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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어탕맛집의 서재

역하렘물 소설은 위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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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어탕맛집
작품등록일 :
2019.05.13 10:53
최근연재일 :
2019.09.17 2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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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8.16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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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8쪽

축하 파티 1

DUMMY

먼 것만 같던 파티의 당일이 되었다.

하인이 파티 시작 시간이 되었음을 알리자, 계모는 나를 보며 고개를 까닥였다.


“좋아, 이제 가 보자.”

“파티 시작하기 전에 한 가지 궁금한 게 있는데요.”

“뭐가?”

“어머님이 그러셨죠? 킴이 없어서 다행이라고. 킴이 파티에 왔으면 내 파티가 아니라 킴의 파티가 될 거였다고.”

“그랬지. 그녀는 굉장히 눈에 띄는 사람이니까.”

“그런데 어째, 어머님이 저보다도 더 눈에 띄고 있는데요?”


평소에도 화려했던 계모의 외모이다. 그런데 오늘은 그 외모를 더욱 화려하게 꾸몄다.

드레스는 자신의 머리카락보다도 더 붉게, 장신구는 저번에 샀던 비싼 보석으로.

거기에 완벽한 풀 메이크업까지.

그 결과, 계모는 성인의 매력이 물씬 풍기는. 그야말로 남자들을 홀리고 다닐 것 같은 모습이 되어 있었다.


“난 원래부터 눈에 띄게 태어난 사람이란다. 그러니 어쩌겠니. 이미 잘나게 태어난 것을. 파티에서 다른 사람들이 내게 반해도 어쩔 수 없는 일인 게지.”


맞는 말이긴 하지. 계모는 예쁘니까.

그런데 저걸 본인 입으로 말하는 게 쑥스럽지도 않나 보다.


“그래요 뭐. 그리 자신이 있으셨으면 정정당당하게 킴도 불러서 승부했겠지만.”

“뭐야?”


계모가 눈을 가늘게 뜨고 날 바라보자, 나는 고개를 홱, 돌렸다.


“농담입니다. 그럼 갈까요?”

“기다려.”


계모는 굳은 표정을 한 채 나에게 다가오기 시작했다.


“아니, 농담이라니까요 농담.”

설마 농담 한 번 했다고 나에게 뺨이라도 날리려는 건 아니겠지?

살짝 긴장하여 움츠러드는데, 계모가 내 머리로 손을 올렸다.


“칠칠맞게. 머리카락이 흐트러졌지 않아.”


계모는 그렇게 말하며 손으로 내 머리카락을 다듬었다.

신중하게, 마치 조각을 다듬듯이.

숨결조차 느껴지는, 평소보다 훨씬 가까운 거리였기 때문일까?

맨날 보던 사람인데 오늘따라 괜히 엄청나게 부끄러웠다.


그리고 잠시 후.

계모는 한 발자국 떨어져서 내 모습을 빤히 바라보았다.

위 아래로, 마치 외모를 평가하듯.

그러다가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잘생겨졌구나. 당장 장가보내도 되겠어.”

계모는 그렇게 말하며 미소 지었다.


.......


파티 홀.

의례적인 인사치레가 끝난 후, 파티가 시작되었다.

이전의 카르는 어땠을지 모르나, 나로서는 처음 맞는 사교계 데뷔이다.

나는 살짝 긴장하며 계모의 옆에 바짝 붙어 있었다.


‘여기 있는 사람들의 이름은 다 외워 두었지?’

‘예.’


이렇게 많은 귀족들을 보는 건 처음이었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전날에 귀족들의 이름을 외워둔 게 천만다행이라고 생각했다.

나를 아는 체 하는 귀족들에게 ‘축하해줘서 고마워. 그런데 넌 누구세요?’ 라고 하기에는 좀 그랬으니까.

그리고 그런 나에게 첫 번째 손님이 찾아왔다.

첫 손님은 다행스럽게도 꽤나 선해 보이는 인상의 소녀였다.


“안녕! 카르. 너는 어째 점점 잘생겨 지는 것 같네!”

“고맙습니다.”


인사를 하면서도 생각한다.

저건 누구더라?

우리를 향해 짓는 밝은 미소는 소녀가 우리에게 상당한 호의를 갖고 있음을 드러내 주었다.


‘그리고 저 드레스, 되게 비싸 보여.’

소녀가 입은 하얀색 드레스는 착해 보이는 그녀의 인상과 제법 잘 어울렸는데, 계모에게 쇼핑으로 시달린 이제는 좀 알 것 같았다.

저 소녀가 입은 드레스가 꽤나 비싼 물건이라는 것을.

비싼 것을 입었다는 것은 신분이 높다는 뜻. 그리고 나에게 편하게 말한다는 것은?


‘이 소녀는 신분이 높은 사람이라는 뜻이 되지.’


“안녕하세요, 크로이첸 백작님!”

“......에, 에프렌체카 공녀님, 오랜만에 만나는군요.”


사교계의 경험이 풍부할 계모가 살짝 떠는 것이 느껴진다.

공녀라서? 신분이 높은 사람이라서?


‘아니, 그게 아니라 우리가 영지 어딘가에 묻어버렸던 그 공작가의 장남이 생각났을 테니까.’

공녀면 헬트인 공자랑 형제 되는 사람이라는 뜻이 된다.

나는 무심코 계모를 쳐다봤고, 계모 또한 나를 쳐다봤다.

어색한 침묵이 흘렀다.


“백작님? 왜 그러세요?”

공녀가 이상하다는 듯 바라보자 계모는 애써 웃어보였다.

“아무것도 아닙니다. 그보다 공작님은 잘 지내시는지요? 마지막에 뵌 게 3년 전이니, 제법 오래 보지 못하였군요.”

“네! 잘 지내세요, 라고 말씀드리면 좋겠지만 사실 잘 지내지는 못 하세요.”

“응? 왜? 무슨 일이라도 있나요?”

“오빠 때문에요. 몇 해 전에 가출한 오빠가 아직도 안 들어오고 있거든요.”

“아. 헬트인 공자 말이시군......”


애써 웃던 계모의 얼굴이 급격하게 어두워진다.

이봐요, 빨리 얼굴 펴. 표정 관리 하라고.

그리고 다시 한 번 계모가 나를 돌아봤다.

하얗게 질린 얼굴로. 도움을 요청하듯.

나는 작게 한숨을 쉬며 앞으로 나섰다.


“걱정할 거 없지 않을까요? 그 분이 어디서 맞고 다닐 사람은 아니잖아요.”

“응, 그렇지. 오빠는 전하께서도 직접 챙기셨을 정도로 보기 드문, 검의 천재이니까. 분명 별 일 없을 거야. 그래도 빨리 돌아와 줬으면 좋겠어. 오빠가 떠난 뒤로 어머님의 건강이 부쩍 안 좋아 지셨거든.”

“저런, 공작부인께서요?”

“응. 그래서 오늘 파티에도 참석을 못 하신다고 하셨어. 신관 말로는 마음의 병이라 하여, 오빠가 돌아오면 나을 것 같다고 하더라고. 그런데 전혀 소식이 없으니까 안타까워. 오빠도 참 무심하지, 편지라도 한 장 보내주면 좋을 텐데.”


그 말에 계모가 식은땀을 흘리기 시작했다.

아니, 생긴 건 피도 눈물도 없는 마녀처럼 생겨가지고는 뭐 저렇게 떨어? 헬트인 공자를 자기가 죽인 것도 아니면서.

그래도 이거 한 가지는 확실히 알았다.

계모는 연기를 참 못 한다는 것을.


“이런 우울한 이야기 하려고 온 건 아닌데. 미안해.”

“아뇨, 괜찮아요. 슬픔은 나누면 반이라잖아요? 언제든 의지하셔도 되요.”

“그래, 고마워. 그럼 카르, 시간 되면 수도에도 한 번 놀러 와. 수도에는 너를 기다리는 영애들이 굉장히 많거든!”


공녀는 그렇게 잡다한 이야기를 하다가 떠났고, 계모는 공녀가 자리를 떠난 후에야 한숨을 내쉬며 평소의 페이스로 돌아올 수 있었다.

아니, 그렇게 생각했다.

다음 손님이 계모의 기분을 훌륭하게 잡치기 전 까지는.


“다시 뵙습니다, 나의 태양이시여.”

“......에루후 남작.”


계모가 떨떠름하게 쳐다본다.

아니, 그 정도가 아니라 저건 경멸의 눈이다.

저런 계모의 표정은 나로써도 처음 보는 것이었기에 괜히 나까지 움츠러들었다.


“카르, 난 잠깐 쉬다 오마. 넌 여기 있어라.”

“예? 아니, 파티 방금 시작했는데 가긴 어딜 가요?”

“화장실!”


계모는 그런 말을 남기며 홱, 하고 파티장을 벗어났다.

에루후랑 마주치자마자 자리를 뜨다니.

누가 봐도 노골적으로 에루후를 무시하는 태도였다.


‘하기야 계모가 저 놈을 엄청 싫어하긴 했지.’


언젠가 계모에게 슬쩍 물어본 적이 있다.

에루후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 하냐고.

잘생긴 남자가 계속 구애를 하니, 거절은 하면서도 내심 기분은 좋지 않을까 했는데.

내 예상과 달리 계모의 답변은 꽤나 신랄했다.


-왕국의 속담에 열 번 찍어 안 넘어가는 나무는 없다라는 말이 있다. 너는 이 말이 무슨 뜻인지 아느냐?

-네. 대충은요.

-너도 봤겠지. 에루후가 나를 만날 때마다 끈질기게 매달리는 것을. 열 번 찍어 안 넘어가는 나무 없다고? 나는 그 말이 너무도 불쾌하다. 싫으면 싫은 것이지, 왜 그걸 알지를 못 해? 한결같은 그의 태도를 보면 난 어쩔 때는 무섭기까지 하단다.

-하지만 에루후 남작은 이번에 파티에 올 텐데요?

-쯧, 그건 어쩔 수 없지. 마음 같아선 꺼지라고 뺨이라도 한 대 올려주고 싶은데 그럴 수가 없으니 안타까울 따름이야.



‘계모가 그런 말을 하긴 했는데, 사람 많은 이곳에서 대놓고 무시를 할 줄이야. 그렇게 싫었나?’


계모가 그렇게 떠나자 주변의 분위기가 급격하게 얼어붙었다.

저기요, 계모님. 분위기 이렇게 개판 만들고 홀랑 가버리기 있습니까 없습니까?

그래도 명색이 파티의 주최자인데 가만히 있을 수는 없지.

나는 에루후에게 어색하게 말을 붙였다.


“아, 저기. 남작님. 어머님께서 파티 전에 물을 많이 드셔서......”

“다음에 다시 찾아뵙겠습니다.”


에루후는 그 말을 끝으로 슝, 하고 떠나갔다.

그래, 나에게는 관심도 없다 이거지.

흥, 나도 너에게는 관심 없다 뭐.


나는 표정 관리를 열심히 하며, 곧장 다음에 찾아온 손님과 이야기를 시작했다.

계모가 돌아온 건 에루후가 파티장에서 떠난 직후였다.


......


새벽 시간.

길었던 파티가 끝날 무렵이 되었다.

잠이 많은 귀족들은 이미 돌아갔고, 놀기 좋아하는 귀족들도 슬슬 돌아갈 채비를 하고 있었다.

파티는 며칠 더 한다는데, 벌써부터 진이 빠지는 기분이었다.

나는 잠깐 밖으로 나와, 숨을 돌렸다.


‘이런 파티를 몇 번이나 한다니, 귀족들은 정말 돈이 많나봐. 한국에서 겪었던 빈부격차는 문제도 아니었어.’


잡스러운 생각을 하며 잠깐 하늘을 바라보고 있는데 잔디를 밟는 소리가 들렸다.


“잠깐 시간 되시는지요?”


마지막 손님인가.

이 마지막 손님의 이름이 무엇인지 기억해내기 위해 애 쓸 필요는 없었다.

마지막 손님은 내가 익히 알고 있는 사람이었으니.


“에루후 남작님.”


그는 언제나처럼 싱긋 미소를 지은 표정으로 내게 다가왔다.


“조금 늦은 시간이긴 합니다만, 잠깐 이야기를 할 수 있겠습니까?”

“어머니는 이미 돌아가셨는데요. 다음에 오세요.”

“아뇨, 오늘은 크로이첸 백작님을 찾아온 게 아닙니다.”

“네?”


그는 내게 한 걸음 더 다가오며 웃었다.

“오늘은 카르님과 이야기를 해보고 싶어서요. 잠깐 시간 내주실 수 있겠습니까?”


둘이서 라니, 괜히 불안하네.

아니면 계모가 워낙 철벽을 치니까 그 아들을 먼저 공략하려고 하는 것일 수도 있다.

연애상대의 가족과 먼저 친해지는 것은 꽤나 유효한 연애전략이었으니.


‘그런데 어째 불안하단 말이지.’


에루후는 언제나처럼 사람 좋은 미소를 짓고 있었지만 사람의 감이라는 게 있다.

나는 괜히 주머니 속에 들어 있던 종이의 위치를 확인했다.

언제든 내 믿음직스러운 용병을 소환하여, 여차하면 그의 머리에 샷건을 박아 넣을 수 있도록.


슥슥.

그림의 위치를 확인하고서야 고개를 끄덕였다.

“네, 그래요.”


에루후와 나는 조용히 걸어, 저택에서 멀리 떨어지지 않은 곳에.

길가의 벤치에 잠깐 자리를 잡았다.


“계시를 받은 것, 다시 한 번 축하드립니다. 그게 몬스터를 소환할 수 있는 능력이라고요.”

“네.”


에루후가 내 능력을 확인하듯 말했다.

내가 천사에게 받은 능력을 밝히는 것.

처음엔 ‘괜히 능력 까발리는 거 아냐?’ 싶었긴 했는데, 사실 이 능력이 숨긴다고 숨겨지는 능력도 아니고, 워낙 요란해야지.

그래서 적당히 오픈하기로 했다.

카르는 ‘몬스터만’ 소환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라는 것으로.


“그런데 정말 혹시나 해서 묻는 겁니다만.”

“네.”

“사람은 소환할 수 없는 겁니까?”

“사람이요?”

“예를 들어, 카르님의 돌아가신 어머님을 소환하신다거나.”


이 인간, 위험한 소리를 하는군.

내가 왜 몬스터만 소환할 수 있다고 떠벌리고 다녔겠어?

내 능력은 살아있는 사람을 소환하는 건 불가능하긴 하지만, 죽은 사람은 가능할 것도 같았다.

그런데 그걸 밝히면 파장이 얼마나 크겠는가?

나는 적당히 둘러댔다.


“그건 불가능해요. 그리고 불가능 이전에 그렇게 하고 싶지 않네요. 그렇게 하면 어머니가 두 명이 될 테니.”

“그러고 보니 알토레아님을 어머니라고 부르시더군요. 전과는 달리.”

“예. 이제는 그러기로 했어요. 이상한가요?”

“아뇨, 보기 좋군요. 예전 같았으면 상상할 수도 없는 모습이었으니까요.”


보기 좋다라.

정말 보기 좋아서 이런 말을 하는 것일까?


‘그럴 리가. 오히려 내 반응이 맘에 안 들었겠지.’


나는 파티 내내 기다렸다.

내게 익명의 편지를 보낸 사람이 날 찾아올 것을.

궁금하겠지, 내가 그 편지를 받고 무슨 반응을 보였을지.

그래서 난 편지를 보낸 사람이 무조건 날 찾아 올 것이라 확신했고, 나는 지금. 편지를 보낸 사람을 찾은 것 같았다.


‘이 녀석이 편지를 보냈을 확률은 아마도 80% 정도? 지금은 말이지.’


물론 심증뿐이긴 하다.

뭐, 그거야 지금 확인을 해 보면 되니까.

하여 나는 그를 조금 도발을 해 보기로 했다.


“마음을 바꾸긴 했지요.”

“그렇게 사이가 안 좋으시더니. 혹시 이유를 들어봐도 되겠습니까?”

“대단한 이유랄 것 까지는 없고요, 어머님이 너-어무 예쁘셔서요.”

“.......뭐라고요?”


에루후는 망치로 머리를 맞은 듯, 멍하니 나를 쳐다봤다.

나는 그게 잘 못 들은 말이 아니라는 것을 알려 주기 위해 에루후에게 다시 한 번 말을 해줬다.


“어머님 말이에요, 평소에도 아름다우셨는데 꾸미니까 더 예쁘신 것 같지 않아요? 과연 왕국 제일의 미녀라고 할 만 하더라고요. 하, 그 성깔만 어떻게 하면 딱 내 취향이겠는데.”

“......그러니까. 너무 예쁘셔서 잘 따르기로 했다, 그런 말씀입니까?”

“네.”

“카르님, 카르님!”


에루후가 갑자기 소리를 질렀다.

에이씨, 깜짝 놀랐네.


“작게 얘기하셔도 다 들려요.”

“그게 당신의 어머니에게 할 소립니까? 그런 말을 함부로 하시면 다른 사람에게 오해를 받을 수도 있습니다. 제발 지금 제가 생각하는 그것이 아니길 빌지요!”

“오해요? 무슨 오해요. 아들이 어머니를 좋아하는 건 당연한 건데. 여기에 무슨 오해가 있을 수 있죠? 나 참, 세상엔 참 이상한 사람들이 많은가 보네요.”


너 말야, 대체 무슨 더러운 상상을 하는 거니?

하지만 에루후는 내 말에도 꿋꿋이 자신의 주장을 이어나갔다.


“진짜 어머님이 아니라 드리는 말씀입니다. 피는 이어지지 않았으니까요!”

“하지만 전 진짜 가족처럼 아끼는 걸요.”

“카르님은 그렇게 생각하더라도 다른 사람들이 오해할 수 있지 않습니까. 그건 왕국의 금기란 말입니다. 아시겠어요? 카르님은 아무런 생각이 없다고는 해도 백작님에게 폐가 될 수도 있다는 겁니다!”

“아닌데? 어머님도 저를 많이 편하게 생각하세요. 그 증거로 저번에는 어머님의 침실에 들어갔었는데......”


우드득!

에루후가 잡고 있던 벤치의 손잡이가 그대로 뜯겨져 나갔다.

호리호리한 체격과는 달리, 힘이 상당히 좋군.

그런데 너 실수 한 거야.

다음에 할 말을 못 듣다니, 그때 이불을 뒤집어쓰고 있던 계모는 무척 귀여웠다고.


“분명히 말해두겠습니다. 당장 그 분과 거리를 두세요. 더 이상 그 분과 필요 이상으로 친해지신다면......”

“하늘에 계신 제 어머니가 슬퍼하실 거라고요?”

“그......!”


에루후가 몸을 움찔, 떨었다.

입을 웅얼웅얼 거리는 걸 보면 아마 ‘무슨 소릴 하는 거냐?’ 말하고 싶었을지도 모르겠다.

이미 티가 확 났지만.

그는 한숨을 후, 내쉬며 말했다.


“......예.”


지금까지는 의심만 있었다면, 이제는 확신이 든다.

이 새끼였군. 쉽네.


“남작님. 저한테 편지, 보내셨죠?”

“편지라니요? 무슨 편지를 말하시는지 모르겠군요.”


여기까지 와서 시치미를 떼다니. 추하네.

하지만 이것도 다 낚으려고 한 거다.

보통 사람이었다면 이렇게 말했겠지. ‘당연히 편지를 보냈다고.’


“이상하다. 편지 보내신 걸 제가 분명 봤는데. 아, 물론 파티 초대 편지를 말하는 거예요. 에루후님이 파티에 참석하겠다고 답장 보내신 걸 제가 봤는데?”

“......!”


에루후가 입술을 질끈 물었다.

바보 같긴. 제 입으로 아주 술술 부는구나.

괜히 웃음이 나왔다.


사실 에루후라는 사람이 원래는 이렇게 만만한 사람은 아니었을 것이다.

그는 귀족으로써 사람도 많이 상대해 봤고, 정치적 싸움도 겪어봤기에 원래라면 나 같은 애송이가 비벼볼 수 있는 상대가 아니겠지.

하지만 원래 사랑이라는 게 그렇다.

논리를 없애고 이성을 마비시킨다.

그렇기에 이렇게 쉽게 자백을 유도할 수 있었던 것이다.

내가 그의 역린을 건드렸으니.


“걱정 마세요. 하늘에 계신 어머니도 이 정도로는 화 안 내실 거예요. 제 어머니는 제가 제일 잘 알아요.”


사실은 얼굴도 모르지만.

내가 그리 말하며 웃자, 에루후도 같이 미소를 지었다.

소름끼치는군.


“카르님. 못 본 새 많이 바뀌셨군요. 마치 다른 사람을 뵙는 것 같습니다.”

“그런가요? 사실 저도 가끔 그런 생각이 들어요. 나는 정말 카르라는 사람이 맞는 걸까? 하고. 하하하!”

“예. 아주 카르님의 몸에 다른 사람의 영혼이 빙의해 있는 줄 알겠습니다. 하하하!”


그가 이를 드러내며 웃었다.

하지만 그의 설정화를 그렸던 나는 안다.

그가 지금, 머리끝까지 열이 받았다는 것을.

나는 내 용병의 소환을 준비했다.


“카르님. 잘 모르셨겠지만 저는 사실 질투심이 굉장히 강한 사람입니다.”


아니? 너무 잘 알고 있는데.

에루후는 벌떡 일어나, 내 앞으로 걸어오기 시작했다.


“당신이 옆에 있어도 난 신경 쓰지 않았습니다. 왜냐? 당신은 그녀의 양아들로써, 내 경쟁상대가 아니었으니까. 그런데 그런 말씀을 들으니 저도 가만히 있을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이 녀석은 나 같은 어린애랑 진심으로 싸울 생각인가? 그 나이 먹고?’


-가만히 있지 않으면 뭘 어쩌겠다는 겁니까?

“어?”


그런데 그 때.

이 싸움에 한 사람이 더 끼어들었다.

그리고 그 목소리의 주인은 에루후를 공포에 질리게 만들기에 충분한 사람이었다.


“크로이첸 백작......님?”

“듣자듣자 하니 어이가 없군요. 대체 이 어린 아이에게 무슨 말씀을 하시는 겁니까?”

“아뇨, 그게 아니라 이 녀석이.....!”


짝!

계모는 더 이상 말을 듣지 않고, 다짜고짜 뺨을 날렸다.

클린 히트.

그런데 어째 맞은 에루후보다 때린 계모의 손이 아파보였다.

그러나 계모는 아무렇지도 않은 척, 으르렁댔다.


“다시는 내 아들을 위협하지 마라.”


계모는 그리 말하며 내 손목을 잡아 자신의 뒤로 이끌었다.

나를 보호하듯, 앞에 서서.

그리고는 멍하니 있는 에루후에게 선언하듯 말했다.


“남작. 오늘 이후로 더 이상 내 앞에 나타나지 마세요. 이제 당신이라면 지긋지긋 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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