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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그리드
작품등록일 :
2012.11.21 06:13
최근연재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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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수 :
183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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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7,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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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122
글자수 :
576,582

작성
16.09.30 13:50
조회
1,697
추천
37
글자
6쪽

ch27. 체스말과 대국자

DUMMY

‘할 수 있는 게 이것 밖에 없으니 그렇지.’


가면 뒤의 마법사는 사악하게 웃으며 생각했다. 확실히 위에서 지켜 볼 수 있으니 좋다. 상대가 어떤 생각을 하고 있으니 명확하게 보이니 말이다.


사실 이 계획을 세우고 로비안은 상당히 자신 만만했었다. 예상대로 흘러간다면 30분 안에 모든 일이 정리될 것이라 생각했으니까.

하지만 생각보다 일이 쉽지는 않았고 단검의 마법을 모두 쓸 처지까지 왔다. 제린이 자신의 생각보다 훨씬 강했기에 망정이었지 아니었으면 훨씬 더 고전했을 것이다.


저 녀석 의외로 똑똑한데.


로비안은 가면 뒤로 웃으며 생각했다. 처음엔 별 것 아닌 산적이라고 생각했는데 그 이후의 행동을 보면 판단 하나하나가 정확했다. 수백의 무리 중에서 눈에 띄는 건 확실히 대단한 능력이다. 물론 대장은 비범해야 하는 건 맞지만.

불리한 상황에서도 해결책을 찾는 것.


그건 정말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더군다나 사방에서 화살이 쏟아지고 폭발이 일어나는데 냉정함을 유지하다니. 다른 산적들은 아직도 제 정신을 못 차리고 혼비백산인데. 만약 이런 기습과 쇼가 없었으면 수세에 몰린건 오히려 이쪽이었을 것이다.


‘생각보다 큰 걸 건졌네.’


로비안은 흥미롭다는 표정으로 정면을 응시했다. 만약 자신의 생각이 맞는다면 체스 말 하나를 확보한 셈이다. 한 무더기의 폰이 아닌, 좀 더 크고 유용한 말을 말이다.



짜릿한 것과 뜨거운 것.


자신을 향해 덤벼드는 산적들을 보며 제린은 페르마경과 했던 수련을 떠올렸다. 다시는 생각하고 싶지 않은 고통의 순간들. 말 그대로 산채로 요리를 당하면서 했던 수련들이 아니던가.


그때의 그 수련을 떠올리며 제린은 그때의 고통에 감사하고 있었다. 예전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이 빨라진 반사 신경과 속도. 그에겐 사방에서 달려드는 산적들이 가벼운 공처럼 느껴졌다.


콰아앙-


로비안의 단검에 마지막 저지선까지 무너졌다. 상대 쪽에 보이는 건 이제 단 한명의 두목. 위험한 상태에서도 부하들을 독려하며 자신을 궁지에 몰았던 상대다. 제린은 예전의 그 훈련을 생각하며 집중했다. 오싹한 고통이 기억을 타고 온몸에 전해진다.


‘짜릿한 것과 뜨거운 것을 동시에.’


먼지에 흐려졌던 시야가 서서히 걷히기 시작했다. 흐릿하게 보이는 상대의 그림자를 향해 제린의 튀어나갔다.


타아앙.


검과 검집이 부딪히며 둔탁한 소리가 났다. 그리고 칼은 믿을 수 없는 광경을 목격했다. 자신보다 머리 하나는 작은 검사의 일격에 몸이 들린 자신을. 그는 검을 휘두르는 걸 포기하고 자신의 몸을 틀었다.


늦었다.


발차기가 상대의 머리를 지나 헛돌았다. 그리고 자신이 본 것은 번쩍이는 검집이었다. 완전히 비어버린 축발을 향해 들어온 일격. 그의 몸이 공중에서 돌다 꼴사납게 쳐박혔다.


눈앞이 아찔했다.


가면 뒤로 상대의 웃는 얼굴이 보이는 것 같았다. 자신보다 훨씬 작은 상대가 커 보였다. 넘을 수 없는 산처럼 묵직한.


‘끝났군.’


칼의 허무한 시선이 허공을 향했다. 타타르의 희망을 이렇게 꺼져버렸다. 그것도 대규모의 군대도 아닌 오직 두 사람의 습격에 의해서.


***


끼이익-


오래된 철창문이 열리며 듣기 실은 마찰음이 났다. 수백의 죄수들의 시선이 모두 한 곳에 머물렀다. 타타르의 마지막 희망까지 묻어버린 공포의 이름.


실버 비스트.


사기꾼은 무덤처럼 고요해진 그 감옥 사이를 묵묵히 걸었다. 다른 죄수들과 격리된 마지막 죄수. 그가 이 곳을 들린 이유는 오직 한 사람과 면담을 하기 위해서였다.


기괴한 분위기가 방 안을 감돌았다.


한 쪽은 긴장과 절망감으로. 또 한쪽은 어떻게 상대를 구슬릴까 하는 고민으로.


그리고.


칼은 자신의 눈 앞에서 그렇게 치워버리고 싶었던 가면이 사라지는 것을 보았다. 깨끗한 피부에 앳딘 얼굴. 자신이 전혀 상상하지 못했던 모습이다.


스물, 어쩌면 그보다 아래.


눈 앞에 두고도 믿을 수 없는 광경이었다. 타타르를 정복하고 수천의 기병대를 박살낸 그 장본인이 고작 스무 살도 되지 않는 어린애라니. 믿고 싶지 않았다.


‘설마 아니겠지.’


가면이야 얼마든지 구해서 쓸 수 있는 것이다. 그는 분명 상대가 자신을 기만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렇지 않고서야 이렇게 말도 안되는 일이.


‘허억.’


칼이 입이 다시 한 번 쩌억하고 벌어졌다. 로비안이 자신의 위로 수십개의 돌을 들어오리고는 빙빙 공중 제비를 돌리고 있었다. 그리고 그게 얼마나 엄청난 일인지는 마법에 마짜도 모르는 자신도 안다.


믿을 수 없는 일이 자신의 눈앞에서 벌어지고 있었다.


진짜 실버 비스트다.


타타르의 모든 것을 박살낸 악당. 그 악당은 고작 스무살 언저리의 애송이. 그렇게 생각하니 암울함이 전해져 온다. 고작 스무살의 애송이도 막지 못한 타타르의 대한 애잔함과, 자신은 무엇을 하고 있었나에 대한 분노.


상대방에 그런 당혹감을 즐기면서 로비안은 속으로 사악하게 웃었다. 세상에 제일 사기치기 쉬운 부류가 두가지 있는 데 하나는 절박한 사람이고 또 하나는 정신을 못차리고 있는 사람이다. 아마 이 사람은 둘 다에 해당하지 않을까?


‘기왕 하는 거 둘다 만족스러운 결과를 도출해 봅시다.’


가면을 벗어 버린게 이래서 안타깝다. 표정 관리를 위해 사악한 웃음을 아무 때나 지을 수 없으니. 이젠 완전히 자기 페이스를 찾은 사기꾼은 칼을 보며 웃었다. 사냥감을 보며 웃는 사냥꾼의 웃음이 아닌 이해심 많은 현자의 모습으로.


“오늘의 싸움은 인상 깊었습니다.”

“......”

“다르넨님이 그런 말을 하더군요. 타타르의 혼은 아직 완전히 꺼진 게 아니라고. 오늘 싸움을 보고 전 그 말이 틀리지 않다는 걸 느꼈습니다.”

“조롱을 하려면 그만둬라.”


칼의 대답에 잠시 방 안이 고요해졌다. 아직 상대가 완전히 무장 해제가 되질 않았다. 로비안은 조금 세게 나가야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 사기꾼은 웃으며 말했다.


“그 조롱은 제가 한 겁니까, 아니면 장군이 스스로에게 하고 있는 겁니까?”


작가의말

나는 야근이 싫어요. ㅇㅂㅇ

쉴틈이 없어 피곤하군요 요즘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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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4 최종장. 황도에 떨어지는 별 (2) +7 17.03.21 1,021 31 7쪽
173 최종장. 황도에 떨어지는 별 (1) +9 17.03.19 1,085 34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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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h27. 체스말과 대국자 +4 16.09.30 1,698 37 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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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2 ch27. 체스말과 대국자 +6 16.09.06 1,926 46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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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0 ch 26. 폰, 체스 판 끝자락을 향해 +5 16.08.29 1,892 53 5쪽
139 ch 26. 폰, 체스 판 끝자락을 향해 +15 16.08.25 1,925 56 7쪽
138 ch 26. 폰, 체스 판 끝자락을 향해 +10 16.08.20 2,089 53 8쪽
137 ch 26. 폰, 체스 판 끝자락을 향해 +16 16.08.15 2,476 49 7쪽
136 ch 25. 경치와 품격. (챕터 끝) +26 15.10.19 2,552 76 7쪽
135 ch 25. 경치와 품격. +11 15.10.10 2,391 70 7쪽
134 ch 25. 경치와 품격. +16 15.10.05 2,522 75 7쪽
133 ch 25. 경치와 품격. +33 15.09.27 2,870 92 8쪽
132 ch 25. 경치와 품격. +16 14.10.05 4,049 124 6쪽
131 ch 25. 경치와 품격. +39 14.09.29 3,731 130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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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4 Ch 22. 시련은 천재를 만든다.- +27 13.12.15 6,485 228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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