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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ition : 19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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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나
작품등록일 :
2020.01.21 1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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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5.14 2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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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28 2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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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화 : 상어(Agent Shark) (1-1)

DUMMY

3화 : 상어(Agent Shark)


-1-


샛별 작전이 끝나고 사흘 후, 1987년 11월 30일 월요일 07시 35분.

서울 모(某)처 국가안전기획부 「제9국」 국장실.


작전명 「샛별」이 1987년 11월 28일 토요일 00시를 기점으로 종료되었다.


이 작전은 하루 만에 급조하고 대응한 것 치고는 매우 성공적이라는 자평과 함께, 내부적으로도 무수한 기록을 남겼다. 먼저 볼리셔니스트 완편 직후 행한 첫 번째 정식 작전이라는 점과, 최초로 수행한 능동대응의 지역 활동, 최초로 타국의 볼리셔니스트와 맞대결 하여 얻은 승리이자 ‘그릇-볼리셔니스트 혼성 팀’을 상대로 한 최초의 승리 등... 그 내용의 중요성뿐만 아니라 승리로 마무리했다는 점은 9국을 흥분의 도가니로 밀어 넣기에 충분했다.


한강진 국장 역시 마찬가지였다. 상대편에 전사자가 둘 나왔다는 사실은 변수로 작용하겠지만, 이 승리의 용처(用處)를 놓고 조금은 즐거운(?) 고민이 필요했다.


구미에 있던 현장지원과 인원들이 복귀를 준비하던 토요일, 한강진 국장은 간략히 정리한 자료를 가지고 예장동(안기부 본관)에서 「샛별」 작전 결과에 대한 초동보고를 하였다. 부상이 크긴 했지만 이쪽 피해는 적었다. 반면 상대는 최대급의 전력을 동원했음에도 패했다는 결과에, 안기부장을 비롯한 상층부는 만족한 반응을 보였다.


다만 한강진 국장은 이 승리가 신승(辛勝)이라는 사실을 크게 부각했다. 일종의 앓는 소리였다. 이는 향후 볼리셔니스트 차출 요구 등을 일축할 명분 쌓기이기도 했다. 그리고 필요한 금액을 구체적으로 거론하며 예산 확대를 요구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그렇게 긍정적인 답변을 얻은 한강진 국장은 나름 괜찮은 기분으로 주말을 보냈다. 비록 적의 유류품을 분석하고, 세부 보고서의 내용을 고민하고, 월요일부터 시작될 심문 내용을 정리하느라 행정지원과 인원들과 일요일 밤까지 일을 해야 했지만, 기분만은 괜찮았다.


헌데 지금은 전혀 다른 일이 그의 관심을 꽉 붙잡고 있었다. 비단 그의 관심뿐만 아니라, 전 국민의 관심이 하나의 사건에 모여 있었다.


바로 「대한항공 858편 폭파사건」이었다.


한강진 국장은 말없이 국장실 한편에 놓인 티비를 보는 중이었다. 뉴스는 연신 인도양 상공에서 실종된 비행기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11월 29일 어제, 이라크 바그다드 국제공항을 이륙한 대한항공 858편이 인도양 상공에서 실종되었다는 내용이었다.


뉴스는 몇 가지 기술적 문제 혹은 기상 악화 같은 이유를 문제 삼고 있었지만, 조심스럽게 폭탄 테러에 대한 이야기도 흘려 넣고 있었다. 실제로 작년(86년)에 북한에 의한 김포공항 폭탄 테러 사건으로 근 40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거대한 국제대회를 앞두고 테러 위협은 점차 커지는 상태였다.


‘큰일이군.’


9국 업무와의 상관관계는 차치하고서라도, 대양 위에서의 항공기 사건인 만큼 생존자는 거의 없을 거라는 추측이 가능했다. 다수의 사람이 목숨을 잃는 사고는 언제나 마음을 불편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이 사건과 작년 김포공항 폭탄 테러 사건이 오버랩 되면서, 머릿속에는 하나의 그림자가 스쳐 지나갔다. 북한과 연계된, 아니, 전 서계의 대 테러리즘 관련자라면 한 번 쯤 들어본 이름. 본명은 모르고 코드네임만 무성한 남자를 가리키는 단어. 바로 ‘상어’였다.


한강진 국장이 그의 이름을 들은 것은 대북 방첩 업무를 맡던 70년대 초반부터였다. 그때도 이미 ‘상어’란 이름은 북한발 테러리즘의 상징과도 같았다. 뭔가 큰 일이 있으면 언제나 그의 그림자가 어른거렸다.


그나마 대남 테러에 집중하던 70년대에는 국내에서나 유명했지만, 80년대 들어서는 그 범위를 세계로 넓히면서 급격히 유명세를 탔다. 해외에서 발생한 남한 관련 테러 다수에서 모습을 드러낸 것이었다. 거기에 어떤 ‘의뢰’를 받아 남북과는 관계없는 테러에도 관여했다는 정보가 돌면서, 그의 이름은 서방 정보조직 사이에서 크게 회자되기 시작했다.


대남 테러 관련으로 악명을 날린 건 83년 10월에 있었던 「아웅산 묘역 테러 사건」이었다. 당시 버마를 방문하여 아웅산(버마의 국부(國父))의 묘소에 참배 중이던 전두환의 암살을 기도한 이 사건은, 다수 고위 관료의 목숨을 앗아가며 대내외에 큰 충격을 주었다.


이렇듯 악명도 높고 세계에서도 주시하고 있었다. 그렇기에 곧 잡힐 거라는 예상도 많았다. 하지만 상어는 여전히 활동을 계속하고 있었다. 지금도 여전히 어딘가에서 테러를 획책하고 있겠지. 여러 사람의 목숨을 앗아갈.


다만 최근 들어 밝혀진 새로운 사실이 하나 있었다. 바로 상어가 한 사람이 아닐 수 있다는 충격적인 내용이었다. 비슷한 형태의 테러들이 각기 다른 용의자를 중심으로 이루어지면서, 지금 「상어」란 북한에서 키운 테러리스트 팀이라는 의혹도 강해지는 상태였다.


‘......’


한강진 국장은 생각을 접고 티비의 전원을 내렸다. 아마 9국이 저 사건에 관여할 일은 없을 터. 볼리셔니스트 관련이 아닌 테러 대응은 아마 다른 부서에서 알아서 잘 해줄 테니까.


하지만 기분 좋게 시작할 일주일이 뭔가 꼬인 느낌을 받았다. 아마 가볍게 시작했다가 갑작스레 떠오른 나쁜 기억 때문임이 분명했다.


‘일이나 하자.’


이제 시계를 보며 할 일을 고민했다. 오늘부터 해야 할 일이 산더미 같았다. 그 중 제일 중요한 일은 일본 쪽 볼리셔니스트들에 대한 심문이었다. 그들을 옮긴 병원은 이곳에서 2km 정도 떨어진 곳에 있었는데, 8시에 정은정 과장과 함께 이동할 예정이었다.


시계를 보았다. 7시 50분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곧 노크소리가 들리며 정은정 과장이 문을 열고 들어왔다. 그녀는 깁스를 다 푼 듯, 평상시와 다름없는 걸음걸이로 국장실 안으로 들어왔다.


“팀장님?”

“그래. 정 과장, 들어오게. 몸은 이제 괜찮나?”

“네. 괜찮습니다.”

“다행이군. 병원 가려고 온 거지?”

“네. 차량 준비되었습니다.”


이때 정은정 과장 뒤로 못 보던 얼굴이 보였다. 정은정 과장보다 큰 키(170이 넘었다)에, 동양인의 그것으로 보이지 않는 몸매, 선이 굵으면서 미인이라고 할 수 있을 이목구비, 자신만만한 표정, 등까지 내려오는 찰랑거리는 검은 생머리, 광택 나는 하이힐에 화려할 정도의 정장을 입은 여성이었다. 그녀는 정은정 과장의 손짓에 자연스러운 움직임으로 안쪽으로 들어왔다.


9국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분위기의 사람이었다. 한강진 국장 역시 깜짝 놀라고 있었다. 이때 정은정 과장이 그녀를 소개했다.


“이번에 통역을 맡은 염하린입니다.”

“아.”


한강진 국장이 알겠다는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S대에 다닌다는 염준철 과장의 조카딸이었군. 그는 책상 앞으로 나와 염하린에게 손을 내밀었다. 그녀는 꾸벅 큰 인사를 하면서, 역시나 시원한 움직임으로 악수를 했다. 학생으로서 보일만한 긴장은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누가 얘기하지 않으면 대학생으로 볼 사람은 없으리라.


“그래요. 염 과장님 조카딸이시군요. 말씀 많이 들었습니다.”

“염하린입니다!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행동거지만큼이나 시원한 대답이었다.


작전이 끝난 직후, 토요일이었다. 염준철 과장은 후속절차를 정리하면서 일본어 통역사를 구하기 시작했다. 보통 이럴 때는 통역사 협회 등을 통해 사람을 추천받곤 했다. 그러나 주말인지라 쉽게 접촉 가능한 사람이 없었다.


그렇게 염준철 과장이 고민하던 중에, 우연찮게 이 상황을 알게 된 염하린이 여기에 자원한 것이었다. 사실 그녀는 이전에도 9국의 번역 업무를 아르바이트처럼 한 적이 몇 번 있었다.(‘샛별’ 작전 당시 민혜림 대리가 읽었던 일본어 경고문도 염하린이 작업한 결과물이었다)


되도록 빨리 심문 작업에 들어갈 필요가 있었던 9국으로서도 나쁘지 않은 선택이었다. 이미 신원확인도 되어 있었고, 따라서 월요일부터 바로 작업에 들어갈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다만 직원의 인척이라는 점과 실력이 검증되지 않은 대학생이라는 신분이 부담이었다. 그러나 염준철 과장이 꽤나 강한 말로 보증을 섰다.


[멍청한 제 형님 밑에서 어떻게 저런 인재가 나올 수 있었는지... 이건 형수님 유전자의 승리입니다. 잘 할 겁니다. 저렇게 보여도 7개 국어에 능통해요. 일본어는 뭐, 원어민이죠.]


한강진 국장은 어제 염준철 과장과의 전화 통화를 떠올렸다. 잡음 많은 전화였음에도 자랑 섞인 들뜸(?)이 그대로 느껴졌다.


“아직 학생인데 괜찮겠습니까.”

[애가 원체 어른스러워서... 괜찮아요. 아마 만나보시면 아실 겁니다. 입도 무거우니 보안도 문제없을 겁니다.]


첫인상은 염준철 과장의 말 그대로였다. 불안을 불식시킬 정도는 아니더라도, 전문가에 준하는 느낌이긴 했다. 물론 진짜 실력은 가서 봐야겠지만. 아무튼 그 꼼꼼한 염준철 과장의 추천이니 믿어봐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 정 과장, 출발하지.”

“알겠습니다.”


잠시 뒤 이성진 대리가 운전하는 사각진 자동차가 서울 시내를 달리고 있었다. 조수석에는 정은정 과장이, 뒷좌석에는 한강진 국장과 염하린이 앉아 있었다.


“건강 상태는 어때?”


한강진 국장의 말이었다. 정은정 과장은 조수석에서 고개를 뒤로 돌려 그를 향했다.


“일본 애들 말씀이신가요? 지금 다들 괜찮습니다. 함성필 대리가 어제 병원에서 추가 치료를 했다고 합니다. 다들 정신은 차렸다고 하더군요.”

“주말인데 고생했군. 얌전히 있다던가?”

“네. 어제부터 4명이 교대하며 감시 중입니다.”

“하긴 칼 없으면 날뛰어도 뭐...”


9국이 심문 절차를 빨리 끝내려고 한 이유가 여기에 있었다. 사실상 같은 볼리셔니스트가 아니면 볼리셔니스트를 통제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두꺼운 강철로 된 상자 안에 격리하지 않는 이상 상처 입은 볼리셔니스트라도 보통의 인간이 감당하는 건 불가능했다. 결국 상대방의 칼을 빼앗고, 칼을 든 볼리셔니스트가 근거리에서 통제하는 것만이 유일한 방법이었다.


그리고 통제기간 동안은 귀중한 볼리셔니스트를 감시 임무에 차출해야 했다. 이는 전력상에 공백을 초래했다. 지금만 해도 4명이 돌아가며 감시하느라 다른 임무에는 투입할 수 없는 상황이 아닌가. 따라서 9국은 빨리 심문을 끝내고 그들을 정리하길 원했다. 특히 백업이 없는 9국으로써는 이런 형태의 업무는 과중한 수준이었다.


한강진 국장은 차창 밖을 바라보다가 앞좌석을 향해 말했다.


“유류품에서 뭐 나온 거 있나?”

“아뇨. 쇠말뚝 외에 특별한 건 없었습니다. 왕복항공권에 짐도 정말 개인 물품 밖이었습니다. 작전지역 표시한 지도가 하나 있긴 했는데 거기도 특별한 내용은 없었습니다.”

“여권은?”

“위조된 건 아닌 걸로 보입니다.”

“하긴 제대로 발급 된 건 맞을 걸세. 내용이 엉터리겠지만.”

“외교 쪽은 반응 없다고 합니까?”


정은정 과장의 물음이었다. 한강진 국장은 뒷좌석에 몸을 푹 기대면서 대답했다.


“아직 전투 결과가 현해탄을 건너지는 않았을 거야. 물론 연락이 없으니 대충 눈치는 챘겠지만.”

“아예 모른 척 하지는 않겠죠?”

“당장의 전술적 효용을 잃었다고는 해도, 그릇이 있는 이상 어떤 형태로든 접촉을 해 올 거라고 보네.”


이때 깜빡이 소리가 울리면서 차량이 왼쪽으로 회전했다. 이성진 대리가 손을 뻗어 정면의 건물을 가리키며 말했다.


“다 왔습니다. 저 병원입니다.”


* * * *


병원으로 출발하고 20분 후, 1987년 11월 30일 월요일 08시 31분.

서울 모(某) 병원 입원실.


작가의말

고맙습니다.



항상 건강하시길 기원합니다.

From PlasmaKNigh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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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 3화 : 상어(Agent Shark) (6-3) 20.03.23 68 0 18쪽
49 3화 : 상어(Agent Shark) (6-2) 20.03.22 70 2 13쪽
48 3화 : 상어(Agent Shark) (6-1) 20.03.21 69 1 13쪽
47 3화 : 상어(Agent Shark) (5-5) 20.03.20 76 1 10쪽
46 3화 : 상어(Agent Shark) (5-4) +2 20.03.19 70 1 10쪽
45 3화 : 상어(Agent Shark) (5-3) 20.03.18 85 1 11쪽
44 3화 : 상어(Agent Shark) (5-2) +2 20.03.16 76 1 10쪽
43 3화 : 상어(Agent Shark) (5-1) 20.03.16 71 1 11쪽
42 3화 : 상어(Agent Shark) (4-5) 20.03.15 72 1 9쪽
41 3화 : 상어(Agent Shark) (4-4) +2 20.03.14 83 1 13쪽
40 3화 : 상어(Agent Shark) (4-3) 20.03.13 83 1 11쪽
39 3화 : 상어(Agent Shark) (4-2) 20.03.12 84 1 11쪽
38 3화 : 상어(Agent Shark) (4-1) 20.03.11 80 1 9쪽
37 3화 : 상어(Agent Shark) (3-5) 20.03.10 78 1 9쪽
36 3화 : 상어(Agent Shark) (3-4) +2 20.03.09 80 2 11쪽
35 3화 : 상어(Agent Shark) (3-3) +2 20.03.08 96 2 10쪽
34 3화 : 상어(Agent Shark) (3-2) 20.03.07 94 1 10쪽
33 3화 : 상어(Agent Shark) (3-1) 20.03.06 87 1 9쪽
32 3화 : 상어(Agent Shark) (2-3) 20.03.05 88 1 9쪽
31 3화 : 상어(Agent Shark) (2-2) 20.03.03 89 1 9쪽
30 3화 : 상어(Agent Shark) (2-1) 20.03.02 88 1 11쪽
29 3화 : 상어(Agent Shark) (1-3) 20.03.01 94 1 15쪽
28 3화 : 상어(Agent Shark) (1-2) +2 20.02.29 105 1 10쪽
» 3화 : 상어(Agent Shark) (1-1) 20.02.28 112 1 12쪽
26 2화 : 봉산리 전투(Operation Venus) (5-3) 20.02.27 102 1 14쪽
25 2화 : 봉산리 전투(Operation Venus) (5-2) 20.02.27 92 2 12쪽
24 2화 : 봉산리 전투(Operation Venus) (5-1) 20.02.24 109 1 12쪽
23 2화 : 봉산리 전투(Operation Venus) (4-4) 20.02.23 100 1 13쪽
22 2화 : 봉산리 전투(Operation Venus) (4-3) 20.02.22 124 1 16쪽
21 2화 : 봉산리 전투(Operation Venus) (4-2) 20.02.21 116 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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