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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길 님의 서재입니다.

리벨리온: 광휘의 소드마스터

웹소설 > 작가연재 > 판타지

완결

이종길
작품등록일 :
2023.08.16 16:33
최근연재일 :
2024.04.16 20:26
연재수 :
12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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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268
추천수 :
500
글자수 :
678,034

작성
24.02.07 0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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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3쪽

112화

DUMMY

112화








싸늘한 바람이 부는 렌시아 황실의 연무장 한가운데에 파란머리의 청년, 슈인이 서 있었다.



'계속 이렇게 기다려야 하는가?'


보름 전 예상치 못한 그들과의 만남을 떠올리고 있었던 것 이다.

블러드 문의 본거지인 카릴 도박장에서 슈인은 예상치 못한 두 명의 인물을 만났다.

바로 미하일과 아멜린이었다.

.

.

.


"오랜만이군요.”


멍하니 서 있는 슈인을 본 아멜린이 살짝 고개를 숙였다.


그제야 평정을 되찾은 슈인이 입을 열었다.


"무사하셨군요."

"많이 놀라신 것 같네요."


그를 보며 아멜린이 차분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서로 반갑다는 말은 못할 것 같군요."


살짝 미소를 머금은 채로 말했지만 슈인을 바라보는 아멜린의 눈빛은 차가웠다.

끔찍했던 그날 밤의 기억이 떠올랐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녀는 평정을 유지하고 있었다.

분노는 언제든지 할 수 있다. 그러나 지금은 이자를 자신의 사람으로 만드는 것이 먼저였다.


"본론으로 들어가지요."


잠깐 눈을 감았다 뜬 아멜린이 슈인을 지그시 바라봤다.


"황제가 되고 싶으십니까?"


자신의 마음을 꿰뚫어보는 것 같은 깊고 예리한 아멜린의 눈빛에 슈인은 바로 대답을 하지 못했다.


'이 여자, 달라졌어.......


항상 어리광을 부리고 마음대로 굴던 그녀가 아니었다.

마치.

아멜린의 모습은 자신의 의중을 감춘 노회한 야심가처럼 보였다.


"아멜린 님께서는 제게 무슨 답을 원하십니까?"


하지만 자신도 만만한 상대는 아니었다.

슈인은 자신의 속내를 보이기 이전에 먼저 상대방의 의중을 간파해야 한다.


그의 물음에 아멜린의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호락호락하진 않군. 그래, 그래야지'

"그럼 달리 묻겠습니다. 아이젠의 개 생활이 즐거우십니까?"


아멜린의 비아냥거림이 담긴 물음에 슈인의 눈매가 꿈틀댔다.


"그분은 제 아버지십니다. 아들이 아비의 명을 따르는 것 뿐입니다만.“

"아이젠을 아비라 하셨습니까? 그런데 왜 저와 미하일님을 바로 베지 않으시는 겁니까?"


슈인의 표정이 굳어졌다.

주저하고 있는 자신의 속내를 들킨 것이다.

그러나 슈인은 애써 평정심을 유지했다.


"복수를 위한 이간책입니까? 전 그리 멍청하지 않습니다."

"이간책이라니요? 이건 거래입니다."


숨을 고른 아멜린이 말을 이었다.


"전 슈인 님에게 많은 것을 드릴 수 있습니다. 귀족들의 힘, 블러드 문, 그리고 렌시아까지도 말입니다."


아멜린에게 있어서 모든 것은 복수를 위한 체스 판의 말에 불과했다.

슈인, 블러드 문, 렌시아.

하물며 자신까지 말이다.

그리고.

슈인 역시 아멜린의 생각을 읽을 수 있었다.

아이젠만 자신이 상대하고.

그녀를 통해 정통 귀족들의 힘을 모을 수 있다면 아이젠을 제거할 수 있다.

하지만.

슈인은 바로 결정을 내리진 않았다.


"시간을 주실 수 있겠습니까?"


예상치도 못한 슈인의 대답에 아멜린과 미하일이 흠칫 놀랐다.


“······.”


아멜린이 미하일을 쳐다봤고.


"주저할 필요가 뭐가 있지? 너도 알잖아, 귀족들의 마음은 이미 아이젠에게서 돌아섰어."


미하일이 설득을 시작했다.

귀족들도 아이젠이 계속 무모한 토벌전을 벌이려 하는 이유를 알고 있었다.

자신들의 사병을 소모시켜 황권을 강화시키려는 것을 말이다.

귀족들이 불만을 가지고 있는 건 슈인도 어느 정도 눈치 채고 있는 일이었다.

하지만 그들만으로는 승산이 없었다.


"아이젠의 힘과 그가 가진 조직의 거대함을 넌 몰라."


아이젠은 명분과 실리를 갖기 위해 수도방위군을 이용했지만.

그들이 없었다 한들 그는 모반에 성공했을 것이다.

자신이 가진 힘과 조직만으로도 말이다.


“그러니 증명해봐. 너희들의 힘이 얼만지.”


짧게 대답한 슈인의 시선이 아멜린에게 향했다.


“능력을 보여주시죠. 그 후에 결정을 내리겠습니다.”


아멜린은 슈인의 이야기를 알아들었다.

세력을 모은 후에 자신에게 연락을 달라는 의미이리라.

그러자.

도리에 아멜린이 회심의 한방을 날렸다.



"충분한 시간을 드리겠어요."

"아, 아멜린 님?!”


놀란 미하일이 소리쳤다. 그러나 아멜린의 표정에는 아무런 변화가 없었다.


“재촉한다고 될 수 있는 일이 아니에요. 미하일. 슈인 님, 심사숙고를 해주세요. 그리고 그 전에 저희들의 힘을 보여드리죠.”

"그럼 일단 이야기는 끝난 것 같군요. 돌아가겠습니다."


그녀의 대답을 들은 슈인이 짧은 인사를 하고 밀실을 나섰다.


“잠깐, 슈인!"



저벅저벅-!!!!!!!!!!!!!


미하일의 목소리를 외면한 채 슈인은 조용히 복도를 걸어갔다.

.

.

.


그리고. 보름이 흘렀다.

블러드 문 측에서는 아직 별다른 연락이나 행동은 없었다.

물론.

이대로 연락이 오지 않아도 상관없다.

그렇다면 그저 오늘과 같은 내일이 될 뿐이리라.

슈인이 그렇게 생각에 잠겨 있는 그때.


"무슨 생각을 그리 하십니까?"


등 뒤에서 에드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를 향해 몸을 돌린 슈인이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


“상관을 이렇게 기다리게 하다니, 기합 좀 받아야겠는걸."


"뛰어난 상관은 부하의 작은 실수를 책하지 않는 법입니다."


에드의 대답에 슈인이 웃음을 터뜨렸다.


"와하하! 그동안 말솜씨가 많이 늘었군. 검 솜씨도 그만큼 늘었나 볼까?"


목검을 치켜든 슈인이 에드 앞으로 한 걸음 다가서며 외쳤다.


"다치셔도 모릅니다. 하앗!"


동시에 에드도 기합을 지르며 그의 가슴을 향해 강하게 목검을 휘둘렀다.


카각-!!!!!!


허공에서 목검이 뒤엉키며 타격음이 울렸다.

그러나 슈인의 공격은 그것으로 끝이 아니었다.

에드의 목검을 자연스레 홀린 슈인이 그의 다리를 종으로 베었다.

하지만.

바로 왼쪽 무릎 앞에서 목검이 멈췄고.

가까스로 슈인의 일격을 막아낸 에드가 인상을 찌푸렸다.


"봐주시는 겁니까?"


"안 봐주면 다칠 것 같아서."


"누가 다칠지 볼까요?! 하앗!"


기합을 내지르며 에드가 슈인을 밀어냈다.

뒤로 슬쩍 밀려 난 슈인의 목을 노리며 에드가 목검을 내찔렀다.


'됐어!'


슈악-.


회심의 일격이다.

아무리 슈인이라고 해도 이 공격을 막을 수는 없으리라.

그러나 에드의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가볍게 목을 젖히며 공격을 피한 슈인의 목검이 자신의 배에 닿아 있었던 것이다.


"큰소리친 것치고는 너무 빨리 끝난 거 아닌가?"

“부끄럽습니다.”


에드 얼굴을 붉히며 말했다.

그동안 쉬지 않고 수련을 했지만 아직 자신은 슈인의 상대가 되지 못했다.

마나를 사용하지 않고.


'오로지 검술만으로도 상대가 안 된다니.......'


에드는 내심 절망을 느꼈다.

넘을 수 없는 벽이 있다는 것을 깨달았기에.

하지만 그래서 충성을 하는 것이리라.

충성심에 넘치는 에드를 바라보던 슈인이 에드에게 목검을 건네줬다.

엉겁결에 목검을 받아든 에드가 물었다.


"어디 가십니까?"

"약속이 있어서 말이야. 부탁하네. 그럼."


손을 흔든 슈인이 멀뚱히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에드를 놔두고 연무장을 빠져나갔다.

그 뒷모습을 보던 에드가 헛웃음을 흘렸다.



"휴우 내 신세가 참......."


장군의 위치까지 오른 자신이 심부름이나 해야 한다.

절로 쓴웃음이 나오고 마는 에드였다.


***


샤린과의 약속 장소인 서문의 시장 입구에 도착한 슈인은 조용히 사람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아무것도 모르고 생각하지 않는 삶이라니. 편하겠어'


하지만 슈인은 평민들의 삶이 부럽지 않았다.

그들은 힘이 없기에 귀족과 자신보다 더 힘이 센 자들에게 당하는 것이다.

그러니 그들의 위에서 군림하고 지켜줄 황제가 필요할 지도 모른다.


"슈인 님!”


상인들을 바라보던 그는 샤린의 목소리를 듣고는 고개를 돌렸다.

블루벨벳 원피스를 입은 샤린이 그를 바라보며 웃고 있었다.


“저, 괜찮아요?”


샤린의 물음에 함박웃음을 지은 슈인이 말했다.


“그래, 예뻐. 근데 갑자기 왜 이런 옷을 입은 거야?

"

슈인의 물음에 샤린이 침울한 어조로 말했다.


"왜요? 예쁘다면서요. 마음에 안 들어요?"

"너무 예뻐서 한 말이야. 진작 입지."


슈인의 넉살에 그녀의 얼굴이 금세 밝아졌다.

샤린이 슈인 의 팔짱을 끼며 말했다.


"그럼 가요 맛있는 점심 사주신다고 하셨죠?"

"그래."


고개를 끄덕인 슈인이 걸음을 옮겼다.

그러나 그는 얼마 가지 못해 멈춰 섰다.

족쇄를 찬 채로 병사들에게 끌려가는 한 무리의 사람들을 보았기 때문이었다.


"잠깐만."


샤린의 팔짱을 푼 슈인이 그들의 앞을 가로막았다.


"죄인을 압송하는 중이다. 비켜 서랏!"


선두에 있던 병사가 슈인을 보고 소리쳤다.

갑옷이나 제복 대신 평상복을 입은 슈인을 알아보지 못한 것이다.

그를 보며 슈인이 말했다.


“죄인이라고? 평범한 아낙이, 노인이, 어린아이들이 죄인이란 말인가? 말해보아라. 이들이 무슨 죄를 지은 거냐?"


슈인이 물러설 기색도 없이 되묻자 화가 난 병사가 그의 목을 향해 창을 겨눴다.


“공무집행 방해죄로 혼쭐이 나고 싶은 것이냐? 어서 비······커헉!”

커헉!"


채 말을 끝내지 못한 병사가 복부를 부여잡고 쓰러졌다.

슈인이 주먹을 휘두른 것이다.

샤린이야 똑똑히 그의 움직임을 보았지만 눈으로 슈인의 움 직임을 쫓을 수 없었던 다른 병사들과 시장 상인들, 족쇄에 묶인 이들은 어리둥절할 뿐이었다.


'내가 심했나?'


슈인이 주먹을 어루만지는 사이 그를 알아본 중년의 기사 가 다가왔다.


"허억! 혹시, 슈인 장군님?"

"빨리도 알아보는구나."


기사를 보며 슈인이 비아냥거렸다.

그의 말을 듣고 놀란 병사들이 일제히 무릎을 꿇었다.


“주, 죽을죄를 지었습니다!"


“쓸데없는 소리는 하지 말고 묻는 말에만 답하거라. 저들의 죄가 무엇이냐?"


고개를 조아린 기사가 대답했다.


"저들은 나라의 구호금을 빌린 자들입니다. 하지만 갚지를......"


"못했다? 그래서 잡아들이는 것이냐?"


그의 말을 들은 슈인은 기가 찼다.

렌시아는 옛날부터 신원이 확실한 백성들에게 낮은 이자로 구호금을 빌려주고 있었다.

하지만 설사 구호금을 갚지 못했다고 한들 이렇게 잡아들이는 일은 없었다.


“여태까지 채무자들을 잡은 일은 없다고 들었다. 그런데 이게 무슨 짓이냐?"

"그, 그건 황제폐하의 명이라 저희들도 어찌할 수 없습니다. 저희는 그저 명을 따르는 것뿐입니다."


황제의 명이라니, 기사의 대답을 들은 슈인은 어이가 없었다.

그러나 어찌 됐든 황제의 명이라면 지금 자신이 할 수 있는 건 없다.


"알겠다. 가거라."


슈인의 명령을 들은 기사와 병사들이 쭈뼛거리며 일어섰다.


"자자, 어서 가자."


기사의 명령에 따라 병사들과 족쇄에 묶인 채무자들을 끌고 황궁 방향으로 출발했다.

슈인은 한동안 그 모습을 바라보았다.

의구심이 고개를 치켜들었다.

도저히 아이젠이 만들려는 나라가 뭔지 예측할 수가 없었던 것이다.


'도대체 무슨 속셈이지? 렌시아를 어떻게 만들려는 거야?'


잠시 그들이 사라진 방향을 보던 슈인이 결정을 내렸다.

직접 물어봐야 한다.

슈인의 시선이 샤린에게 향했다.


"샤린...."

"가봐야 하신다는 거죠?"


이미 예상하고 있었다는 듯이 말을 꺼내는 샤린을 보고 슈인은 미안해하는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데이트는 다음에 하자."

"예, 슈인 님."


샤린의 인사를 들은 슈인이 황궁으로 뛰어갔다.

순식간에 사라지는 그의 뒷모습을 보며 사린은 미소를 지었다.

조금 서운하긴 하지만 그녀는 슈인의 이런 모습이 좋았다.

사람을 죽 이는 짓밖에 할 줄 모르는 자신과는 달리 그는 세상을 바꾸려는 중이니까.


‘······.’


그래도 조금 서운한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옷까지 차려입었는데. 피... 할 수 없지, 데이트는 다음에 하면 되니까. 뭐라도 먹고 갈까?'


입술을 삐죽 내민 샤린이 시장으로 들어갔다.

하지만 그녀는 몰랐다. 이것이 자신과 슈인의 마지막 만남이라는 것을 말이다.


***


늦은 점심식사를 마치고 집무실로 들어서던 아이젠이 깜짝 놀라 멈춰 섰다.

자신의 책상 앞에 슈인이 서 있었던 것이다.


"호오 오랜만이구나."

“드릴 말씀이 있어 왔습니다.”

"그래? 아드님이 하실 말씀이 뭐지?“


책상에 앉는 아이젠을 보며 슈인이 물었다.


“아버님이 만들려고 하는 나라는 무엇입니까?”


슈인의 물음에 아이젠의 입가에 비릿한 미소가 걸렸다.


“흐음······???”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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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5 115화 24.02.19 39 2 12쪽
114 114화 24.02.13 51 2 11쪽
113 113화 24.02.10 43 2 12쪽
» 112화 24.02.07 48 2 13쪽
111 111화 24.02.04 47 2 13쪽
110 110화 24.02.03 46 2 13쪽
109 109화 24.02.01 45 2 12쪽
108 108화 24.01.29 54 3 12쪽
107 107화 24.01.27 45 2 11쪽
106 106화 24.01.24 46 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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