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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ition : 19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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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나
작품등록일 :
2020.01.21 1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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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5.06 1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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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06 1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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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쪽

3화 : 상어(Agent Shark) (3-1)

DUMMY

-3-


일본 볼리셔니스트들의 심문 시작부터 약 5시간 후, 1987년 11월 30일 월요일 14시 21분.

서울 모(某) 병원 입원실.


{...!!}


D의 사진을 본 F의 표정이 복잡했다. 뭔가를 꾹 참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러나 반응만으로도 충분했다. 한강진 국장은 F 앞에 놓았던 사진을 다시 거두어 이성진 대리에게 넘겼다.


“맞다고 봐도 되겠군. 혹시 모르니 김천이랑 경북 쪽 신문 좀 모아줄 수 있겠나? 한 3~4일 전에 것부터.”

“신문요?”

“변사체 발견 같은 관련 뉴스가 있을까 해서. 만약 내 생각이 옳다면 D가 살아있기는 힘들 거야.”

“제재... 인가요?”

“그런 거 같군.”

“알겠습니다. 찾아보겠습니다.”


F를 병실로 돌려보내고 이성진 대리도 밖으로 나갔다. 동시에 정은정 과장이 병실 안으로 들어왔다. 한강진 국장은 어깨를 빙글빙글 돌리면서 말했다.


“오늘은 이쯤 마무리 할까 하네. 내일 진행 여부는 좀 고민해 보자고.”

“알겠습니다. 고생하셨습니다.”

“그래. 고생했네. 참, 하린씨도 오늘 수고 많았어요. 정말 잘 하시더군요.”

“아, 아닙니다.”


한강진 국장이 옆자리의 염하린에게 칭찬을 했다. 놀란 그녀가 손사래를 치는 동안, 한강진 국장은 양복 안주머니에서 하얀 봉투 하나를 꺼냈다.


“오늘 통역료입니다.”


얼핏 봐도 두둑한 느낌의 봉투였다. 염하린은 양손으로 봉투를 받으면서 속으로 만세 삼창을 외쳤다. 순간 손에 잡힌 느낌으로 봐서는 열 장은 넘을 것 같았다. 만 원짜리라면 10만원이 아닌가! (주 : 88년 대졸 초임 평균 임금은 30만원 선) 하지만 짐짓 아무렇지도 않은 듯, 침착한 손놀림으로 받은 봉투를 손가방에 집어넣었다.


“고맙습니다.”

“음... 그리고 당분간 부탁 좀 할 수 있어요? 길게 갈 수도 있어서.”

“네. 일 생기면 언제든지 불러주세요.”


염하린은 만면에 웃음을 띠며 차분하게 대답했다. 여기에 한강진 국장도 속으로 놀라면서 웃을 수밖에 없었다. 심문이라는 조건에 꽤나 다이나믹한 상황이 연출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쫄지 않고(?) 전문 통역사 못지않은 능력을 보여주었다. 대학생임이 믿어지지 않을 정도의 멘탈이었다.


하지만 실수는 저런 자신감에서 나오는 법. 한강진 국장은 마지막 말을 잊지 않았다.


“혹시나 노파심에서 말씀드리지만, 비밀엄수는 반드시 부탁해요.”

“알겠습니다. 여기 일은 나가는 대로 잊도록 하겠습니다.”


뭔가 사회성이 가득 묻어나는 첨언(添言)이었다. 한강진 국장은 염하린이 어디서 저런 말을 배웠을까 고민하면서, 옆의 정은정 과장에게 말했다.


“정 과장. 서약서 하나 받아줘.”

“네. 팀장님.”


염하린은 정은정 과장이 내민 비밀서약서를 자세히 읽어 나갔다. 그리고 천천히 내용을 음미한 후 가장 아래쪽 빈 칸에 인적사항과 서명을 남겼다.


“여기 있습니다.”

“고마워요. 그럼 조심해서 들어가요.”

“네. 팀장님, 과장님. 그럼 들어가 보겠습니다. 오늘 감사합니다.”


역시나 안정적인 인사였다. 염하린은 뒷걸음으로 밖으로 나간 후에 문을 닫았다. 끝까지 침착한 몸가짐이었다.


그렇게 소리도 나지 않을 정도로 살며시 문을 닫은 염하린이었다. 밖으로 나온 그녀는 고개를 좌우로 돌려 복도의 인기척을 살폈다. 그리고 아무도 없음을 확인하자 잽싼 움직임으로 손가방 안의 봉투를 살짝 벌렸다. 역시나 만 원짜리로 10장이었다. 그녀는 양 주먹을 꽉 쥐고 작은 소리로 쾌재를 불렀다.


“오오! 역시 안기부!”


잠깐의 기쁨을 만끽한 염하린이 다시 표정과 행동을 싹 바꿨다. 이제 남은 일은 평상시의 자신감 넘치는 걸음걸이로 복도 저편을 향해 걸어가는 것뿐인데...


“끝나셨나보네요?”


헌데 그때 그녀의 귀에 들려온 것은, 분명히 없다고 확인했던 사람의 목소리였다. 복도 반대편 일본측 볼리셔니스트 병실에서 나오던 이성진 대리였다.


“!!!”


그 철저했던 염하린이 크나큰 바보짓을 저질렀다. 바로 뒤쪽을 확인하지 않은 것. 예의 차리느라 뒷걸음질로 문을 닫고 나온 것 까지는 좋았는데, 좌우만 살피고 뒤를 살피지 않은 것이 패착이었다.


순간 머릿속이 백지장이 된 염하린이 떠듬떠듬 대답했다.


“아, 저... 그게, 네, 끝났습니다!”

“그래요. 조심해서 들어가세요. 오늘 고생 많으셨어요.”


이성진 대리가 그녀에게 꾸벅 인사를 했다. 염하린은 이성진 대리의 입꼬리 끝에 걸린 미소를 보며, 체념과 동시에 빠르게 걷기 시작했다.


‘다 봤구나!’


뭐 대단한 걸 들킨 건 아니었다. 하지만 봉투 안을 보고 양 주먹을 불끈 쥐는 모습은 꽤나 우스꽝스럽게 보였을 터. 좋았던 기분이 찬 물 맞은 것 같이 가라앉았지만, 탓할 사람은 없었다. 그저 뒤를 돌아보지 않은 자신이 문제였을 뿐. 하지만 울고 싶은 건 왜일까.


이성진 대리는 좀 전의 광경을 보고 속으로 웃고 있었다. 복도 저편으로 멀어지는 저 아가씨에게 저런 면이 있었을 줄이야. 커리어 우먼 같은 첫인상도 첫인상이었지만, 방금 본 모습은 영락없는 학생의 귀여움 그 자체였다. 아마 지금의 실소는 그 간극에서 나온 게 아닌가 싶었다. 종종걸음으로 사라지는 그녀의 뒷모습을 보면서, 그는 크게 웃고 있었다.


한편 병실 안쪽에서는 한강진 국장과 정은정 과장이 대화를 계속하는 중이었다. 심문을 빡빡하게 하지 말자는 데에는 공감대가 섰다. 하지만 하나의 변수가 더 생겼다. 바로 강(江)의 존재였다.


만약 강(江)에 의한 D의 제재가 사실이라면, 이번 「샛별」 작전도 어느 정도 알고 있다고 봐야할 터였다. 그렇다면 생존한 다수의 일본측 볼리셔니스트를 9국에서 데리고 있다는 것과, 이들이 ‘허가’ 없이 타국에서 활동한 사실도 알고 있다고 봐야 했다.


그렇다면 만약 강(江)에서 일본측 볼리셔니스트에 대해 ‘제재’를 요구한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어떻게 생각하나? 만약 강에서 커뮤니티 규정에 따른 제재를 요구한다면?”

“글쎄요. 무시해도 되지 않을까요? 그들 규정에 따르면 저희나 일본 애들이나 「탈주」한 볼리셔니스트니까요. 규정을 신경 쓸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런가.”


한강진 국장도 정은정 과장의 커뮤니티 시절을 잘 알지는 못했다. 다만 커뮤니티 관련 대화에서 분노와 같은 어떤 감정을 가끔씩 드러내는 것만은 알 수 있었다.


그렇다보니 한강진 국장은 커뮤니티 출신이 아니면서 커뮤니티에 신경을 많이 쓰고, 정은정 과장은 커뮤니티 출신이면서 커뮤니티를 무시하는 그림이 그려지곤 했다. 그리고 지금도 그런 상황이었다.


“알겠네. 일단은 정 과장 말대로 하지.”

“고맙습니다.”


정은정 과장도 이런 구도는 잘 알고 있었다. 자신이 커뮤니티에 대해 까칠함을 숨기지 못한다는 사실도 알고 있었다. 하지만 조금 무리가 있어 보여도, 한강진 국장은 커뮤니티에 대한 그녀의 의견은 거의 수용하고 받아들였다. 정은정 과장은 배려에 가까운 그의 태도에 고마워하고 있었다. 어찌 보면 거의 응석을 받아주는 수준이었기에.


“그런데 일본에서 접촉해 오면 어떤 걸 요구하실 생각이신지요.”

“뭐... 경고도 확실히 했고 재발 방지 정도면 충분하지 않을까 싶은데.”


하긴 지금껏 찝쩍대던 세력 하나를 정리하는 것도 9국에게는 큰 성과이긴 했다. 한강진 국장이 책상 위의 서류들을 하나로 모으면서 말했다.


“일단 협상은 협상이니 좀 크게 질러볼까 하네. 내각정보조사실 소속 볼리셔니스트의 자세한 명단과 향후 2년 동안 해당 인원의 입국 금지라던가. 아, 물론 이걸 들어줄 거라고는 생각하지는 않아. 당연히 없다고 하겠지.”


종이뭉치가 책상 때리는 소리가 몇 번 들렸다. 정은정 과장 역시 천천히 짐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최소한 올림픽에 대한 안전보장을 받는 게 목적이긴 한데... 상대방 성의를 한 번 보자고.”

“알겠습니다.”

“이도 저도 안 되면 돈이라도 왕창 뜯어낼까봐. 한 30억 원 부르면 줄까?”


웃으면서 말하는 한강진 국장의 말에, 정은정 과장도 따라 웃었다. 이때 뭔가 생각난 듯, 그녀가 질문을 이어갔다.


“아, 그릇은 어떻게 합니까?”

“딱히 다를 거 있겠나? 팀도 와해됐고 한동안 위협은 안 될 거야. 보낼 때 같이 보내버리지.”

“음... 알겠습니다.”


돌아가는 차 안에서는 내일 심문의 진행 여부에 대해 고민했다. 심문을 하루 만에 중단하는 것이 적절한 제스처가 아니라는 생각과, 더 이상 나올 게 없는데 힘을 쓸 필요가 있냐는 생각이 공존했다.


하지만 종이쪼가리 하나가 이러한 논의를 무색케 했다. 바로 일본 외무성에서 발송, 한국 외무부를 거쳐 9국 앞으로 날아온 한 장짜리 공문 때문이었다.


작가의말

고맙습니다.



항상 건강하세요.

From PlasmaKNigh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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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 3화 : 상어(Agent Shark) (5-3) 20.03.18 81 1 11쪽
44 3화 : 상어(Agent Shark) (5-2) +2 20.03.16 71 1 10쪽
43 3화 : 상어(Agent Shark) (5-1) 20.03.16 68 1 11쪽
42 3화 : 상어(Agent Shark) (4-5) 20.03.15 66 1 9쪽
41 3화 : 상어(Agent Shark) (4-4) +2 20.03.14 77 1 13쪽
40 3화 : 상어(Agent Shark) (4-3) 20.03.13 77 1 11쪽
39 3화 : 상어(Agent Shark) (4-2) 20.03.12 82 1 11쪽
38 3화 : 상어(Agent Shark) (4-1) 20.03.11 70 1 9쪽
37 3화 : 상어(Agent Shark) (3-5) 20.03.10 72 1 9쪽
36 3화 : 상어(Agent Shark) (3-4) +2 20.03.09 77 2 11쪽
35 3화 : 상어(Agent Shark) (3-3) +2 20.03.08 91 2 10쪽
34 3화 : 상어(Agent Shark) (3-2) 20.03.07 87 1 10쪽
» 3화 : 상어(Agent Shark) (3-1) 20.03.06 82 1 9쪽
32 3화 : 상어(Agent Shark) (2-3) 20.03.05 83 1 9쪽
31 3화 : 상어(Agent Shark) (2-2) 20.03.03 85 1 9쪽
30 3화 : 상어(Agent Shark) (2-1) 20.03.02 84 1 11쪽
29 3화 : 상어(Agent Shark) (1-3) 20.03.01 89 1 15쪽
28 3화 : 상어(Agent Shark) (1-2) +2 20.02.29 102 1 10쪽
27 3화 : 상어(Agent Shark) (1-1) 20.02.28 106 1 12쪽
26 2화 : 봉산리 전투(Operation Venus) (5-3) 20.02.27 98 1 14쪽
25 2화 : 봉산리 전투(Operation Venus) (5-2) 20.02.27 86 2 12쪽
24 2화 : 봉산리 전투(Operation Venus) (5-1) 20.02.24 105 1 12쪽
23 2화 : 봉산리 전투(Operation Venus) (4-4) 20.02.23 93 1 13쪽
22 2화 : 봉산리 전투(Operation Venus) (4-3) 20.02.22 119 1 16쪽
21 2화 : 봉산리 전투(Operation Venus) (4-2) 20.02.21 109 1 11쪽
20 2화 : 봉산리 전투(Operation Venus) (4-1) 20.02.20 104 1 9쪽
19 2화 : 봉산리 전투(Operation Venus) (3-4) 20.02.19 101 1 13쪽
18 2화 : 봉산리 전투(Operation Venus) (3-3) 20.02.18 102 1 10쪽
17 2화 : 봉산리 전투(Operation Venus) (3-2) 20.02.17 105 1 12쪽
16 2화 : 봉산리 전투(Operation Venus) (3-1) 20.02.16 110 1 1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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