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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 제국의 철인 태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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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acetig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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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11.07 1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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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공방, 팀 아르다 (2)

DUMMY

*


세월이 10년 이상 흘렀고 팀 아르다의 걸작들은 놀라운 진보를 보였다.

이제 그들은 인간과 유사한 성질을 띤 작품들을 만드는 일에 주력했다.


인간 감정의 기능을 모방한 유사 정서 회로.

고도의 직관력을 본뜬 초고등 연산 작용.

동물적인 감각을 비롯한 비이성적인 차원의 지성 기능의 모방.

꿈을 통해서 정보를 재배열하는 인간 뇌 특유의 자정 작용의 본뜸.

그리고 한없이 자유의지에 가까워 보이는 무작위적 선택 능력까지.


비록 공상과학 영화처럼 비현실적이거나 물리적 궤를 정말 벗어난 수준에까지는 이르지 못해도 이들이 빚어낸 작품은 다른 시설이나 조직에서는 꿈꾸기 힘든 탁월한 경지였다.


사실은 이렇게까지 애쓰지 않아도 이미 그들은 업계의 전설이었다.

전쟁 이전에 설립된 세 종류의 요정 시리즈.

전쟁을 승리로 이끌기 위해 도입된 일곱 종류의 드워프 시리즈.

이것들은 팀 아르다의 손에서 탄생한 인류 최초의 유사 강인공지능이었다.

곧 그들의 지적 역량의 위대함을 만방에 알리는 증표였다.

그러나 이들은 여기에서 만족하지 않고 더 정진했다.


그리고 이제 전후의 시대를 안정화하고 번영의 마차를 끌기 위한 후속작, 곧 인간에게 근접한 인공지능들이 세계 시장 구석구석에 팔려나가기 시작했다.

그것들은 범용성에 있어서 압도적이었으며 거대 슈퍼컴퓨터부터 함선, 휴머노이드 로봇에 이르기까지 각양각색의 하드웨어에 거뜬히 담길 수 있었다.

다회에 걸쳐 시리즈 개량이 이뤄졌고 총 아홉 가지 부류의 프로그램 모듈이 탄생했다.


그러나 이러한 성취에도 불구하고 이들에게도 벽은 있었다.

이론으로만 거론되는 ‘꿈의 경지’, 그 단계에는 아직 도달하지 못했다.

무려 십 년 이상의 연구를 거듭한 지금까지도.


아이누(AINUR).

인공지능의 초월형 차기 모델.

소위 강인공지능을 넘어선 유사 전능형 인공지능.


켈리온 부부를 비롯한 내로라하는 수석 연구원들마저도 저 공상적 모듈의 완성만큼은 두 손과 두 발을 모두 들어야 했다.


‘저건 솔직히 인간의 능력으로는 천 년을 발명하고 교정해도 완성 못 해.’


단순히 시대적 한계 때문이라고 볼 수만은 없었다.

오늘날은 고온 초전도체나 저온 핵융합 같은 꿈의 기술도 어느 정도 해결의 실마리가 드러난 시대이다.

그러한 괄목할 성장에도 불구하고 전혀 해법에 닿지 못할 지경이었으니 이 오만함 가득한 AI 연구자들이 꿈꾸는 경지가 얼마나 터무니 없었는지 알겠는가.

거듭된 대성공에 취한 나머지 그들은 어느 새 하늘 위로 탑을 쌓아올리는 데 성공하리라는 공상에 사로잡힌 자신을 발견하였다.


다만, 이 프로젝트의 희망적 전망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었다.

희미하게나마 해결의 실마리는 하나 존재했다.

그것도 그들의 초창기부터 함께했던 매우 가까운 존재에게 답이 있었다.

단지 그 존재가 올려다보지도 못할 감이라는 점이 아쉬울 뿐.


순수 실력은 타의 추종을 불허하나 고지식한 원년 멤버들은 따 먹지 못할 열매에는 아예 신경을 꺼버렸다.

그러나 후배로 들어온 후발 주자들은 달랐다.

실력보다도 승리의 야망이 두드러졌으며 지식적 욕구의 충족을 지나치게 갈구했던 그들은 너무도 영악했다.

그랬기에 팀 아르다의 새로운 세대는 승리의 열쇠를 늘 탐심으로 바라보았다.


최연소 팀원이자 차세대 멤버들의 리더인 실버피스트 블레이즈소울.

그 역시도 팀 아르다의 일원으로 손색이 없는 실력자였다.

그는 아이누 모듈의 완성을 위하여 수많은 실패의 고배를 감내한 자였다.

끈기와 열정과 도전 정신이 그만큼 강렬한 인물이었다.


한편, 실버피스트는 커버넌트 그룹 소속이었으며 특출한 성과와 영악한 처세술을 바탕으로 자회사의 지분까지 획득한 재력가이기도 했다.

당연히 그에게는 강력한 사회적 영향력도 있었다.


실버피스트가 그의 보스를 생각하고 대하는 태도는 참으로 묘했다.

경제인으로서는 황태자의 사냥개가 되어 그를 잘 따랐다.

그러나 한 명의 학자로서는 약간 다른 의미로 황태자를 경탄하였다.

그가 보기에 그의 주인은 자연이 인간에게 선물한 최고의 생체 모델이었다.


완전형 생물체이자 궁극형 지성체.

지구 상의 어떤 생물과도 비길 수 없는 완전성.

그야말로 인공지능 학자들에게 있어서는 꿈을 이룰 해답지요 베일에 싸인 신비로운 보석 상자였다.


이는 결코 지나친 과대평가가 아니었다.

역사상 최고 수치로 공인된 측정 불능의 지능 지수.

기나긴 세월을 견뎌내기도 남을 내구도의 뇌신경계 항상성.

일반인의 몇십 배 이상의 효율성을 자랑하는 기억력과 연산력.

현존하는 인류 개체 중 거의 유일하게 멀티태스킹이 가능한 두뇌 구조.

그리고 한두 가지 관심사에 온 힘을 집중시키면 해당 분야의 천재마저도 손쉽게 뛰어넘을 고도의 잠재력과 재능 환원력.

마지막으로 정상의 궤를 벗어난 비상식적 규모의 창의력.


만일 그가 주군만 아니었다면, 그리고 지구와 브리튼의 차기 황제만 아니었다면, 당장 실험체로 삼아 수십 년간 귀히 사용하고픈 최고의 모델이었다.

이는 실버피스트 한 사람의 감상평이 아닌, 오랜 시간 알렉시스와 살 부대며 같이 동역해온 팀 아르다 멤버들 모두의 갈망이기도 했다.


‘회장님 본인이 실험체가 되는 편이 최종 모듈 완성에 더 보탬이 될 텐데.’


실버피스트와 그의 동료들은 종종 이런 다소 발칙하면서도 무서울 정도로 순수한 호기심을 알렉시스 본인 앞에서도 숨기지 않았다.

대인배인 알렉시스는 그들의 하극상을 농담으로 받아주며 웃어넘겼다.

그들의 소망이 학자로서의 갈구가 극에 달한 끝에 나타난 현상임을 알았기에 별로 기분이 상할 이유는 없었다.

자신의 뇌를 그만큼 고평가했다는 증거이기도 했고.

게다가 애초에 이룰 수 없는 꿈이었으니 신경쓸 가치도 없었다.


다만, 이전 세대와 많이 달라진, 엉뚱함의 극치가 된 팀 아르다의 현 모습은 그의 입에서 조금 다른 의미로 탄복을 자아내었다.


“너흰 정말 윤리보다 학구적 호기심에 의해 움직이는 녀석들이구나.”


종종 알렉시스는 정말 못 말린다는 듯 고개를 젓곤 했다.

한편으로는 학구열이 대단하다는 칭찬이기도 했고 다른 한편으로는 윤리적 나사가 고장난 그들을 향한 우려이기도 했다.


“뇌 속의 균형을 잡는 양팔저울이 고장나버려서 말이죠.”


실버피스트는 주군의 핀잔 섞인 비판에도 염치를 느끼지 않았다.

사실 그들 자신이 느끼기에도 본인들의 공감 뉴런의 전류량은 지식 처리 회로의 전류량에 밀려 균형을 잃은 상태였다.

알렉시스를 상대로 겁도 없이 망발하는 것을 보면 공포를 관장하는 편도체 또한 고장난 것이 분명했다.


“내가 거둔 카드들이지만, 정말 위험하기 짝이 없다니까.”


황태자는 농담 반 진담 반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뭐, 결국 책임은 다 내 몫으로 돌아가겠지. 너희는 도구를 자처했으니까.”


어떤 이념도 연구 속에 투사하지 않는, 완전히 가치중립적인 개발용 도구.

아무런 신념도 없이 오로지 호기심과 재미와 성취욕에 의해 움직이는 무리.

이것이 새로 구축된 팀 아르다의 현 주소였다.


“황제가 되실 신분의 비애 아니겠습니까?”

“만약 인류 최상위 개체가 평범한 신분의 사람이었더라면 진작 너희들의 손아귀에 붙잡혀 평생을 실험실에서 지냈겠지. 참으로 천만다행이야.”


물론 너무 당연한 이야기겠지만, 알렉시스는 자신의 몸과 뇌를 저 매드사이언티스트들의 탐구심 충족용 재료로 내줄 생각은 눈곱만큼도 없었다.

설령 인류의 번영과 발전을 위한 공헌이라는 명분을 내세우더라도 말이다.

자신을 원형으로 삼아 만들어진 슈퍼 인공지능이라니.

상상만으로도 섬뜩해서 소름이 오소소 돋았다.


“원년 멤버 출신들은 하나 같이 사람들의 유익을 위해 애쓰던 분들이었는데, 어쩌다가 후발 멤버들은 이런 광기 충만한 녀석들뿐인지······. 내가 너무 능력주의에 빠져 실수를 한 모양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알렉시스의 우려는 진지한 것은 아니었다.

소년 시절의 알렉시스는 팀 아르다를 십분 활용하기 위해서는 사상적 공감과 참된 충성을 끌어내야만 했다.

그러나 지금의 그는 그때보다 월등히 성장했다.

팀 아르다를 철두철미하게 조종하여 자신의 수족으로 부리는 일은 그에게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더욱이 그는 그들이 만들어낼 미래가 딱히 두렵지도 않았다.


‘그들의 기술력에는 한계가 명확하니까.’


기계가 인간을 지배하는 경지에까지 자라난다는 건 공상 속의 이야기.

알렉시스는 이미 물리적으로 기계가 발전할 수 있는 근원적 한계가 어느 수준까지인지를 올바로 깨닫고 있었다.


‘우리는 테크놀로지나 과학이 주님보다 대단하다는 착각에 빠지기 쉽지.’


하지만 인간이 아무리 재주를 부려도 되는 일이 있고 안 되는 일이 있다.

일례로 그들은 남성과 여성 이외의 성별을 창조하지는 못한다.

그들이 만들어낼 수 있는 건 그저 왜곡되고 훼손된 남성과 여성일 뿐이다.


이러한 제약은 인간에게뿐 아니라 자연 그 자체에게도 마찬가지.

시간과 우연이 아무리 무한한 거듭제곱을 이루어도 자연은 새롭고 독창적인 생물 체계를 창조하지 못한다.

시간이라는 쇠퇴의 권세는 그저 기존에 존재하던 종들을 다양한 형태로 퇴보시키고 퇴화시킴으로써 부분적인 다양화화를 자아낼 뿐이다.


기술과 수학의 세상에서도 인간은 지극히 왜소하며 유한하다.

인간은 그 어떤 훌륭한 관측 기술을 고안하더라도 감히 입자 하나의 속도와 위치조차도 동시에 알지 못한다.

또한 그들은 파이(π)의 끝 자리 수를 알지 못한다.


이것이 바로 자연계와 인간계에 그어진 금제(禁制)의 선.

건방지고 무례한 인간들이 자신들의 분수를 깨닫도록 신께서 친히 그어놓으신 은혜로운 법규이자 테두리.

오만한 자들이 억지로 노력해도 절대 넘지 못할 근본적인 리미터.


그리고 이 금제의 원리는 인공지능 공학의 원리에도 똑같이 적용된다.

물리계에 묶여 있는 한 인공적으로 설계된 지성체의 효율은 동일 사양의 인간용 뇌를 넘지 못한다.

컴퓨터의 연산력이 뇌를 뛰어넘는 것처럼 보이는 이유는 단지 연산 비트의 숫자를 인위적으로 늘려놓음으로써 양적인 반칙을 저질렀기 때문이다.

차세대 양자컴퓨터조차도 엄밀히 따지면 이러한 한계 아래 종속되어 있다.


또한 사람의 발명은 혼의 본질을 구현해내지 못한다.

뇌라는 장기는 인간의 정신에서 극히 일부분의 역할만을 차지하는 일개 단말기.

인간 정신의 진정한 실체인 비물질적인 영역은 그 어떤 인공지능으로도 흉내내지 못한다.

자유의지도, 믿음도, 사랑도, 소망도, 열정과 용기와 양심도, 기계는 그저 그 흉내에조차도 다가가지 못한다.


팀 아르다가 아니라 그보다 백 배는 뛰어난 팀이 수십 이상 모여 연합한다고 해도 그 물리적 한계를 넘을 수는 없는 법.

언약의 효력을 소유한 황가의 상속자의 관점에서 바라보았을 때 알렉시스는 그저 실소할 수밖에 없었다.

기껏해야 미약한 인간의 공력으로 신을 방불하는 존재를 발명하겠다는 공학자들의 발악은 어떤 의미에서 지극히 가당찮고 가소로웠다.


‘정말로 무서운 적은 따로 있지.’


세상을 운동케 하는 진짜 비선실세.

몸과 육체를 소유하지 않은 무형의 실체들.

이념, 사상, 종교, 마술, 사념 같은 소프트웨어로만 현현하는 위협들.

오로지 그것들만이 알렉시스가 두려워하는 위협들, 곧 이 세상 너머 영역에 뿌리를 두고 있는 위협이었다.


인공지능은 어디까지나 그것들의 영향력에 종속되었을 때만 위험할 뿐, 그 자체만으로는 전혀 파멸과 동격이 될 수 없다.


거꾸로 해석하면 인공지능을 올바른 영적 권세 아래에 종속시켰을 때 그것은 사람들을 임박한 파멸에서 건지는 데 큰 유익을 가져다주리라.

근본적인 고통으로부터의 구원까지는 아닐지라도, 최소한 인류가 옳은 걸음을 한 발자국 옮기는 데 걸음아 보조 역할까지는 해주겠지.

그는 이 일이 안정적으로 이뤄지도록 감시하는 것이 언약의 상속자인 자신의 의무라 믿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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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정치 목사의 아들 (3) 23.11.27 23 2 16쪽
23 정치 목사의 아들 (2) 23.11.25 21 2 12쪽
22 정치 목사의 아들 (1) 23.11.21 24 2 14쪽
21 AI 공방, 팀 아르다 (3) 23.11.14 28 2 15쪽
» AI 공방, 팀 아르다 (2) +1 23.11.07 28 2 12쪽
19 AI 공방, 팀 아르다 (1) 23.11.04 29 2 12쪽
18 마인드 퓨리파이어 (3) 23.10.29 31 2 19쪽
17 마인드 퓨리파이어 (2) 23.10.26 32 2 18쪽
16 마인드 퓨리파이어 (1) 23.10.16 33 2 14쪽
15 화염과 맹독의 프로메테우스 +1 23.10.09 42 2 19쪽
14 인도의 아들들 (3) 23.09.30 47 2 15쪽
13 인도의 아들들 (2) 23.09.29 44 2 12쪽
12 인도의 아들들 (1) 23.09.24 50 2 13쪽
11 양천태산 23.09.18 51 2 16쪽
10 마술사와 예언자 +1 23.09.11 54 2 15쪽
9 천공성 23.08.31 58 2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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