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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조 재벌가 첩 자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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폰작가 아카데미 작가
작품등록일 :
2024.08.28 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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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9 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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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2 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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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16화 아연실색

DUMMY

***


동교동.




-소련과 아프가니스탄 전쟁이 본격적으로 발발했습니다.

-국제유가는 오늘도 큰 폭의 상승을 보였습니다.

-정부는 치솟는 물가상승과 에너지 절감 대책을 위해 긴급 장관 회의 소집을······.


좌혜주 여사는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뉴스를 시청하고 있는 강현을 바라보며 말했다.


“시험도 끝났는데 머리 아픈 걸 왜 보고 있니?”

“세상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고 있어야죠.”


엄마와 같은 존재인 좌 여사가 강현의 속을 모를 리 없었다.


“회장님 걱정돼서 그렇지?”

“꼭 그렇다기보다 삼강정유하고 연관이 깊잖아요.”

“이모 입장에서는 솔직히 좀 섭섭해. 아쉽기도 하고. 이런 똘똘한 손자를 어쩜 그리 매몰차게 대하시는지···.”

“시간 지나면 조금 나아지겠죠.”

“찌개 다 끓었어. 얼른 밥 먹자.”


강현이 자리에서 일어날 때 초인종이 울렸다. 이 시간에 올 사람은 한 명뿐이었다.


“이모. 위 비서님 왔나 봐요. 제가 나갔다 올게요.”


대문을 열자 공손히 서 있던 위 비서가 인사를 건넸다.


“안녕하십니까? 도련님.”

“둘만 있을 땐 편하게 하셔도 돼요. 그건 그렇고 아침 식사 아직 안 하셨죠? 밥 먹으면서 얘기해요.”

“죄송하지만, 시간관계상 다음에 하겠습니다. 그리고 여사님께서 이걸 전달하라고 하셨습니다.”


위 비서는 꽤 두꺼운 보고서를 두 손으로 건넸다.


“삼강정유의 UAE 원유 확보 수량 및 구체적인 계약 내역입니다.”

“5년 치 계약이라······. 이 정도면 충분하네요.”

“현재 저유소 부지 추가 매입도 동시에 진행 중입니다.”

설 회장은 1차 오일 쇼크와 같은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5년 치 원유 선물 계약을 체결했다.


당분간 삼강정유는 유가가 오를수록 앉은 자리에서 돈을 쓸어 담을 수 있게 되었다.


“UAE에서는 이게 웬 떡이냐 해서 덥석 물었는데 지금은 후회하고 있을 거예요.”

“이미 계약이 체결된 만큼 돌이킬 방법은 없습니다.”

“주식도 빠르게 오르고 있으니까 이번 장사는 꽤 쏠쏠하네요.”

“그렇긴 합니다만······.”


위 비서는 여전히 이해 가지 않는 게 한가지 있었다. 아무도 이 사실을 모를 때 강현은 분명 삼강정유 주식을 사들였다.


심지어 설 회장을 움직이기 위해 이정순 여사에게 해결방안까지 정확히 제시했다.

모든 것이 톱니바퀴처럼 한 치의 오차도 없이 맞물려 움직인 느낌이었다.


무언가를 미리 알고 있지 않은 이상 불가능한 일이었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강현의 행보는 이해할 수 없었다.


위 비서가 조심스레 운을 띄었다.


“개인적인 질문 몇 가지 드려도 되겠습니까?”

“네. 얼마든지요.”

“도련님께서는 마치 이 사태를 예견이라도 하신 듯 일찌감치 삼강정유 주식을 매입하셨습니다.”

“어떻게 알았냐 이 말이죠?”

“그렇습니다.”


강현은 항상 그렇듯 적당히 에둘러 대답했다.


“그냥 감이에요. 느낌 가는 대로 산 거예요.”

“저도 처음엔 그렇게 생각했지만, 이 모든 게 우연일 확률은 사실상 0%라고 결론 내렸습니다.”


강현이 고개를 끄덕이자 계속해서 말을 이어갔다.


“도련님께서는 여사님께 정확한 해결방안까지 제시하셨습니다. 그 결과 회장님께서는 도련님의 조언대로 원유 비축이라는 선택을 하셨습니다.”

“운이 따랐다고밖에 할 수 없어요. 제가 점쟁이도 아닌데 그런 걸 어떻게 알 수 있었을까요?”

“정확한 정보를 통한 확신이 없었다면 이렇게 움직이는 건 불가능한 일입니다.”

“우연에 우연이 겹치면 충분히 그럴 수 있어요.”


분명 뭔가 알고 있었지만, 답변을 회피하는 모습이었다. 더 묻고 싶었지만, 감히 비서가 도련님을 닦달할 수는 없었다.


“알겠습니다. 그리고 죄송한 말씀입니다만 시간관계상 제가 매번 도련님과 동행해드릴 수 없습니다.”

“할아버지께서 사람 하나 붙여줬나요?”

“예. 그렇습니다.”

“언제쯤 볼 수 있을까요?”

“차량에서 대기 중입니다. 보안에 관련된 이야기는 모두 마쳐놓았으니 따로 설명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얼굴도 익힐 겸 같이 아침밥 먹으면 되겠네요. 불러주세요.”


위 비서는 서둘러 차량으로 달려가 문을 열었다. 조금은 어수룩한 정장을 입은 한 남자가 차에서 내렸다.


잔뜩 긴장한 얼굴로 강현을 향해 부리나케 달려왔다. 눈이 마주치자 90도로 허리를 꺾으며 인사했다.


“안녕하십니까? 앞으로 도련님을 모시게 될 영업팀 서기범 대리입니다.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이전 생 엄청난 불이익을 감수하면서까지 강현을 지키며 충성을 다 했던 충신 서기범 상무였다.


서기범에 대해서는 모두 알고 있는 만큼 부연설명이 필요 없었다. 강현은 배시시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서기범 대리. 오랜만이네요. 자세한 얘기는 들어가서 아침밥 먹으면서 할까요?”





***


여의도.



이란 혁명부터 소련-아프가니스탄 전쟁 발발까지 국제 정세는 다시 한 치 앞도 모르는 안개 속으로 빠져들었다.


대책을 마련하고자 전국경제인연합회 긴급회의가 소집되었다.


대한민국 10대 기업 총수들이 모두 모여 있었다. 꽤 긴 시간 동안 회의가 진행되었지만, 마땅한 결론을 내리지 못한 채 회의가 종료되었다.


오늘 이곳 전경련 모임에서 단연 돋보이는 건 설대호 회장이었다.


국제유가가 꿈틀댈 때 무려 5년 치 원유를 매우 싼 가격에 계약을 체결했다.

기업 회장들은 부러운 눈으로 바라보며 저마다 한마디씩 던졌다.


“설 회장님. 묘수는 정말 한 수 배워야겠습니다.”

“그러게나 말입니다. 마치 이런 사태가 일어날 줄 알고 있었다는 듯 아주 이빠이 사놓으셨는데 귀띔이라도 좀 해주시지······.”

“근데 설 회장님. 그런 정보가 어디서 나셨길래 이런 과감한 선택을 하신 겁니까?”


겸손한 척 손사래 쳤지만, 이미 설 회장의 입꼬리는 귀에 걸려있었다.


“그저 운이 조금 좋았을 뿐입니다.”


가만히 경청하던 대현 그룹 송규강 회장이 말했다.


“어차피 우리나라는 산유국이 아니라 항상 이렇게 매번 끌려다닐 수밖에 없는 거 아시잖습니까? 그러지 말고 조언 한마디 해주십시오.”

“현지에 직원들을 조금 파견해두었습니다. 글쎄 그놈들이 말하길 이란에서 시위가 아주 크게 벌어졌다는 겁니다.”

“그때면 뉴스에도 나오지 않았을 때입니다.”

“그래서 혹시나 싶어 사뒀는데 일이 이렇게 됐습니다. 모두에게 좋은 일이면 기분 좋게 웃겠는데 이건 그럴 수 없으니 저로서도 참 난감합니다.”


유가 폭등이라는 구렁텅이에 빠진 다른 기업들과 달리 설 회장 혼자만 유유히 살아남은 상황이었다.


대놓고 기뻐할 수도 그렇다고 슬퍼할 수도 없었다. 공장가동을 위해 원유가 반드시 필요한 타 기업 회장들은 살랑살랑 꼬리치며 눈도장 찍기에 여념 없었다.


“이제 삼강그룹이 당분간 산유국이나 다름없잖습니까? 앞으로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삼강정유 아니었으면 나라가 크게 휘청일뻔했습니다.”

“두말하면 입 아플 지경입니다. 설 회장님의 혜안이 없었다면 아주 큰 일 났을 겁니다.”


시간을 확인한 설 회장이 바깥에서 대기하고 있는 위 비서에게 손짓했다.


“자 그럼 다음 회의 때 뵙도록 하겠습니다.”

“예. 회장님. 살펴 가십시오.”


그렇게 회의를 마친 설 회장은 곧장 자택으로 향하는 차량에 탑승했다. 참고 참았던 웃음을 뒤늦게 터뜨렸다. 위성일이 슬쩍 운을 떼었다.


“회의에서 좋은 일이라도 있으셨습니까?”

“저놈들은 기름값 올라서 죽상들을 하고 있는데 면전에 대고 웃을 수 없으니 참느라 아주 혼났다.”


기분이 얼마나 좋은지 창문을 내려 맑은 공기까지 한껏 들이마셨다.


“오늘따라 우리 임자가 눈앞에 삼삼하네. 이래서 남자는 마누라 말 잘 들어야 한다는 게야.”

“저도 이번에 많이 배웠습니다.”

“가는 길에 시장 좀 들리지. 우리 마누라 좋아하는 과일이며 고기 좀 산뜩 사가지고 가야겠다.”

“예. 가까운 시장으로 이동하겠습니다.”


오랜만에 시장에 직접 들려 양손 가득 장을 본 뒤 한남동 자택으로 이동했다.


여전히 입가에 가득한 미소는 떠날 생각을 않고 있었다. 현관문이 열리기 무섭게 설 회장은 한 손에 꼭 쥐고 있던 과일 건네며 말했다.


“사람 북적이는 곳 싫어하는 당신이 직접 시장까지 다녀온 거예요?”

“이런 날 가야지 언제 한번 가보겠어. 이거는 임자 좋아하는 딸기, 이건 소고기. 내가 아주 잔뜩 사 왔네.”

“뭘 이렇게 많이 사 왔어요?”


설 회장은 해맑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임자 덕분에 어깨가 백두산 꼭대기까지 올라갔는데 이런 거 하나 못 사주겠나?”

“전경련 회의에서 다른 회장들이 전부 부러워했어요?”

“그럼 말해 뭐해. 그놈들도 나처럼 돈이 있고 직원도 있지만, 절대 가질 수 없는 게 하나 있거든.”


어떤 대답이 나올지 뻔히 알고 있었지만, 남편의 기를 살려주기 위해 모르는 체 슬쩍 물었다.


“가질 수 없는 거라니요?”

“바로 우리 임자지! 난 세상 모든 걸 다 준다 해도 절대 당신과 바꾸지 않을걸세.”

“누가 보면 약주라도 한 줄 알겠어요.”

“그만큼 기분이 좋은 게지. 요 근래 들어 이렇게 좋았던 적이 있나 싶을 정도야.”


휠체어에서 내린 뒤 설 회장은 소파에 앉았다. 의족을 제거할 때 한 가지 의문이 스쳐 지나갔다.


“근데 말이야. 임자. 나 한가지 궁금한 게 있는데.”

“저녁 메뉴가 뭔지 궁금하세요?”


설 회장은 여전히 이해 가지 않는 게 한가지 있었다.


“아니. 그게 아니라 임자가 건넨 그 해결책 말일세······.”

“뭐 부족한 점이 있다고 생각하세요?”

“아니 그럴 리가. 그 반대지. 완벽했어. 과감하고 정확했네. 솔직히 내가 내려오고 임자를 회장 시켜야 되지 않나 라는 생각도 들었네.”

“아이고 별말씀을요. 만족하셨다니 다행이네요.”

“어찌 그런 현명한 판단을 내렸는지 궁금한데······.”


계획상 조금 늦게 진실을 말해주려 했지만, 설 회장이 간곡히 원하고 있었다. 이정순 여사는 대답 대신 오묘한 화두를 던졌다.


“제가 대답하면 믿으실 거예요?”

“그럼. 두말하면 잔소리 아니겠나? 내가 임자를 안 믿을 이유가 하등 없지.”

“대답해드릴게요. 대신 감정적인 대응은 하지 않겠다 약속해주세요.”


대수롭지 않게 생각한 설 회장은 이 여사의 제안을 덥석 수락했다.


“기분 좋은 일인데 내가 화내고 자시고 할 게 있나. 알았으니 그러지 말고 어서 말해보게.”

“잠깐 기다려주세요.”


결심을 마친 이정순 여사는 잠시 방으로 들어갔다. 잠시 후 작은 메모장을 손에 쥔 채 나왔다.


“제가 어떻게 그런 완벽한 해결책을 내놨는지 궁금하다고 하셨죠?”

“여기에 전부 적혀 있다는 말이지?”

“네. 직접 확인해보시겠어요?”


메모장을 확인한 설 회장의 표정이 점차 굳어갔다. 내용은 분명 같았지만, 글씨체가 확연히 달랐다.


한평생 함께 살아온 부인의 필체를 설 회장이 못 알아볼 리 없었다.


“내용은 대동소이하다만······. 이건 아무리 봐도 임자 글씨체가 아닌데······.”


이정순 여사는 무거운 진실을 천천히 꺼내 들었다.


“저 사실 당신한테 거짓말했어요.”

“당최 무슨 말이야? 알아듣게 좀 해보게.”

“이란 학생을 만났다는 것부터 그 해결책까지······. 제가 한 건 사실 아무것도 없어요.”


예상치 못한 황당무계한 말에 설 회장은 고개를 갸웃거릴 수밖에 없었다.


“임자. 그게 무슨 말인가? 임자가 이걸 하지 않았다면······. 대전댁이라도 했다는 건가?”


고개를 저은 이정순 여사는 믿기 힘든 말을 꺼내놓았다.


“강현이요. 이번 일에 관한 모든 건 전부 강현이가 조언해준 거예요.”


상상도 못 한 대답에 설 회장은 손에 들고 있던 강현의 메모장을 떨구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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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1

  • 작성자
    Lv.99 난봉이양양
    작성일
    24.09.12 18:02
    No. 1

    작가님 근데요.첩자식이면 회장아들자식중에 한명이 부인대신 다른여자를 만나서 낳았다는건데 부모는 없나요?회장을 할아버지라고 부르는데 부모는 없는 이상한 설정이네요.혹시 하늘에서 떨어졌나?ㅋ

    찬성: 2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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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15화 적중 +1 24.09.11 4,516 83 11쪽
14 14화 비책 +2 24.09.10 4,448 81 11쪽
13 13화 영험 +1 24.09.09 4,519 85 12쪽
12 12화 이목 +3 24.09.08 4,628 86 12쪽
11 11화 집중 +2 24.09.07 4,778 76 13쪽
10 10화 가중 +4 24.09.06 4,994 79 10쪽
9 9화 제안 +4 24.09.05 5,040 86 15쪽
8 8화 선물 +4 24.09.04 5,074 88 13쪽
7 7화 운수 +5 24.09.03 5,266 86 12쪽
6 6화 시험대 +8 24.09.02 5,749 94 13쪽
5 5화 기적 +5 24.09.01 5,884 100 11쪽
4 4화 운명(2) +5 24.08.31 5,847 99 12쪽
3 3화 운명 +3 24.08.30 6,118 92 11쪽
2 2화 추락 +4 24.08.29 6,244 96 12쪽
1 1화 푸대접 +4 24.08.29 7,583 87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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