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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요진 님의 서재입니다.

달의 거울- 잃어버린 조각을 찾아서

웹소설 > 자유연재 > 퓨전, 판타지

피요진
작품등록일 :
2015.12.16 16:42
최근연재일 :
2018.08.18 12:19
연재수 :
108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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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450
추천수 :
83
글자수 :
448,426

작성
18.06.02 1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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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쪽

98. 호가호위.

DUMMY

선우는 왔던 길을 쫓아 열심히 발을 놀렸다. 발을 놀리는 만큼 살인귀는 축지법이라도 쓰는 것인지 선우의 옷깃을 잡을 듯 말 듯 가까워졌다.

“게 서지 못하겠느냐!”

살인귀는 그 옛날 살아있을 적에 자신을 호령했던 의금부와 관아 사람들의 호령을 따라해 봤다. 누군가를 쫓고 엄벌로 다스리는 것도 꽤나 재미있는 것 같다는 생각에 다음 생은 업보를 뉘우쳐 죄인을 심판하는 사람으로 태어날까, 하다가도 저 살아있는 놈을 먹어치워야겠다는 생각에 더욱 기괴한 웃음을 지으며 살인귀는 선우를 따라붙었다.

“네 이놈!”

얄팍해서 위엄도 서지 않던 살인귀의 목소리가 아니었다. 천지를 뒤흔들 것 같은 포효였다.

“뭐, 뭐냐?”

범상치 않은 목소리에 살인귀는 서둘러 뒤를 돌아봤다. 겁에 질린 원혼들의 모습이 보일 뿐, 천지를 군림할 목소리는 보이지 않았다.

“자, 잘 못 들었나?”

살인귀는 괜히 머쓱해져 머리를 긁적이고는 다시 먹잇감을 향해 달렸다. 바로 그때였다. 살인귀의 눈앞에 백두산 호랑이의 모습이 나타난 것은.

“뭐, 뭐야!”

이미 죽은 원혼이 된 지도 오래됐지만, 살인귀는 그 옛날 살인 피해자들을 쫓아 산을 탔을 때의 두려움을 그대로 느끼고 있었다. 백두산 줄기에서 내려온 호랑이를 만날까, 얼마나 두려워했던가.

“이놈!”

그 호랑이가 지금 말을 하고 있다. 그것도 라알의 지옥에서. 필이 저것은 보통의 호랑이가 아니다. 그 옛날 유년을 보냈던 집에서 들었던 호랑이 신이 분명하다. 살인귀와 마찬가지로 원혼들은 지옥 곳곳에 몸을 숨겼다. 살인귀는 먹잇감을 쫓기 위해 머리를 굴렸다. 겁이 나지만 저 한 놈만 먹어치운다면 이제 이 답답한 곳에서 붉은 핏물을 강 너머로 보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살육의 냄새를 맡을 수 있었다. 호랑이 귀신 때문에 얼마를 기다려온 시간을 버릴 수 없었다. 살인귀는 머리를 굴려가며 호랑이를 유인할 방법을 떠올렸다. 아니, 그것보다 대체 이 호랑이는 이곳에 왜 온 것인지, 부터가 그의 머릿속에 떠오른 생각이었다.

“도, 도대체 누구시길래?”

“이노옴! 네가 살아있는 인간을 해치려 했던 놈이냐!”

쩌렁쩌렁한 목소리가 지옥의 천장을 울렸다. 우수수하고 흙부스러기가 떨어졌다.

“아, 아닙니다요. 호랑이신님, 저는 그저 인간을 도우려 했던 것 뿐 입니다.”

살인귀는 서둘러 굽실거리며 이야기했다.

“인간 하나가 이곳에 잘못 굴러 온 것 같아서 그치를 도와줬을 뿐입니다. 근데 갑자기 호랑이 울음소리가 들리는 바람에 겁을 집어먹고 달아난 거지 뭡니까.”

“정말이냐?”

그 말에 블랑은 본래의 모습에서 인간의 모습을 한 모습으로 변신했다. 하얀 머리칼을 날리며 서 있는 블랑의 모습에 살인귀는 주춤하듯 뒤로 물러섰다. 신선이라고 할까, 그이는 그냥 잡신도 아닌 대단한 혈통을 지닌 신이 분명했다.

“그, 그럼은요. 인간이 간 곳을 알고 있습니다. 저를 도와주시면 인간을 무사히 지상으로 돌려보낼 수 있을 겁니다.”

살인귀는 그의 정체가 호랑이 신인지 뭔지 알 수 없지만 우선은 그를 이용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평범한 인물이 아닌 이 귀신을 이용한다면 인간을 잡아먹지 않아도 지하를 나갈 수 있을지도 몰랐다. 블랑은 잠시 망설였지만 본디 누군가를 쉽게 믿지 않는 성품이 아니었던지라, 더구나 선우가 지금 어디 있는 지 알 수 없었기에 그는 살인귀를 따르기로 했다. 여차하면 살인귀 따위 블랑이 제거해버리면 그만이었기에 상관없었다.


달아났던 선우는 뒤를 돌아봤다. 살인귀는 보이지 않았고, 자신을 포기했다는 생각을 했다. 그 마음 때문인지 그는 빠르게 놀리던 발을 멈추고 바닥에 주저앉았다. 아까부터 심장이며 폐가 터질 것 같았다. 잠시만 숨을 돌리고 길을 찾아 나가야겠다는 생각을 하며 주위를 둘러봤다. 아무 것도 보이지 않는 캄캄한 지하에 떨어지는 물소리뿐이었다.

똑똑똑

물소리가 떨어졌다. 자신의 머리위로도 물이 떨어졌다. 그랬기에 선우는 자신의 어깨를 두드리는 낌새를 한참이 지나서야 알게됐다.

톡톡

“하아- 언제 나갈 수 있는 거야.”

선우는 혼잣말을 할 뿐이었다.

톡톡톡

“뭐야······.”

떨어지는 물과 땀에 온 몸이 젖었던 지라 신경도 쓰지 않고 있는데, 웃음소리가 들렸다.

으흐흐.

“뭐, 뭐야!”

뒤를 돌아봤을 때, 기다란 손톱이 선우의 어깨를 두드리고 있었다. 일생동안 살인을 저지른 살인귀와 비슷한 살인마녀였다. 그렇지만 살인마녀는 그저 심심한 곳에서 누군가를 괴롭히며 장난치는 것을 좋아했다. 어깨에 붉은 손톱이 닿는 순간, 선우는 그만 소리를 지르며 기절하고 말았다. 살인마녀의 빨간 손톱의 백발의 귀신이 입을 벌쭉 벌리자 귀까지 찢어진 입이 보였기 때문이다.

“으아악!”


선우의 비명 소리가 들리자 블랑은 고개를 돌렸다. 살인귀를 따라서던 그는 걸음을 멈추고 저 멀리서 들려오는 비명소리에 집중했기 때문이다. 분명 선우의 비명소리였다. 블랑이 멈추자 살인귀는 돌아서 물었다.

“왜 그러십니까?”

“지금 무슨 소리가 난 것 같은데?”

“무슨 소리가 났다고 그러십니까?”

“분명 누군 비명을 질렀던 것 같은데······.”

아무 소리도 듣지 못했다는 듯 살인귀는 고개를 저었고, 블랑은 다시 걸어가는데, 다시 귀를 찢는 비명소리가 들렸다.

“서, 선우야!”

블랑은 소리가 나는 쪽으로 몸을 돌려 달려갔다. 혼자서 우뚝 선 살인귀는 멀어지는 블랑을 바라보며 비릿한 웃음을 짓고는 서둘러 지상으로 향하는 길을 달려갔다.

블랑이 도착했을 때, 살인마녀는 선우의 얼굴 위로 머리를 늘어뜨리는 놀이를 하고 있었고, 블랑은 곧장 바람을 불러 일으켜 살인마녀를 없앴다. 기절한 선우를 블랑은 안고 지상으로 향했고, 그 사이 살인귀는 지상으로 닿았다. 살인귀가 지상으로 닿자, 지상의 길이 뚫렸다는 소식은 삽시간에 지하를 덮쳤고, 배짱 있는 지하의 귀신들이 모두들 지상으로 향하고 있었다. 지상은 그야말로 악령들로 가득했다. 잭은 심상치 않음을 느끼며 하늘을 올려다봤다. 저 멀리서부터 먹구름이 몰려오고 있었다.


작가의말

하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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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7 107. 마지막. 18.08.11 33 1 12쪽
106 106. 이복남매. 18.08.04 52 1 8쪽
105 105. 납치. 18.07.28 24 1 6쪽
104 104, 계획 18.07.21 44 1 7쪽
103 103. 덫. 18.07.14 35 0 7쪽
102 102. 각자의 자리. 18.07.07 34 0 6쪽
101 101. 계략. 18.06.30 25 1 8쪽
100 100. 명령. 18.06.23 33 0 9쪽
99 99. 소집명령. 18.06.09 26 1 8쪽
» 98. 호가호위. 18.06.02 40 1 7쪽
97 97. 살인귀. 18.05.26 40 0 7쪽
96 96. 지하. 18.05.19 53 0 5쪽
95 95. 깨져버린 결계. 18.05.12 208 1 11쪽
94 94.영역. 18.05.05 47 0 11쪽
93 93. 잭의 구슬. 18.04.28 30 1 9쪽
92 92. 지하의 계단. 18.04.21 63 0 7쪽
91 91. 협정. 18.04.14 39 1 10쪽
90 90. 손님. 18.04.07 124 0 8쪽
89 89. 선과악. 18.03.31 62 1 8쪽
88 88. 어색한 기류. 18.03.24 48 1 9쪽
87 87. 산중호걸. 18.03.17 391 0 8쪽
86 86. 방랑기. 18.03.10 67 1 9쪽
85 85. 별이 빛나는 밤에. 18.03.03 41 0 10쪽
84 84. 비밀. 18.02.24 55 1 7쪽
83 83. 파문. 18.02.17 215 1 7쪽
82 82. 비밀. 18.02.10 48 1 9쪽
81 81. 돌아온 이들. 18.02.03 51 1 10쪽
80 80. 소금 과자. 18.01.27 40 1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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