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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 님의 서재입니다.

지구 제국의 철인 태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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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acetig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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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인드 퓨리파이어 (3)

DUMMY

*


과거 암흑 대륙이라고도 불렸던 서남부 컨티넌트.

알렉시스는 현재 이 지역을 순회하며 분주히 일하는 중이었다.

다른 대륙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경제 개발 상태가 뒤처진 곳이다보니 손 볼 일들이 많았다.

산업 혁명의 진도를 하나하나 채워나가야 하는 처지.

다소 에둘러 가는 길로 보이겠지만 알렉은 해당 지역의 자치권이 자력으로 북서부나 북부 컨티넌트에 맞먹는 산업 수준을 갖추도록 키워낼 생각이었다.

그러려면 개혁도 개혁이지만 건설해야 할 인프라가 많았고 가르쳐야 할 부분 또한 산더미 같았다.


일방적으로 떠먹여주는 방법도 있겠지만, 그 길은 알렉 스스로 지양했다.

핵융합 엔진을 인위적으로 만들어주는 대신, 저들이 화석 연료부터 시작해서 에너지 공학을 실질적으로 활용할 역량을 갖추도록 훈련시킬 계획이었다.

식량 생산에 있어서도 첨단 농업 기법에 이를 때까지 기초부터 차근차근 단련시킬 계획.

이 과정에서 환경 단체들을 필두로 한 환경주의 종말론자들은 지구 훼손이네 뭐네 하면서 시끄럽게 훼방을 놓겠지만, 알렉시스는 이번에도 눈 하나 깜짝할 생각도 없었다.

이중잣대를 스스럼도 없이 사용하는 염치 없는 서구 세계 같으니.

자신들은 그 모든 불편한 절차를 밟아가면서 역량을 키운 덕에 지금의 안정적인 기술력과 풍요를 얻어온 주제에 웬 사다리 걷어차기란 말인가.

환경을 잘 지킬 책임은 본인들한테나 씌울 것이지.


‘이제 모든 컨티넌트가 모든 문명 요소에 있어 상향 평준화되어야 해. 억지로 평준화해서도 안되고, 강제로 발전의 길을 눌러서도 안 된다. 조만간 기술력 격차는 없는 것이나 다름 없게 되겠지.’


그렇게 발전이 극에 이르면 어차피 길은 훤히 열리는 법이다.


나무 땔감을 능가하는 석탄이 등장했듯, 석탄을 넘어서는 화석 연료가 사용되었고, 근 세기에는 그마저 넘어서 핵분열을, 최근에는 핵분열의 마지막 단점을 극복한 핵융합의 시대에 접어들었다.

만일 되도 않는 비효율적인 태양열이나 바람이나 바이오매스 따위에 의존했더라면, 단순히 핵 에너지에 대한 막연한 공포심에 사로잡혀 후진을 택했더라면, 핵융합이라는 무제한의 청정에너지를 다룰 기술력에는 근처에도 가지 못했겠지.

그리고 플라스틱과 같은 합성 연료들을 단순히 자연적이지 않다는 이유로 환경 오염의 산물로 지적하고 거부하기만 했더라면, 오히려 자연계의 자원들과 생태계의 동식물들만 축이 났을 것이다.

화학 연구과 물리학 탐구에 최선을 다한 덕에 오늘날 얼마나 다양한 신소재들이 사회 곳곳에서 요긴하게 사용되고 있는가.

처리도 용이하고 재활용에 있어서도 극도로 편리하며 모든 물리적 성질이 압도적인 신소재들 말이다.


요컨대 자연을 지키는 진정한 비결은 압도적인 기술력을 소유하는 것.

더는 환경 훼손에 의존하지 않아도 되는 기술력이 필요하다.

고도의 압축도를 자랑하여 최소 용량으로도 최대의 수요를 채울 수 있는 신식 자원 또한 필요하다.

이것이 진정 인간의 정복욕과 자연계의 용량을 함께 만족시킬 윈윈의 패러다임.

이를 위한 징검다리로써 약간의 진통이 필요하다면, 적당한 범위 내에서 감수하면서 나아가야지 후진을 해서야 되겠는가.


‘아프리카 대륙 또한 이제는 신대륙에 맞먹는 경지로 올라온다. 내가 할 일은 그에 필요한 수십 년의 시간을 단 수 년으로 압축해주는 것.’


하지만 알렉시스는 과거 세상을 오로지 물질과 인프라로 이해했던 아시아와 러시아 지역의 유물론자 무리와는 달랐다.

그는 이 같은 물질적인 번영과 발전의 배경에는 반드시 정신적 요소와 영적 요소의 뒷받침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누구보다 깊게 이해했다.


단적인 예가 바로 사랑하는 조국 브리튼 아니던가.

브리튼에 그토록 많은 인재들이 나타나 체계적인 현대 과학을 발전시켰던 이유는 여러 가지 요인이 있긴 하겠지만, 신에 대한 경외와 인간의 자유에 대한 존중이 있었다.

우주를 지배하는 이성적이고 인격적인 절대 기준의 존재에 대한 인정.

그리고 그 절대자가 세운 법칙에 대한 믿음과 이해와 탐구.

이것이야말로 곧 현대적인 과학을 이룬 근간이 아니겠는가.


또한 사회 각 계층이 자신이 맡은 바 소임을 최선을 다해 감당하되, 대강 처리하는 것이 아니라 창조적인 마음으로 열정을 다해 위대한 성과를 거두도록 이끌어준 ‘소명 의식’이라는 뜻 깊은 유산도 무시할 수 없었다.


동양의 철학은 이것을 사람들에게 심어주는 데 실패했다.

그들은 사농공상으로 신분을 나누어 사람들의 진정한 가치를 무시하였다.

가장 낮고 소박해보이는 직종조차도 가장 위대한 일을 해낼 수 있음을 인지하지 못했다.

이러한 인지는 오로지 모든 일과 직업을 신이 주신 선물로 이해하였던 브리튼의 사고관 안에서만 가능하였다.


이제는 제국이 지구 전체를 책임지게 되었으니 이러한 고귀한 가치를 자신들만 쥘 것이 아니라 세상 모두에게 공평하게 심어줄 의무가 황태자인 그에게는 있었다.


그리고 이를 위해서는 이 같은 영적 토양을 만드는 데 가장 큰 훼방이 될 걸림돌들을 제거하여 밭을 고르게 기경하는 일이 최우선이었다.


‘이슬람은 그중 해결 대상 일순위다.’


하루 업무를 대강 정리한 알렉시스는 전산실의 모든 프로그램을 재조정하여 세계 전 구역에 대한 실시간 모니터링 데이터를 자신 앞에 펼쳤다.


‘내버려두면 가장 빠르게 위험한 악영향을 미칠 존재가 바로 그 종교. 만일 손을 보지 않았다면 이십년 이내에 세계에서 가장 큰 교세를 자랑했겠지.’


그들은 본래 스스로의 발톱을 숨기는 맹수.

암약하는 악성 종양이요 가장 맹렬한 극성도를 자랑하는 위협이다.

교세가 작을 때에는 천천히 침투하여 서서히 신도의 수를 늘려나간다.

처음에는 지역사회 단위로, 그 다음에는 국가로, 그 이후에는 컨티넌트까지.

천천히 침식하면서 사람들을 하나하나 포획한다.


그러다가 마침내 충분히 그 침식량이 축적되었다고 판단된면?

그들은 기꺼이 본색을 드러낸다.


원래 무함마드의 유산의 본질은 신성함을 가장한 거짓말과 폭력.

사람들을 정신적 감옥에 옭아매며 모든 인권을 박탈한다.

거짓과 허상으로 만들어진 독재자 아래에서 말이다.

그 사슬에 묶인 이들은 결정적인 때에 노예로서 자유의지를 잃게 된다.

그리고 세상을 자신들의 영적 망령으로 정복할 때까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으며 진전한다.

때로는 자신들의 신이 허락하였다는 명목으로 강간을 정당화하고,

자신들의 법이 시민 사회의 법을 능가한다는 이유로 불법을 자행한다.


물론 모든 신도가 그와 같은 극단적인 원리주의를 따르지는 않는다.

그러나 기본적으로 악성 종양은 작은 크기로 잠재되어 있는 동안에는 증상이 드러나지 않는 법이다.

교세가 충분히 거대해지면 반드시 일정 비율 이상의 원리주의자는 등장한다.

그들은 강한 권세로 나머지 미지근한 신도들을 휘어잡고 결국 자신들의 페이스에 맞춰 따라오도록 강제하고야 만다.


‘이미 난민 정책에 있어서 우리는 한 번 실수를 허용했어. 이 상태로 내버려둔다면 실제로 브리튼은 몇 년 안에 유대기독교적 가치관을 버리고 사실상의 이슬람 국가로 개변되고 말았겠지.’


다음 세대 브리튼에 태어날 소년들의 이름 중 무함마드 같은 것이 가장 많아질지도 모른다는 우스갯소리가 어쩌면 우스갯소리가 아니었는지도 모른다.


여기에 더해 누구에게도 고백하지 않았던, 말 못할 그만의 고민이 있었다.

알렉시스는 이미 수십 차례 꿈을 꾸면서 많은 것들을 보았다.

저 너머로 흐릿하게만 보였던, 불확실하지만 섬뜩하게 선명한 내용.

감히 예상컨대, 그것은 자신이 끝내 세상의 멸망을 막는데 실패할 모습들, 혹은 어쩌면 실패했던 미래로 추정되었다.

그것이 실제로 있던 미래들인지, 혹은 이야기 속에서나 등장하던 평행우주의 실재들인지, 혹은 하나님께서 자신에게 주신 경고인지, 정확히는 모른다.

자신이 정말로 시간을 거스르거나 미래를 볼 수 있는 지, 아니면 그저 고도화된 인지 능력을 바탕으로 가능성의 확률 패턴을 감지할 뿐인지도 모른다.


다만, 한 가지는 확실하게 단언할 수 있었다.

그 흐릿한 시나리오들 가운데 40% 이상은 이슬람과 직결된 것들이었다.

직접적으로든, 간접적으로든, 그 권세는 세상의 파국에 원인을 제공했다.


‘물론 내 극단적인 상상의 발현일수도 있다. 하지만.’


문제는 자신이 그 시나리오 전부를 매우 이성적이고 논리적인 방법으로 하나하나 설명할 수 있다는 데 있었다.

막연한 상상이 아닌, 예언적인 성격의 체험에 가깝다고 믿는 근거였다.


비단 이런 불명확한 부분은 근거로서 제외하더라도 사실 지난 세월 내내 전개되었던 흐름의 패턴을 분석하다보면 이슬람의 파국적 악성 전이는 불가피하다는 결론을 내릴 수밖에 없었다.


‘만일 손을 쓰지 않았다면 그랬겠지.’


알렉시스는 마인드 퓨리파이어가 자아낸 아름다운 교향곡의 장면을 감상하며 시선을 데이터 쪽으로 돌렸다.

그의 입가에 승리의 호선이 그려졌다.

성격좋은 그에게서 쉽게 드러나지 않는 모략가의 얼굴.


‘그래. 계획대로야.’


보좌하던 로빈은 그 두려운 웃음에 순간적으로 몸이 뻣뻣이 마비되었다.


“저, 전하?”


이제와서 숨길 필요도 없었다.

어차피 로빈 자신도 이것을 이해하고 동참한 방관자요 공범이니까.

그 또한 이 모든 일이 치밀할 지언정 그릇되지는 않았다고 확신했겠지.

이는 알렉시스 또한 마찬가지였다.


“역시 급한 불을 끄는 데 총력을 기울인 보람이 있네요. 적어도 가장 위험한 시나리오는 소거되었으니 말이죠.”


마인드 퓨리파이어 속에 이식된 소프트웨어는 두 개의 모듈.

먼저, 나스루딘이 만들어낸 것이 하나, 그것은 사람들의 뇌를 가장 건전한 형태로 회복시키는 프로세스로 모든 중독과 쇠폐화와 나태를 중절시키는 치유 유발제이다.

그리고 두 번째는 커버넌트 그룹에서 직접 고안한 것으로 이전 세대 문화 권력자들이 행한 악독한 전략을 그대로 복사하여 안티-이슬람 버전으로 재해석해낸 알고리즘이었다.


‘문명화된 사회에서 전자기기, 미디어, 사이버 세상, 정보의 홍수는 쇠폐와 왜곡의 도구로 활용되기 쉽다. 그 자체로는 가치중립적일지언정, 사람의 연약함은 그것들의 유혹에 취약하지.’


특별히 개인의 자유가 보장되는 서구 사회에서라면 이런 정보화의 부작용은 도덕적 퇴락과 개인 성장의 퇴보를 불러일으킨다.


하지만 모든 것이 억압되고 통제된 사회에서라면 조금 이야기가 다르다.

자유로운 세계에서 만들어진 다양한 문화, 미디어, 정보 등이 그곳으로 스며드는 순간, 뜻밖의 순작용이 나타난다.

억눌린 사상 감옥으로부터의 탈출이 발생한다.

자유의 맛을 알게 되어 체제로부터의 탈출을 갈망하는 이가 늘어난다.


이렇듯 네트워크화된 문화 미디어의 권능은 한쪽 세계에서는 과용량으로 인한 독소로 작용하며, 다른 비틀린 곳에서는 도리어 약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독과 약의 경계를 나누는 기준은 오로지 용량뿐이다라는 진리가 물질계 뿐 아니라 정보 세계에서도 동일하게 적용되는 셈이다.


‘마인드 퓨리파이어에 심겨진 두 번째 시스템은 오로지 이슬람적 사고관과 신앙관을 소유한 자의 몸에 부착할 때에만 작동한다.’


그 작동 방향은 거꾸로 사람들을 풍부한 정보의 홍수에 파묻히고 매몰되도록 유도하는 것.

미디어와 네트워크 그 자체만 해도 강력한 자체적 유혹력을 지녔거늘, 마인드 퓨리파이어는 그 위력의 최소 천 배 이상의 파괴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었다.

네트워크와 프로그램이 주는 ‘계획되고 조정된 방향’의 지식, 정보, 엔터테인먼트, 사회적 교류에 완전히 심취하도록 유도하는 힘이 그 속에는 들어 있었다.


‘종교심마저도 이 힘은 막지 못해. 이슬람의 본질을 부정하고 적대하는 각종 지식과 가르침을 중독에 가까울 정도로 섭취하게 된다. 그리고 그것을 거부할 생각조차 하지 못하게 되겠지.’


지난 몇 주간 알렉시스는 오로지 단 하나의 종교에만 이 프로그램에 발동하도록 철두철미하게 보안을 완비해두었다.

프로그램 자체의 제작은 유타의 회사에 맡겨두었고 나스루딘에게서 수입한 모듈도 개조 없이 그대로 사용했지만, 이 둘의 자유로운 호환 및 안전한 적시 활용을 위한 최종 조율용 툴만은 자신의 손으로 손수 설계했다.


한동안 손 놓고 있었던 정보 공학을 코피 흘릴 때까지 자투리 시간을 내어 미친 듯이 공부한 이유는 이 안전 장치를 자신 이외에는 누구도 풀 수 없이 철저히 보강해놓기 위함이었다.

지난 며칠 한정이긴 해도 알렉시스는 누구도 범접하지 못할 정보 기술력에 다다랐고 그런 그가 심혈을 기울여 완성한 보안을 악용한다는 것은 나스루딘이나 라지쿠마르 정도의 인재에게도 불가능한 일이었다.


‘만약에 이것이 악용된다면 나는 황가가 주님과 맺은 언약을 범하는 어마어마한 범죄를 저지르게 되는 셈이니까. 극악의 항암제는 오로지 극악의 암에만 한정되어 사용되어야 하는 법.’


나아가 이 프로그램의 효과를 뒤집어엎을 수 있는 나스루딘의 모듈을 쌍둥이 프로그램으로 동전의 양면처럼 결합시킨 이유도 간단했다.

이슬람으로부터 탈출한 탈주자들에게 남은 후유증을 치료해야만 했으니까.

이미 끔찍한 영적 악성 종양에 뇌가 침식된 인간들을 치유하기 위해 그들의 뇌를 더 독한 약으로 절인 후, 완벽하게 종양이 죽어버린 뒤에야 치유한다.


무시무시하지만 나름대로 도덕적인 선을 지키고자 발악한 전략.

선을 넘을 듯 넘지 않을 듯 절묘하게 묘기를 하는 술책.

알렉시스이기 때문에 떠올릴 수 있는 발상이었고 알렉시스이기에 실행으로 옮길 수 있는 전술이었다.


“정말 전하의 말대로······.”


각종 통계데이터가 증명하는 바가 명확함을 본 로빈은 식은땀을 흘렸다.


“이슬람으로부터의 탈출을 선언한 인간들이 몇 주 사이에 폭발적으로 늘었군요. 그것도 단순히 원리주의를 거부하는 수준이 아니라, 그들의 교리와 경전 자체를 부정하며 내던지는 자들이 폭증했어요.”


원산지인 중동은 물론이고 세계 각지에 흩어진 난민 출신들에게서도 동일한 현상이 벌어지는 중이었다.

보통의 방법으로는 수백 년이 지나도 근접하지 못했을 성과.

더 무서운 점은 이같은 흐름이 더욱 가속화되며 증폭된다는 점이었다.


“괜찮겠습니까, 전하? 원리주의자들이 가장 적대적으로 혐오하는 건 타 종교 이전에 배교입니다. 그들은 유대인들과 기독교인들을 죽이기에 앞서 자신들의 종교를 버리고 탈출한 배신자들을 가장 먼저 살해합니다. 이대로라면······.”


솔직히 알렉시스의 계획 자체는 로빈도 찬동하는 바였다.

그러나 뒷수습은 두려웠다.

생각했던 것보다 너무 성과가 빨랐기에 더욱 무서웠다.


“마인드 퓨리파이어의 두 번째 프로그램의 기능은 단순히 미디어와 네트워크에 사람의 뇌를 절이는 작용이 아닙니다. 선택적으로 절이죠. 불필요한 것들, 이를테면 문란하거나 퇴폐적이거나 쓰레기 같은 것들에는 유혹 반응을 일으키지 않아요. 기껏 억압의 종교를 탈옥했는데 더한 병에 걸리도록 놔두면 그 같은 죄에 비할 것은 없겠죠.”


알렉시스의 설명에 로빈은 마른침을 꿀꺽 넘겼다.

하기야 신을 누구보다 두려워하시는 전하께서 섣불리 그런 짓을 할 리는 없다.


“오로지 서구 문명적 가치를 반영한 것들에 중독되도록 설계했어요. 정확히는 이슬람적 가치에 대척점인 차집합, 그리고 서구 가치의 총체를 모은 집합, 그 둘의 교집합에 반응하도록 만들었죠.”


더 나아가 이 강제 중독 프로그램은 그같은 가치들에 기쁨을 느끼도록 인간들의 감정 체계에 간섭을 일으킬 수 있다.

그리고 그런 기쁨에서 느껴지는 초자아적인 충돌, 곧 어릴 적부터 세뇌 받은 이슬람적 세계관을 배반하는 데서 쾌감을 느끼는 배덕에 대한 가책, 그것을 신속하게 약화해주는 효력도 있었다.


“그렇게 절여지고 나면 그들의 가치관은 밑바닥부터 개조되게 되죠. 하지만 그것도 엄연히 중독은 중독. 치료할 필요는 있죠. 그렇기에 그들이 이슬람의 가치 자체를 믿지 않게 되는 임계점에 도달할 때 프로그램 시프트가 발생합니다.”

“나스루딘 박사님의 프로그램이로군요.”


그렇다.

종교 신념 파괴를 위해 첫 단계 프로그램이 가동된다.

그 뒤에 이 단계로서 뇌의 정상화와 회복이 이뤄진다.

바로 이 회복 때 인간 본연의 사고력, 판단력이 증폭되고 자신이 맹목적으로 믿던 것을 올바르게 검증하도록 돕는 자유의지가 극대화된다.

이 시점에서 무슬림, 아니 엑스무슬림은 온전한 결단력으로 판단을 내리게 된다.

자신을 가두던 그 세상은 밑바닥부터 잘못되었노라고.

일 단계 프로세스인 세뇌를 통해 충격적인 진실을 직면하고 그 후 회복 프로세스를 통해 얻은 의지력으로 지난 세월을 송두리째 부정하게 된다.


그 결과물이 바로 지금 속출하는 탈출자들이었다.


“그렇다면 전하는 처음부터 이걸 목적으로 그분의 자료를 받아낸 것인지?”


로빈의 탄복에 알렉시스는 쓴 웃음과 함께 고개를 저었다.


“한 가지 목적에 속하긴 했지만, 전부는 아니었죠. 저는 정말로 닥터 나스루딘의 발명이 세상을 선하게 바꿀 잠재력이 있다고 믿었으니까요. 이슬람에 대한 극약 처방의 필요성 때문이 아니더라도 언젠가는 도입했을 겁니다. 다만, 시간을 몇 년 이상 들여 안전성에 더 심혈을 기울이긴 했겠죠.”


그러나 여전히 로빈의 가장 큰 우려에는 대답이 돌아오지 않았다.

알렉시스는 대체 무엇을 계획하고 있기에 이를 전혀 두려워하지 않는단 말인가.


“배반자들이 겪을 시련이 염려되겠죠. 저 또한 그래요.”

“물론 브리튼 당국의 치안 체계가 테러조직들을 가만두지는 않겠지만, 그렇다고 모든 지역 사회를 일일이 감시할 수도 없는 노릇입니다, 전하.”

“옳은 식견이에요. 제가 그들을 보호하겠다는 명분으로 지나치게 강화된 감시 체계를 구축한다면, 오히려 그 뒤에는 저나 제 후임이 빅브라더로 전락하겠죠. 중앙의 통제를 최소화한 상태로도 테러와 범죄를 막을 책략이 필요해요.”


그리고 그것을 위해 준비된 것이 바로 두 번째 안배였다.


“자, 로빈. 손님을 맞이할 준비를 합시다.”

“오늘 뵐 분이라면 커버넌트 본사의 닥터 실버피스트 뿐인데······.”

“네, 그 친구가 들고올 선물이 기대되네요. 저희 유능한 아르다 팀원들이 제가 맡긴 선물을 잘 가공해서 멋진 작품을 완성해주었겠죠.”


로빈은 훈훈한 성정과 달리 일에 있어서만은 냉철했던 주군이 이렇게까지 기분 좋은 얼굴을 한 적이 있었나 싶어 의아해했다.


“아미타브 카푸르 교수님의 이론을 현실화한 그 작품이 얼마나 대단할지 한 번 시험해보도록 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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