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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길 님의 서재입니다.

리벨리온: 광휘의 소드마스터

웹소설 > 작가연재 > 판타지

완결

이종길
작품등록일 :
2023.08.16 16:33
최근연재일 :
2024.04.16 20:26
연재수 :
12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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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632
추천수 :
500
글자수 :
678,034

작성
24.02.13 0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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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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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1쪽

114화

DUMMY

114화







더스틴의 저택.


달뜬 여인의 신음소리가 침실 너머까지 울려 퍼진다.

현악기를 연주하는 음유시인처럼 여인의 알몸을 부드럽게, 때로는 거칠게 어루만지던 더스틴의 손길이 멈췄다.


침실 앞에서 발소리를 들었던 것이다.


"오늘은 여기까지 해야겠구나."


"히잉. 공작님.”


더스틴이 몸을 일으키자 그의 밑에 깔려 있던 여인이 아쉬 운 듯 콧소리를 냈다.

그러나 더스틴이 다시 손짓을 하자 침대에서 일어선 여인이 옷을 입고는 침실 밖으로 나갔다.

여인의 뒷모습을 보며 머리를 긁적이던 더스틴의 입가에 의미심장한 미소가 어렸다.

침실 안으로 들어온 낯익은 사내 때문이었다.


"이야기는 들었습니다만, 이렇게 빨리 오실 줄은 몰랐습니다. 예를 갖추지 못한 것을 용서해주십시오, 슈인 님. 아니, 이제 폐하라고 불러드려야 될까요?"


제복을 차려입은 파란머리의 사내, 슈인을 보며 이불로 치부를 가린 더스틴이 이죽거렸다.


"알고 있었던 거냐?”

"제가 블러드 문의 단골이지 않습니까. 먼저 알려주더군 요"


더스틴의 이죽거림에 대답 대신 슈인이 허리춤에서 레이피 어를 뽑아 들었다.


"협박이라도 하실 생각입니까? 저는 그 누구의......."


츄악-.


슈인이 레이피어를 내질렀다.

그 순간 파공성과 함께 더스틴의 왼쪽 뺨에 굵은 혈흔이 그어졌다.

검풍만으로 상처를 입힌 것이다.

놀라운 위력이었지만.

그런 위력에도 더스틴은 놀라지 않고 평온한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과격하시군요. 대화를 하러 오신 것 아닙니까?“

“이게 내 대답이다. 내 사람이 아니면 살려주지 않겠다는 내 대답."

“지금 제가 슈인 님을 따른다 말씀드린들 믿으실 겁니까? 저는 언제든지, 누구든지 배신할 수 있는 사람입니다."


츄악-.


더스틴의 대답에 슈인이 다시 그를 향해 레이피어를 내질렸다.

전력을 다해 이번에는오러 웨이브를 시전한 것이다.

깜짝 놀란 더스틴이 눈을 질끈 감았다.

하지만 그의 앞 머리카락만 잘려 떨어졌을 뿐 상처는 생기지 않았다.


"내 개가 되지 않는다면 널 죽일 것이다. 네가 어디에 있든 말이다."


슈인의 말에 더스틴은 등골이 오싹해졌다.

이 호리호리한 체격의 청년이 소드 마스터라는 것을 까맣게 잊어먹고 있었던 것이다.

그는 자신을 죽일 충분한 능력을 가지고 있었다.


'잘됐어. 우리도 꼭두각시가 필요했으니까.'


자신뿐만 아니라 다른 이들도 꼭두각시를 만들려 하고 있었다.

바로 귀족의 황제 말이다.


“목숨이 아까워서, 죽음이 두려워 바치는 충성입니다. 그래도 믿으실 겁니까?"

"너는 나에게 충성을 바칠 필요가 없다. 복종만 하면 돼. 그렇다면 살 수 있을 것이다."

“알겠습니다. 소신, 슈인 님을 따르겠습니다."


더스틴의 말에 슈인이 레이피어를 허리춤의 검집에 집어넣었다.


"궁에서 연회를 열 것이다."


슈인의 말에 더스틴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갑자기 연회라니?


"내일 저녁까지 아이젠에게 불만을 가진 귀족들을 모으거라.“


아멜린과 미하일, 블러드 문이 귀족들을 포섭할 때까지 기 다려줄 여유는 없었다.

자신이 직접 나서서 그들을 끌어들일 것이다.


"흐흐흐. 바로 전면전을 선포하실 생각입니까?“

“늦지 말도록.”

“당연하지요. 흐흐흐. 관중들을 데리고 가겠습니다.”


더스틴의 웃음소리를 들으며 슈인은 그의 침실을 나섰다.

그는 자신을 배신하진 않을 것이다.

적어도 자신이 심어준 공 포를 기억하는 한 말이다.


그리고 다음은······.



다음날.



똑똑똑-.


“들어오시게.”


집무실의 책상에 앉아 있던 슈인이 대답하자 문이 열리며 에드가 들어왔다.

문을 열고 들어온 에드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벌써 새벽이 다 되어가는 시각이다.

이런 야심한 시각에 자신을 호출한 슈인 의 의중이 궁금했던 것이다.


하지만 에드는 별다른 내색 없이 입을 열었다.


"내리실 명령이 있으십니까?"

"명령이 아니네. 그대에게 묻고 싶은 게 있어서 말이야."


슈인의 말을 들은 에드는 입을 다문 채 그의 다음 말을 기다렸다.

지그시 애드를 바라보던 슈인이 입을 열었다.


"그대의 주군은 누구인가?"

"갑자기 무슨 말씀을......?"


"그대가 따르는 이가 아이젠인지, 나인지를 지금 묻고 있는 것이다."


슈인의 말에 에드의 가슴이 덜컹거렸다. 그가 지금 무슨 이야기를 하려는지 눈치 챈 것이다.


'역시......'

"나와 아이젠 중에 선택을 하라는 말이다."

"지금 모반을.......”

“함부로 백성을 죽이고 착취하는 자를 황제라고 할 수 있나? 자네는 그런 자를 렌시아의 황제로 생각하는가?"


에드를 바라보는 슈인의 눈에 살기가 어렸다.

그의 눈빛을 본 에드는 이곳에서 살아나가기 위해서는 선택의 여지가 없다는 걸 깨달았다.

그리고 애초에 자신의 주인은 슈인이었다.


"슈인 님을 따르라는 겁니까?"

"그대 같은 아이들이 없는 렌시아를 만들 것이다. 그대가 원하는 렌시아를 말이다."


차분하고 담담했지만 슈인의 목소리에는 위엄이 서려 있었

결국 에드는 고개를 끄덕였다.


"슈인 님의 뜻을 따르겠습니다."




더스틴의 공작저택의 연회장에는 수십 명의 고위귀족들이 모여 있었다.

신흥귀족과 구 귀족이 뒤섞여 즐기고 있는 연회장 안으로 들어선 더스틴이 짝 손바닥을 쳤다. 그러자 악단들의 연주가 멈추고, 연회장 안에 있던 모든 귀족들의 시선이 더스틴에게 향했다.


"즐거우십니까?""

"음식도 맛있고, 술도 좋습니다. 거기다 이렇게 더스틴 공 작님의 얼굴을 봤는데 왜 즐겁지 않겠습니까?

"그럼요 물론이지요!"

"이렇게 즐거운 파티를 연 더스틴 공작님을 위해 건배!"


"건배!”


귀족들이 일제히 술잔을 치켜들며 건배를 외쳤다.

흡족하게 그들을 지켜보던 더스틴이 조금 높아진 목소리로 일갈했다.


"여러분을 위해 특별손님을 모셨습니다."

"특별손님이라. 미녀입니까?"

"어디 늘씬한 무희라도 데리고 오셨나 보군요. 하하하."


여기저기서 거나하게 취한 귀족들이 능청을 부렸다.

더스틴도 그들을 따라 웃긴 했지만 고개를 저었다.


"아쉽게도 미녀가 아닙니다. 하지만 여러분들이 좋아하실 거라는 건 장담합니다."


귀족들의 말을 듣던 더스틴이 손짓하자 연회장을 지키고 있던 사병들이 커튼을 치며 출입문을 닫았다.

그들의 행동을 의아하게 지켜보던 귀족들이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여기 계신 분들은 황제폐하에 대해 불만이 많으신 걸로 압니다. 아, 물론 탓하려는 건 아닙니다. 저도 그렇거든요. 여러분들도 늘 입버릇처럼 말씀하셨지 않습니까. 우리들의 황제가 필요하다구요"


·더스틴의 말에 창백하게 표정이 굳은 귀족들이 하나둘씩 입을 열었다.


"지금 무슨 소리를 하시는 겁니까?"

"그런 말을 입에 담다니. 역모입니다. 역모예요!"


그들의 말을 들은 더스틴이 코웃음을 쳤다.


"배포가 작으시군요 아니면 서로를 믿지 못하시는 겁니까? 그것도 아니라면 이대로 모든 사병을 빼앗기고 허울뿐인 귀족으로 살아가실 생각입니까?"


더스틴의 기세에 압도당한 귀족들이 입을 다물었다.

잠깐 말을 멈춘 채 그들을 지켜보던 더스틴이 다시 이야기를 시작 했다.


“우리들의 황제가 되실 분이 계십니다. 우리를 믿고, 현명하게 렌시아를 이끌어 가실 분입니다."

"그, 그분이 누구십니까?"


콧수염을 기른 귀족이 작은 목소리로 질문했다. 그의 말을 들은 더스틴이 2층을 쳐다봤다.


"이 렌시아에 그런 분이 또 계시겠습니까? 바로 슈인 님이십니다."


더스틴의 말과 함께 2층의 난간에 모습을 드러낸 슈인을 항해 귀족들의 시선이 모아졌다.

그들 하나하나를 쳐다보던 슈인이 담담한 어조로 이야기를 시작했다.


"아이젠 황제로 인해 렌시아는 죽어가고 있다. 그로 인해 평민들은 핍박받고, 그대들은 힘을 잃어가고 있다. 이대로라 면 그대들과 렌시아의 끝은 멀지 않았다."


말을 멈춘 슈인이 귀족들의 표정을 살폈다.

슈인의 카리스마에 압도당한 귀족들은 넋을 잃고 그를 쳐다보고 있었다.


그들을 내려다보던 슈인이 한껏 격앙된 목소리로 소리쳤다.


"내가 그대들의 황제가 될 것이다. 렌시아를 다시 세울 것이다. 따르겠는가?"


그의 말을 들은 귀족들은 가슴이 격앙되는 것을 느꼈다.

그의 모습에서 황제를 본 것이다.

하나둘씩 귀족들이 슈인을 향해 무릎을 꿇기 시작했다.


“따르겠습니다. 폐하.”


모든 귀족들이 무릎을 꿇자 마지막으로 더스틴이 슈인을 보며 고개를 숙였다.


"당신이 우리들의 황제이십니다."


더스틴의 말을 들은 슈인은 만족스런 미소를 지었다.


'이제 준비는 끝났어. 바로 움직여야 해.‘


아직 끝난 것이 아니라는 걸 슈인은 잘 알고 있었다.

귀족들은 지금 자신의 카리스마와 주위 분위기에 압도당해 앞뒤 볼 것도 없이 무릎을 꿇었지만, 곧 이리저리 계산을 할 것이 분명했다.

그때가 되 면 귀족들은 사분오열 할 것이다.


'그 전에 움직여야 하겠지.'


자신에게는 여유가 없었다. 그러나 그의 얼굴은 침착했다. 두려워한들 되돌리기에는 늦었다는 걸 알고 있었기에.


이미 자신과···아이젠의 목숨을 건 게임이 시작되었다.




미하일의 집무실.


아멜린과 미하일이 서로를 마주보고 앉아 있었다.


"슈인 역시 대단한 사람이군요"


미하일에게서 슈인이 단번에 모든 귀족들을 포섭했다는 보고를 들은 아멜린은 내심 탄복했다. 슈인은 자신이 생각했던 것보다 몇 배는 큰 그릇을 가지고 있는 인물이었다.


'이제 다음 단계로 넘어갈 차례야.'


겨우 1단계가 끝났을 뿐이다. 이제 아이젠을 알아야 할 차례다.


“다음은 아이젠입니다. 그에게 사람을 붙이세요"


아멜린의 이야기를 들은 미하일이 어리둥절한 얼굴로 되물었다.


"황제를 미행하라는 말씀이십니까?"


그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소드 마스터를 미행할 수 있는자 가 이 세상에 어디 있단 말인가?

하지만 아멜린은 단호했다.


"가능합니다. 아니, 해야 합니다."


상대방이 가진 힘을 모르는데 어찌 일을 성공시킬 수 있겠는가.

그리고 아멜린은 미행을 성공시킬 계책을 가지고 있었다.

그녀는 미하일을 보며 자신이 생각했던 계책을 이야기했다.


"제 계책이 어떻습니까?"


그녀의 이야기를 들은 미하일이 생각에 잠겼다.

얼핏 유치하고 얕은 수다.

하지만 성공할 가능성은 있었다.

그리고 아멜린의 말대로라면 성공하지 못한들 상관이 없다.


“해야겠군요. 묘책이십니다."

"그냥 책에서 본 것입니다. 얕은 술수이지요"


많은 사람들을 희생시키는 잔혹한 술수다.

하지만 아멜린의 표정에는 조금의 흔들림도 없었다. 이 복수가 끝나기 전까지 그녀는 괴물이 되리라 마음먹으니까.

그래도.


항상 레이의 얼굴이 떠오른다.

잔혹한 괴물이 된 자신을 만난다면 레이는 어떤 생각을 할까?

예전처럼 자신을 아끼고 사랑해주지는 않을 것이다.

정의로운 성정을 가진 그라면, 경멸하고 적대감을 갖을지도 모른다.


‘나도 지금은 아이젠과 똑같으니까.’




찻잔을 드는 아멜린의 손이 희미하게 떨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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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6 116화 24.02.24 37 2 12쪽
115 115화 24.02.19 36 2 12쪽
» 114화 24.02.13 47 2 11쪽
113 113화 24.02.10 40 2 12쪽
112 112화 24.02.07 44 2 13쪽
111 111화 24.02.04 44 2 13쪽
110 110화 24.02.03 43 2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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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7 107화 24.01.27 42 2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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