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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그리드
작품등록일 :
2012.11.21 06:13
최근연재일 :
2022.11.02 12:03
연재수 :
183 회
조회수 :
1,807,469
추천수 :
35,122
글자수 :
576,582

작성
12.12.01 13:08
조회
21,047
추천
257
글자
8쪽

3. 걔들은 인정을 못 받잖아!

DUMMY

“음 내가 오해했구나.”

악마 꼬맹이도 납득했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거린다.

제길 그냥 지옥에나 떨어져라.

이건 절망적이다. 저 꼬맹이한테 들켜버리고 나버렸으니 잘못하면 힐데브란트한테 가서 또 조잘조잘 떠드는 건 일도 아닐 터.

“그럼요. 절대로! 절대로! 도망치려고 한게 아닙니다. 하하하.”

“근데 왜 어깨에 짐을 메고 있어?”

꼭 이럴 때만 관찰력이 좋다니까.

“아무래도 방을 옮겨야 할 것 같아서 말입니다. 방에서 벌레가 나오지 뭡니까.”

“응. 가끔씩 벌레가 나오긴 하더라.”

가끔씩 저 순진한 표정 뒤에 무슨 사악함이 감춰져 있는지 들쳐보고 싶을 정도다. 저 반말하는 것도 계속 습관적으로 나오고 말이야.

“그러는 레이나님은 왜 여기 나와 계십니까?”

“음 혹시 삼촌을 이길 마법을 알고 있는 사람이 있나해서.”

“애초에 그게 가능하면 여기 있겠습니까?”

“음. 정말 몰라요? 삼촌을 이길 수 있는 마법.”

정말 이 꼬맹이가 가면 갈수록 심각해진다.

“대체 왜 그렇게 힐데브란트님을 이길 마법을 찾고 다니시는지 모르겠습니다.”

“난 최고가 될 거거든요.”

저 집안은 뭐든 최고가 아니면 안되나 보다.

사실 힐데브란트가 최고라는 말을 입에 달면 그럴듯해 보이지만 저런 꼬맹이가 저런 말을 해봤자 비웃음만 살 뿐이다.

고작해야 일 서클?

최고의 삼촌을 둔 것 치고는 참 재능이 더럽게 없는 아가씨다. 그냥 재능이 길바닥에 굴러다니는 노숙자 수준인데 무슨 최고를 입에 담는단 말인가?

뭐 자신도 남말 할 처지가 아니긴 했지만 일단 자신은 껍데기라도 그럴듯하지 이 꼬마는 그것도 아니다.

“삼촌하고 같은 방법으로 해서는 절대 삼촌을 못 이기죠. 헤헤.”

“삼촌만 못이기는 게 아닐 거 같습니다만.”

“그러니까 나 좀 도와 달라는 거잖아요.”

손을 덥썩하고 잡는 게 불안했다.

게다가 이제는 완전히 존댓말.

갑자기 싸가지 있게 군다는 것 부터가 위험하다.

‘일단 당신하고 얽히는 일부터 나한테는 목숨을 거는 일이라고 이 사람아.’

로비안은 버럭 소리치고 싶은 걸 억지로 참았다.

“삼촌이 그랬거든요. 천재라고.”

“아무래도 크게 잘못 보신 걸 겁니다.”

“그러니까 내 사부가 되달라고요.”

“아니, 대륙최고의 마법사를 앞에 두시고 왜 절.”

“삼촌이 싫어하니까.”

갑자기 어울리지 않게 꽁한 표정이다.

하긴 이해가 아주 안가는 건 아니다. 힐데브란트의 모습을 보아하니 하나밖에 없는 조카를 아주 곱게 키운 것 같았으니까.

그 덕분에 저 나이 먹고도 매우 철딱서니 없긴 했지만 여튼 귀한 조카는 귀한 조카.

마법사는 기사처럼 모래밭에 뒹구는 일은 하지 않아도 되지만 가끔씩 몸이 뒤틀리는 고통을 견뎌야한다.

7서클인 나도 마나 구슬이 자칫 어긋나기라도 하면 가끔씩 중심부를 강타 당하는 고통을 겪곤 하니까.

게다가 마법으로 성공하기는 무지하게 어렵다. 이런말을 해서 미안하지만 기사들하고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다.

그런 험난한 길을 걷겠다는 데 좋아할 부모는 별로 없을 것이다. 실패하면? 자칫해서 폐인이라도 되면?

아마 그래서 일 것이다.

힐데브란트 눈에는 천사같아 보이는 이 악마 - 그래도 난리 법석만 안 떨면 정말 귀엽긴 하다- 에게 마법을 안 가르치는 것은.

하지만 아무리 조카가 예뻐 죽는 힐데브란트라도 이 애한테 엄청난 재능이 보였으면, 아니 어쩌면 그냥 뛰어나다 싶은 정도의 재능이었어도, 마법을 가르쳤을 것이다.

삶이란 그런 것이다.

누군가를 정말 사랑하게 되면 어느 정도 타협을 하게 되는 것이 인간이니까.

하지만 자신 같은 얼치기가 얼핏 봐도 이 아이는 정말 형편없는 재능이다. 혼자 책을 공부하는 것이라도 2서클까지 가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자신만 해도 대충 책만 보고 마나 쌓는 법만 파서 7서클까지 가지 않았는가?

물론 이게 엄청 흔하지 않은 경우긴 하지만 자신이 한 것도 못했다는 것, 이것만 해도 엄청난 감점사유다.

“그러니까 가르쳐 주는 거지...요?”

“다시 말했지만 힐데브란트님한테 부탁하시는 게 훨씬 빠를 겁니다.”

“삼촌이 안 가르쳐 준다니까요.”

“아니 그럼 꼭 제가 아니더라도 마탑의 다른 마법사도 많을 거 아닙니까?”

“걔들은 삼촌한테 인정을 못 받잖아!”

아 다시 반말이구나.

그러니까 그런 좋은 마법사들을 못 알아보고 나같은 놈한테 기대를 거는 그 눈이 썩었다니까 그러네.

로비안은 속으로 버럭 소리치고 싶은 걸 또 참고 참았다. 참아야 오래 산다.

벌써 저쪽은 확정지은 모양이다. 두 손을 덥썩잡고 사부라고 외치는 걸 보니. 이걸 콱 쥐어박을 수도 없고.

그때 로비안의 머릿속에 잔꾀가 빠르게 스쳐 지나갔다. 당분간만이라도 이 귀찮은 얘들 떼어 놓으면, 나중에 기회를 봐서 도망 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

어차피 얘가 사부노릇 해달라고 계속 붙어 다니면 도망은커녕 화장실 가는 것도 힘들 것이다.

“좋습니다. 대신 진짜 가망이 없으면 그만 둡니다.”

“헤헤.”

“우선 마나 회전부터 시켜보세요.”

로비안이 시키자 자리에 풀썩 앉아 마나를 회전시키기 시작했다. 역시 힘에 부치는 지 벌써부터 이마에 힘줄이 두어개가 섰다.

딱 1서클 궤도.

여기까지는 똑똑한 강아지도 한다.

문제는 저기서 살짝 궤도에 변화를 주는 것이다. 다만 이게 상당한 재능을 요하는 부분이라 안되는 놈은 죽어라 파도 안되는 게 문제다.

구슬이 살짝 틀어졌다 제 자리에 돌아왔다를 반복했다. 딱 거기까지가 한계인 듯 했다.

“왜 실패했다고 생각하세요?”

“......”

“레이나님은 재능이 없는 것도 문제지만 자신의 몸을 제대로 제어할 힘이 부족합니다. 평소에 걷는 것도 싫어하시죠?”

“딱히 그런거 같진......”

“말대답 하지 마세요. 궤도가 뚫리는 과정을 이겨낼 체력을 길러야 합니다. 앞으로 한 달 동안 저기 뒷산을 두 번 왕복하세요. 그리고 산 정상에서 하루 두 번 한시간씩 마나 쌓으시고요.”

“그걸 어떻게 해요!”

“거기다 삼십분씩 냉수마찰 하는 것까지 추가하죠.”

여기까지 가자 레이나는 정말 금방 울 것처럼 눈망울이 마구 흔들렸다.

좀 불쌍하긴 하지만 애초에 자기한테 한 짓도 있으니. 좀 통쾌하기도 한 게 사실이다.

물론 레이나한테 한 말이 아주 근거 없는 말은 아니다. 이 아가씨가 너무 곱게만 자라서 힘든 건 아예 대놓고 피하려는 습성이 있는지 너무 얌전히만 수련한 티가 났다.

궤도가 지나치게 깔끔하다는 것.

빈깡통이 이런 소리를 하는 건 우습지만 그럴듯하게 보이려고 남이 하는 걸 계속 관찰한 결과는 이렇다는 거다. 물론 책에서 좀 주워들은 것도 있긴 하고.

다만 저런 뼛속까지 귀족인 사람이, 더군다나 이제 열여섯인 소녀가 저런 짓을 하려고 들 리가 없으니까 아무도 그런 말을 안 한 것이다.

한마디로 이건 완곡하게 떨어져 이것아라고 말한 셈이다.

“그럼 한 달 동안 그걸 하면 사부가 돼 주는 거예요?”

“물론이죠. 단 하루라도 거르면 없던 걸로 하겠습니다.”

로비안은 속으로 웃었다.

‘이 아가씨야, 저걸 하루에 다하려면 하루 종일 수련만 해야 돼. 그걸 끝내면 할머니가 돼있을걸?’

불가능하다는 건 이미 알고 있다. 다만 얼마나 버티느냐가 문제지. 사실 하루만 저걸 해도 자신이 그동안 당한 것에 대한 복수는 다 한 셈이니 대만족이다.

근데 사실 저렇게 반쯤 울면서 씩씩대니 좀 불안하긴 하다. 괜히 관두고 삼촌한테 일러 바칠까봐.

“그럼 내일부터 시작하는 걸로 하죠. 오늘 아주 푹 자두셔야 할 겁니다. 힘들 거거든요.”

여자 울리는 놈이 최악이라고 들었는데 왠지 기분은 아주 좋다.

그 날 로비안은 그 힘든 고민도 잊어버리고 아주 푹 잘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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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3. 걔들은 인정을 못 받잖아! +14 12.12.03 21,132 252 9쪽
» 3. 걔들은 인정을 못 받잖아! +13 12.12.01 21,048 257 8쪽
9 3. 걔들은 인정을 못 받잖아! +13 12.11.30 22,732 270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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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2 수도로 +11 12.11.27 24,333 257 8쪽
5 2 수도로 +18 12.11.26 26,465 270 7쪽
4 CH1. 그 마법사의 사정. +19 12.11.26 30,553 302 11쪽
3 CH1. 그 마법사의 사정. +19 12.11.21 32,977 336 9쪽
2 CH1. 그 마법사의 사정. +16 12.11.21 40,173 355 7쪽
1 프롤로그. 빈수레 개론. +28 12.11.21 43,213 378 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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