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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셜메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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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그리드
작품등록일 :
2012.11.21 06:13
최근연재일 :
2022.11.02 12:03
연재수 :
183 회
조회수 :
1,807,445
추천수 :
35,122
글자수 :
576,582

작성
16.10.17 12:01
조회
1,529
추천
42
글자
7쪽

Ch28. 가진 것, 그리고 가지고 싶은 것.

DUMMY

2.

‘역시 피는 못 속여.’


카를은 자신을 향해 걸어오는 남자를 보며 속으로 웃음을 터트렸다.

세월의 흔적이 느껴지는 얼굴엔 특유에 여유로움이 흘러넘치다 못해 뚝뚝 떨어질 정도다. 아마 왕궁에서 제일 눈치 없는 페르마라 해도 누군지 한 번에 알아맞힐 수 있을 정도의 분위기다.


마르시온 백작.


불행인지 다행인지 이 남자는 단 한 번도 본 무대에 모습을 드러낸 적이 없었다. 항상 무대 뒤에서 숨어서 움직였고, 자신을 숨겼다.


그런 이 남자가 자신의 부름에 응한 건, 상당히 의외라고 할만 했다. 그건 아마 더 이상 연기를 하기 지쳤거나, 그럴 필요가 없어졌기 때문이거나 둘 중 하나일 것이다.


“할 일 많은 사람을 오가라 해서 미안하군.”

“술 마시는 것도 일이라면 일이지요. 요즘은 그 일밖에 없어서 문제입니다만.”

“안타깝게도 여기서도 그 일좀 같이 해줘야겠네.”


눈앞에 펼쳐진 휘황찬란한 술상에 백작은 나온 배를 두드리며 웃었다. 따끈따끈하게 데워진 술에서 모락모락 김이 솟아오른다.


“그동안 자네에게 도움을 많이 받았는데 성의 표시 한 번 하지 못했군. 미안하네.”

“뭐, 제가 한 일이 있겠습니까? 다 제 자식 놈들이 한 일이죠. 제가 한 일이라야 백작작위를 날로 먹은 것 하나 밖에 없는데.”

“굳이 그렇게까지 겸손할 필요가 있나? 내가 알기론 자네 인생에서 날로 먹은 건 백작작위 하나뿐인데.”


그 깐깐한 페르가논 후작을 설득한 것만 포함하는 게 아니었다. 별 생각 없이 조사를 해 본 이 남자의 이력은 정말로 특이했으니까.


고아에 별 볼일 없는 용병.


귀족이 고위귀족으로 올라가는 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하급 용병이 귀족으로, 그것도 별 견제를 받지 않고 살아남는 건 정말 어려운 일이다. 그것도 아무 지원도 받지 않고서 말이다.


카를은 뜨겁게 데워진 술잔을 한 번에 비웠다. 여유롭게 웃고 있는 표정에서 로비안의 얼굴이 대비된다.


분명 닮았지만 로비안과는 다르게 이 남자에게선 뚜렷한 목표가 보이질 않는다. 눈빛은 흐릿하고, 여유로운 표정 뒤의 얼굴은 떨어지는 나뭇잎처럼 고요하다. 그래서 무슨 생각을 하는지는 더더욱 알 수 없다. 카를은 반쯤 허리를 빼고 앉으며 허탈하게 웃었다.


“내가 왜 자네를 불렀을 것 같은가?”

“글쎄요. 뇌물치곤 이 술이 그리 비싸보이진 않고.”

“자네와 한 번 대화를 해보고 싶었네. 그리고 거래를 할 만한 사람인지도 알아보고 싶었고. 물론 가장 필요한 정보 하나는 얻지 못했네만.”

“그게 뭡니까?”


따듯한 술잔에 술이 다시 채워졌다.


“자네가 진짜로 원하는 것.”

“......”

“만약 내가 자네의 처지에서 귀족이 되었다면, 그 자리에서 그냥 머무르고 있지는 않을 걸세. 권력이라는 게 워낙 달콤한 놈이라서, 사람을 계속 살살 유혹하거든. 더 많이, 더 크고 대단한 놈을 달라고 말이야.”

“흥미롭군요.”

“그런데 자네는 달라보이는군. 욕심이 없는건가, 아니면 겁이 많은건가?”

“글쎄요.”


마르시온 백작은 배를 두드리며 여유롭게 웃는다. 잠이 올 것 같은 사람 좋은 얼굴로.


“굳이 선택해야 한다면 다른 선택지를 넣지요. 능력이 부족해서. 뭐, 그런 이유면 충분하겠죠.”

“로히다에서 제일 부자인 가문의 금고를 말 한마디로 털 사람의 능력이 부족하다면 세상에 능력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되겠나?”

“알고 계셨군요.”

“알다시피 내가 유능한 부하가 좀 많아서 말이야.”


마르시온 백작은 난감한 표정으로 어깨를 으쓱했다.


“귀족이라는 거. 생각보다 쓸모 있더군요. 생각할 수 없었던 걸 가질 수도 있고, 팔자에도 없는 대장 노릇도 할 수 있고. 그런데 그게 되고 싶다고 생각한 건 제 인생에 딱 한 번뿐이었습니다. 그게 언제인 줄 아십니까?”

“궁금해지는군.”

“사랑하는 사람이 생겼는데 이쪽은 하급 용병 나부랭이고, 저쪽은 높으신 분인걸 알았을 땝니다. 장인이 그런 말을 하시더군요. 귀족이라도 될까 말까인데 겨우 용병 나부랭이가 될 것 같으냐고.”

“보통이라면 포기하고도 남을 일이네만.”

“그래서 그 귀족이라는 걸 해봐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라도.”


생각하면 어처구니없는 일이다.


정말 많은 과정이 생략되어 있는 말이지만, 마르시온 백작은 그 불가능해 보이는 일을 해냈다. 검술도 대단할 것 없는 일개 하급 용병이, 비록 무너져가는 시골 영지와 남작의 작위를 얻은 것이다.


“전 작위가 단 한 번도 목적이었던 적이 없습니다. 아내와 사별하고 난 후엔 뭐, 이대로 편하게 독거노인으로 죽으면 그걸로 됐다라고 생각했는데.”


마르시온 백작은 아쉽다는 표정으로 입맛을 다셨다.


“큰 아들 놈이 술만 퍼마시고 놀고먹는 게 혈압이 올라 수도로 보내 버린 잘못에 이 고생을 하고 있지요. 생각해보면 그 놈도 아비 닮은 것 빼고는 잘못한 게 하나 없는 놈인데......”

“지나치게 많이 닮았지.”


마르시온 백작의 눈매가 부드러워졌다.

마치 좋은 꿈을 꾸는 듯한 표정으로.


“그 아들놈이 하루하루 바뀌는 것을 봤습니다. 족제비처럼 살살 피하려고만 하던 놈이 꼭 해야겠다는 눈빛으로 기를 쓰고 무언가 하는 것을 말이죠. 목숨이 왔다 갔다 하는 일에서도 녀석이 웃더군요. 마치 내가 처음 귀족이 돼야겠다고 생각했을 때처럼 말이죠.”

“조금은 알 것 같군.”

“전하가 제가 뭘 원하는지 궁금하다고 하셨으니 말씀드리지요. 전 별 것 없습니다. 로히다가 전쟁에 승리하고, 전하의 복수가 성공하고...... 그런 것 보다는 그냥 제 아들놈들이 행복했으면 좋겠습니다. 좋아하는 사람을 만나 결혼하고, 자신이 살아왔던 삶을 부정하고 후회하지 않도록 하는 것. 그게 제 목적이고 삶의 이윱니다. 또 죽은 아내의 부탁이기도 하고요.”

“......”


카를은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자식을 가져 본 적이 없는 그로서는 이해하기 힘든 이야기였다. 하지만 마르시온 백작이 거짓말을 하고 있지 않다는 것 쯤은 그도 알 수 있었다.


그 말을 할 때 그의 눈빛에선 생명이 돌아오고 있었으니까.


“이제 두 번째로 뭘 해야 하는지 알게 됐습니다. 쉬운 일이 아닌 것도 잘 알지요. 하지만 그래서 더 힘이 되고 도와주고 싶습니다. 별 것 아닌 힘이지만, 최선을 다해서 말이죠. 불가능한 일이라면, 가능하게 만들 겁니다.”


마르시온 백작은 미소를 지었다.


“제 목숨을 걸어서라도 말이죠.”


작가의말

생각보다 글쓰는게 오래걸렸습니다. 그래도 복귀하고 15편이나 꾸준히 달렸으니 연중은 안할것 같다는 확신이 듭니다. ㅇㅂㅇ.

사실 전 로비안보다 저 두사람을 더 좋아합니다. 안타깝게도 비중이 줄어들었지만, 그래도 좀 자주 나왔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오늘도 성원해 주시는 독자님들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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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1 외전. 배나온 중년의 회상(1) +5 19.09.19 220 12 7쪽
180 외전. 말괄량이화가와 수행기사(2) +2 19.09.16 181 14 7쪽
179 외전. 말괄량이화가와 수행기사(1) +16 19.09.08 280 21 9쪽
178 후기 +21 17.03.24 1,503 30 5쪽
177 에필로그. 특별함에 관하여 (完) +7 17.03.24 1,405 36 6쪽
176 최종장. 황도에 떨어지는 별 (챕터끝) +8 17.03.23 1,248 36 6쪽
175 최종장. 황도에 떨어지는 별 (3) +5 17.03.22 1,140 33 7쪽
174 최종장. 황도에 떨어지는 별 (2) +7 17.03.21 1,021 31 7쪽
173 최종장. 황도에 떨어지는 별 (1) +9 17.03.19 1,085 34 7쪽
172 ch 31. 던져진 주사위 +8 17.03.13 1,051 32 7쪽
171 ch 31. 던져진 주사위 +6 17.03.05 1,106 30 6쪽
170 ch 31. 던져진 주사위 +7 17.02.19 1,181 29 7쪽
169 ch 31. 던져진 주사위 +7 17.02.12 1,256 33 7쪽
168 ch 31. 던져진 주사위 +9 17.02.06 1,153 31 6쪽
167 ch 30. 방패를 두드리는 검. +9 17.01.29 1,325 35 7쪽
166 ch 30. 방패를 두드리는 검. +2 17.01.22 1,258 31 7쪽
165 ch 30. 방패를 두드리는 검. +6 17.01.15 1,262 33 7쪽
164 ch 30. 방패를 두드리는 검. +6 16.12.15 1,296 37 6쪽
163 ch 30. 방패를 두드리는 검. +4 16.12.09 1,327 37 7쪽
162 ch 30. 방패를 두드리는 검. +9 16.11.28 1,483 42 6쪽
161 ch 30. 방패를 두드리는 검. +9 16.11.20 1,603 41 7쪽
160 Ch29. 21번째 주사위를 던지다. +12 16.11.17 1,502 41 6쪽
159 Ch29. 21번째 주사위를 던지다. +7 16.11.14 1,544 35 7쪽
158 Ch29. 21번째 주사위를 던지다. +4 16.11.12 1,811 41 6쪽
157 Ch29. 21번째 주사위를 던지다. +7 16.11.07 1,553 44 8쪽
156 Ch29. 21번째 주사위를 던지다. +6 16.10.31 1,614 38 7쪽
155 Ch28. 가진 것, 그리고 가지고 싶은 것. +9 16.10.28 1,636 35 7쪽
154 Ch28. 가진 것, 그리고 가지고 싶은 것. +8 16.10.25 1,530 39 7쪽
153 Ch28. 가진 것, 그리고 가지고 싶은 것. +7 16.10.19 1,633 38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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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1 Ch28. 가진 것, 그리고 가지고 싶은 것. +11 16.10.12 1,720 41 7쪽
150 Ch28. 가진 것, 그리고 가지고 싶은 것. +7 16.10.10 1,606 40 6쪽
149 ch27. 체스말과 대국자 +8 16.10.07 1,709 38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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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7 ch27. 체스말과 대국자 +5 16.09.26 1,614 36 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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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4 ch27. 체스말과 대국자 +7 16.09.12 1,752 38 7쪽
143 ch27. 체스말과 대국자 +5 16.09.08 1,915 36 7쪽
142 ch27. 체스말과 대국자 +6 16.09.06 1,926 46 7쪽
141 ch 26. 폰, 체스 판 끝자락을 향해 +8 16.09.03 1,958 44 8쪽
140 ch 26. 폰, 체스 판 끝자락을 향해 +5 16.08.29 1,892 53 5쪽
139 ch 26. 폰, 체스 판 끝자락을 향해 +15 16.08.25 1,925 56 7쪽
138 ch 26. 폰, 체스 판 끝자락을 향해 +10 16.08.20 2,089 53 8쪽
137 ch 26. 폰, 체스 판 끝자락을 향해 +16 16.08.15 2,476 49 7쪽
136 ch 25. 경치와 품격. (챕터 끝) +26 15.10.19 2,552 76 7쪽
135 ch 25. 경치와 품격. +11 15.10.10 2,391 70 7쪽
134 ch 25. 경치와 품격. +16 15.10.05 2,522 75 7쪽
133 ch 25. 경치와 품격. +33 15.09.27 2,870 92 8쪽
132 ch 25. 경치와 품격. +16 14.10.05 4,049 124 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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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4 Ch 22. 시련은 천재를 만든다.- +27 13.12.15 6,485 228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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