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이종길 님의 서재입니다.

리벨리온: 광휘의 소드마스터

웹소설 > 작가연재 > 판타지

완결

이종길
작품등록일 :
2023.08.16 16:33
최근연재일 :
2024.04.16 20:26
연재수 :
125 회
조회수 :
32,622
추천수 :
500
글자수 :
678,034

작성
24.01.11 18:17
조회
54
추천
2
글자
13쪽

100화

DUMMY

100화







교황, 윌리엄 슈스터는 교황청의 2층에 있는 자신의 서재에서 조용히 프레야의 이야기가 담긴 성전(聖傳)을 읽고 있었다.


스륵-! 스륵-!


프레야의 품에 몸을 맡긴 열 살 때부터 지금까지 교황은 몇 번이나 성전을 읽고, 또 읽었다.

하지만 어렸을 때의 성전과 지금 읽는 성전의 의미는 달랐다.

어렸을 때의 성전은 단순히 재미있는 이야기와 모험담, 주신의 뜻이 담겨 있는 책이었다.

하지만 교황이 되고 나서, 페르단 대륙과 프레야 그리고 주신이 남긴 유산인 이그드라 실의 비밀을 알고 나서는 성전은 과거의 기록이자, 미래의 예언이었다.

그 성전의 마지막 구절에는 종말을 예언하는 부분이 있었 다.


검은 마(魔)가, 어둠이 이그드라실에 닿을 때, 어둠의 족속 들이 다시 종결자의 아래에 재림할 것이다. 그리고 대륙은 종언(終言)을 고하리라.


'종결자라. 말 그대로 선인들의 기우이길 바랐는데.....‘


윌리엄은 가슴이 답답해져왔다.

단순히 예언뿐만이 아니라 페르단 대륙 곳곳에서는 알 수 없는 전란이 벌어지고 있었다.

렌시아는 모반에 의해 황제가 바뀌었고, 르타곤 역시 요한의 이복동생인 데릭 르타곤이 일으킨 반란을 진압했다.

거기 다 바루스도 베르칸이라는 자에 의해 민란이 일어났다.

또한 르타곤과 전쟁을 치른 렌시아의 다음 목표는 바루스라는 소문이 돌고 있었다.



‘이 겨울이 지나면 페르단 대륙은 다시 전란에 휩싸이겠지.’


그 전란을 막을 수 있는 방법은.......


똑똑.


그때, 서재의 문에서 들린 노크소리가 윌리엄의 상념을 깨웠다.

책상에서 일어선 윌리엄이 책장에 성전을 집어넣고 말했다.


"무슨 일이냐?"

"어젯밤, 교황청의 침입자를 잡았습니다."


서재의 문을 열고 들어온 성기사의 말에 윌리엄의 눈이 커 졌다.


"그자들은 어디 있나?"

"지하 감옥에 있습니다."

"가자꾸나."


서재를 나선 윌리엄이 성기사의 수행을 받으며 복도를 걸어갔다.

서둘러 걸음을 옮기는 그의 얼굴에는 다급함이 가득 했다.


'침입자라.. 르타곤 황제를 노린 암살범인가? 아니면 나 를?'


마음대로 교황청에 침입하고, 성기사들과 병사들의 포위망을 뚫고 탈출할 정도라면 보통 실력자가 아니었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배후를 밝혀야 한다.

마음을 다잡은 교황의 발걸음이 더욱 빨라졌다.



***


"무슨 수가 있다면서요."

"있어.”

“생각해놓은 게 있다고 했잖아요"

"있다니까.”

"그게 이거예요."


손과 발에 수갑과 족쇄를 채운 채로 바닥에 주저앉아 있는 세리엘이 레이를 보며 눈살을 찌푸렸다.

마찬가지로 족쇄를 찬 윌터와 유렌도 반쯤 원망이 담긴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러나 레이는 손에 찬 수갑을 가볍게 흔들어 보일 뿐이었다.



"어쨌든 우리는 교황님을 만나야 했잖아. 그러니까 조용히 기다려."

"흥, 어디 봐요 그래, 교황님이 미쳤다고 여길 직접 오겠어요? 그러니까 어서 그랜트님의 서신을.......”


세리엘이 답답하다는 얼굴로 소리쳤다.

그러나 레이는 고개를 저었다.

자신이 하려는 것은 단순히 월터의 보호를 부탁하는 것이 아니라 정정당당히 교황청과 거래를 하는 것이었다.

자신에게는 두 개의 카드가 있다. 하나는 바로 그랜트의 서신을 가진 월터의 신하라는 것이었다. 또 하나는.......


끼익-.


이때 레이의 생각을 깨뜨리며 지하 감옥의 문이 열렸다.

문을 열고 들어온 새하얀 사제복을 입은 중년인을 보며 레이는 히죽 웃었다.


"교황폐하님이시죠?"


레이의 앞에 걸음을 멈춘 윌리엄이 고개를 끄덕였다.


"날 알고 있나?"

"당연히 알고 있지요. 주신의 첫 번째 종인 교황폐하를 어찌 모르겠습니까? 영광입니다."


레이의 능청스런 대답에 윌리엄의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레이는 그가 상상하던 침입자의 이미지와 달랐다.


'살기도, 피냄새도 느껴지지 않아. 이런 아이가 왜 교황청 에 침입한 거지?'


윌리엄은 성기사 시절, 수많은 어쌔신들과 검을 맞대왔다.

그리고 그들은 하나같이 살기에 젖은 눈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이 아이는 무언가 달랐다.

맑은 눈에서는 굳은 심지가 느껴진다.

적어도 자신의 목숨을 노리는 자는 아닌 것 같았다.


"그럼 혹시 이 늙은이를 보기 위해 교황청에 들어온 건가? 미안하네만 광신도는 사절일세."


윌리엄의 농담에 레이가 픽 코웃음을 쳤다.

그러나 레이는 경계를 늦추지 않았다.


'호락호락한 늙은이는 아니군. 내가 먼저 판을 벌리는 수밖에 없겠어.'


레이는 윌리엄이 단숨에 자신을 파악했다는 것을 느끼고 있었다.

유리한 협상을 하기 위해서는 기선을 제압당해선 안 된다.


"취향 참 고상하십니다. 손님을 이렇게 묶어놓고 맞이하는 법이 어디 있습니까?"

"농담 따먹기를 하자는 겐가? 미안하네만 이 늙은이는 지 금 시간이 없네, 프레야님께 갈 때가 멀지 않았거든."


윌리엄 역시 농담을 하고 있었지만 레이를 바라보는 눈빛은 여전히 날카로웠다.

잠시 그를 바라보던 레이가 말을 이었다.


"그랜트님을 아시지요? 그분의 명을 받고 왔습니다."


레이의 말에 순간 윌리엄의 얼굴에서 여유가 사라졌다.

당황한 얼굴로 서 있던 그가 이내 손짓을 하자 병사들이 레이와 세리엘, 월터와 유렌을 묶고 있던 족쇄를 풀었다.

그사이 얼굴을 찌푸리며 손목을 어루만지는 그들을 바라보던 윌리엄의 시선이 윌터 앞에서 멈췄다.


'그, 그렇다면 이 아이가.....?!'


월터를 바라보는 그를 보며 레이가 말했다.


"여기서 나눠야 할 이야기는 아닌 것 같습니다만......"


그의 말에 윌리엄이 고개를 끄덕였다.

다른 성기사들과 병사들이 있는 곳에서 이야기를 할 수는 없었다.


"알겠네. 내 손님들이다. 집무실로 모시거라."


그가 지하 감옥을 나서며 명령을 내리자 어리둥절하게 서있던 성기사가 레이 일행을 향해 다가왔다.


“제가 모시겠습니다."


이내 떨떠름해하던 그의 호위를 받으며 유렌과 세리엘, 레이가 집무실을 감옥을 나섰다.

하지만 월터는 우두커니 서 있을 뿐이 없다.

드디어 교황에게 ‘그 이야기를’ 하게 된다.


‘긴장하지마. 망치면 안 돼.’


이때 긴장한 소년의 귓가에 레이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정신 똑바로 차려."

"으응? 뭐라구?!"


화들짝 놀라는 윌터를 보며 레이가 말했다.


"넌 이제 힘없고 약하고, 멍청한 꼬맹이가 아니라 렌시아의 주인으로서 교황을 만나는 거야. 알겠어? 당당해지라구."


그의 핀잔에 긴장이 풀린 듯 윌터가 씨익 웃었다.


"건방지게 충고는 손 치워."


그의 손을 뿌리친 월터가 지하 감옥의 문을 나섰다.

동료들 의 뒤를 따라가는 소년의 늠름해진 등을 보며 레이는 흡족한 표정을 지었다.


'조금은 큰 모양이군.'


그동안의 여행이 쓸데없는 시간낭비는 아닌 것 같았다.

하지만 아직 안심하기 이르다는 건 레이 스스로가 더 잘 알고 있었다.

이제야말로 게임에 들어선 것이다.


'렌시아의 운명을 좌지우지 할 수 있는 게임 말이야.'


불끈 주먹을 쥔 레이가 일행을 따라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교황의 집무실,


테이블을 사이에 둔 채로 교황과 윌터가 서로를 마주보고 앉아 있었다.


"먼저 사죄부터 드리겠습니다. 윌터 공."


레이에게서 받은 그랜트의 서신을 테이블에 내려놓은 윌리엄이 월터를 향해 사과를 했다.

요한의 보호를 위해 교황청의 출입을 막았지만 월터에게 실례를 범한 것은 어쩔 수 없는 사실이었으니까.


"아닙니다. 교황폐하.”


차분한 어조로 대답한 월터가 고개를 저었다.


'영특한 아이야.'


자신을 앞에 두고도 흔들림 없는 월터가 윌리엄은 더없이 흥미로웠다.

아직 황제가 될 인물인지는 몰랐지만 평범한 범재는 아닌 것 같았다.


'하지만 그걸로는 부족하지.'


소년이 싸워야 할 상대는 아이젠.

소드 마스터이자, 페르단 대륙에서도 위명을 떨치는 영웅이다.

그에 맞설 수 있는 큰 그릇이 아니라면, 교황청 역시 힘을 실어줄 수는 없을 것이다.

그랬기에 윌리엄은 일단 소년을 시험해보기로 마음먹었 다.


"윌터 공께서는 군주의 자격이 뭐라고 생각하십니까?"


갑작스런 화제전환에 월터와 그의 뒤편에 서 있던 레이와 세리엘의 눈이 동그래졌다.

하지만 곧 그들은 침착함을 되찾았다.

윌리엄이 윌터에게 내놓는 시험이라는 것을 눈치 했던 것이다.


'시간을 끌 필요가 없다 이거지?'


레이는 윌리엄의 뜻을 알 수 있었다.

그는 윌터에게 묻고 있는 것이다. 우리 교황청이 힘을 빌려줄 만큼 네가 대단한 그릇이냐고 아이젠과 맞설 수가 있냐고 말이다.

그러나 레이나 세리엘은 입을 열지 않았다.

이것은 월터가 넘어야 할 관문이다.

자신들이 할 수 있는 건 그의 대답을 믿고 기다리는 것뿐이라는 걸 알고 있었기에.


잠시 생각을 가다듬던 윌터가 입을 열었다.


“유치하게 들리실지도 모르겠지만.. 저는 단 한 명의 신하 와 백성들을 위해 죽을 수 있는 것이 바로 훌륭한 군주의 자 격이라고 생각합니다."

"한 명의 신하를, 백성을 위해서요?"


예상외의 대답에 윌리엄의 표정이 호기심을 띄었다.

예로부터 군주의 조건은 수십 가지가 있었다.

뛰어난 무예, 백성들과 신하를 이끄는 카리스마, 어느 상황이라도 예리하게 읽을 수 있는 통찰력 그리고 흔들리지 않는 판단력 같은 것들 말이다.

하지만 월터의 의견은 그 어떤 것도 아니었다.


“신하와 백성들을 자신의 목숨처럼 생각한다면 군주는 그런 신하와 백성들을 지키기 위해 더욱 더 스스로를 연마할 겁니다. 아무리 훌륭한 군주라도 자신의 목숨만은 아까운 법이니까요 그러면 나머지 조건들이야 자연스레 따라붙겠지요."


월터의 말에 윌리엄은 터져 나오려는 웃음을 간신히 참았다.

이 조그마한 소년에게서 가능성을 엿본 것이다.

단지 말 한 마디 뿐이 아니었다.

소년의 눈빛은 흔들리지 않고 단호했다.


'좋아, 승산이 없는 건 아니겠어.'


황위계승 서열 1순위라는 신분과 굳은 심지를 가진 이 아이에게 교황청이 힘을 싣는다면 아이젠을 견제하고 전쟁을 막는 것이 허황된 욕심은 아니었다.


흡족해하는 그의 표정을 살펴보던 레이가 대화에 끼어들었다.


"교황폐하, 그렇다면 이제 저희도 조건을 말하겠습니다."

"조건이라니?"


윌리엄이 의아한 얼굴로 레이를 쳐다봤다.

교황의 얼굴을 본 세리엘도 당황했는지 왼쪽 팔꿈치로 레이를 툭 쳤다.


"레, 레이, 무슨 소리를 하시는 거예요?"


그러나 레이는 대답하지 않았다.

윌리엄의 말을 기다리는 것이다. 지그시 그를 바라보던 윌리엄이 입을 열었다.


"무엇을 원하는 겐가?"

"힘입니다.”


윌리엄은 잠깐 말을 멈췄다.

힘이라니?! 그렇다면 교황청의 병력을 원한다는 말인가?

하지만 교황청의 병력이 움직이는 경우는 오로지 페르단 대륙에 살고 있는 인간들을 위협하는 몬스터나 마물이 나타났을 때뿐이었다.


"우리 교황청의 병력은 함부로 움직일 수 없다는 걸 알지 않나? 우리가 자네의 주인에게 해를 수 있는 일이란 공식적인 지지밖에 없네."


교황청의 후원과 지지를 얻는다면 페르단 대륙 전역에 퍼져 있는 렌시아 출신의 귀족을 움직일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만 된다면 렌시아 내부에서도 섣불리 움직이지는 못할 것이다.

그리고 최악의 상황이라고 해도, 월터만은 지킬 수 있으리라.

레이도 물론 그런 윌리엄의 의중을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가 원하는 것은 단순한 보호 따위가 아니었다.


“당연히 알고 있습니다. 교황청의 병력이 사사로이 국가의 내전에 참여할 수가 없다는 것도요. 제가 원하는 것은 르타곤 황실 측과의 만날 장소를 마련해달라는 겁니다."


그의 말은 너무나 충격적이었다.

다짜고짜 르타곤 황실 측 과 만나게 해달라니.

그러나 윌리엄은 그의 의중을 눈치챘다.


“요한 폐하를 만났군.”

“그렇습니다.”


고개를 끄덕인 레이가 다시 말을 이었다.


" 요한 황제의 암살을 시도한 자들이 있습니다. 그건 알고계시죠?"

"알고 있네.”


간밤, 교황청에 침입한 어쌔신들은 수많은 병사들의 시체를 흔적으로 남기고 사라졌다.


'그들이 다시 온다면 다음에는 막을 수 없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윌리엄의 의중을 살펴보던 레이가 입을 열었다.


"제가 황제폐하를 지켜드리겠습니다. 그러니 저의 주군이신 월터 폐하와 르타곤 황실 측과의 만남을 주선해주십시오"


그제야 레이의 의중을 알아챈 월터가 긴장한 얼굴로 주먹 을 움켜쥐었다.


'원병을 요청하라는 말인가? 하지만 그렇게 된다면 그들은 날 꼭두각시로 삼아 렌시아를 침략할 거야.'


이미 렌시아와 한 차례 전쟁까지 벌인 마당이다.

르타곤이 라면 자신을 이용하려 할 것이 분명했다.

물론 레이도 이미 그런 것을 알고 있었다. 그러나 자신들에 게는 교황청이 있다.

윌리엄도 레이가 바라는 것이 무엇인지 알 수 있었다.


"그때부터 교황청이 약속한 후원과 지지를 해달라는 말이겠군.”


윌리엄의 이야기에 레이가 고개를 끄덕였다.



“교황청이라면 르타곤 황실도 월터 폐하를 함부로 할 수는 없을 테니까요.”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리벨리온: 광휘의 소드마스터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125 125화 -완결- 24.04.16 15 1 12쪽
124 124화 24.04.15 11 0 12쪽
123 123화 24.04.14 16 0 12쪽
122 122화 24.04.12 15 0 12쪽
121 121화 24.04.10 23 0 12쪽
120 120화 24.04.08 13 0 12쪽
119 119화 24.04.07 19 0 13쪽
118 118화 24.04.05 15 1 12쪽
117 117화 24.04.04 25 1 12쪽
116 116화 24.02.24 36 2 12쪽
115 115화 24.02.19 35 2 12쪽
114 114화 24.02.13 46 2 11쪽
113 113화 24.02.10 40 2 12쪽
112 112화 24.02.07 44 2 13쪽
111 111화 24.02.04 44 2 13쪽
110 110화 24.02.03 43 2 13쪽
109 109화 24.02.01 42 2 12쪽
108 108화 24.01.29 51 3 12쪽
107 107화 24.01.27 42 2 11쪽
106 106화 24.01.24 42 2 12쪽
105 105화 24.01.22 52 2 12쪽
104 104화 24.01.18 44 2 13쪽
103 103화 24.01.17 43 2 12쪽
102 102화 24.01.16 41 2 12쪽
101 101화 24.01.14 50 2 13쪽
» 100화 24.01.11 55 2 13쪽
99 99화 24.01.09 51 2 13쪽
98 98화 24.01.08 50 2 12쪽
97 97화 24.01.05 53 2 13쪽
96 96화 24.01.02 49 2 1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