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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ition : 19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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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나
작품등록일 :
2020.01.21 15:23
최근연재일 :
2024.05.14 2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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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454,850

작성
20.03.07 1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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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3화 : 상어(Agent Shark) (3-2)

DUMMY

“......”


국장실에는 박성범 대리가 한강진 국장 앞에서 그 공문을 보고 있었다. 옆에는 정은정 과장이 앉아 있었다. 그녀는 일본어로 된 공문을 읽는 박성범 대리를 신기하게 보면서 질문했다.


“일본어도 알아요?”

“아주 약간? 대충 뜻만 아는 거지.”


원래 영어권 외교관이 목표였던 만큼 영어를 비롯한 라틴어 계열은 잘 아는 터였다. 하지만 일본어는 취미 수준으로 대충했기에, 그리 잘 하는 편은 아니었다.


그런데 그 대충의 실력으로도 이번 공문은 잘 읽혔다. 한 줄짜리였으니까.


“관광을 위해 한국에 입국한 다음 일본국 국민 7명의 신변 상황에 대해 확인 후 회신해 주시기 바랍니다. 이름은... 다나까... 못 읽겠네요. 영어로도 좀 써놓지 이것들이 진짜...”

“일단 이거랑 대조해 보게. 한자만 같으면 될 거 같은데.”


한강진 국장이 책상 위에 여권 6개를 툭 던졌다. 이번 작전에서 습득한 적들의 여권이었다. 박성범 대리는 여권을 하나하나 펴서 공문의 인적사항과 대조하더니, 느리게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요. 이 사람들이에요. 그런데 한 사람이 비네요? 이름이 산전(山田)... 일랑(一郞)? 58세?”

“아마 그 이름이 이번 작전에 합류 못 한 D일걸세.”

“전의 출입국 기록하고는 완전히 다른 사람이군요. 이름이나 나이나.”

“외무성까지 동원하는 걸 보면 우리보다는 훨씬 조직적이라고 봐야겠지.”


한강진 국장이 고개를 저었다. 확실히 9국과 비교하면 동원하는 자원의 양이나 질이 높다고 할 수 있었다. 더구나 국가에서 몇 개의 신분을 제공한 D의 사례처럼, 그들이 볼리셔니스트에 행하는 지원은 가히 초법적인 수준이라고 봐도 과언이 아니었다.


박성범 대리가 「일본 볼리셔니스트 명단」의 파일철을 넘기면서 말했다.


“군대 파병 못하는 걸 이걸로 대체하는 걸까요?”

“그럴 수도 있겠군.”


확실히 일본이 평화헌법에 의해 ‘합법적인’ 국외 무력투사는 불가능한 것을 고려하면, 민간인으로 위장할 수 있는 볼리셔니스트는 해외 활동에 적합하다고 볼 수 있었다. 적당한 전투력을 지녔으면서 감시망을 피할 수 있고, 유사시 의지선 교란 등의 실질적인 작전까지 가능한 걸 고려하면 확실히 매력적인 카드였다.


문제는 볼리셔니스트의 예지망이었다. 이번 건도 아슬아슬했지만 적절한 예지를 통해 사건을 미연에 방지한 케이스였다. 그러나 역으로 돌파당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도 D의 사례에서 밝혀졌다. 만약 D와 같이 예지망을 돌파할 수 있는 볼리셔니스트가 있다면, 해외 활동에서의 메리트는 그야말로 엄청날 터.


“우리는 우리 코가 석자라 해외 활동은 꿈도 못 꾸는데... 대단히 사치스럽군요.”

“내부 정리가 되면 우리도 언젠간 해야 될 거야.”

“그런 날이 올까 싶네요.”

“오게 만들어야지.”


심드렁한 한강진 국장의 말이었다.


“아무튼 회신 공문을 보내줘야 할 텐데. 수신처는 우리 외무부인가?”

“네.”

“뭐 룰은 지키고 싶어 한다고 봐도 되겠군. 일단은 우리도 외무부 명의로 회신하자고.”

“알겠습니다. 내용은 어떻게 하죠?”

“확인 불가라고 해.”

“네?”

“싸가지 없는 공문에는 비슷하게 답해줘야지. 어차피 자세한 내용을 바라고 보낸 공문도 아닐 테니까. 뭐냐, 문의하신 내용에 대해서는 현재 파악이 불가능합니다? 이런 말로 대충 회신해 버려. 단, 지금 당장.”

“당장이요?”

“우리가 뭔가 쥐고 있다는 제스처를 주는 거지. 확인해달라는 걸 바로 회신하는 경우는 한 가지 밖에 없지 않겠나. 다 알고 있다는 것.”

“알겠습니다. 바로 보낼 수 있도록 조치하겠습니다.”

“그래. 수고해 주게.”


박성범 대리가 자리에서 일어나 밖으로 나갔다. 문소리가 들리고 그의 모습이 사라지자, 정은정 과장이 입을 열었다.


“D의 상황은 저희도 모르고 있습니다만... 어떻게 하죠?”

“제재가 확실하다면 그것도 곧 알게 되겠지. 어차피 거짓말 하는 건 아니니까.”


이때 책상 위 전화벨이 크게 울렸다. 한강진 국장이 대화를 끊고 수화기를 들었다.


“네. 한강진입니다... 아, 차장님!”


한강진 국장의 대화 톤이 올라갔다. 정은정 과장은 상대방이 그의 상관 - 안기부 1차장 - 임을 깨달았다. 한강진 국장은 1차장의 말을 한참 듣고 있었는데, 표정은 차츰차츰 굳어가고 있었다. 뭔가 큰 건인 것 같은 느낌이었다.


‘예. 알겠습니다. 바로 확인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잠시 뒤, 무언가를 해보겠다는 그의 말과 함께 전화가 끝났다. 한강진 국장은 수화기를 내려놓고도 한참을 뭔가 고민했다. 정은정 과장은 그의 생각이 끝날 때까지 아무 말 없이 기다렸다. 잠시 뒤 고민이 끝난 듯, 한강진 국장이 말하기 시작했다.


“정 과장. 「상어」라고 들어봤나?”

“아닙니다.. 코드명 같은 건가요?”

“업계에서는 유명한 북한산(産) 테러리스트... 라네. 한 명인지는 확실치 않지만.”


테러리스트라는 얘기에 정은정 과장이 번뜩 놀라며 말했다.


“설마, 이번 대한항공 추락과 관련 있습니까?”

“아냐. 아직 공식적으로 나온 건 없어. 다만 폭탄테러가 크게 의심되고 있긴 하지...”


말끝을 흐리던 한강진 국장이 책상을 손으로 톡톡 두드렸다. 뭔가의 의혹이 가득하다는 표정이었다.


“암튼 방금 전화는 그 추락 사고하고는 관계없는 내용일세.”

“알겠습니다.”

“그리고 내일쯤 예장동에서 서류 한 뭉치가 올 거야. 감식을 좀 부탁하겠네.”

“감식이요?”

“그래. 사망자 사진에서 원인을 밝혀줬으면 하네.”


* * * *


일본 볼리셔니스트 심문 다음날, 1987년 12월 1일 화요일 10시 18분.

서울 모(某)처 국가안전기획부 「제9국」 국장실.


정은정 과장이 국장실에 들어가서 처음 본 것은, 책상 위에 쌓인 여러 권의 문서철이었다. 한 눈에 봐도 상당히 많은 자료들이었다. 다만 제목을 보고는 의아함을 감추지 못했다. 제목이 우리말도 영어도 아닌 문자로 쓰여 있었기 때문이었다.


한강진 국장은 책상 앞의 정은정 과장과 이성진 대리를 보면서 말했다.


“독일어야. 자료는 오스트리아에서 날아왔네. 해석하라는 얘기는 아니니까 안심하고.”

“오스트리아...”

“개략적인 설명을 해 주지. 11월 22일, 「상어」가 오스트리아의 수도 빈에서 목격되었다. 워낙 유명한 놈이니 어딜 가든 마크가 붙기 마련이니까. 아무튼 오스트리아 국내정보부(BVT)에서도 계속 주시 중이었다고 하더군. 인상착의는 각 국 정보당국에서 파악하고 있던, 가장 유명한 모습과 일치하였고.”


잠깐 뜸을 들이던 한강진 국장이 말을 이어나갔다.


“그런데 문제가 발생했어. 상어를 쫓던 요원 넷이 시체로 발견되었네.”

“네?!”

“물론 상어가 직접 했다는 증거는 없지만 매우 유력한 상황이네. 그리고 더 큰 문제는 죽은 방식이야.”

“방식...”

“정 과장. 앞에 철 하나 펼쳐보게.”

“알겠습니다.”


한강진 국장의 말에 정은정 과장이 책철을 하나 펼쳤다. 거기에는 죽은 요원들의 시체를 현장에서 자세하게 찍은 여러 장의 사진이 붙어 있었다. 참혹한 사진들이었다. 사진 찍은 시간은 밤인 듯 했는데, 카메라의 플래시가 닿은 부분은 온통 붉은 색으로 칠갑이 되어 있었다. 웬만한 공포영화 보다도 잔인한 수준이었다.


“......”


시신 사진을 본 정은정 과장의 미간이 반사적으로 확 조여졌다. 하지만 신중한 움직임으로 사진이 붙어 있는 자료를 한 장 두 장 계속해서 넘겼다. 그러다 한 장의 사진 앞에서 그녀가 움직임을 멈췄다. 긴 자상이었다. 그리고 그걸 자세히 본 순간, 정은정 과장의 머릿속에 번개가 내리쳤다.


“...!!”

“나도 반신반의 하네만...”

“볼리셔니스트입니다.”

“그렇게 보이나?”

“네. 확실합니다.”


정은정 과장에게 철을 넘겨받은 이성진 대리의 표정도 비슷했다. 당혹함과 경악이 얼굴에 급속히 퍼졌다.


의지도달공간에 법칙을 벼려 만든 「칼」은 일반적인 칼과 다른 독특한 자상을 남겼다. 먼저 실검(実劍)이 아니므로 상처 자체가 완전히 깔끔하지 않다는 점이 있었고, 신체를 비롯한 실제 물질과 법칙이 반응하면서 생기는 국소적인 화상 자국이 그것이었다. 그리고 이 두 가지 특성을 그대로 가진 자상이, 살해된 요원의 오른쪽 어깨부터 사선으로 흉부를 갈라놓고 있었다.


정은정 과장은 자료를 계속 넘겨가며 사진을 살펴보았다. 그러다 뭔가 찝찝하다는 듯, 사진 한 장을 가리키면서 말했다.


“분명하긴 합니다. 칼에 의한 자상이군요. 그런데...”

“그런데?”

“그다지 실력 있는 거 같지는 않습니다.”


상처에서 실력을 가늠할 수 있는 것 또한 독특한 점이었다. 일반적으로 의지도달공간과 법칙 전개 능력이 좋을수록 칼의 예리함은 높아졌다. 따라서 상처 역시 깨끗해지는 것이 보통이었다. 물론 그 특징을 완전히 지울 수는 없었지만, 절단면의 깔끔함 정도는 마법 실력과 거의 비례한다고 볼 수 있었다.


정은정 과장이 가리킨 사진은 자상의 근접 사진이었다. 절단면은 사진으로 봐도 거칠거칠한 수준이었다.


“그런가. 다행이라면 다행인가.”

”하지만 상처가 칼에 의한 거라고 해도, 상어가 볼리셔니스트라는 뜻은 아니지 않습니까?“

“하지만 오스트리아 정보당국은 거의 확신하는 분위기라더군.”

“그런데 사망한 요원들은 다 비(非) 볼리셔니스트인가요?”

“맞아. 그리고 상어로 추정되는 인물은 시신 발견 직전 오스트리아를 떠났네. 유고슬라비아로 간 이후의 행적은 묘연한 상황이야.”

“......”


정은정 과장이 생각에 잠겼다. 이 자료가 여기까지 온 이유는 확실했다. 지금까지 「상어」는 비(非) 볼리셔니스트 테러리스트로, 일반적인 정보당국에서 대응해 왔었다. 하지만 그의 소행으로 확신 가능한 이 사건이 볼리셔니스트의 행각으로 밝혀진다면... 대응의 주체가 달라져야만 했다.


이제 「상어」의 대응은 9국의 일이 되었다. 정은정 과장이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작가의말

고맙습니다.


항상 건강하세요.

From PlasmaKNigh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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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 3화 : 상어(Agent Shark) (5-2) +2 20.03.16 73 1 10쪽
43 3화 : 상어(Agent Shark) (5-1) 20.03.16 69 1 11쪽
42 3화 : 상어(Agent Shark) (4-5) 20.03.15 69 1 9쪽
41 3화 : 상어(Agent Shark) (4-4) +2 20.03.14 79 1 13쪽
40 3화 : 상어(Agent Shark) (4-3) 20.03.13 79 1 11쪽
39 3화 : 상어(Agent Shark) (4-2) 20.03.12 83 1 11쪽
38 3화 : 상어(Agent Shark) (4-1) 20.03.11 73 1 9쪽
37 3화 : 상어(Agent Shark) (3-5) 20.03.10 75 1 9쪽
36 3화 : 상어(Agent Shark) (3-4) +2 20.03.09 79 2 11쪽
35 3화 : 상어(Agent Shark) (3-3) +2 20.03.08 94 2 10쪽
» 3화 : 상어(Agent Shark) (3-2) 20.03.07 93 1 10쪽
33 3화 : 상어(Agent Shark) (3-1) 20.03.06 86 1 9쪽
32 3화 : 상어(Agent Shark) (2-3) 20.03.05 85 1 9쪽
31 3화 : 상어(Agent Shark) (2-2) 20.03.03 86 1 9쪽
30 3화 : 상어(Agent Shark) (2-1) 20.03.02 86 1 11쪽
29 3화 : 상어(Agent Shark) (1-3) 20.03.01 90 1 15쪽
28 3화 : 상어(Agent Shark) (1-2) +2 20.02.29 103 1 10쪽
27 3화 : 상어(Agent Shark) (1-1) 20.02.28 108 1 12쪽
26 2화 : 봉산리 전투(Operation Venus) (5-3) 20.02.27 101 1 14쪽
25 2화 : 봉산리 전투(Operation Venus) (5-2) 20.02.27 88 2 12쪽
24 2화 : 봉산리 전투(Operation Venus) (5-1) 20.02.24 106 1 12쪽
23 2화 : 봉산리 전투(Operation Venus) (4-4) 20.02.23 98 1 13쪽
22 2화 : 봉산리 전투(Operation Venus) (4-3) 20.02.22 123 1 16쪽
21 2화 : 봉산리 전투(Operation Venus) (4-2) 20.02.21 112 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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