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피요진 님의 서재입니다.

달의 거울- 잃어버린 조각을 찾아서

웹소설 > 자유연재 > 퓨전, 판타지

피요진
작품등록일 :
2015.12.16 16:42
최근연재일 :
2018.08.18 12:19
연재수 :
108 회
조회수 :
15,451
추천수 :
83
글자수 :
448,426

작성
18.02.24 22:48
조회
55
추천
1
글자
7쪽

84. 비밀.

DUMMY

진기가 기억하는 쌍둥이 동생 진서는 조금 특이한 아이였다.

“진서야, 뭐하니?”

그 아이의 특이함을 자각하기 시작한 건 고등학교에 들어갈 무렵이었다. 늦은 밤 요의가 느껴져 뒷간을 갔다 올 때면 분명 어머니와 잠을 청해야 할 진서가 장독대가 늘어선 마당 한 구석에 서 있었다.

“오빠, 오늘 달이 너무 예쁘지 않아?”

허연 얼굴이 달 아래 창백하게 드러난 진서는 웃고 있었다. 머리를 기다랗게 늘어뜨린 진서의 그 모습을 처음 진기는 특이한 놈, 하고 넘겼다. 매일같이 진서가 자리를 비우리라고는 감히 생각도 하지 못했다. 한날은 자못 심각하게 어머니가 말을 꺼냈다.

“진기야.”

앉은뱅이책상에서 공부를 하고 있을 때였다. 어머니는 조심스레 방문을 열더니 직접 방으로 까지 들어와 조용히 나직이듯 말했다. 봉건적인 관습이 남아있던 지라, 자식이어도 아들의 방에는 감히 발을 들이지 않고 할 얘기가 있을 시엔 멀찍이 마루에 앉아 말을 건네곤 했다. 물론 이제 갓 사춘기에 접어든 아들을 배려하는 마음이기도 했다. 그런 어머니가 이른 아침부터 아들의 방을 직접 들어온 것은 분명 어떤 감추고 싶은 이야기를 나누는 게 분명했다.

“예, 어머니.”

“그, 진서 말이다, 요즘 좀 이상하지 않니?”

“왜······?”

“그게.”

어머니는 숨을 내쉬고는 입을 벙긋거리듯 작게 말을 이었다.

“밤마다 사라진다.”

“네?”

순간 놀란 진기의 목소리가 커지자 어머니는 쉿, 하고 검지를 입에 가져다댔다.

“진서 깰라. 어제도 보니까 이른 새벽에야 들어와서 자더라. 잠옷을 입고 있는 걸 보면 어딜 갔다 오는 것도 아닌 것 같은데, 허구한 날 그러는 게 영 이상하다. 정은이 엄마가 아무 말 없는 거 보면 정은이랑 어디 놀러 가는 건 아닌 것 같고, 지 혼자 자꾸 나갔다 오는 것 같은데, 진기 뭐 아는 거 없어?”

진기는 그 밤, 달이 밝던 그 밤을 떠올렸다. 진서는 그날 장독대 앞에 서서 달이 예쁘다하고 웃어댔다.

“그게······그냥 마당에 서 있던데요.”

“마당에? 거기는 뭐하러? 뭐하고 있던데? 물 떠놓고 소원이라도 빌고 있더나?”

“아뇨. 그냥······.”

달이 예쁘다고 말하려는데, 작은 방에 누워 있는 아버지가 앓는 소리를 냈다. 일어난 시간이었다. 어머니는 한숨을 내쉬고 오줌을 누이러 건너 작은 방으로 향했다. 진기는 문득 겁이 났다. 진서마저 혼이 빠져 누워 있기만 하는 신세가 되는 건 아닌지. 몸에 병이 난 건 아니라고 했다. 차라리 그런 거라면 정성스레 돌보기라도 할 거라고 어머니는 말했다. 집안의 저주에 걸린 거라고, 그것 때문에 아무 일도 못한 채 산송장처럼 넋을 빼고 있는 모습이 한탄스럽다고 했다. 그 집안의 저주, 달의 영향인지 뭔지 하는 그것을 진서 역시 받고 있는 게 아닌가, 하고 진기는 무서워졌다.


“진서야. 너 또 뭐해?”

처음 진서를 보고 몇 년이 지나서였다. 그때 까지 진서는 활발하고, 똑똑한 아이였다. 정은이와 마을을 휘젓고 다니며 왈가닥처럼 노는 통에 어머니의 속을 썩이기도 했고, 어느 날은 문득 언젠가 정은이와 해외여행을 가겠다며 주장하기도 했다. 달이 뜨는 밤이면 진서는 달라졌다. 멍하니 서서 한참을 달을 보는 걸 멈추지 않았다. 얼마 후면 진기는 길을 떠나야 한다는 것을 어렴풋 느끼고 있었다. 자신이 길을 떠나고 나서도 진서가 계속 기이한 행동을 한다면 어떻게 할까. 진서를 걱정할 어머니가 안쓰러워서 어떻게 할까. 그때 역시 진서는 장독대 곁에 앉아 있었다. 달빛을 받은 하얀 잠옷은 노란 개나리 색 옷을 입은 듯 했다.

“오빠, 오빠는 곧 길을 떠나야 한다며?”

“어? 누가 그래?”

그건 아무도 모르는 것이었다. 진기 저 혼자 그렇게 느꼈을 뿐이다. 간혹 어머니의 한숨 소리가 짙어지기는 했지만 진기가 달의 거울을 찾아 가야 한다는 걸 어머니가 진서에게 말했을 리 없었다. 진서의 말은 꼭 누군가 한 말을 들은 눈치였다.

“응······흐흥.”

진서는 눈을 활짝 접고는 웃음을 터트렸다. 어릴 때 진기의 사탕을 훔쳐 먹은 진서는 사탕을 먹었냐는 질문에 그런 웃음을 지었었다. 비밀을 감추고 있을 때 마다 진서는 그런 웃음을 지었다.

“뭐야, 어머니가 말씀하셨어?”

“아니······흐흐흥.”

“그럼?”

“있어. 달의 낭군님이······.”

우스갯소리를 하는 줄 알았다. 달의 낭군이라니. 그렇지만 분명 사랑에 빠진 얼굴이었다. 자신이 곁에 없을 때 누군가 사랑하는 이와 함께 한다면 다행이라 생각했지만, 그게 누굴까. 진기는 궁금했지만 감히 물어볼 수 없었다. 몰래 훔쳐볼 수도 없었다. 그런 성격이 되지 않는 것도 있었지만, 뭐가 됐든 진서라면 좋은 사람을 사랑하리라, 생각했으니까.


밤이면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는 것 같다고 짐작했지만 한 번도 이 세계의 인간이 아니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그게 무슨 소리야.”

레아가 말했다.

“라알이 사랑한 사람이라니······말이 된다고 생각해?”

당황한 티가 역력했다. 언제나 태평한 잭마저 사색이 되어 말했다.

“말도 안 되는 소리! 라알이 인간을 사랑할 리가 없잖아!”

“아까 전에 들었어요. 들으려고 한 건 아니었는데······라알이 사랑한 인간이 있다고.”

물러서지 않겠다는 듯 단호한 태도의 진기였다. 레아는 눈치를 살폈고, 잭은 한숨을 내쉬었다.

“정말이네요.”

레아와 잭은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혹시······선우도 라알의.”

“그런 말 마!”

잭이 소리쳤다.

“누가 뭐래도 선우는 라알의 자식이 아니야! 그런 녀석의 피가.”

그때였다.

“그게 무슨 소리에요?” 잭과 레아 그리고 진기는 모두 소리가 들리는 쪽을 쳐다봤다.

“서, 선우야!”

선우였다. 그 옆에는 선우의 눈치를 살피는 원호가 서 있었다.

“내가 라알의······.”

“아니, 그게 아니라.”

잭이 서둘러 말했지만 선우는 어디론가 달려갈 뿐이었다. 바람이 낮게 불기 시작했고, 밀밀당 하늘엔 어스름이 내려앉고 있었다.


작가의말

 하핫.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달의 거울- 잃어버린 조각을 찾아서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연재 방법에 대해! 16.12.17 280 0 -
108 108. 살아남은 자들의 발걸음. 18.08.18 32 0 4쪽
107 107. 마지막. 18.08.11 33 1 12쪽
106 106. 이복남매. 18.08.04 52 1 8쪽
105 105. 납치. 18.07.28 24 1 6쪽
104 104, 계획 18.07.21 44 1 7쪽
103 103. 덫. 18.07.14 35 0 7쪽
102 102. 각자의 자리. 18.07.07 34 0 6쪽
101 101. 계략. 18.06.30 25 1 8쪽
100 100. 명령. 18.06.23 33 0 9쪽
99 99. 소집명령. 18.06.09 26 1 8쪽
98 98. 호가호위. 18.06.02 40 1 7쪽
97 97. 살인귀. 18.05.26 40 0 7쪽
96 96. 지하. 18.05.19 53 0 5쪽
95 95. 깨져버린 결계. 18.05.12 208 1 11쪽
94 94.영역. 18.05.05 47 0 11쪽
93 93. 잭의 구슬. 18.04.28 30 1 9쪽
92 92. 지하의 계단. 18.04.21 63 0 7쪽
91 91. 협정. 18.04.14 39 1 10쪽
90 90. 손님. 18.04.07 124 0 8쪽
89 89. 선과악. 18.03.31 62 1 8쪽
88 88. 어색한 기류. 18.03.24 48 1 9쪽
87 87. 산중호걸. 18.03.17 391 0 8쪽
86 86. 방랑기. 18.03.10 67 1 9쪽
85 85. 별이 빛나는 밤에. 18.03.03 41 0 10쪽
» 84. 비밀. 18.02.24 56 1 7쪽
83 83. 파문. 18.02.17 215 1 7쪽
82 82. 비밀. 18.02.10 48 1 9쪽
81 81. 돌아온 이들. 18.02.03 51 1 10쪽
80 80. 소금 과자. 18.01.27 40 1 9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