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이종길 님의 서재입니다.

리벨리온: 광휘의 소드마스터

웹소설 > 작가연재 > 판타지

완결

이종길
작품등록일 :
2023.08.16 16:33
최근연재일 :
2024.04.16 20:26
연재수 :
125 회
조회수 :
32,645
추천수 :
500
글자수 :
678,034

작성
24.04.07 00:33
조회
20
추천
0
글자
13쪽

119화

DUMMY

119화




모든 이들이 죽어가고 있다.

렌시아를 바꾸기 위해 초석이라 믿었던 수하들의 목이 잘려 나가는 걸 보며, 미하일은 절망을 금치 못했다.


‘여기가 내 끝이구나.’


시체더미 사이에 홀로 선 미하일이 이를 악물었다.

지금 지하의 비밀 통로로 월영과 아멜린이 탈출했다.

적어도 두 사람이 살아 있다면, 언젠가는 변수가······.


“죽어라.”


서겅-!!


미하일의 목을 마기가 서린 반의 검이 베고 지나갔다.

순식간에 잘린 머리가 튀어 올랐고.

그가 가졌던 희망이 무너지는 것과 동시에.


쿵-!


바닥에 떨어졌다.


목이 잘린 미하일을 내려다보던 반이 자신의 수하들에게 외쳤다.


“렌시아의 역적들이다. 샅샅이 뒤져, 모조리 죽여라!!”


***



아침이 밝았다.

교황청의 객실에서 묵은 레이가 광장으로 나왔다.

곧, 이곳으로 전쟁에 나설 기사들과 르타곤의 장군이 모여들 것이다.

그 후에는 바로 베르도의 도움으로 프레데른으로 향할 터.


종장(終場)이 다가오자 실감이 나지 않는다.


사실, 살짝 긴장이 되기도 한다.

그렇기에 새벽부터 일어나 긴장을 풀려고 나온 것이다.


스르릉-!


레이가 등의 검집에서 아랑파천을 뽑아들었다.


그리고.


레이가 눈을 감고 집중하자, 그의 몸에서 흘러나온 백색의 마나가 어떤 신형을 만들어냈다.

바로.

슈인이었다.


소드마스터 퍼스트는, 오러 블레이드를 사용하고.

소드마서터 세컨드는, 마나로 갑옷을 두를 수 있다.

그리고 소드마스터 써드는 물건에 마나를 넣어 조종할 수 있다.

그런 소드마스터의 단계를 알고 있는 레이는 마나를 단순히 물건에 넣는 게 아니라 형태를 만들어내기 위해 시도를 했었고.

예상대로 자신이 싸울 수 있는 존재의 형체를 만들어낼 수 있었다.

레이는 교황청에서도 틈이 날 때마다 마나로 구현한 형체들과 대련을 했고.


지금은 마지막 출정을 앞두고 마지막 대련을 벌이려 했던 것이다.


“하앗!”


짧은 기합과 함께 레이는 자신이 만들어낸 슈인에게 돌진했다.

레이의 지식이 만들어낸 슈인의 형체가 그에게 새하얀 레이피어를 내뻗었고.

검면으로 공격을 쳐낸 레이가 슈인에게 공세를 퍼부었다.


가슴을 찌르고.

복부를 내리 그으며,

왼쪽 허벅지를 찌른다.


그런다 슈인은 그의 공격을 모두 막아냈고.

도리어, 미간을 향해 역공을 가했다.


파캉-!


검면으로 슈인의 공격을 막아낸 레이가 아랑파천을 내리그었다.

전력을 다한 공격이었기 때문인지, 슈인은 레이피어를 치켜들었지만.

오러가 서린 레이의 아랑파천이 레이피어를 가른 후.

그대로 그를 두 동강이 내버렸다.


스스스스스슷-!!!


레이의 아랑파천에 베인 슈인의 신형이 흩어졌다.


“······곧 갈게.”


마나로 뭉쳐졌던 슈인이 사라지자, 레이의 목소리가 떨렸다.

한 때는 증오했고.

그래도 과거에는 슈인 덕분에 버티며 살아왔다.

친구이자 원수인 그가 아이젠에게 육신을 빼앗겼고.

이제 그를 죽여야 한다는 게······서글펐다.


“휴우. 어쩔 수 없지.”

안타깝지만, 매듭은 이미 풀 수 없을 만큼 엉켜버렸고.

자신의 아랑파천만이 그 매듭을 끊을 수 있다.

레이가 그렇게 생각하며 아랑파천을 등의 검집에 다시 집어넣으려는 그때.

교황청을 지키던 기사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레이님.”

“왜 그러십니까?”

“레이님을 찾아오신 손님이 계십니다.”

“······?”


레이는 의아한 표정으로 기사를 바라보았다.

교황청에 자신을 개인적으로 찾아올 손님이 있을 리가 없다.


“하이엘프셨습니다.”

“하이엘프?”


하이 엘프라는 말에 레이의 눈빛이 떨렸다.


‘베르하르트 인가?’


친우를 떠올리던 레이가 기사에게 말했다.


“가시죠.”


***


기사가 안내한 응접실에는 예상 외의 손님이 앉아 있었다.


“페이오스?”


하이 엘프 소년, 페이오스가 그의 앞에 앉아 있었다.


“찾았어······흑흑.”


페이오스가 레이를 보며 서럽게 울음을 터뜨렸다.


.

.

.

파드리안과 베르하르트, 그리고 마을 사람들을 모두 잃은 페이오스는 분노에 불탔다.

그러나.

힘이 없는 분노는 무의미할 뿐.

그는 복수를 하기 위한 방법을 찾았고.

자신을 도와줄 유일한 인간인 레이를 찾아왔던 것이다.


“폐하······아이젠이구나.”


페이오스가 알려주는 상황을 듣고 범인을 추론해낸 레이가 입술을 깨물었다.

아이젠은 또 다시 악행을 저지른 것이다.


‘······반드시 당신들의 복수를 해드리겠습니다.“


그렇게 결의를 하던 레이가 페이오스를 쳐다봤다.

한 가지 의문이 느껴진 것이다.


“그런데······어떻게 찾아온 거야?”


레이의 물음에 페이오스가 왼손을 펼쳤다.


휘이이잉-!


그의 손 위에 한 줄기의 바람이 일었다.

바람은 이내 날개를 달고 있는 작은 소인(小人)의 형태로 변했다.


“바람의 정령 실프에요. 당신의 냄새를 기억하고 있었어요.”


페이오스는 실프가 가르쳐주는 방향으로 마을에 있던 말을 타고 달려온 것이다.


“말은?”

“너무 고생을 했는지 일주일 전에 죽었어요. 그 다음에는 제가 혼자서 걸어왔고요.”


레이가 페이오스의 발을 바라보았다.

소년은 자신의 발보다 훨씬 커보이는 군화를 신고 있었다.


“기사님을 주신 거예요.”


페이오스의 이야기를 들은 레이가, 침음을 흘렸다.


“고생했다.”

“실프한테 들었어요. 사람들이 뜨거운 공기를 내뿜고 있다고. 전쟁······이라도 하는 건가요?”


페이오스의 물음에 레이가 그간의 상황을 이야기했다.


잠시 후.

레이의 모든 이야기를 들은 페이오스가 이를 악물었다.

실프의 말처럼 레이와 르타곤의 사람들은 지금 전쟁을 준비하고 있었다.

그렇다면.

주신이 자신에게도 기회를 준 셈이었다.


“저도 데리고 가주세요.”

“마음은 알고 있지만 위험해.”


레이가 고개를 저었다.

페이오스가 복수심에 불타는 건 알았지만, 그를 데리고 최후의 결전에 임하는 건 서로에게 ㅎ위험한 일이었다.

자신들 역시 페이오스를 지켜주려다가 전투에 집중할 수 없을 테고.

실상 페이오스가 큰 전력은 되지 않을 테니 말이다.

그러나 페이오스는 단순히 감성적으로 레이에게 데리고 가달라는 건 아니었다.


“할아버지가 그러셨어요. 정령사는 세계수의 힘을 받으면 몇 십배는 강해진다고.”

“뭐?”

“만일, 세계수의 힘을 받아도, 강해지지 않는다면······가만히 있을 게요.”


페이오스는 할아버지가 어린 시절 들려준 하이 엘프의 전설을 기억하고 있었다.

그러자.

고민을 거듭하던 레이가 고개를 끄덕였다.

페이오스가 강한 정령사가 된다면, 전력에 도움이 될 터.

만일 세계수가 소환이 되어서도 강해지지 않는다면 두고 가면 될 일이다.


“그래. 해보자.



시간이 흘러 교황청의 앞.

레이를 필두로 안톤, 세리엘, 그리고 르타곤의 4성들이 서있었다.

하프 드래곤 창술사 드라칸, 하프엘프 쌍검술사 카드로, 창술의 달인 아슬란, 그리고 대장군 조셉 베르트, 마지막으로 알렌 르타곤이 레이를 응시하고 있었다.


“마지막 결전이 될 거요.”


알렌이 레이를 향해 존대를 사용했다.

레이의 등급은 현재 소드마스터 써드.

세컨드들 10여 명을 상대할 수 있는 지상 최고의 실력자이자, 아이젠이 빙의한 슈인을 상대할 수 있는 마지막 희망이었다.

그 희망에게 예우를 차리는 건 당연한 일.

레이도 알렌의 의도를 느낀 걸까?


“그 결전에서 우리는 승리할 겁니다.”

“부담을 드려서 미안하오만. 승리는 그대에게 달린 것 같소이다.”

“부담되진 않습니다. 이미 각오한 일이니까요.”


레이가 고개를 돌려 자신의 뒤에 서 있는 천 여명의 결사대를 바라보았다.

그들은 소드엑스퍼트급의 강자들.

르타곤 전력의 핵심이었다.

거기다.

천 여명의 강자들 뒤에는 베르도 라무스가 소환한 1천 기의 골렘들이 진을 치고 있었다.

이들로 렌시아의 황궁을 급습해 ‘끝’을 내는 것이다.

하지만.

그 와중에 대다수가 목숨을 잃을 것이다.


‘나처럼 소중한 이들을 잃은 사람들이 늘어나겠지.’


레이는 서글픔을 느꼈다.

하지만.

누군가의 희생이 헛되지 않기 위해선 반드시 승리해야 한다.

뒤돌아선 레이가 병사들에게 속내를 이야기했다.


“여기 있는 분들 모두가 살아서 돌아올 거라는 약속은 해드릴 수가 없습니다.”


레이의 무거운 한 마디에 병사들의 눈빛이 흔들렸다.

그들도 자신이 마족과의 싸움에 나서는 결사대라는 건 알고 있었다.

살아남는 게 아니라 승리를 위해서.

그리고 가족들이 살아갈 세상을 위해서 목숨을 건 결전에 나서는 중이었지만.

겁이 나는 건 어쩔 수 없었다.

그런데 레이가 그 부분을 이야기하자 동요한 것이다.

하지만.

레이는 그들을 절망에 빠뜨리기 위해, 말을 꺼낸 건 아니었다.

그는 반드시 지킬 약속을 하기 위해 운을 뗀 것이다.


“대신, 여러분의 희생은 헛되지 않을 겁니다. 제 목숨을 걸고 약속드립니다.”



레이는 모여 있는 이들을 보는 순간 어깨가 무거워졌다.

그저, 사적인 싸움이 아니라 대륙의 존망을 건 대의를 위한 최종결전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던 것이다.

그리고.

소드마스터 써드이기에 강해진 자신과는 달리, 이들은 더없이 약하면서도 목숨을 걸고 최종결전에 나선다.

한 때, 약자였던 레이는 그들이 얼마나 용기를 내는지 알 수 있었다.

그때.

고개를 든 레이는 스승인 카일이 보고 싶어졌다.


지금의 싸움은 단순히 자신의 원한을 갚는 것뿐만이 아니었다.

놀랍게도, 아이젠은 카일의 실질적인 원수이기도 했다.

아이젠을 따르는 무리 중에 악마술사들이 있던 것이다.


아이젠을 죽이고, 악마술사들을 소탕하면 카일의 원수를 갚는 셈이기도 했다.


‘그래. 진짜 숙제를 모두 끝내는 거야.’


레이가 돌아서는 순간.

그의 앞으로 기다리고 있던 베르도 라무스가 다가왔다.


“멋진 연설이었네.”

“부끄럽습니다.”

“진심은 부끄러운 게 아니야.”


베르도는 레이의 어깨를 두들겨줬다.

그는 지금 세계수를 교황청 앞으로 강림시킬 생각이었다.


세계수는 사실 실체가 존재하는 나무가 아니었다.

그저, 대륙 아니 이 세상을 떠받들고 있는 일종의 나무 형태의 거대한 마나의 집합체였다.

수호자가 마음을 먹는다면, 바로 눈앞에 강림시킬 수 있던 것이다.


“자네의 진심에 이제 내가 응답하겠네.”


뒤돌아선 베르도가 현란한 손동작으로 허공에 수인을 그렸다.

그의 손길을 따라 빛의 길이 생겨났고.

그 빛이 하늘로 솟구친다.


쿠우웅-! 쿠우웅-! 쿠구구구구구궁-!!


솟구치는 빛이 이내 굉음과 함께 거대한 나무의 형체를 만들어냈다.

세상을 뒤덮을 것 같이 거대하게 뻗은 세계수를 보던 이들은 입을 다물지 못했다.

그 자리에 있는 모든 이들은 세계수에 관한 이야기를 듣기는 했었다.

주신의 상징이자 지상을 지탱하고, 생명을 탄생시켰으며, 하늘과 바다, 태양과 별을 잉태한 절대적인 신화의 존재.


그 신화가, 지금 자신들의 눈앞에 펼쳐진 것이다.

그리고.

신화는 신화를 기억하는 이에게 기적을 선물해줬다.


병사들의 뒤편에 서 있던, 페이오스는 분명히 보았다.

빛의 잎 하나가 떨어져 나와 그에게 날아오는 것을 말이다.


‘아······할아버지의 말씀이 진짜셨구나.’


허공에서 날아온 잎이 몸에 닿는 순간.

소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안녕하세요. 저 실프에요. 페이오스님. 정령 친화력이 강화되서셔, 저랑 대화가 가능하실 거 같은데······제 목소리 들리죠?’

‘그래. 들려.’

‘히히. 다행이다. 지금부터 다른 정령왕분들이 모두 계약을 하고자 하시거든요. 한 분을 선택하시면 될 거 가타요!’


소녀, 실프의 목소리가 울리는 순간.

페이오스의 눈앞에 고대 언어들이 떠올랐다.

각기 불꽃, 바람, 흙, 물로 된 문자들이었다.

처음 보는 언어였지만 페이오스는 신기하게도 이해할 수 있었다.


[불의 정령왕 이프리트가 계약을 제안합니다.]

[바람의 정령왕 실피드가 계약을 제안합니다.]

[땅의 정령왕 노아스가 계약을 제안합니다.]

[물의 정령왕 엘라임이 계약을 제안합니다.]


‘모두와······계약을 하겠어.’


‘모두와 계약을 한다면, 계약 유지시간은 하루 밖에 되지 않아요.’

‘하루?’


실프의 목소리에 측은함이 묻어났다.


‘페이오스님의 정령친화력은 세계수의 가호로 인해 일시적으로 증폭된 거예요. 그래서 유지시간이 짧을 수밖에 없죠.’

‘그 이후에는 어떻게 되지?’

‘다시는 정령을 소환하지 못하실 거예요.’


실프가 걱정스럽게 물었지만, 페이오스는 게의치 않았다.

어차피.

복수만 끝내면 되니, 하루면 충분하다.


‘상관 없어.’


정령을 소환하지 못해도, 복수만 하면 된다.

굳게 다짐한 페이오스가 답을 했다.


‘모두랑 계약할게. 하루만 열심히 도와줘.’


페이오스의 물음과 함께,

다시 문자들이 떠올랐다.


[정령왕들과 계약을 완료하셨습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리벨리온: 광휘의 소드마스터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125 125화 -완결- 24.04.16 16 1 12쪽
124 124화 24.04.15 12 0 12쪽
123 123화 24.04.14 18 0 12쪽
122 122화 24.04.12 16 0 12쪽
121 121화 24.04.10 24 0 12쪽
120 120화 24.04.08 14 0 12쪽
» 119화 24.04.07 21 0 13쪽
118 118화 24.04.05 16 1 12쪽
117 117화 24.04.04 26 1 12쪽
116 116화 24.02.24 37 2 12쪽
115 115화 24.02.19 36 2 12쪽
114 114화 24.02.13 47 2 11쪽
113 113화 24.02.10 40 2 12쪽
112 112화 24.02.07 44 2 13쪽
111 111화 24.02.04 44 2 13쪽
110 110화 24.02.03 43 2 13쪽
109 109화 24.02.01 42 2 12쪽
108 108화 24.01.29 51 3 12쪽
107 107화 24.01.27 42 2 11쪽
106 106화 24.01.24 43 2 12쪽
105 105화 24.01.22 52 2 12쪽
104 104화 24.01.18 44 2 13쪽
103 103화 24.01.17 43 2 12쪽
102 102화 24.01.16 41 2 12쪽
101 101화 24.01.14 50 2 13쪽
100 100화 24.01.11 55 2 13쪽
99 99화 24.01.09 51 2 13쪽
98 98화 24.01.08 50 2 12쪽
97 97화 24.01.05 53 2 13쪽
96 96화 24.01.02 49 2 1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