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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그리드
작품등록일 :
2012.11.21 06:13
최근연재일 :
2022.11.02 12:03
연재수 :
183 회
조회수 :
1,807,458
추천수 :
35,122
글자수 :
576,582

작성
12.12.11 14:13
조회
19,435
추천
260
글자
8쪽

Ch4. 잘못 봤다니까 그러네.

DUMMY

힐데브란트의 시원한 대답에 로비안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거 너무 예상외로 너무 심하게 기대감을 심어 놓은 건지 모르겠다.

하지만 원래 사기꾼의 본질이란 거짓말을 더 큰 거짓말로 덮는 것. 일단 당분간은 자신의 말이라면 철썩같이 믿을테니 안심이 되긴 한다. 휴 하고 가슴을 쓸어내리는 그 순간 왼쪽 팔이 갑자기 무거워졌다. 아니나 다를까다. 정말 이 아가씨는 낄때 안낄때를 모른다니까.

“그럼 난 사부랑 좀 있다 올게요.”

“허허. 그 새 마르시온공자가 사부가 된 것이냐.”

“삼촌이 예의를 지키라고 했잖아요.”

자랑스럽게 허리를 꼿꼿이 드는 레이나의 얼굴을 보며 힐데브란트는 또 아빠미소를 지었다. 정말 저 눈에는 저 조카가 그렇게도 예뻐 보이나 보다. 그는 그냥 한숨만 푹쉬고 말았다.

“괜히 쓸데없이 마르시온공자 방해하지 말고 그냥 옆에서 가르침만 받거라.”

“헤헤.”

생각해보면 자신과 레이나는 참 닮은 점이 많은 것 같다고 생각했다. 자신은 그 겸손한 표정으로 힐데브란트를 속여 넘기고, 레이나는 저 천진난만한 표정으로 삼촌을 바보로 만드니까. 저렇게 삼촌 앞에서만 천진난만하지 밖에서는...... 말을 말자.

레이나는 이제 완전히 그의 왼쪽 어깨는 임대라도 놓은 듯 로비안의 어깨에 바짝 붙었다. 또 아니나 다를까 그의 정신이 혼미하게 만들길 작정한 듯 열심히 제잘 거린다.

‘거짓말 많이 하면 벌 받는다더니.’

아마 이게 수많은 사람들을 속이고 다닌 벌인가 보다라고 그는 생각했다. 벌써부터 정신이 혼미해지기 시작했다. 그가 정신을 차렸을 때, 벌써 힐데브란트는 멀찍이서 그에게 손을 흔들고 있었다.

“그러니까 난 사부님이 지는 걸 바래야하는 거겠네요.”

“......”

“헤헤. 내가 3서클이 될 수 있다니! 생각만 해도 멋지지 않아요? 잘만하면 나도 마탑에서......”

“설사 된다 하더라도 마탑은 힘들 겁니다.”

“너무해.”

옆에 바짝 붙어서 걷던 레이나가 입을 삐쭉하고 내민다. 하지만 그 라고해서 여기서 맞장구 쳐줄 생각은 없다. 아마 맞장구라도 쳐줬다간 저 아가씨가 신나서 떠드는 말을 한시간을 들어줘야 할 거다. 그리고 당연한 말이지만, 여기 들어와서 이미 인내심 따위는 바닥 난지 오래다.

“하지만 에니아가 열심히 발목을 잡아 줄 테니까 난 기대하고 있을래요.”

“대체 레이나님은..... 제가 힐데브란트님하고 대화하고 있을 때 졸기라도 한 겁니까?”

“음... 그래도 에니아가 멋지게 빵하고 터트리는 모습은 상상이 안 간단 말이에요.”

“그럼 시험때 두 눈 똑바로 뜨고 보시면 되겠네요. 두 눈 치켜뜨고 에니아님이 마법 구사하는 걸 지켜보세요. 그리고 그 수식을 그대로 따라서 종이에 써보기. 그걸 숙제로 하죠.”

“난 그런 걸 따라할 머리는 못되는 데요?”

로비안은 피식 웃으며 어깨를 으쓱해보였다.

“뭐 그러니까 숙제로 내준 거 아닙니까. 숙제가 쉬우면 어디 숙젭니까? 그냥 연습이지.”

“우......”

왠지 저 아가씨는 놀려 먹을 때마다 아주 통쾌한 맛이있다. 마탑에 와서 찾은 재미라면 아마 힐데브란트 속여먹기와 레이나 바보 만들기 일 것이다. 그 중에서도 후자의 통쾌함은 상상을 초월한다.

게다가 이 놀이에 가장 좋은 점은 저 아가씨의 입을 원천 봉쇄해버린다는 점이다. 저걸 봐라. 벌써 아무 말도 못하고 궁시렁 거리고 있기만 하지 않은가?

아 이 평화로운 고요여!

다시 행복해진 로비안은 경쾌해진 걸음으로 앞장서서 걸었다. 재잘거리는 아가씨까지 없어지니 마탑이 이렇게 아름다워 보일 수 가 없다. 아 심지어 조용해진 레이나까지 저렇게 예뻐 보일 수가 없다.

처음에 말도 안되게 힘들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의외로 일이 너무 잘 풀린다. 운이란 운은 모두 자신이 쓸어 담은 것 같은 일들의 연속. 이러다가 더 큰 대박이 터지지 않을까?

‘예를들어 에니아와 함께 최고기록 경신이라던지.’

생각만 해도 흐뭇하다. 트로피와 상금을 쥐고있는 자신의 모습이 오버랩 된다. 그리고 고향에서 자신을 구박하던 아버지의 모습도.

아마 아버지도 자식 놈이 이렇게 성공해서 살고 있다는 건 꿈에도 생각하지 못하시겠지. 하긴 엉망진창으로 부모님 얼굴에 먹칠만 하고 다니던 것이 그였으니.

“잠시만요.”

레이나가 걷고 있던 로비안의 팔을 잡아끌었다. 이상하다는 눈치로 얼굴을 찌푸리는 그에게 레이나가 눈짓으로 앞을 가리켰다. 아니나 다를까 엉망진창인 차림의 남자가 자신들 앞으로 걸어오고 있지 않은가?

‘왕궁에서 저런 차림이 가능하다니.’

참 이 마탑에 들어오고 나서는 마법외적으로 놀랄 일이 참 많기도 하다.

그 둘쪽으로 걸어오던 남자가 레이나를 알아보았는지 손을 흔들었다. 제자리에 서있던 레이나가 갑자기 쪼르르 달려 나가더니 남자에게 고개를 까딱 숙이고는 치마를 살짝 들어올렸다. 그 순간 로비안은 비명을 지를 뻔 했다.

말도 안돼!

저 철부지 꼬마애가 나서서 공손히 고개를 숙이고 예절을 지킬 줄 아는 인간이었다니. 가끔 힐데브란트에게까지 철부지 어린애 놀이를 하는 레이나가 저렇게 공손하게 인사를 하는 것이 그에겐 충격이었다. 그것도 저런 남루한 복장의 남자에게.

아니 자신이 잘못 보았나?

자신이 잘못 보았나 싶어 두 눈을 있는 힘껏 비비고 다시 살펴보았다. 다시 보니 남자의 옷도 이곳저곳 살피고 깔깔 웃어대는 걸 봐서 자신이 잘못 본 듯도 싶다. 그래 저 꼬맹이에게 저런 개념이 있을 리가 없지. 그는 스스로 납득한 듯이 고개를 끄덕거렸다.

“사부 이리 빨리 좀 와봐요.”

손을 이리저리 흔드는 레이나의 얼굴은 참 즐거워 보였다. 평소에는 저런 모습을 볼 수 있는 것은 아마 힐데브란트와 자신 정도일 텐데, 오늘은 밖이라도 거리낌 없이 그런 모습을 보여준다.

로비안은 정신을 차릴 새도 없이 빠르게 남자의 곁으로 달려갔다. 멀리서 볼 때는 몰랐는데 자신보다 머리 하나는 더 커 보이는 거구다. 두툼한 손이 자신의 앞으로 내밀어졌다.

“이렇게 어린 친구를 마탑에서 보는 건 오랜만이군.”

“로비안 데 마르시온이라고 합니다.”

“참 재능이 많은 친구인 것 같군.”

반말을 쓰는 데도 전혀 위화감이 없어서 놀랐다. 힐데브란트도 자신에게 함부로 말을 놓지 않는 데 이 남루한 차림의 남자는 그런 것도 없다. 게다가 듣고 있는 그도 그걸 너무 당연하게 받아드렸다. 오히려 이쪽에서 공손하게 머리를 숙였다.

“여기 이분은......”

“왕실 경호대 부단장이네.”

신이나서 소개를 하려던 레이나의 말을 자르고 남자가 말했다. 그리고는 레이나에게 눈을 찡긋 해 보인다. 로비안은 헤헤하고 웃는 레이나의 얼굴이 참 행복해 보인다고 생각했다.

‘과연 저 정도 직위가 되면 옷차림이 남루해도 풍기는 위압감이 다르구나.’

힐데브란트와는 또 다른 느낌의 위엄이 느껴진다. 저렇게 허술하게 입고 다니는 것이 본인의 위엄을 숨기기 위해서 저런다는 느낌이 들 정도니까.

“그럼 어떻게 불러드려야 하겠습니까?”

“그냥 편하게 페르마 경이라고 하게.”

“페르마 경 입니까?”

로비안의 말에 만족한 듯이 페르마 경은 로비안의 등을 두드리며 호쾌하게 웃었다. 정말 유쾌한 남자다.



작가의말

힘이 부족합니다. 여러분 모두 코멘과 응원을 통해서 저에게 힘을... (저에겐 원기옥입니다. ㅇㅂㅇㅋㅋㅋ)

그건 그렇고 참 스메의 주인공과 이계영주의 주인공은 이름은 같아도 대비가 참 극명하게 되는군요. 한쪽은 진짜 천재 한쪽은 사기의 천재 ㅇㅂㅇ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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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 Ch9. 금붕어는 미끼를 잘 물어요. +19 13.01.24 15,907 226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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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 Ch 8. 오해에 관한 짧은 논문. +27 13.01.15 16,029 240 7쪽
37 Ch 8. 오해에 관한 짧은 논문. +47 13.01.12 16,444 271 7쪽
36 Ch 8. 오해에 관한 짧은 논문. +45 13.01.11 15,864 268 7쪽
35 Ch 8. 오해에 관한 짧은 논문. +33 13.01.09 15,881 227 7쪽
34 Ch 8. 오해에 관한 짧은 논문. +23 13.01.07 16,593 257 7쪽
33 Ch 7 위기의 남자 +31 13.01.04 17,104 262 8쪽
32 Ch 7 위기의 남자 +29 13.01.02 17,071 271 7쪽
31 Ch 7 위기의 남자 +24 12.12.29 17,218 249 13쪽
30 Ch 7 위기의 남자 +21 12.12.27 17,392 245 7쪽
29 Ch 6. 오해는 말빨을 타고. +29 12.12.26 18,091 264 7쪽
28 Ch 6. 오해는 말빨을 타고. +29 12.12.23 17,822 259 7쪽
27 Ch 6. 오해는 말빨을 타고. +24 12.12.21 18,458 247 7쪽
26 Ch5. 실수라니까. +25 12.12.20 18,253 239 7쪽
25 Ch5. 실수라니까. +31 12.12.18 18,812 234 8쪽
24 Ch5. 실수라니까. +22 12.12.17 20,586 231 7쪽
23 Ch5. 실수라니까. +23 12.12.16 20,648 250 7쪽
22 Ch5. 실수라니까. +16 12.12.15 19,787 247 8쪽
21 Ch5. 실수라니까. +21 12.12.14 18,979 248 9쪽
20 Ch5. 실수라니까. +17 12.12.13 19,812 236 8쪽
19 Ch4. 잘못 봤다니까 그러네. +21 12.12.12 18,844 244 9쪽
» Ch4. 잘못 봤다니까 그러네. +19 12.12.11 19,436 260 8쪽
17 Ch4. 잘못 봤다니까 그러네. +22 12.12.10 18,911 242 8쪽
16 Ch4. 잘못 봤다니까 그러네. +25 12.12.08 18,968 246 8쪽
15 Ch4. 잘못 봤다니까 그러네. +19 12.12.07 20,461 249 8쪽
14 Ch4. 잘못 봤다니까 그러네. +17 12.12.06 22,144 358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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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3. 걔들은 인정을 못 받잖아! +13 12.12.01 21,047 257 8쪽
9 3. 걔들은 인정을 못 받잖아! +13 12.11.30 22,732 270 7쪽
8 2 수도로 +18 12.11.29 22,319 254 7쪽
7 2 수도로 +15 12.11.28 23,297 266 7쪽
6 2 수도로 +11 12.11.27 24,333 257 8쪽
5 2 수도로 +18 12.11.26 26,465 270 7쪽
4 CH1. 그 마법사의 사정. +19 12.11.26 30,553 302 11쪽
3 CH1. 그 마법사의 사정. +19 12.11.21 32,977 336 9쪽
2 CH1. 그 마법사의 사정. +16 12.11.21 40,173 355 7쪽
1 프롤로그. 빈수레 개론. +28 12.11.21 43,213 378 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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