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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요진 님의 서재입니다.

달의 거울- 잃어버린 조각을 찾아서

웹소설 > 자유연재 > 퓨전, 판타지

피요진
작품등록일 :
2015.12.16 16:42
최근연재일 :
2018.08.18 12:19
연재수 :
108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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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445
추천수 :
83
글자수 :
448,426

작성
18.01.27 1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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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쪽

80. 소금 과자.

DUMMY

멜 영감과 노파가 사는 오두막에 다다랐을 때, 그곳엔 집이라고 보이는 형체는 그 어디에도 없었다. 함께 나오지 못했던 멜 영감이 걱정됐던 선우와 원호였지만, 누구에게도 그의 행방에 대해 물어볼 수도 없었다. 그때, 미루가 지그시 미소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왜 그러니?” 잭의 물음에 미루는 손가락으로 작은 꽃무리를 가리켰다.

“저기 영감님과 할머니께서 다시 태어났다고 해요. 멜 영감님은 지난밤에 무사히 돌아오셨고, 지금은 할머님과 함께 생을 회귀하고 있다고 해요. 꼭 쌍으로 말이에요.”

“나무들이 가르쳐 준 거니?”

미루는 고개를 끄덕였다.

선우네 일행은 꽃무리를 향해 인사를 하고 돌아섰다. 이제 리트에서의 마지막 작별을 고할 때였다.


리트에서 미국의 잭의 스튜디오로 돌아왔을 때, 오랜 여행 탓에 미루와 설아는 집에 남아 쉬기로 하고 선우와 원호 그리고 잭은 곧바로 밀밀당으로 향했다. 수와 진기를 만나기 위해서였다. 밀밀당에 들어서자 가장 먼저 보인 것은 무치였다. 무치는 다리에서 산책을 하고 있었다. 간만에 걷기라도 하고 싶은 건지, 인간으로 변신한 수룡도 함께였다.

“오랜만이에요.”

선우와 원호가 인사하자 수룡은 기쁜 듯 미소 지었다.

“오랜만이야, 자네들 고생했다는 이야기는 들었어. 살이 쏙 빠졌는걸.”

“아니에요. 수룡은 잘 지내셨어요?” “뭐, 나야.”

“하핫. 수룡은 또 자식을 낳았지 뭔가.”

무치가 기다란 수염을 쓸어내리며 웃었다. 쑥스러운 듯 머리를 긁적이는 수룡과 못 말린다는 듯 고개를 젓는 잭, 낯설다고 생각한 것들이 이제는 도리어 평온함을 가져다줬다. 선우와 원호는 서로를 바라보며 지그시 미소 지었다.

“안으로 들어가 봐, 무치가 수 그 양반을 데리고 왔더군.”

“이 친구들이 데리고 온 걸. 하핫. 들어가 보세.”

수룡에게 인사를 한 그들은 무치를 따라 밀밀당의 정원으로 향했다. 밀밀당의 햇빛은 여느 날처럼 따스했고, 바람은 선선했다.

“선우야, 긴장 되지 않아?”

선우에게 물어온 것은 잭이었다.

“예?”

“음, 아니야, 아무 것도.”

잭이 도리질을 칠 때, 무치가 밀밀당의 수의 집을 가리켰다.

“저길세. 저기가 수가 묵는 곳이지.”

나무와 바람을 관장하는 청룡답게, 수의 집은 숲속에 온 것 마냥, 아름다리 나무가 집을 감싸고 있었다. 그 위로 바람이 사르락, 소리를 내며 이파리를 흔들고 있었다. 딸기 넝쿨이 둘러져 있는 것인지, 바람이 불 때마다 딸기 향이 감돌았다. 선우는 잠시나마 추억에 잠긴 듯 깊게 향기를 맡았다.

똑똑똑

문을 두드리자 안에서 누구세요, 하는 소리가 들렸다. 진기가 분명했다.

“날세, 무치. 잠시 들어가도 되겠는가?”

“잠시만요.”

잠시 후 문이 열렸다. 가운을 걸치고 있는 진기의 가슴엔 설핏 붕대를 감고 있는 것이 보였다. 무치는 선우를 위해 자리를 비켜줬다. 선우는 어색하게나마 진기에게 인사를 했다.

“삼촌······잘 계셨어요?”

어색한 건 진기 역시 마찬가지였으나 그는 반갑고 다정한 미소로 선우를 끌어안았다.

“선우야, 본 지 얼마 안 된 것 같은데, 보고 싶었어, 어디 몸은 괜찮은 거야?”

선우는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

“이럴 게 아니라 안으로 들어가자. 언제까지 여기 서 있기만 할 거야.”

투정을 부리는 잭에 드디어 그들은 회포를 끝내고 안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수는 신문을 보고 있었다.

“뭐 봐?”

잭이 묻자 그는 한쪽으로 신문을 치우고 다리 사냥, 하고 말했다.

“응?”

“요즘도 인간들은 난리 것 같군.”

날선 그 말투에 선우와 원호는 눈치를 살피고 있었다. 진기는 그들의 토닥이며 자리에 앉혔다. 그리고 차와 과자를 준비하러 갔다. 선우는 슬쩍 진기를 따라 부엌으로 향했다. 아기 새 마냥 졸졸 따라오는 선우에게 진기는 미소를 지으며 과자를 꺼냈다. 선우는 진기가 그릇에 담고 있는 그 과자가 무엇인지, 단박에 알 수 있었다.

“어? 이거 소금 과자 아니에요?”

밀밀당에 처음 왔을 때, 무치가 내준 것이기도 했고, 엄마가 어릴 적 종종 해주던 간식이기도 한 것이었다. 아마, 무치는 그때 진기가 아주 좋아하던 것이라고 했었다. 선우는 함박 미소를 짓고는 진기를 바라봤다.

“맞아. 역시 아는 구나?”

추억에 아릿함이 살짝 감돌았지만, 동시에 따스함이 가슴 속에 차오르는 것을 느끼며 진기는 말했다.

“진서가 해줬구나?”

선우는 고개를 끄덕였다.

“엄마가 해줬었는데, 같이 만들기도 했었는데 어떻게 한 건지 까먹었어요.”

멋쩍어 머리를 긁적였다. 그런 선우를 향해 진기는 빙긋이 미소 지으며 과자 하나를 건넸다.

“자, 먹어봐. 네 엄마 거랑 맛이 똑같은 지 봐봐.”

선우는 고개를 끄덕이며, 과자를 한 입 베어 물었다. 와작, 하는 소리가 청량하게 들렸고, 입안에는 짭조름한 첫 맛 뒤에 고소하고 달콤함이 감돌았다. 그 보다 더 입안에 남는 것은 바로 추억이었다.

선우야, 이리와 봐. 엄마가 어릴 때 먹던 거야, 어때?

우왕! 맛있어. 엄마 나 이거 더 줘.

자, 많이 먹어, 우리 아기.

소금 과자를 해 먹던 날은 유독 햇빛이 창으로 쏟아지던 날이었다. 햇살은 눈이 부시게 맑았고, 푸른 하늘엔 비행기가 꼬리를 남기며 지나갔다. 바람은 기분 좋게 머리를 쓸어줬고, 온 집안에는 소금 과자를 구운 냄새가 가득했다. 그때, 엄마 품에는 딸기 향과 함께 과자를 구운 훈훈한 냄새가 섞여있었다. 그 품에 얼굴을 부비며 잠이 들곤 하던 어릴 적이 선우의 입안에서부터 떠올랐다.

“선우야, 선우야, 괜찮니?”

진기의 목소리에 선우는 퍼뜩 정신이 들었다.

“네? 왜요?”

“아니, 한참을 멍하니 있어서. 말을 해도 아무 대꾸도 없고, 그렇게 맛있었어? 눈물을 뚝뚝 흘리고.”

등을 쓸어내리는 진기의 손에 선우는 얼굴을 닦아냈다.

“아니에요, 아무것도.”

서둘러 얼굴을 훔치는 선우를 보며 진기는 다 알고 있다는 듯 아련한 시선으로 선우를 바라봤다. 평생을 모르고 살았지만, 진서의 자식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애틋함이 느껴졌다. 동생을 못 보고 산지도 꽤나 많은 시간이 흘렀고, 집안과는 거의 인연을 끊다시피 했는데도 하나뿐인 동생의 혈육이라는 사실이, 이제 더는 만날 수 없는 동생이 남기고 간 것이라는 생각을 하니 더욱 가슴이 끓어오르고 소중했다. 더구나 선우는 진서를 꽤나 많이도 닮았다. 동그랗고 커다란 눈이나 오밀조밀한 입술이 닮았다. 부드러운 얼굴선도 닮았고, 노란빛이 도는 진한 밤색의 머리색도 꼭 닮았다.

찬찬히 조카의 얼굴을 살피던 진기는 듣고 싶은 이야기가 많다는 생각을 했다.

“오늘 하루 종일 너랑 이야기 할 수 있을 것 같네.”

“근데 수가 저희를 싫어해서······.”

이 집안에서는 이야기를 할 수 없을 것 같다는 선우의 생각이었다. 안 그래도 들어오자 말자 인간에 대해 비난을 퍼붓지 않았던가.

“음······괜찮아. 모든 인간을 싫어하는 건 아니야. 분명 너희도 좋아하게 될 거야. 우리를 구해준 것도 너희고, 또 너는 내 조카잖니?”

“그러면 다행이고요······진기 삼촌은 어떻게 수랑 친하게 된 거에요?”

선우 역시 묻고 싶은 게 많았다. “우리 조카 궁금한 게 많나 보구나? 얼른 앉아서 이야기 하자. 다들 기다리겠다.”

말을 돌리는 감이 없잖아 있었지만, 선우는 개의치 않고 쟁반을 들고 진기를 따라갔다. 거실에는 벌써부터 왁자한 잭의 이야기들로 들썩거렸다.

“무슨 이야기 하고 있었어요?”

수의 옆에 걸터앉은 진기가 물었다.

“잭 녀석이 자기가 리트에서도 인기가 얼마나 많았다고 하는 지, 떠들어 재끼는 군.”

후후, 하고 웃던 진기를 보며 수의 입가에도 슬며시 희색이 감돌았다. 선우는 그런 그들을 보며 곰곰 생각했다. 모든 인간을 싫어하는 건 아니라는 수가 싫어하지 않는 인간은 실은 딱 한 사람뿐인 게 아닌가, 하고. 그렇담 어째서 일까, 하고. 신들에게 애정을 받는 인간들은 어떤 인간들인가, 하고. 만라가 사랑했다던 거울 장수의 부인도, 수가 아끼는 진기도 그리고 이상하게도 왜 자꾸 그 얼굴이 떠오르는 걸까. 언제나 자신을 향해 애정어린 시선을 던지는······

“라알······.”

“응?”

과자를 집어먹던 원호가 되물었다.

“으응, 아무 것도. 그거나 먹어.”

소금 과자의 소리가 유독 바삭하게 울렸다.


작가의말

하핫.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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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 102. 각자의 자리. 18.07.07 34 0 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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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 100. 명령. 18.06.23 32 0 9쪽
99 99. 소집명령. 18.06.09 26 1 8쪽
98 98. 호가호위. 18.06.02 39 1 7쪽
97 97. 살인귀. 18.05.26 40 0 7쪽
96 96. 지하. 18.05.19 53 0 5쪽
95 95. 깨져버린 결계. 18.05.12 208 1 11쪽
94 94.영역. 18.05.05 47 0 11쪽
93 93. 잭의 구슬. 18.04.28 30 1 9쪽
92 92. 지하의 계단. 18.04.21 63 0 7쪽
91 91. 협정. 18.04.14 39 1 10쪽
90 90. 손님. 18.04.07 124 0 8쪽
89 89. 선과악. 18.03.31 61 1 8쪽
88 88. 어색한 기류. 18.03.24 48 1 9쪽
87 87. 산중호걸. 18.03.17 391 0 8쪽
86 86. 방랑기. 18.03.10 67 1 9쪽
85 85. 별이 빛나는 밤에. 18.03.03 41 0 10쪽
84 84. 비밀. 18.02.24 55 1 7쪽
83 83. 파문. 18.02.17 215 1 7쪽
82 82. 비밀. 18.02.10 47 1 9쪽
81 81. 돌아온 이들. 18.02.03 51 1 10쪽
» 80. 소금 과자. 18.01.27 40 1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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