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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어탕맛집의 서재

역하렘물 소설은 위험합니다

웹소설 > 작가연재 > 퓨전, 판타지

추어탕맛집
작품등록일 :
2019.05.13 10:53
최근연재일 :
2019.09.17 20:50
연재수 :
37 회
조회수 :
425,721
추천수 :
11,271
글자수 :
233,508

작성
19.07.08 10:35
조회
23,893
추천
388
글자
6쪽

1 프롤로그

DUMMY

소설의 종류 중에는 하렘물이라는 것이 있다.

하렘물은 한 명의 남자 주인공에게 다수의 히로인이 꼬이는 장르를 말한다.


잘생겼지만 둔감한 주인공. 그리고 그런 주인공을 좋아하는 수많은 미녀들.

히로인들은 마치 ‘독자 네가 뭘 좋아할지 몰라서 일단 전부 준비해봤어’ 같은 느낌이 들 정도로 각자가 개성 넘치는 매력을 자랑한다.


하지만 하렘물 주인공은 누구 한 명을 선택하지는 않는다.

주인공은 여지를 줄 듯 말듯, 사귈 듯 말듯.

애매한 태도로 히로인들의 애간장을 태우며 그들을 자신의 어장 속에 계속해서 가둬놓는다.


학창시절 때, 나는 그런 하렘물들을 무척이나 재미있게 읽었다.

내가 보는 대부분의 소년만화가 하렘물식으로 전개를 했고, 이성에게 인기 폭발하는 주인공을 보며 나는 대리만족을 느꼈다.


그런데 나이가 들고 보니 나는 조금 다른 관점에서 하렘물을 바라볼 수 있게 되었다.

내가 만약 주인공의 수많은 애인 중 하나라면, 나는 내 애인을 기꺼이 다른 사람들과 공유할 수 있을 것인가?

사랑하는 사람을 독점하고 싶은 건 인간의 본능이라고 할 수 있는데, 그 본능을 억눌러서 그들은 과연 행복하게 살 수 있을 것인가?


주인공이 한 사람을 택해도 문제가 된다.

오랜 시간, 마음 앓아가며 짝사랑 했으나 결국 엔딩까지 주인공에게 ‘간택’ 받지 못한 사람들은 대체 무슨 기분이 들까?

다른 사랑을 찾을까? 아니면 평생 그 사랑을 잊지 못 하고 살까?

답이 정해져 있지 않은 어려운 문제였지만 난 그 물음에 대한 해답을 곧 알 수 있게 되었다.


내가 바로 주인공의 어장 속 캐릭터 중 하나가 되었으니까.


......


“네, 알겠습니다. 서둘러 작업하고 최대한 빨리 보내드리겠습니다.”


나는 편집자와의 전화통화를 끊고, 컴퓨터 모니터로 시선을 옮겼다.

모니터에는 잘생긴 남자 캐릭터들이 가득했다.

쿨해보이는 청년에서부터 강아지 귀가 달린 귀여운 소년까지.

전부 내가 그린 일러스트들 이었다.


물론 내가 그렇고 그런 취미가 있어서 이런 캐릭터를 잔뜩 그려내는 건 아니었다.

이건 어디까지나 일이다 일.

내 일은 캐릭터 일러스트를 외주 받아 그리는 일이었으니까.

그런데 이번에 받은 일은 정말 특이하다고 말 할 수 있는 케이스였다.


‘등장인물들을 전부 일러스트 화 하겠다고 할 줄이야. 그 이상한 소설이 이렇게 돈을 잘 벌다니, 이 업계는 정말 알다가도 모르겠다니까.’


처음에는 주인공만 그려서 보냈다.

그런데 소설이 잘 나갔는지, 그 다음에는 소설 속 주요 인물들의 그림을 그려달라는 의뢰가 들어왔다.

그 다음에는 웹툰화 결정, 그리고 그 다음에는 전 캐릭터의 일러스트 삽입 확정.


소설이 얼마나 잘 나갔는지를 보여주는 증거라고 할 수 있었다.

내가 표지를 그린 소설이 이렇게 잘 나가다니, 조금 신기한 기분이었다.


‘작품 소개만 보고선 도저히 볼 생각이 안 드는데 말이지.’


작품 제목은 이세계 스마트폰 영애라는 제목의 소설이었다.

내용은 간단히 말해서 주인공이 판타지 세계를 모험하면서 역하렘을 꾸리는 소설이었는데, 소설 속 주인공은 엄청나게 예뻐서 소설 속 남주들을 전부 반하게 만든다는 뭐 그런 흔한 내용이었다.

물론 역하렘물의 주인공답게 주인공은 그들에게 확답을 주지 않는다.

주인공은 그들에게 여지를 줄 듯 말듯, 사귈 듯 말듯 하면서 애인들의 애간장을 태운다.


내가 소설에 대해서 알고 있는 건 딱 그 정도의 내용이었다.

작품 소개만 봐도 마공서의 느낌이 팍팍 와서 읽기 싫었기 때문이었다.


‘딱히 취향인 소설은 아니지만 그래도 상도의가 있지. 나한테 돈을 이렇게나 많이 벌어줬는데 한 번쯤 읽어보는 게 예의이지 않을까?’


소설을 보고 나서 캐릭터들의 특징과 성격을 이해하면 훨씬 더 그림을 잘 그릴 수 있게 되겠지.

나는 그렇게 생각하며 침대에 누워 소설을 읽기 시작했다.

그런데 예상 외로 소설은 나름 재미있었다.

나는 조금씩 소설에 빠져들었다.


‘음, 소설이 괜히 많이 팔린 게 아니군. 막 엄청 재미있는 건 아닌데 다음 편을 사 볼 정도의 매력은 있어.’


한 시간, 두 시간.

그리고 12시간이 지났음에도 나는 방 안에서 소설을 독파해나갔다.

시간은 어느덧 새벽 4시.

다음 날을 위해서라면 빨리 자야 할 시간이었지만 완결이 코앞이다.

나는 기왕 4시까지 본 거, 완결까지 읽고 자기로 했다.

그런데 이거 어째.

진행이 묘하다.


‘뭔가 느낌이 쎄한데. 이거 설마 형님이새끼웃는데요 엔딩은 아니겠지?’

아 시발 꿈 엔딩의 대명사인 그 소설을 떠올리며 나는 침을 꿀꺽 삼켰다.

그리고 엔딩에 다가갈수록 난 불길한 예감에 휩싸이기 시작했다.

‘설마. 아니지? 이렇게 잘 팔린 소설인데. 설마 그런 식의 완결을 냈으려고.’


그런데 사람들은 말했다. 불길한 예감은 꼭 들어맞는다고.

그리고 엔딩까지 읽어나간 순간.

나는 내 예감이 들어맞은 것을 확신했다.


“호박고구마 호박고구마 호박고구마! 작가 미쳤냐. 엔딩을 뭐 이 따위로 내!”


그제야 댓글을 확인하니 댓글창도 이미 난리가 나 있다.


그런데 완결을 이렇게 내 놓고 나에게 추가 일러스트 작업 의뢰를 했다고?

작가를 만나본 적은 없지만 정말 멘탈이 대단한 사람일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에휴, 모르겠다. 알아서 하겠지 뭐.”


나는 핸드폰을 슉, 내던지며 잠에 빠져들었다.

그런데 그 다음 날.

내가 깨어난 곳은 내 방이 아니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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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 악마가 사는 숲 2 +48 19.09.03 7,898 291 14쪽
30 악마가 사는 숲 1 +25 19.09.01 8,210 257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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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왕자 2 +19 19.08.29 8,190 245 13쪽
27 왕자 1 +24 19.08.27 8,636 257 13쪽
26 기사 영입 2 +35 19.08.25 8,711 287 15쪽
25 기사 영입 1 +47 19.08.23 8,927 302 13쪽
24 행복한 우리 집 2 +34 19.08.22 9,103 262 15쪽
23 행복한 우리 집 1 +36 19.08.20 9,588 298 12쪽
22 공녀 에프란체카 +18 19.08.17 10,006 276 13쪽
21 전원 집합 +29 19.08.16 10,130 268 13쪽
20 축하 파티 2 +17 19.08.16 8,995 242 11쪽
19 축하 파티 1 +12 19.08.16 9,044 235 18쪽
18 편지 +10 19.08.16 9,631 245 15쪽
17 던전 퀘스트 4 +30 19.08.15 10,027 273 12쪽
16 던전 퀘스트 3 +17 19.08.13 9,903 265 15쪽
15 던전 퀘스트 2 +23 19.08.12 10,198 273 16쪽
14 던전 퀘스트 1 +45 19.07.26 14,233 325 14쪽
13 슬라임 +52 19.07.23 13,981 358 13쪽
12 주인공 킴 2 +40 19.07.22 13,759 343 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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