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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요진 님의 서재입니다.

달의 거울- 잃어버린 조각을 찾아서

웹소설 > 자유연재 > 퓨전, 판타지

피요진
작품등록일 :
2015.12.16 16:42
최근연재일 :
2018.08.18 12:19
연재수 :
108 회
조회수 :
15,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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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3
글자수 :
448,426

작성
18.02.10 1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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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쪽

82. 비밀.

DUMMY

레아를 보자말자 수는 고개를 저었다.

“수! 그 동안 어디 있었어!”

밀밀당을 떠나가라 레아의 목소리가 울렸다. 레아와 비슷하게 수의 집으로 돌아온 잭은 골치 아픈 일이 생겨났다는 듯 멋쩍은 웃음을 지으며 물었다.

“이야, 레아, 거기까지 수의 소식이 전해졌단 말이야?” “미루 양이 그러던 걸. 미루 양이랑 설아가 어찌나 급하게 말하던지. 하마터면 수가 돌아왔다는 걸 못 알아들을 뻔했어. 수, 왜 이제야 온 거야. 그 동안 잘 지냈어?”

황금색 숄을 휘두르며 레아는 빠르게 수의 곁으로 다가갔다.

“진정 좀 하라고, 레아. 수 녀석 그렇게 급하지 않은 거 알잖아.”

황룡인 레아는 때때로 대지의 힘처럼 거침없고, 급한 성격을 지니고 있었다. 수는 그런 레아의 성격을 좋아하지 않았고, 잭은 그것을 알고 있었다. 지금 역시 수는 질린다는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돌렸다.

“알겠어······수, 몸은 괜찮은 거야? 듣자하니 다쳤다고 하던데.”

한결 느긋해진 레아에 수는 다시금 고개를 돌렸다.

“이제 괜찮아. 무치의 의술은 탁월하니까.”

“정말······하나도 안 변했구나?”

수를 바라보는 레아의 얼굴에는 지난 세월의 수심과 함께 그리운 것들을 그리는 아련함이 깃들어 있었다. 수는 애써 그 시선을 피하며 입을 열었다,

“변할게 뭐있겠어. 인간처럼 늙는 것도 아니고.”

“그렇지.”

종래엔 눈물을 훔치며 레아는 말했다.

“그래도 나만 늙은 느낌이야.”

그때 잭이 군중을 다그치듯 말했다.

“자자, 회포는 나중에 풀고 지금은 밥부터 먹읍시다. 배고프네.”


식사를 하는 내내 레아는 진기와 수의 눈치를 살폈다. 잭과 선우 그리고 원호는 그들이 만들어내는 묘한 분위기를 살피느라 힘겹게 밥을 넘겼다.

“야, 이거 정말 맛있네. 진기 요리 솜씨가 많이 늘었다.”

잭은 허브로 양념을 한 닭요리를 집어 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예전에는 냄비도 다 태워먹고 그랬잖아, 안 그래? 하하하.”

어색한 웃음을 빼먹지 않은 것은 그들 중 그 누구도 잭의 말을 듣지 않았기 때문이다. 모두의 눈치를 살피던 잭은 얕게 한숨을 내쉬고는 태도를 바꿔 말했다.

“그때, 라히도의 성에 라알이 갑자기 나타난 건 어째서일 까?”

그들 역시 그제야 관심을 나타내 잭을 바라봤다.

“라알이 나타난 건 처음이야, 그렇지?”

수는 진기를 바라보며 물었다.

“맞아요. 라알이 나타났다면 내게 라알의 이름을 붙이지도 못했겠죠······.”

“그거 참 이상한 일일세······라알이 갑자기 나타난 이유가 대체 뭐란 말이야.”

의문에 가득 담겼던 잭은 레아를 바라보며 물었다.

“레아, 그쪽엔 별 일 없었어?”

“우리?”

레아는 곰곰 생각을 하더니 이내 아, 하고 말했다.

“맞아. 실은 말이지 만라에게 들르라는 전갈을 정령이 들고 왔었어.”

“응? 만라를?”

모두의 이목이 레아에게 집중됐다.

“지난번에 너희가 리트에 갔을 때였어. 아직 가보지는 않았어. 오늘 오후 중이 약속이었으니까. 아마 만라는 수가 돌아올 걸 미리 알고 있었을 거야. 그는 미래를 볼 수 있으니까······그것 때문에 나를 부른 걸까?”

“흠······수, 너한테는 별 말 없었어?”

입가심으로 차를 마시던 수는 가만히 눈을 감은 채 고개를 저을 뿐이었다.

“뭐, 우선 오라니까 가긴 해야겠네.”

“그래야지. 같이 갈래?”

레아의 제안에 잭은 서둘러 고개를 저었다.

“아니 됐어. 만라한테 가면 또 그 지루한 이야기들을 들어야 한다고! 그 양반도 자기애가 너무 넘쳐서 큰일이라고!”

“후후훗, 그렇긴 하지. 수는 안 가볼래? 아직 만라한테 인사도 안 했을 거 아니야.”

“급하면 자기가 오겠지, 뭐.”

수의 태연한 반응에 잭은 깔깔대며 웃어넘겼다.

“그 양반은 밀밀당 근처에는 오지도 않는다고.”

“그나저나 만라가 너를 왜 오라고 한 걸까?”

뚫어져라 바라보는 수의 시선에 레아는 얼굴을 붉히며 고개를 저었다.

“그, 글쎄······그나저나 나 이만 가봐야겠다. 다음번에는 제대로 다 얘기 해줘야 돼, 알겠지?”

“가봐.”

별다른 대꾸도 없는 수를 지그시 바라보곤 레아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녀를 배웅하고 나서 수는 잭 역시 그만 가길 바라는 눈치였다.

“우리도 그만 가요.”

눈치를 살피던 선우는 원호와 잭의 팔을 끄집고 일어섰다.

“왜 더 있다 가지. 아직 묻고 싶은 게 많은데.”

아쉬워하는 진기를 향해 선우는 아쉬워하지 말라는 듯 활짝 미소를 지었다.

“다음에 또 하면 되죠. 이제부터 다시 수업 들으려고 자주 올 거예요. 그때 엄마 이야기 잔뜩 해줄게요.”

진기는 선우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모두가 돌아가자 말자 수는 의자에 파묻혀 곰곰 생각에 빠졌다.

“왜 그래요?”

찻잔과 접시를 치우던 진기가 물었지만 대답이 없었다. 수는 이따금 깊은 생각에 빠져들었다. 진기는 조용히 부엌으로 향했다. 수는 아까부터 깊은 의문에 빠져있었다. 레아를 부른 만라 때문이 아니었다. 일처리가 빠르고 충성심이 깊은데다 인간세계를 잘 아는 레아에게 일을 맡기는 일이 잦았기에 별난 일이 아니었다. 수가 계속해서 의심이 가는 것은 왜 라알이 그곳에 나타났냐는 것이다. 잭의 말에 화제가 금방 돌아갔지만, 수는 답을 내리고 싶었다. 라알이 도대체 왜······. 물론 꽤나 신사적인 라알은 인간들을 제물로 삼고 마을을 다스리는 이복형제 라히도의 추태를 가만히 두지 않았을 것이다. 그런데 왜 하필 그때였을 까. 어째서 그때 알게 된 것일까. 라히도가 리트의 바다를 집어삼켰다는 것을. 왜 하필, 자신과 진기가 위험에 빠졌을 때. 아니 어쩌면 선우와 원호, 그 인간 녀석들이 도움이 필요할 때, 그때 나타난 것일까. 라알은 무엇 때문에 라히도를 벌하는 척, 그들을 도왔을 까.

의문에 싸여있는 것은 수뿐만이 아니었다. 일찍 나온 잭과 레아 역시 의문이 불쑥 머리를 치켜들었다. 결국 잭은 레아와 함께 만라에게 가기로 했고, 선우와 원호는 무치에게 가 있었다.

“아니 대체 만라는 왜 레아를 부른 거야?”

“나도 모르지. 다리 사냥에 대한 것 때문인가? 아니면 마오? 그것도 아니면······정말 수에 대한 것 때문에 나를 부른 건가?” “레아······아직도 수 얘기만 나오면 이렇게 조급해 하는 거야.” 문득 잭은 안타깝다는 듯 레아에게 말했다.

“내, 내가? 아니야. 그런 적 없어. 그냥 만라가 불러서 긴장돼서 그런 거야. 왜 꼭 그 교무실에 불려가는 아이들처럼 말이야.”

“정말이야?”

“그럼······.”

레아의 목소리가 기어들어가는 듯 하더니 이내 입을 열었다.

“사실 이제 수를 보면 아무렇지도 않을 거라 생각했는데, 그게 안 되네. 수가 돌아왔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부터 뭔가 정신이 흐트러졌어. 수를 보자말자 그게 터져버렸고······또 다시 진기와 함께 돌아왔다는 거에 우습게도 질투도 났어, 웃기지 나?”

부드럽게 미소를 짓던 잭은 고개를 저었다.

“아니, 전혀. 당연한 거야. 네가 수를 얼마나 사랑했는지, 나는 알잖아. 네가 그러는 거 당연한 거야. 그래도 네가 자랑스러워. 적어도 진기를 미워하지는 않잖아.”

“그럼, 수가 망가졌던 게 그 아이의 잘못은 아니니까. 단지, 조금 걱정은 돼. 인간을 너무 사랑하는 것 말이야. 예전에 만라도 그렇게 배신을 당했고, 블랑의 입장에서는 진기에게 배신을 당한 거나 다름없고, 수와의 사이도 틀어지고······잭, 너도 인간들을 너무 사랑하게 될 까봐 나, 솔직히 걱정 돼. 너마저 인간에게 상처를 받으면 나 정말 인간을 미워하게 될 지도 몰라.”

“그럴 리 없어. 이 잭은 말이지, 그렇게 쉽게 사랑에 빠지지 않는다고.”

잭은 능청스럽게 말하며 레아를 달랬다.

“나 봐봐, 응?”

잭의 노력과 달리 레아의 눈빛은 여전히 복잡한 감정으로 뒤섞여 있었다. 그녀는 나지막하게 말했다.

“오죽하면 라알마저······.”

그 이름이 나오자 잭은 화들짝 놀라며 레아를 불렀다.

“레아!”

“응?”

레아는 그제야 잭을 바라보며 자신의 입에 손을 가져다댔다.

“그 얘기는 하지 않기로 했잖아.”

“미, 미안. 나도 모르게 그만.”

“그건 우리 둘만 아는 비밀이라고. 알겠어?”

“응. 조심할게.”

잭은 레아에게 단단히 주의를 준 뒤 만라가 있는 천상계를 향해 걸어갔다. 그들이 있던 자리에는 레아의 숄을 들고 있던 진기가 서 있었다.


작가의말

하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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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6 96. 지하. 18.05.19 53 0 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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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 91. 협정. 18.04.14 39 1 10쪽
90 90. 손님. 18.04.07 124 0 8쪽
89 89. 선과악. 18.03.31 62 1 8쪽
88 88. 어색한 기류. 18.03.24 48 1 9쪽
87 87. 산중호걸. 18.03.17 391 0 8쪽
86 86. 방랑기. 18.03.10 67 1 9쪽
85 85. 별이 빛나는 밤에. 18.03.03 41 0 10쪽
84 84. 비밀. 18.02.24 55 1 7쪽
83 83. 파문. 18.02.17 215 1 7쪽
» 82. 비밀. 18.02.10 48 1 9쪽
81 81. 돌아온 이들. 18.02.03 51 1 10쪽
80 80. 소금 과자. 18.01.27 40 1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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