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

스페셜메이지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티그리드
작품등록일 :
2012.11.21 06:13
최근연재일 :
2022.11.02 12:03
연재수 :
183 회
조회수 :
1,807,447
추천수 :
35,122
글자수 :
576,582

작성
13.12.15 13:01
조회
6,485
추천
228
글자
7쪽

Ch 22. 시련은 천재를 만든다.-

DUMMY

'하지만 이 싸움을 이기게 되겠지.'


에니아는 씩 웃었다. 반쯤 주문이 완성되었을 때, 자신을 향해 달려오는 제린의 모습이 보였다. 그리고 그 순간 에니아의 팔찌가 다시 한 번 빛을 뿜었다


자신이 쓸 수 있는 가장 강력한 6서클의 마법. 강렬한 빛을 뿜으며 빛의 창이 제린을 향해 날아갔다. 그리고 그 순간, 에니아의 마나도 한계점에 다다랐다.


‘제발 이걸로 끝나라.’


에니아는 지팡이로 휘청거리는 몸을 억지로 잡아 세웠다. 그리고 제린을 주시했다. 피할 수 없다. 그래야만 한다.


그러나.


제린의 검이 날카롭게 바람을 가르는 소리를 냈다. 순간 제린의 모습이 눈앞에서 사라졌다. 관객들의 함성이 쏟아졌다.


그리고 에니아는 순간 느낄 수 있었다. 자신 눈앞에 보이는 기묘한 현상을.


‘그림자가 두 개야?’


그의 눈이 위를 향했다.


상대는 자신의 머리 위에 있었던 것이다. 그는 자신의 마지막 마나를 모두 끌어올렸다. 그리고 마법을 쓰려던 마지막 순간, 국왕이 보냈던 편지를 생각했다. 제린의 치명적인 약점이 적힌 그 편지를. 순간 오른손에서 불꽃이 피어올랐다.


“파이어 불릿.”


피했다.


이미 제린의 회피는 예상하고 있었다. 최후의 도박. 그리고 이를 악문 에니아의 두 번째 수.


제린의 단검이 날카롭게 움직였다. 제린의 눈은 이미 확신하고 있었다. 바람에 흩날리던 에니아의 로브가 제린의 검에 찢겨 흩날렸다. 순간 제린의 입에서 탄성이 흘러나왔다.


짧았다.


자신이 검이 짧아진 것까지 미처 생각지 못한 것이다. 조금만 더. 이를 악문 제린의 어깨가 상대를 향해 움직였다. 조금만 더 한다면.


퍼어엉-


옆구리가 비어 버린 걸 미처 보지 못한 것이다. 두 번째 총알이 제린의 옆구리를 치며 폭발했다. 단검은 떨어졌고, 달려오던 제린의 몸은 크게 굴러 떨어졌다.


에니아의 최후의 무기.


동시에 다른 공격을 쓸 수 있다는 걸 알고 있었으면 서도. 흐릿해지는 의식 속에서 그는 에니아의 모습을 보고 있었다. 자신의 검격에 찢긴 로브가 흩날렸다.


‘조금만 더 했다면.’


그는 휘청거리는 에니아의 마지막 모습을 담아둔 채로 기절했다.


***


눈앞 배경이 흐릿했다.


제린은 자신의 손을 들어 눈앞으로 펼쳐보였다. 흔들리던 손의 형상이 이내 하나의 상으로 겹쳐 돌아왔다. 힘이 완전히 빠져버린 그는 손의 힘을 다시 풀었다.


조금만 더 했다면.


검을 제대로 배우고 나서 져본 것은 처음이었다. 설명하기 힘든 기분이었다. 거의 다 잡았다고 생각했던 일을 놓치는 기분은.


지금이라도 손을 뻗으면 상대를 잡을 수 있을 것만 같다. 마지막 순간 허무하게 로브만을 잘라버린 자신의 공격. 그때 검의 길이가 조금만 더 길었더라도, 아니 자신의 팔이 조금만 더 뻗기만 했더라도.


‘아무리 생각해도 변명이군.’


결국 자신의 실력이 부족했기 때문이 아닌가. 마지막 일격을 가할 수 있었던 것만 해도 운이 좋았던 것일 뿐이다. 그는 고개를 흔들어 잡념을 떨쳐냈다.


“일어났어요?”


제린은 난데없이 들이민 얼굴에 흠칫 놀랐다. 얼굴에 물감을 색색으로 묻힌 아가씨가 자신을 보고 웃고 있었다.


어디서 봤더라?


익숙한 얼굴이라 기억을 해내려고 했지만 딱히 떠오르질 않는다. 제린은 말없이 고개만 끄덕였다.


“되게 멋지게 싸우던데요? 페르마경 이후로 그렇게 검을 휘두르는 사람은 처음 봤어요.”

“결과는 어떻게 됐습니까?”

“에니아가 이겼죠. 엄청 고생하면서 오천골드를 들고 가던데, 혼자 다가질 생각인가 봐요.”


반쯤 뚱한 표정으로 입을 내미는 걸보니 정말 억울하긴 한가보다. 제린은 그런 레이나를 정말 신기하다는 표정으로 쳐다보았다.


‘싸움에 진 사람한테 이런 말을 할 수도 있구나.’


정말 신기한 사람이다. 보통은 싸움에 진사람한테 이런 말을 하지는 않는 게 상식이다. 잘 싸웠다느니, 상대가 나빴다던가, 그도 아니면 자신이 본 가장 수준 높은 싸움이었다던가.


그렇게 상대를 위로해주는 말을 하는게 보통인데.


이 사람은 그런 게 없다. 그냥 자신이 느낀 대로 말을 내 뱉고, 꾸미거나 적당한 말로 둘러대는 법이 없다. 그게 정말 신기했다.


‘형이었다면 어떤 식으로 말을 했을까?’


형은 자신이 아는 사람 중에 두 번째로 말을 잘하는 사람이었다. 분명 자신이 위로받을 말을 무언가 해주었겠지.


하지만.


왠지 그러면 더 큰 자괴감이 들 것 같았다. 아무리 유려한 말로 포장해도, 자신이 졌다는 사실을 더 크게 통감하게 될 테니까.


그런 면에선 차라리 이렇게 생각 없는 사람이 옆에 있는게 더 나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줍지 않게 동정하거나 위로받는 것 보다는 그냥 잊어버리게 만드는 게 훨씬 나은 선택이니까.


“그 이후로 뭔가 다른 말은 없었습니까?”

“전하가 한마디 하셨어요. 이걸로 배울 수 있으면 그것으로 됐다고. 아, 이해 못하면 못하는 대로 괜찮다고도 하셨어요.”

“......형은 뭐라고 하던가요.”

“사부는 시시할꺼라면서 안 왔는데요.”


제린은 픽하고 웃었다. 그건 그것대로 또 형답다 싶었다. 꼭 저런 식으로 형 노릇을 하는 걸 보면. 그러고 보면 항상 형은 그런 식이었다.


적어도 가족 앞에서는 가식이나 허식이 없었으니까. 귀찮은 듯이 말을 내 뱉곤 했지만 가짜로 말하는 법도 없었고.


“다행이네요.”

“그래도 시시하진 않았어요. 나중에 사부를 보면 자랑하려고 그림까지 그려뒀거든요! 마지막 순간 파바박 하고 달릴 때. 아, 사부도 그걸 봤어야 했는데.”


안타깝다는 표정으로 부르르 떠는 걸 보니 아쉽긴 한가보다. 정말 생각하는 걸 읽기 쉬운 아가씨다. 물론 얼굴에 잔뜩 뭍은 물감만 봐도 그림은 전혀 기대는 안됐지만.


그런 제린의 생각을 아는지 모르는지, 레이나는 낑낑대며 캔버스를 가져왔다. 그리고 제린은 한동안 입을 다물지 못했다. 머릿속 그 마지막 순간이 다시 눈앞에 보이는 것 같았으니까. 이런 엄청난 그림을 그리는 사람이 마법사라고?


‘이 사람은 대체 뭐야?’


그는 멍한 얼굴로 레이나와 그림을 번갈아 살펴보았다. 보면 볼수록 소름 돋는 생생함이다. 자신이 마지막 공격을 하던 그 순간.


제 삼자의 눈으로 보던 마지막 순간이.


“아!”


순간 제린이 탄성을 내질렀다. 그리고 국왕이 했던 말과 그림이 겹쳐 나타났다. 이걸 말하고 싶은 거였다. 자신이 더 강해질 수 없었던 이유. 그리고 마지막 두 말의 의미까지.


작가의말

향후 작품의 미래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중입니다. 확실히...... 무료연재라는게 아무래도 한계가 있다보니 끌고갈 힘이 이대로라면 부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고.


ㅇㅂㅇ 그런생각을 하던중에 갑자기 조횟수가 폭락해서 여러모로 당황중입니다. 

ㅇㅂㅇ!?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인가.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27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스페셜메이지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183 외전. 광대 국왕과 마도사의 오기(2) +2 22.11.02 64 6 7쪽
182 외전. 광대 국왕과 마도사의 오기 +4 22.10.30 92 6 8쪽
181 외전. 배나온 중년의 회상(1) +5 19.09.19 220 12 7쪽
180 외전. 말괄량이화가와 수행기사(2) +2 19.09.16 181 14 7쪽
179 외전. 말괄량이화가와 수행기사(1) +16 19.09.08 280 21 9쪽
178 후기 +21 17.03.24 1,503 30 5쪽
177 에필로그. 특별함에 관하여 (完) +7 17.03.24 1,405 36 6쪽
176 최종장. 황도에 떨어지는 별 (챕터끝) +8 17.03.23 1,248 36 6쪽
175 최종장. 황도에 떨어지는 별 (3) +5 17.03.22 1,140 33 7쪽
174 최종장. 황도에 떨어지는 별 (2) +7 17.03.21 1,021 31 7쪽
173 최종장. 황도에 떨어지는 별 (1) +9 17.03.19 1,085 34 7쪽
172 ch 31. 던져진 주사위 +8 17.03.13 1,051 32 7쪽
171 ch 31. 던져진 주사위 +6 17.03.05 1,106 30 6쪽
170 ch 31. 던져진 주사위 +7 17.02.19 1,181 29 7쪽
169 ch 31. 던져진 주사위 +7 17.02.12 1,256 33 7쪽
168 ch 31. 던져진 주사위 +9 17.02.06 1,153 31 6쪽
167 ch 30. 방패를 두드리는 검. +9 17.01.29 1,325 35 7쪽
166 ch 30. 방패를 두드리는 검. +2 17.01.22 1,258 31 7쪽
165 ch 30. 방패를 두드리는 검. +6 17.01.15 1,262 33 7쪽
164 ch 30. 방패를 두드리는 검. +6 16.12.15 1,296 37 6쪽
163 ch 30. 방패를 두드리는 검. +4 16.12.09 1,327 37 7쪽
162 ch 30. 방패를 두드리는 검. +9 16.11.28 1,483 42 6쪽
161 ch 30. 방패를 두드리는 검. +9 16.11.20 1,603 41 7쪽
160 Ch29. 21번째 주사위를 던지다. +12 16.11.17 1,503 41 6쪽
159 Ch29. 21번째 주사위를 던지다. +7 16.11.14 1,544 35 7쪽
158 Ch29. 21번째 주사위를 던지다. +4 16.11.12 1,811 41 6쪽
157 Ch29. 21번째 주사위를 던지다. +7 16.11.07 1,553 44 8쪽
156 Ch29. 21번째 주사위를 던지다. +6 16.10.31 1,614 38 7쪽
155 Ch28. 가진 것, 그리고 가지고 싶은 것. +9 16.10.28 1,636 35 7쪽
154 Ch28. 가진 것, 그리고 가지고 싶은 것. +8 16.10.25 1,530 39 7쪽
153 Ch28. 가진 것, 그리고 가지고 싶은 것. +7 16.10.19 1,633 38 7쪽
152 Ch28. 가진 것, 그리고 가지고 싶은 것. +5 16.10.17 1,530 42 7쪽
151 Ch28. 가진 것, 그리고 가지고 싶은 것. +11 16.10.12 1,720 41 7쪽
150 Ch28. 가진 것, 그리고 가지고 싶은 것. +7 16.10.10 1,606 40 6쪽
149 ch27. 체스말과 대국자 +8 16.10.07 1,709 38 7쪽
148 ch27. 체스말과 대국자 +4 16.09.30 1,698 37 6쪽
147 ch27. 체스말과 대국자 +5 16.09.26 1,614 36 6쪽
146 ch27. 체스말과 대국자 +5 16.09.20 1,761 38 6쪽
145 ch27. 체스말과 대국자 +6 16.09.15 2,278 38 6쪽
144 ch27. 체스말과 대국자 +7 16.09.12 1,752 38 7쪽
143 ch27. 체스말과 대국자 +5 16.09.08 1,915 36 7쪽
142 ch27. 체스말과 대국자 +6 16.09.06 1,926 46 7쪽
141 ch 26. 폰, 체스 판 끝자락을 향해 +8 16.09.03 1,958 44 8쪽
140 ch 26. 폰, 체스 판 끝자락을 향해 +5 16.08.29 1,892 53 5쪽
139 ch 26. 폰, 체스 판 끝자락을 향해 +15 16.08.25 1,925 56 7쪽
138 ch 26. 폰, 체스 판 끝자락을 향해 +10 16.08.20 2,089 53 8쪽
137 ch 26. 폰, 체스 판 끝자락을 향해 +16 16.08.15 2,476 49 7쪽
136 ch 25. 경치와 품격. (챕터 끝) +26 15.10.19 2,552 76 7쪽
135 ch 25. 경치와 품격. +11 15.10.10 2,391 70 7쪽
134 ch 25. 경치와 품격. +16 15.10.05 2,522 75 7쪽
133 ch 25. 경치와 품격. +33 15.09.27 2,870 92 8쪽
132 ch 25. 경치와 품격. +16 14.10.05 4,049 124 6쪽
131 ch 25. 경치와 품격. +39 14.09.29 3,731 130 7쪽
130 ch 25. 경치와 품격. +20 14.08.09 4,023 149 7쪽
129 ch 24. 절대로 양보해서는 안되는 것 (챕터 끝) +23 14.07.31 4,422 147 8쪽
128 ch 24. 절대로 양보해서는 안되는 것. +24 14.04.27 5,447 192 7쪽
127 ch 24. 절대로 양보해서는 안되는 것. +24 14.04.20 5,889 197 6쪽
126 ch 24. 절대로 양보해서는 안되는 것. +53 14.04.09 5,381 230 7쪽
125 연재가 많이 늦어졌습니다. +25 14.03.06 5,099 78 1쪽
124 ch 24. 절대로 양보해서는 안되는 것. +21 14.02.10 6,169 247 7쪽
123 ch 24. 절대로 양보해서는 안되는 것. +26 14.02.04 6,165 241 7쪽
122 Ch 23. 우리가 지나쳤던 가치들의 의미. +39 14.01.27 6,406 245 7쪽
121 Ch 23. 우리가 지나쳤던 가치들의 의미. +31 14.01.26 5,217 228 5쪽
120 Ch 23. 우리가 지나쳤던 가치들의 의미. +21 14.01.24 6,052 217 7쪽
119 Ch 23. 우리가 지나쳤던 가치들의 의미. +24 14.01.12 6,255 260 8쪽
118 Ch 23. 우리가 지나쳤던 가치들의 의미. +25 14.01.07 6,869 249 8쪽
117 Ch 23. 우리가 지나쳤던 가치들의 의미. +25 13.12.31 6,782 249 8쪽
116 Ch 23. 우리가 지나쳤던 가치들의 의미. +27 13.12.23 6,909 262 7쪽
115 Ch 22. 시련은 천재를 만든다.- +24 13.12.17 6,511 231 8쪽
» Ch 22. 시련은 천재를 만든다.- +27 13.12.15 6,486 228 7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