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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길 님의 서재입니다.

리벨리온: 광휘의 소드마스터

웹소설 > 작가연재 > 판타지

완결

이종길
작품등록일 :
2023.08.16 16:33
최근연재일 :
2024.04.16 20:26
연재수 :
125 회
조회수 :
32,630
추천수 :
500
글자수 :
678,034

작성
24.01.24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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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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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글자
12쪽

106화

DUMMY

106화






레이의 머리가 빠르게 돌아갔다.


자신과 유운천, 두 명의 소드 마스터가 있다면 레드 오크 수백 마리라도 상대를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쪽에는 환자와 여자 두 명이 있다.

아무리 자신들이라고 해도 싸움 중에도 그들을 보호할 수 있으리라곤 장담 할 수 없었다.


"따라오십시오"


일행들의 선두에 선 스티브가 빠른 걸음으로 걸어갔다.

잠시 쉬어서인지 어느 정도 체력이 회복된 것 같았다.

유운천과 유렌이 그의 뒤를 따랐다. 하지만 레이는 가만히 서 있었다.

우두커니 선 채 바들바들 떨고만 있는 켈리 때문이었다.


"무서워서 그래?"


켈리는 대답 대신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

평범한 소녀로서는 이만큼 버티는 것도 힘겨운 일이었으리라.

잠시 그녀를 바라보던 레이가 덥석 켈리의 오른손을 잡았다.


"이러면 같이 걸을 수 있겠어?"


그의 행동에 당황한 켈리는 이내 부끄러워하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건틀렛 때문에 온기가 전해지진 않았지만 자신의 손을 감싸는 레이의 커다란 손이 왠지 마음을 놓이게 했다.


“그래, 가자. 천천히 에스코트할 테니 잘 따라오라고, 레이디."


켈리의 손을 잡은 채로 레이가 일행들을 따라 걸음을 옮겼다.

켈리 역시 그를 따라 힘차게 걸어갔다.

더 이상 이 숲도 갑자기 뛰어나올지도 모르는 레드 오크도 무섭지 않았다.

자신을 지켜줄 레이가 있으니까.



프라든 숲의 입구.

수풀이 흔들거리더니 오른손에 축 늘어진 토끼의 귀를 잡 아든 금발의 소년이 뛰어나왔다.


"켈리! 오빠가 잡았어!"


전쟁을 마치고 돌아온 개선장군처럼 자랑스러운 얼굴의 소년,

로디가 손에 들고 있던 토끼를 툭 떨어뜨렸다.

분명 이 곳에서 기다리고 있어야 할 동생이 사라진 것이다.


"켈리! 켈리!"


로디가 애타게 소리쳤지만 당연히 켈리는 나타나지 않았다.


'있으라고 했는데... 여기 꼼짝 말고 있으라고 했는데.......'


고개를 푹 숙인 채로 바들바들 떨던 로디가 새하얗게 질렸다.

바닥에서 움푹 파인 장화 자국을 발견한 것이다.

크기로 보아 레드 오크가 분명했다.


'레드 오크가 켈리를?!'


로디는 다시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핏자국이 없는 걸로 보아 적어도 켈리가 이곳에서 죽거나 다치진 않은 것 같았다.

그렇다 한들 만일 레드 오크가 자신들의 소굴로 데려갔다면?


'구할 수 있어.'


살아만 있다면 구할 수 있다.


이를 악문 로디가 레드 오크의 발자국을 따라 뛰어가기 시 작했다.





내쉬 영지의 영주관에 도착한 레이 일행의 얼굴은 참담함으로 굳어버렸다.

영주관 앞 정원에 세워진 임시 천막에는 수십 명의 환자들이 치료사와 신관의 간호를 받고 있었다.

그러나 환자들의 입 에서는 고통스런 신음소리가 멋질 않았다.

그들을 보던 스티브가 씁쓸한 표정으로 말했다.


“진통제를 비롯한 모든 약이 동이 났습니다. 치료사와 신관 들이 할 수 있는 일이란 환자들의 입에 죽을 넣어주는 것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스티브의 표정은 곧 밝아졌다.

신의(神醫) 유운천이 여기 있다.

자신의 가족과 가신 백성들은 이제 산 것이다.

그러나 유운천의 표정은 아직 어두웠다.


“아직 좋아하기에는 일러. 내 침술은 임시방편일 뿐이야. 치료약이 필요하네. 일단 내가 환자들을 보겠네. 물어볼 것도 많고 말이야."


아무리 명의이고 설사 신의라고 한들 바로 환자의 병의 근원을 꿰뚫어볼 수는 없었다.

그리고 유운천은 뭔가 이상하다는 것을 느끼고 있었다.

그 어떠한 전염병, 괴질이라도 환자를 격리하고 병사한 환자의 시체와 유품들을 태우면 막을 수 있다.

이렇게 거의 영지민 전체가 병에 걸리는 것은 그 원인이 따로 있다는 뜻이었다.


'독인가?'


유운천의 콧잔등에 굵은 주름이 잡혔다.

원인이 정말 독이라면 누군가가 내쉬 영지를 노린다는 뜻이었다.


하지만 유운천은 자신의 기우이길 바랐다. 그것은 이 괴질 이 끝이 아니라는 뜻이었기에.


"그럼 자네들도 움직여주게. 부탁하이."


“알겠습니다. 사조님."


레이가 허리를 꾸벅 숙이며 말했다.

사조라는 호칭이 마음 에 들었는지 환자들이 있는 천막으로 걸어가는 유운천의 입 꼬리가 슬며시 치켜져 올라갔다.


“일단 레이는 켈리 양을 데려다주십시오"


스티브의 말에 아직까지 레이의 손을 꼬옥 잡고 있던 켈리가 고개를 저었다.


"혼자서 갈 수 있어요"

"이런 서운한걸. 나랑 같이 가기 싫어?"

"그, 그게 아니고......."


마땅한 대답을 찾지 못한 채 어쩔 줄 몰라 하는 켈리의 모습이 귀여운지 씩 웃은 레이가 말했다.


"그러면 조금 더 데이트를 즐기자구, 꼬마 아가씨."


데이트라는 말에 또다시 켈리의 뺨이 달아올랐다.


"아, 알겠어요."

"그럼, 가자구."


켈리의 대답을 들은 레이가 그녀의 손을 잡고 걸어가기 시작했다.

유렌에게는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말이다.

점점 멀어지는 둘의 등을 보며 유렌이 씩씩거렸다.


'날 까맣게 잊었다 이거지?!'


거기다 레이의 옆자리까지 빼앗기다니,

유렌은 도저히 용납 할 수 없었다.

분노에 떨고 있는 그녀를 보며 스티브가 물었다.


“유렌 양, 조금 쉬시겠습니까? 아니면......."

"저도 오빠랑 같이 갔다 올게요"


그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유렌이 레이를 쫓아갔다.

전력질주로 레이를 따라가는 그녀를 보던 스티브가 멋쩍은 표정으로 입맛을 다셨다.


거리에 사람들이 있었다면 두 여자의 사이에서 어색 하게 걸음을 옮기는 레이를 보고 킥킥거렸을 것이다.


레이의 오른손은 켈리의 손을 잡고 있었고, 왼팔은 유렌이 딱 붙잡고 걸어가고 있었다.


"저기 좀 떨어져서 길으면 안 될까?"


살짝살짝 유렌을 보며 레이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입을 양 다물고 눈이 샐쭉해진 길걸로 보아 또 심통이 난 것 같았기 때 문이었다.


"왜?! 재는 괜찮고 나랑 이렇게 걷는 건 싫어?!"


켈리를 째려보며 유렌이 성난 어조로 말했다.


"그 말이 아니잖아. 휴우. 알았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 레이가 유렌을 자신의 팔에서 떼어 내는 것을 포기한 채 켈리의 안내를 받으며 걸음을 옮겼다.

그리고 10여 분 후 켈리의 집에 도착했을 때 갑자기 어디선가 소년의 고함소리가 들려왔다.


"켈리!"


소년의 고함을 듣고 고개를 돌린 켈리는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자신의 오빠, 로디가 서 있었던 것이다.



“오빠?!”


레이의 손을 뿌리친 켈리가 로디에게 달려갔다.

그 모습을 흐뭇하게 바라보던 레이가 왼쪽 어깨로 유렌을 툭 쳤다.


"우리처럼 사이좋은 남매야, 그렇지?"


"흥."


그의 말에 유렌이 코웃음을 치며 그의 왼팔을 잡고 있던 손을 놓았다.

그렇게 두 여자가 떨어져나가 자유의 몸이 되기는 했지만 왠지 씁쓸한 기분을 느끼던 레이가 우물을 보고 다가갔다.


'목이나 축여야겠군.'


아무런 생각 없이 우물을 길어 마시려던 그를 보고 켈리가 소리쳤다.


"마시면 안 돼요!"


켈리의 고함을 들은 레이가 우물물 통을 든 채로 멈췄다. 켈리의 갑작스런 행동이 의아했던 것이다.


"왜 그래?!”

“오빠가 마시지 말랬어요 더럽다고"


우물쭈물해하던 켈리가 로디를 쳐다보고 말했다.

동생을 보 고 두 눈을 부라리던 로디가 이내 표정을 고치고 레이를 쳐다봤다.


"우리 동네 우물물이 좀 더러워서요. 헤헤. 용병님께서 우 리 켈리를 구해주셨죠?"


레드 오크의 발자국을 따라가던 로디는 얼마 안 가 목이 반쯤 잘린 레드 오크의 시체를 발견할 수 있었다.

누군가 레드 오크의 손에서 동생을 구해줬다는 걸 눈치 챈 로디는 곧바로 집으로 돌아왔다. 한 손에는 사냥감인 토끼를 다시 주워 들고 말이다.


"인사는 됐다. 그 나이에 가족을 위해 사냥을 하다니. 너, 대단한 녀석이구나."


레이가 우물물 통을 우물 안에 내려놓으며 말했다.

그의 말을 들은 로디가 대수롭지 않은 어조로 대답했다.


"당연한 일이니까요."


아직까진 자신이 가장이다.

가장이라면 당연히 가족을 보살 펴야 한다.

어떤 짓을 해서라도 말이다.


“······.”


소년의 눈에 담긴 굳은 독기를 읽은 레이는 가슴 한쪽이 아려왔다.

로디의 눈빛은 라이온스 게이트 때의 자신과 닮아 있었다.

오로지 살아남기 위해 싸우는 들짐승의 눈빛 말이다.



“그래. 아무리 힘들어도 그 마음을 잊지 마라. 그러면 버터 낼 수 있을 거야. 잘 지내렴. 유렌, 가자."

“응, 오빠. 얘들아, 잘 있어."


두 남매에게 인사를 한 레이가 유렌과 같이 영주관으로 걸어갔다.

켈리를 떨쳐내서인지 시원한 표정으로 걷고 있던 유렌이 고개를 갸웃대며 멈춰 섰다.


"왜 그래? 뭐 있어?"

"오빠, 저기 저 까마귀, 이상해."


유렌이 오른손을 들어 그들의 왼편에 있는 2층 건물의 지붕에 앉아 있는 까마귀를 가리켰다.


그녀의 손을 따라 까마귀를 본 레이가 쓴웃음을 지었다.


"까마귀 처음 봐? 빨리 가자. 사조님 일 도와야 해."


레이가 유렌의 손을 잡고 걸음을 재촉했다.


“으응······.”


그를 따라가면서도 유렌은 무언가 석연치 않은 얼굴로 다시 까마귀를 바라보았다.

까마귀가 아니라 누군가가 자신들을 훔쳐보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던 것이다.


'내가 예민해진 건가?'


왼손으로 머리를 긁적인 유렌이 작게 한숨을 내쉬며 걸음 의 속도를 높였다.



***


“크흐흐흐.”


프라든 숲의 중심부에 있는 동굴 안에서 기괴한 웃음소리 가 흘러나왔다.


“크크큭, 대단한 아가씨군. 내 패밀리어를 간파하다니 말이 야."


온갖 약병이 잔뜩 놓여 있는 테이블에 앉아 있던 검은 로브의 사내가 번쩍 눈을 떴다.


'레이라고 했나? 직접 죽여보고 싶었는데 잘 됐군.'


아이젠 님의 제자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건방을 떨던 리오넬을 처리한 그 녀석을 말이다.

그것도 이런 따분한 실험 중 에 말이다.


'화끈하게 놀아볼 수 있겠어.'


마나독을 풀고 사람들이 죽어가는 상태를 기록하는 것도 이제 질렸다.

클락 님이 완성하신 극독의 데이터는 충분히 뽑았다.

그리고 자신뿐만 아니라 페르단 대륙 곳곳에서 실험은 계속 되고 있다.


'그래, 짧은 휴가 정도는 이해해주시겠지, 크크'


거친웃음을 흘리며 일어선 검은 로브의 사내가 동굴 밖으로 나섰다.


“취익! 나오셨습니까!”


동굴 앞에 도열해 있던 10여 마리의 레드 오크가 그를 향해 고개를 숙였다.

자신을 향해 예를 갖추는 레드 오크들을 보며 검은 로브의 사내는 실소를 터뜨렸다.


"연기를 하려면 제대로 해봐. 눈을 희번덕거리면서 어금니를 드러내면 인간인 내가 얼마나 무섭겠어?"


20여 마리의 레드 오크들은 레드 오크 무리들을 이끄는 지도자였다.

이들은 모두 클락의 독을 푼 샘물을 마시고 중독된 놈들이다.

하루마다 자신이 주는 해독제를 먹지 않으면 죽는 것이다.

검은 로브는 그것을 이용해 레드 오크들을 부리고 있 었다.


“자, 자, 진정해. 화풀이할 상대는 충분히 있으니까. 오늘 밤까지만 기다리라구."

“취익! 드디어 인간들을 취익, 공격하는 겁니까?! 취이익. 포로들은 취익 어떻게 할까요? 취익, 먹을까요, 알버트 님? 취이익?”


레드 오크의 물음에 알버트가 고개를 저었다.

포로들은 커스 드의 재료로 쓰여야 한다. 아직까지는 살려줘야 하는 것이다.


“식사는 오늘 밤에 실컷 하라구. 그런 쓰레기들은 마음껏 먹어도 되니까. 크흐흐.”


오늘밤에 벌어질 살육의 파티를 그리던 알버트의 입에서 광소가 흘러나왔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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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7 117화 24.04.04 26 1 12쪽
116 116화 24.02.24 37 2 12쪽
115 115화 24.02.19 36 2 12쪽
114 114화 24.02.13 46 2 11쪽
113 113화 24.02.10 40 2 12쪽
112 112화 24.02.07 44 2 13쪽
111 111화 24.02.04 44 2 13쪽
110 110화 24.02.03 43 2 13쪽
109 109화 24.02.01 42 2 12쪽
108 108화 24.01.29 51 3 12쪽
107 107화 24.01.27 42 2 11쪽
» 106화 24.01.24 43 2 12쪽
105 105화 24.01.22 52 2 12쪽
104 104화 24.01.18 44 2 13쪽
103 103화 24.01.17 43 2 12쪽
102 102화 24.01.16 41 2 12쪽
101 101화 24.01.14 50 2 13쪽
100 100화 24.01.11 55 2 13쪽
99 99화 24.01.09 51 2 13쪽
98 98화 24.01.08 50 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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