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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요진 님의 서재입니다.

달의 거울- 잃어버린 조각을 찾아서

웹소설 > 자유연재 > 퓨전, 판타지

피요진
작품등록일 :
2015.12.16 1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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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8.18 1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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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1.20 1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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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79. 금의환향.

DUMMY

심장을 움켜지자 바르작거리던 진기는 거의 경기라도 일으킬 듯 했다. 고통에 몸부림 칠 때, 솟아오른 건 바로 푸른빛이었다. 푸른 빛······. 그것은 청룡의 성스러운 빛이었다. 휘이익, 하는 청룡의 울음소리가 동굴을 울려 퍼졌다. 휘이익, 휘이익, 하고 몇 번이고 울음이 퍼져 올랐다. 그 소리가 쉬이 감당이 되지 않았던 선우와 원호는 귀를 틀어막고 눈을 찡그렸다. 평범한 인간으로서는 분노와 서글픔으로 가득 찬 청룡의 울음소리를 받아들일 수 없었다.

“수! 그렇게 소리 지르면 거울이 깨지고 말거예요.”

염려의 목소리로 뒤를 도는 선우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수, 수······.”

눈앞에 있는 것은 다름 아닌······청룡, 몸부림치며 거대한 기상을 하고 있는 청룡이었다.

“그 아일 내려놔.”

웅장하게 청룡의 목소리가 동굴을 울렸다.

“오호, 재밌게 돌아가는 군.”

라히도는 뭐가 그리도 신이 나는 지 입꼬리를 씰룩거리며 수를 바라봤다.

“힘도 없는 주제에 누굴 위협이라도 할 줄 알아?”

더욱 더 세게 진기의 심장을 움켜쥐었다. 으아악! 하는 비명이 찢을 듯 터져 나왔다.

“진기 삼촌!”

그 모습을 볼 수 없었던 선우는 손을 들어 올려 물줄기를 쐈다. 광기에 번뜩이는 라히도에게는 어린애 장난에 불과한 공격이었다.

“하하하핫! 이걸로 내 털끝이라도 건들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 어! 감히 인간 주제에 나를 망칠 수 있을 것 같냐고!”

발작이라도 할 듯 소리치던 라히도는 오른쪽 팔을 뻗었다. 선우의 목을 움켜 쥘 작정으로. 그렇지만 오른쪽 팔은 뻗어지지 않았다. 오른팔은 힘없이 펄떡거렸다.

“왜 이래! 왜 이러는 거야? 멜! 멜 어디 있는 거야! 이 팔이 대체······!”

진기였다. 라히도의 머리를 번뜩이는 건 불꽃을 일으키며 자신의 오른쪽 날갯죽지를 갈랐던 진기의 모습이었다. 화가 머리끝까지 솟구쳤다. 숨이 턱턱 막힐 정도로 분노가 치밀었다. 수의 뒤꽁무니나 쫓아다니는 한낱 인간 녀석에게 오른쪽 날갯죽지를 잃어버리다니!

“으아악!”

분노한 라히도는 심장을 터트릴 기세로 진기의 심장을 쥐었다. 붉은 피가 철철 넘치다 못해 뭉큰한 덩어리들이 뚝뚝 떨어졌다. 진기는 입 거품을 물며 헐떡거렸다.

“안 돼!”

선우와 원호가 동시에 외쳤고, 머리 뒤편에서 푸른빛이 수런거렸다.


“무치, 이대로는 안 되겠어.”

이튿날 째에도 자신들을 튕겨내는 고요한 바다에 얼굴을 드밀며 잭이 말했다.

“아무래도 만라에게라도 가봐야 할 것 같아.”

“그건 내가 이미 말을 해놨네. 자네들이 잠든 새벽에 만라에게 갔다 왔어. 너무 걱정 말게. 분명 만라의 뜻이 닿겠지.”

“그래야 될 텐데······.”

그때였다. 잠잠하던 바다가 회오리치며 물결이 일었다. 무치와 잭은 눈이 휘둥그레져서는 그 광경을 바라봤다. 넘실거리는 파도에 쫄딱 젖는 것도 모르고 가만히 바다의 움직임을 살폈다.

“뭐지······?”

잭의 말이 끝나자말자 푸른빛이 바다와 함께 솟구쳐 올랐다.

“이, 이건!”

그들은 느낄 수 있었다. 이 빛은 분명 청룡의 것이었다. 푸른빛은 기둥을 타고 올라오더니 사방으로 퍼져나갔다. 차가운 바람이 청룡의 귀환을 환영하듯 바다 주위를 거세게 날아왔고, 리트의 전체가 태풍이 일 듯 광풍에 휩싸였다. 모든 것은 신의 뜻이라는 생각으로 리트의 주민들은 날아갈 듯 흔들리는 창과 문의 걸이를 꼭꼭 잠그고 기도에 나섰다. 저기 먼 땅에서 온 귀인들이 이 비극을 끝내리라, 간절한 소망을 담아.


리트에서 한 바탕 소동이 일어나는 동안 바다 속 상황은 완전히 변해있었다. 어느새 인간의 모습으로 변신한 수가 눈을 번뜩이자 회오리바람이 일었고, 나뭇잎들이 그 바람 속에서 라히도의 몸을 갈가리 찢어놓았다. 으아악! 하는 라히도의 비명이 동굴 안을 흔들었다. 고통에 몸부림치는 동안 놓아진 진기를 향해 선우와 원호가 달려왔다.

“괜찮아요?”

선우와 원호의 물음에도 진기는 이미 정신을 잃은 듯 대답이 없었다.

“인간이여, 그 아이에게서 떨어져.”

어느새 뒤로 다가온 수에 선우와 원호가 비켜섰다. 수는 천천히 무릎을 꿇고 축 늘어진 그를 안아들었다.

“진기야, 괜찮은 거니?”

미동도 없는 진기에게 수는 천천히 입을 맞췄다. 숨을 불어넣기라도 한 것인지, 진기의 창백한 얼굴에 빛이 돌았고, 심장 위에 새살이 돋기 시작했다. 꿈틀거리기 시작했다. 마침내 눈을 뜬 진기는 수와 눈을 맞추고는 한참을 그렇게 바라봤다.

“수······정말 수가 맞아요?”

수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진기는 뭐가 그리도 기쁜 지 수의 목을 와락 껴안았다.

“괜찮은 거예요? 수, 정말 괜찮은 거냐고요?”

수는 고개를 끄덕이며 가만히 등을 쓸어내렸다.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야, 얼른 이곳을 나가야해.”

동굴이 무너지고 있었다. 스르륵, 하고 동굴을 빚어낸 돌 부스러기가 흘러내렸다. 진기는 고개를 끄덕였고, 선우와 원호의 부축을 받아 일어섰다.

“이제 곧 여기는 무너질 거야!”

피를 뚝뚝 흘리며 갈라진 얼굴을 들이민 라히도가 거의 미쳐서는 말을 이었다.

“그거 알아? 당신이 이곳을 떠나는 그날, 바로 이곳에 있는 아이들이 모두 무너져 내린 성에 갇히고 말거라고. 설마 너희들끼리 살겠다고 그 아이들을 모두 외면할 건 아니지? 너희는 말이야, 나랑 다르게 그 ‘선량한’ 가치를 들이미는 것들 아니야? 아하하하!”

라히도의 웃음소리가 기기하게도 동굴을 울려댔다. 수는 아무런 감흥 없는 얼굴을 하고서는 다시 한 번 회오리바람을 일으켰다. 살이 찢기면서도 라히도는 미친 듯이 웃어댔다. 라히도는 어느새 집어든 달의 거울 조각을 흔들며 말했다.

“잘 있으라고! 멍청한 네놈들 덕에 나는 달의 거울을······!”

말을 마치기도 전이었다. 서늘한 연보랏빛 손아귀가 라히도의 목을 쥐어틀었다. 켁켁 거리며 옆을 바라보자 그가 서 있었다.

“네가 감히······!”

시린 음성을 풍기는 것은 라알이었다. 선우는 이 상황들이 모두 어리둥절해서는 바라보고 있었다. 분명 라알과 라히도는 같은 편일 텐데······. 라알은 자신들이 아닌 라히도의 목을 움켜쥐고 있었다. 아무리 사이가 좋지 않아도 지금은 수와 자신들을 무찌를 텐데······. 선우는 이해할 수 없는 이 상황 속에서 혼란스러워했다. 혼란스러워 하는 그와 라알의 눈이 동시에 마주쳤다. 그 눈빛이란······무언가 이상했다. 왜 이리도 애틋한 시선을 던지는 건지······.

“라알! 왜, 이 비겁한 녀석. 네가 여기는 어떻게 알고 온 거야! 아하, 설마 저 인간들 중에 네가 싸지른 애새끼라도 있는 거야, 그런 거야?!”

악에 바친 라히도의 목소리가 찢어질 듯 새어나왔다. 라알은 분노한 채 라히도를 더욱 움켜쥐었다.

“뚫린 입이라고 함부로 떠들다간 어떻게 되는지 알고 있을 텐데.”

아무런 흔들림 없는 목소리로 라알은 손을 들었다. 라히도는 번뜩이는 라알의 눈빛을 볼 수 있었다. 그 눈빛은 심장을 얼어붙게 만들었다. 태세를 바꿔 라알에게 빌었다.

“라알, 미안해. 내가 말이 좀 경솔했어. 용서해줘. 라알, 제발 부탁이야. 그냥 조용히 이곳을 떠나게만 해줘.”

라알은 자신의 형제를 바라보며 냉정하게 입을 열었다.

“절대 내 눈 앞에 나타나지마. 또 한 번 나대다가는 그 때는 이대로 끝나지 않을 거야.”

말을 마친 라알은 자신의 검을 들어 올리며 라히도의 오른쪽 팔을 갈랐다. 정확히 말하자면, 멜 영감의 오른팔이 바닥에서 펄떡거렸다.

“당장 내 눈 앞에서 꺼져.”

라히도는 잇새로 새어나오는 욕을 참으며 고맙다는 말과 함께 서둘러 그곳을 빠져나갔다. 수는 그 모든 것들을 무연히 바라보다 입을 열었다.

“진기야, 우리도 이만 가자.”

“네? 하지만······.”

라히도의 말이 아무래도 거슬렸다. 이곳은 제물로 받쳐 들어온 아이들로 가득했다. 진기의 머릿속엔 퍼뜩 기억이 스쳐갔다. 제 손으로 아이들의 목을 움켜쥐고 태어버렸던, 기억. 고통스러운 듯 진기는 갑자기 머리를 움켜쥐고 토하기 시작했다.

“왜 그러는 거야?”

수는 물었다.

“수, 수. 내가, 내가 아이들을 죽였어요······이 손으로 아이들을 태워버리고, 불을 붙였어요. 선우야, 너는 알고 있지? 내가 아이들을 죽였다는 걸?”

선우는 그 애처로운 눈빛을 외면 할 수밖에 없었다. 눈을 질끈 감고 아니에요, 하고 울먹일 뿐이었다. 그때 수의 냉정한 음성이 들렸다.

“그건 네 잘못이 아니다.”

“네?”

눈가에 눈물을 매달고 진기는 수를 바라봤다. 언제나 동경해오던 그 얼굴, 얼음장처럼 투명하고, 시린 그 얼굴은 아무런 감정도 담고 있지 않았다.

“인간을 죽인 건 네 뜻이 아니야. 바로 저 라히도가 한 짓이지. 너는 아무런 상관도 없어. 자, 그런 이야기는 그만두고 얼른 이곳을 나가자. 한 시라도 빨리 라히도의 성을 나가지 않으면 너를 제대로 치료할 수 없어.”

“하지만 수······우리가 나가면 아이들이 모두 갇히고 말 거예요. 이 성은 수의 힘으로 떠받들어지고 있었잖아요. 우리가 나가버리면 이대로 물속에 매몰돼버리고······.”

“그게 나랑 무슨 상관이지?”

수의 음성은 너무나도 차가웠다. 선우와 원호는 그 기세에 몸이 움츠러들였다.

“네?”

“이기적이고, 탐욕적인 인간들 몇이 죽는다는 게 나랑 무슨 상관이 있냐 말이야. 나는 너만 지키면 돼. 내게 지켜야 할 인간은 너 뿐이라는 걸 알면서 대체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선우는 그때 예전 백호, 블랑과 수가 다퉜다는 이야기가 떠올랐다. 다리에 대한 마녀사냥으로 인해 그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분분할 때, 수는 인간을 외면하는 쪽에 섰다는 이야기······감정을 담고 있지 않는 눈은 섬뜩하기 그지없었다. 진기는 그런 수를 바라보며 눈물을 흘렸다.

“수, 나는 그럴 수 없어요. 그 아이들을 버리고 갈 수 없어요.”

거의 애원이나 다름없었다. 수는 그에 한숨을 내쉬더니 선우와 원호를 바라봤다.

“너희들, 이곳에 있는 아이들을 데리고 먼저 나가.”

“고마워요, 수.”

선우와 원호는 행동을 빨리 해야 했다. 아이들이 갇힌 감옥을 향해 선우와 원호는 내달렸다. 감옥으로 향하기 전, 선우는 뒤를 돌아봤다. 그곳엔 라알이 서 있었다. 라알 역시 뒤를 돌아보고 있었다. 그는 분명 선우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 시선을 떨쳐내기 위해 선우는 다시 뒤를 돌아 필사적으로 달려갔다. 선우와 라히도가 떠난 뒤에야 한참을 서 있던 라알은 그곳을 떠났다. 떠나기 전, 라알은 조용히 나직이듯 말했다.

“다음에 보자, 아들아······.”


라히도가 떠난 바다는 무치의 힘으로도 열릴 수 있었다. 무치는 때를 기다려 바다의 길을 열었고, 그곳에서 최면에서 깨어난 아이들이 선우와 원호와 함께 올라왔다. 광풍이 멈추자 리트의 사람들 역시 바다로 몰려들었다. 그들은 돌아온 아이들을 제 자식인 것처럼 껴안고 키스를 퍼부었다. 눈물과 환호로 맞이한 그 모습에 선우와 원호는 눈물을 흘릴 수밖에 없었다. 마지막으로 리트의 사람들과 미루와 설아는 그들을 안아주며 재회를 했다.

“괜찮은 거예요?”

미루의 물음에 선우는 고개를 끄덕였다. 잭은 그들이 자랑스러운 지 머리를 헝클이며 칭찬을 퍼부었다. 무치는 뒤에서 하핫, 하고 웃을 뿐이었다. 아이들과 선우, 원호가 올라오고 한참 뒤 쿠르릉, 하는 소리와 함께 바다에는 거대한 먼지가 일었다. 선우와 원호는 바다를 바라봤다. 이제야 수와 진기가 그곳을 빠져나오는 듯 했다.

“수가 있으니까 괜찮을 거야.”

선우의 걱정을 아는 지 원호는 그의 어깨를 두드리며 말했다. 선우는 입을 굳게 다물고는 짧게 고개를 끄덕였다. 잠시 후 바다 위로 쓰러진 진기를 안은 수가 올라왔다.

“수!”

잭이 먼저 수를 껴안기 위해 팔을 벌렸다. 어지간히도 반가운 게 아니었다.

“이게 얼마만이야!”

그런 잭의 마음을 아는 지, 수는 무치에게 다가서더니 귓속말을 했다. 무치는 가만히 고개를 끄덕이곤 포탈을 열었다.

“우선은 이 아이를 치료해야 하니까, 우리는 먼저 가보겠네.”

“그래. 얼른 그러라구.”

무치와 진기를 안은 수는 포탈을 통해 밀밀당으로 향했다. 그 모습을 바라보던 잭은 안도감을 느끼며 자신의 아이들을 껴안았다. 선우와 원호는 숨이 막힌다며 투정을 부렸고, 잭은 더욱 그들을 꽉 끌어안으며 고마울 따름이었다.


작가의말

하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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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 102. 각자의 자리. 18.07.07 34 0 6쪽
101 101. 계략. 18.06.30 25 1 8쪽
100 100. 명령. 18.06.23 33 0 9쪽
99 99. 소집명령. 18.06.09 26 1 8쪽
98 98. 호가호위. 18.06.02 40 1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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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6 96. 지하. 18.05.19 53 0 5쪽
95 95. 깨져버린 결계. 18.05.12 208 1 11쪽
94 94.영역. 18.05.05 47 0 11쪽
93 93. 잭의 구슬. 18.04.28 30 1 9쪽
92 92. 지하의 계단. 18.04.21 63 0 7쪽
91 91. 협정. 18.04.14 39 1 10쪽
90 90. 손님. 18.04.07 124 0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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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8 88. 어색한 기류. 18.03.24 49 1 9쪽
87 87. 산중호걸. 18.03.17 391 0 8쪽
86 86. 방랑기. 18.03.10 67 1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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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1 81. 돌아온 이들. 18.02.03 51 1 10쪽
80 80. 소금 과자. 18.01.27 40 1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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