험은 굳이 자신이 잘할 필요가 없는 시합이다. 거기까지 생각하자 자신의 잔머리가 또 바쁘게 돌아가기 시작했다.

‘주전자. 그래 주전자가 되면 되는 거였어!’

순간 암울했던 자신의 미래에 한줄기 서광이 비추는 느낌이었다. 저 악마꼬맹이한테 고마워해야할 때가 오다니, 역시 사람 일이라는 건 모르는 것이다.

“진짜 고마워요.”

자신도 모르게 레이나를 바짝 끌어 안아버렸다. 정신을 차릴 새도 없이 로비안은 방안을 잽싸게 뛰쳐나갔다. 일단 빨리 동료를 확보해놔야 한다. 다른 놈이 잽싸게 채가기 전에.

그 텅빈 방안에서 레이나는 멍하니 서 있었다. 아까 바짝 붙어오던 로비안의 얼굴이 다시 한번 떠오르자 얼굴이 화끈 거리는 것이 느껴졌다.

그리고 사라져버린 로비안. 이걸 어떤 의미로 받아들여야 할까? 나쁜 머리가 열심히 돌아가보지만 역시 답이 나올 리가 없다.

“으아아!”

난데없이 안겼다가 차여버린 가여운 아가씨는 혼란스러운 표정으로 소리를 질렀다. 다시 돌아오기만 해봐라. 확실히 혼내 줄 테니까.


***


에니아는 절망스런 표정으로 자신의 성적표를 주시하고 있었다. 상상만해도 끔찍하다. 여기도 F, 저기도 F. 아주 쌍으로 파이어볼이 펑펑하고 터진다. 이정도 성적이라면 지금 당장 짐싸서 나가라고 해도 할 말이 없는 점수다.

아니나 다를까, 성적표 뒷면에는 자신이 제일 걱정하던 코멘트까지 적혀있다.

[전체 석차 109/109. 실기점수를 만회하지 못하면 다음 달에 제적처리 될 수 있습니다. 에니아군의 경우엔 학사경고가 이번이 두 번째 이므로 통과하지 못할 경우 마탑의 기록에서 영원히 지워지며......]

그는 성적표를 박박 찢은 뒤 자신의 입으로 가져갔다. 그리고는 소화가 될 때까지 씹고 또 씹었다. 도저히 부모님께 보낼 수 없는 성적표다. 아니, 그전에 자신이 보기에도 괴로운 성적이다.

문제는 실기 성적.

아무리 마법 지식이 우수하다고 해도 마탑에서 살아남는 것은 불가능하다. 종이 시험은 봤다하면 만점을 맡아놓은 그지만 실기로 들어가면 어김없이 꼴찌 예약이다. 다른 놈들은 벌써 졸업한 4서클을 붙들고 있으니 벌써 설명이 필요없다. 그나마 첫학년때는 필기의 비중이 높아서 살아남았는데, 이제는 그것마저 없어지니 가망이 없는 것이다.

솔직히 다음 토너먼트에서 파트너 구하기도 힘든 상황이다. 자신이 지진아라는 건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고, 고로 자신이 접근하면 다 피하기 바빴다. 하긴, 자신이 그 입장이라도 그랬을 것이다. 순위 하나 올리기 위해 피땀을 흘려야 하는 것이 마탑의 마법사니까.



작가의말

졸립군요. 과연 자기전까지 뱀블 1편을 완성 시킬 수 있을 것인지. 두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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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 Ch 9. 금붕어는 미끼를 잘물어요. +31 13.02.04 15,278 251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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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 Ch 9. 금붕어는 미끼를 잘물어요. +25 13.01.28 15,030 249 7쪽
40 Ch9. 금붕어는 미끼를 잘 물어요. +19 13.01.24 15,907 226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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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 Ch 8. 오해에 관한 짧은 논문. +27 13.01.15 16,030 240 7쪽
37 Ch 8. 오해에 관한 짧은 논문. +47 13.01.12 16,444 271 7쪽
36 Ch 8. 오해에 관한 짧은 논문. +45 13.01.11 15,864 268 7쪽
35 Ch 8. 오해에 관한 짧은 논문. +33 13.01.09 15,881 227 7쪽
34 Ch 8. 오해에 관한 짧은 논문. +23 13.01.07 16,593 257 7쪽
33 Ch 7 위기의 남자 +31 13.01.04 17,104 262 8쪽
32 Ch 7 위기의 남자 +29 13.01.02 17,071 271 7쪽
31 Ch 7 위기의 남자 +24 12.12.29 17,218 249 13쪽
30 Ch 7 위기의 남자 +21 12.12.27 17,392 245 7쪽
29 Ch 6. 오해는 말빨을 타고. +29 12.12.26 18,091 264 7쪽
28 Ch 6. 오해는 말빨을 타고. +29 12.12.23 17,822 259 7쪽
27 Ch 6. 오해는 말빨을 타고. +24 12.12.21 18,458 247 7쪽
26 Ch5. 실수라니까. +25 12.12.20 18,253 239 7쪽
25 Ch5. 실수라니까. +31 12.12.18 18,812 234 8쪽
24 Ch5. 실수라니까. +22 12.12.17 20,586 231 7쪽
23 Ch5. 실수라니까. +23 12.12.16 20,648 250 7쪽
22 Ch5. 실수라니까. +16 12.12.15 19,787 247 8쪽
21 Ch5. 실수라니까. +21 12.12.14 18,979 248 9쪽
20 Ch5. 실수라니까. +17 12.12.13 19,812 236 8쪽
19 Ch4. 잘못 봤다니까 그러네. +21 12.12.12 18,844 244 9쪽
18 Ch4. 잘못 봤다니까 그러네. +19 12.12.11 19,436 260 8쪽
17 Ch4. 잘못 봤다니까 그러네. +22 12.12.10 18,911 242 8쪽
16 Ch4. 잘못 봤다니까 그러네. +25 12.12.08 18,968 246 8쪽
» Ch4. 잘못 봤다니까 그러네. +19 12.12.07 20,462 249 8쪽
14 Ch4. 잘못 봤다니까 그러네. +17 12.12.06 22,145 358 7쪽
13 3. 걔들은 인정을 못 받잖아! +20 12.12.05 20,218 271 7쪽
12 3. 걔들은 인정을 못 받잖아! +25 12.12.04 20,246 284 8쪽
11 3. 걔들은 인정을 못 받잖아! +14 12.12.03 21,132 252 9쪽
10 3. 걔들은 인정을 못 받잖아! +13 12.12.01 21,048 257 8쪽
9 3. 걔들은 인정을 못 받잖아! +13 12.11.30 22,732 270 7쪽
8 2 수도로 +18 12.11.29 22,319 254 7쪽
7 2 수도로 +15 12.11.28 23,297 266 7쪽
6 2 수도로 +11 12.11.27 24,333 257 8쪽
5 2 수도로 +18 12.11.26 26,465 270 7쪽
4 CH1. 그 마법사의 사정. +19 12.11.26 30,553 302 11쪽
3 CH1. 그 마법사의 사정. +19 12.11.21 32,977 336 9쪽
2 CH1. 그 마법사의 사정. +16 12.11.21 40,173 355 7쪽
1 프롤로그. 빈수레 개론. +28 12.11.21 43,213 378 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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