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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길 님의 서재입니다.

아포칼립스에서 온 올클래스 구원자!!

웹소설 > 작가연재 > 판타지, 현대판타지

공모전참가작 새글

이종길
작품등록일 :
2024.05.08 13:06
최근연재일 :
2024.06.28 19:00
연재수 :
37 회
조회수 :
7,209
추천수 :
94
글자수 :
201,122

작성
24.06.22 18:48
조회
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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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글자
11쪽

제자와의 결착-1

DUMMY




잠시 후.

살육을 끝내고.

휴우-!

한숨을 내쉰 김환이 흑검에 묻은 피를 바닥에 털었다.


“내가 이야기하지 않았던가? 적을 벨 때는 잡생각은 금물이라고.”

“훈계하는 거냐?”

“예전 스승으로서 충고를 하는 거다. 그렇게 잡생각 하면서 칼질하다간 반드시 죽거든.”


김환의 조언에도, 제리스는 고마움보다는 모멸감을 느꼈다.


“위선자 따위가······.”


이를 갈아대는 제리스를 보며 김환은 어깨를 으쓱했다.


“욕하는 건 언제나 들어주지. 하지만 지금은 바쁘니까, 꺼져.”


김환이 얼른 가라는 듯, 흑검을 까딱거렸다.

처음에는 바로 제리스를 혼내줄 생각이었다.

그러나 막상 그를 보니 마음이 약해진다.

제리스가 말을 듣지 않으리라는 건 알고 있었지만.

최소한의 옛정은 남아 있었기에 패기 전에 기회를 주고 싶었다.


[웬일이야? 뜬금없이 인간미를 보여주시고.]

‘원래 인간미 넘치거든? 근데 저 자식 꺼질 생각은 없어 보이지?’


이성재에게 반문한 김환은 씁쓸함을 느꼈다.


[······착한 새끼.]


김환과 황제의 사연을 알고 있는 이성재는 말을 삼켰다.

할 말은 많다.

그러나 지금은 입을 다물고, 김환의 결정을 따를 때다.

하지만.

결정을 내린 건 김환이 아니라 제리스였다.


츄아아악-!!


제리스가 김환을 향해 오러를 날렸던 것이다.


“결국 해보자는 거지?”


자신에게 날아오는 반원의 오러를 보며.

김환이 씁쓸하게 웃었다.

강한 상대하고 붙을 때는 스킬을 사용해서 간부터 보라고 가르친 기억이 난다.


‘그런데 날 상대로 간을 볼 줄은 몰랐네.’


어깨를 으쓱한 김환이 흑검을 사선으로 내리그었다.

스킬은 전혀 사용하지 않은 평범한 일검이었다.

그러나 김환의 레벨은 641.

전력을 다한 그의 일검은 평범한 스킬을 뛰어넘는다.


서거거겅-!!


제리스는 눈을 부릅떴다.

김환이 일검이 자신이 날린 반월의 오러를 절반으로 베어버린 것이다.


콰아앙-!!!


허공에서 폭발하는 스킬을 보며 제리스는 입술을 깨물었다.


‘확실히 강해.’


김환의 강함을 느끼자, 온몸이 돌처럼 경직된다.

자신은 절대적으로 약하고, 불리하다.

그때, 화이트 크로우의 조롱이 들려왔다.


[그래서. 도망치려고? 크크크.]


제리스는 실소를 흘렸다.

도망?

필요하다면 언제든지 칠 수 있다.

미련없는 후퇴는 약자의 권리니까 말이다.

그러나.


‘아직은 아니야.’


자신에게는 아직 빌어먹을 용사를 죽일 수 있는 비장의 카드가 남아 있다.

하지만.

비장의 카드를 꺼내기 직전.

어느새 거리를 좁힌 김환의 싸늘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내가 말했지. 딴생각하다가 죽는다구.”


츄아아악-!!!


김환은 제리스의 가슴팍을 향해 흑검을 내리그었다.


쿠아아아아아-!!!


던전이 진동할 정도로 강렬한 기세가 서린 일검이다.


‘크윽!!’


제리스도 자신도 모르게 신음을 토했다.

그러나.


주르륵-!!


미끄러지듯 뒤로 물러서며 거리를 벌린 제리스가 간신히 김환의 일격을 피했다.


콰앙-!!


흑검이 때린 바닥에서 조각들이 튀어 오른다.

그 조각들이 일순, 김환의 시야를 가렸다.

그 순간.

제리스의 화이트크로우가 김환을 향해 검광을 뿜었다.


츄가각-!! 츄가가가가각-!!!


돌조각 사이를 아슬아슬하게 스친 검광이 김환을 향해 뻗어갔다.

사방에서 뻗어오는 검광을 보며, 김환은 조소를 흘렸다.


‘빠르네. 그런데 난잡해.’


잔상을 남길 정도로 빠른 쾌검이지만.

김환은 역수로 잡은 흑검으로 검광을 가볍게 쳐냈다.


채채채채채챙-!


검로의 변화가 적고 일정하다.

그리고 낭비.

속도에만 집착한 나머지 검에 무게가 실려 있지 않았다.


“무조건 빠른 게 능사가 아니야. 집중을 할 줄 알아야지.”


습관적으로 김환이 잔소리를 해댔고.


“닥쳐!!”


카카카캉-!!!

모욕감을 느낀 제리스가 외마디 고함을 지르며 화이트 크로우의 속도를 높였다.

그러나.

너무나도 뻔한 공격에 김환은 하품이 나올 지경이었다.

빨라지기는 했지만 검로의 변화도 없었다.

그저 속도에 집착하는 공격의 방식에 김환은 안타까움을 담아 훈수를 두었다.


“천 번, 만 번 찌르는 것보다 이렇게 한번 제대로 공격하는 게 나아.”


부우웅-!!!


김환은 정확히 전력의 3할을 담아 흑검을 휘둘렀다.

방어만 하던 김환의 공격을 제리스가 화이트크로우를 틀어쥐며 막았지만.


파카아앙-!!!


“크으윽!”


부우웅-!


흑검에 실린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던전의 벽을 향해 날아갔다.


우당탕-!!


벽으로 날아가 떨어진 제리스가 신음을 흘렸다.


“크으윽!”


의식을 잃을 정도는 아니지만.


‘손목이 부러졌어.’


왼손이 말을 듣지 않는다.

그러나.

놀랍게도 고통 속에서도 제리스는 광소를 흘렸다.


“큭큭큭. 재밌네. 수백 년을 기다렸는데 쉬우면 안 되지.”


제리스가 웃자 김환이, 미간을 찌푸렸다.


‘웃어?’


제리스의 성정은 제자이기에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저 맹랑한 놈이 웃는다는 건, 준비해온 한 수가 있다는 뜻이리라.

그때.

이성재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전대물 찍냐? 다른 애들 구하러 안 갈 거야? 빨리 한 방 날려서 기절시켜.]


이성재가 채근했지만, 김환은 오히려 팔짱을 끼며 여유를 부렸다.


‘넌 안 궁금하냐?’

[뭐가?]

‘우리 꼬맹이가 준비한 재롱잔치 말이야.’

[······미친놈.]


친구의 욕설을 듣고도, 김환은 싱긋 웃을 따름이었다.


‘짠하잖아. 그러니까···실컷 원이라도 풀수 있게 해주자구.’


그는 제리스에게 일말의 미안함은 가지고 있었다.

변명 거리가 있어도, 제리스의 아버지를 죽인 건 사실이니까.

그래도.

그날의 일을 제대로 설명했더라면 제리스는······.


[미쳤겠지. 아니면 진작 자살했거나.]


이성재의 떨떠름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김환도 입맛을 다셨다.

판타렌의 황제이자 제리스의 아버지 루크 판타렌은 자신의 정체를 완벽히 숨긴 폭군이었다.

앞에서는 성군인 척, 온화한 미소로 백성들과 신하들을 대한다.

그러나 전쟁 중에 용사들이 점점 죽어 나가자 백성들을 마신에게 제물로 바치고 스스로 마족이 된 괴물이었다.

김환도 처음 류크 판타렌의 진면목을 알게 됐을 때는 충격을 받았었다.

그에게 일말의 동료애와 정을 느끼고 있었으니 말이다.

그러나, 류크 판타렌의 악행은 용서할 수가 없었다.

거기다 이미 마족이 된 류크 판타렌이 먼저 자신을 공격해왔으니 말이다.

그 후에는.


‘정말 뻔한 이야기네.’


마족이 된 황제의 목을 용사가 단칼에 날려버렸다는 흔한 이야기였다.

그러나 이야기가 끝나도 남겨진 자들에게 비극은 계속되었다.


[어떻게든 진실을 알려야 했어. 그래야 누명을 쓰고 이런 원한을······.]

‘누명은 아니야. 어차피 죽인 것도 사실이구···설사 사연을 이야기했다고 해도 뭐가 달라졌겠어?’


김환은 이성재의 말을 잘랐다.

루크 판타렌이 마족이 되었다는 걸 공개했다 한들 달라지는 건 없었을 것이다.

어차피 종국에는 마족이 이겨버린 전쟁이었으니 말이다.

어쩌면 스스로 원해서 벌을 받고 있는 건지도 모른다.

그래도, 지금은 벌보다 먼저 해야할 이들이 산더미처럼 넘치고 있었다.


과거의 상념을 떨쳐낸 김환이 냉소를 지었다.

어느새 일어선 제리스가 자신을 향해 화이트 크로우의 끝을 겨눴기 때문이었다.


“뭐하냐?”


제리스가 씹어뱉듯 말했다.


“화이트 크로우는 세 가지 스킬을 가지고 있지. 하나는 포식.”


자신이 죽인 몬스터를 먹으며 강해지는 포식.


“그리고 두 번째는······.”


제리스가 역수로 잡은 화이트 크로우를 던전 바닥에 내리꽂았다.


츄아아아악-!


검 끝이 바닥에 파고드는 순간.


쿠콰콰카카카카카각-!


화이트 크로우를 중심으로 칠흑 같은 섬광이 사방으로 뻗어갔다.

그리고.

검은 섬광 속에서.


턱- 턱- 턱-!


[꾸아아아아아악!]


몬스터들이 기어 올라오기 시작했다.

포식에 이은 화이트 크로우의 두 번째 스킬 소환.

자신이 ‘먹은’ 몬스터를 소환하는 기술이었다.

반쯤 썩거나 내장을 내놓고 있는 몬스터들이 균열 속에서 기어 나온다.

본 드래곤과 오우거, 트롤에서부터 데스나이트나 사이클롭스 같은 상급 몬스터들이 김환을 포위했다.

그 하나하나가 던전 보스급인 몬스터들이 자신을 포위하자 김환은 참지 못하고 결국······.


“푸하하하하하!”


웃음을 터뜨렸다.


“이를 바득바득 갈더니 고작 준비한 게 이거야? 썩어빠진 몬스터를 소환하는 거? 아우, 너무 귀엽네. 귀여워서 막 죽을 거 같네.”

“이, 이······.”


김환의 독설이 먹힌 걸까?

제리스의 얼굴이 구겨진 종잇장처럼 일그러졌다.


“그런 개소리는 살아남고 지껄여.”


어느새 평정심을 되찾은 제리스가 김환에게 독설로 응수했다.

그러자, 김환이 반격을 날렸다.


“힘없는 독설은 허세야.”

“그래. 당신한테 힘을 보여줄게.”


제리스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소환된 몬스터들이 괴성을 지르며 김환에게 달려들었다.


크와아아아!!!

쿠쿠쿠쿠쿠쿵쿵-!!


몬스터에게 포위되면서도 김환은 냉소를 지었다.


노예1,2호를 데리고 오지 않았으면 제리스와 조금 더 즐겁게 시간을 보냈으리라.


그러나.


자신을 죽이겠다고 날뛰는 옛날 제자보다, 지금의 노예 1,2호가 더 중요하다.


‘빨리 끝내야겠어.’


마음을 다잡은 김환이.


휙-!!!


허공에 흑검을 집어던졌다.


[소드마스터 클래스의 이기어검(S)을 시전합니다.]


흑검을 집어던지는 김환을 보며 제리스는 순간 눈을 의심했다.


‘미친 건가?’


이렇게 쉽사리 싸워보지도 않고 항복할 인간이 아니다.


‘도대체······?!’


황당해하던 찰나.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던전의 천장으로 날아가던 흑검이 갑자기 허공에 뚝, 멈춰버린 것이다.


“······!!!”


마치 보이지 않는 실로 허공에 매달려 있는 것 같았고.

그렇게 멈춰 있던 흑검이-!


쐐애애애애애액-!!!!


몬스터들을 향해 돌진했다.


이기어검.

마나를 실은 검을 자유자재로 조종하는 소드마스터의 스킬.

우두커니 선 김환의 손짓을 따라 날아다니는 검들이 좀비 몬스터들을 도륙했다.

머리가 터지고, 팔과 다리가 잘려 나간다.

푸우우우푹-!!! 서거거거겅-!!!


투두둑-!! 투둑-!!!


완전히 분해 된 몬스터의 육편이 바닥을 나뒹군다.

그 몬스터의 잔해들 사이로. 김환은 아주 느긋하게 제리스를 향해 걸어갔다.

저벅-. 저벅-!!


“그냥 갈래? 아니면 끝까지 할래.”


김환은 최선을 다해 인내심을 발휘했다.

그렇게 시간이 많이 흘렀지만.

아직도 제리스에 대한 애정이 개미 눈물만큼은 남아 있는 걸까?

김환은 끝까지 가는 건 피하고 싶었다.

하지만.

제리스는 전혀 물러서지 않았다.

오히려, 김환을 보며 투지를 불태운다.


“레벨이······더 오른 건가?”


제리스는 자신에게 다가오는 김환을 보며 이를 악물었다.


“열심히 살다보니까 조금 더 오르긴 했어.”


김환의 대답에 제리스는 엄습해오는 절망감을 억눌렀다.

자신에게는 아직 마지막 한 수가 남아 있었으니까.


으득-!

이를 악문 제리스가 천천히 화이트크로우의 스킬명을 읊조렸다.


“네크로 포이즌(S).”


화이트크로우가 포식한 시체들에서 응축한 시독을 내뿜는 히든 스킬.

드래곤을 레어와 함께 녹여버렸을 정도의 위력을 가지고 있었다.


츄아아아아악-!


시퍼런 시독(屍毒)의 안개가 김환을 향해 뻗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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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 벌레사냥-2- 24.06.26 21 1 12쪽
35 벌레 사냥 24.06.25 32 1 11쪽
34 참교육, 그리고 또 다른 함정 24.06.24 35 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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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오래된 숙제.(수정) 24.06.21 50 2 12쪽
31 강아지 떄려잡기. 24.06.18 59 2 11쪽
30 무투대회 참전 24.06.17 54 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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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잡것들이 깝치다. 24.05.30 144 3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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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죽으라고 굴리다! 24.05.28 154 3 12쪽
17 노예2호를 줍다. 24.05.27 169 3 12쪽
16 각오하다. 24.05.24 167 2 12쪽
15 노예 1호를 만나다. 24.05.23 191 2 12쪽
14 참가를 선언하다. 24.05.21 217 2 12쪽
13 종족연합의 수장이 될 기회. 24.05.20 257 2 12쪽
12 숨겨진 역사를 듣다. 24.05.18 276 2 12쪽
11 조우하다. 24.05.16 286 2 12쪽
10 첫 던전 입성. 24.05.15 298 3 13쪽
9 대가리(?)를 잡으러 가다. 24.05.15 319 3 12쪽
8 해충들을 밟아주다. 24.05.14 326 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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