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필요했던 것은 돈이 아니였다.
이 이야기는 실제 역사와 어떤 관련도 되어있지 않습니다.
하지만 그가 아무리 돈을 모으려고 한다 한들,
그가 원하는 만큼의 거금은 그렇게 쉽사리 모을 수 있을 만큼
소액의 금액이 아니었고, 자신의 아내의 병세가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고, 오히려 점점 더 악화가 되는 것을 확인한 그는
어쩔 수 없이, 귀족들로부터 돈을 빌리려고 했다.
하지만 대부분의 귀족들이 대공과도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는 그가
대공의 명령을 받고, 자신들의 세력을 축소 시키기 위해
일부러 거짓말을 한다고 생각을 하고, 그의 요구를 거절하게 되었다.
그래서 결국 그는 대공에게 까지 찾아가지만,
대공은 그의 말을 듣고 나서 현실적인 이야기를 해주었다.
"아내가 불치병이고, 그 병을 치료할 수가 있다는 의사가 그런
거금을 요구했다는 말인가?"
"그렇습니다."
"그 말은 그 병을 치료할 수 없다는 이야기 일세."
"네?"
"천문학적 비용을 요구한다는 건, 그만큼 자신이 있어서 하는 이야기가
아닐 걸세, 단지 그대가 그 돈을 마련 할 수 없을 걸 알기에,
그런 제안을 한 걸세."
"아니.. 그는 마을에 도는 온갖 불치병을 치료해왔다고 했고,
치료제가 있다고 했습니다!!!"
노엘은 대공을 바라보면서 강하게 주장했다.
대공은 자신의 얼굴을 조심스럽게 쓸어 내리면서 말했다.
"하나 묻지, 그 치료제가 그대의 아내를 치료하는 약이라는 보장은 있는가?"
"네?"
"그 약이 그대의 처의 목숨을 앗아갈 가능성은 생각하지 않했는가?"
"아니.. 해보기 전까지는.. 모릅니다."
"듣기로는 그대가 자기가 다루던 영지 마저 버렸다고 들었다만.."
대공은 깊은 한숨과 함께 물었고, 노엘은 그 이상 입을 벌리지 않았다.
"..."
"자네가 힘들다는 것은 잘 알겠네, 소중한 사람을 잃는다는 것은
무척이나 괴롭고도, 고통스러운 일이지.
하지만 하나는 알아 뒀음 좋겠네, 그대는 한 사람의 남편으로서 역할을
다하기 이전에 자네는 마을 사람들을 지켜야 하는 영주라는 사실을 말이야."
"..명심하겠습니다."
노엘은 고개를 숙인 상태로 대답했다, 그의 얼굴에는
어둠이 가득 차 있었고, 그의 마음은 분노로 가득 차게 되었다.
물론 그의 얼굴에는 내색이 되지 않았고, 그가 천천히
나가려는 순간, 대공은 그의 뒷모습을 바라보면서 물었다.
"내가 하나 그 돈을 전부 줄 수는 없다만.. 그 돈의 일부를
벌 수 있는 제안 하나를 하지."
대공은 몽블랑 자작에 대해서 조사를 해온다면,
그가 원했던 돈의 1/10의 금액을 그에게 주기로 했다.
너무나도 적은 금액이였고, 그 돈으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걸
그가 제일 잘 알았지만, 그럼에도 그는 그 요청을 수락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그가 가장 신뢰했던 귀족인 몽블랑 자작을
만나러 무거운 발걸음을 옮겼다.
절대로 그를 만나러 가는 길이 어떠한 목적이 없는 것이 아니라.
그로부터 무언가를 얻어내러 가는 길이였기에,
노엘의 마음의 한 구석은 불편했다, 생각보다 먼 길을 타고,
몽븡랑 자작을 향해서 걸어온 그는, 몽블랑을 만나자 마자 자신의 속마음을
열고 말했다, 어쩌면 몽블랑이라면 자신을 거리낌 없이
도와줄지도 모른다고, 물론 자신이 헛된 희망을 품고 있음을
알고 있었다, 몽블랑이 다른 귀족에 비해서 가난한 탓에 그 돈이 없었음을
그 누구보다 더 노엘 그 본인이 잘 알고 있었다.
그럼에도 그는 몽블랑에게 부탁을 했다.
하지만 역시나 몽블랑은 그런 거금을 가지고 있지 않았고, 그대로
절망을 하면서 자신의 아내를 죽게 내버려둬야 하는 것에 대해서
끔찍한 괴로움에 빠져 있을 떄, 몽블랑이 대공이 숨겨 놓은 돈을 빼돌리려는
사실을 알고, 그에게 강하게 분노를 했다.
노엘의 귀에는 몽블랑이 어떤 목적에서 그 돈을 빼돌리려는 지 들리지 않았다.
단지 노엘이 그 거금을 가지고 있었음에도 자신에게 알리지 않았다는 사실에
몽블랑에게 분노를 하고 있었다.
그래서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그는 대공의 돈을 빼돌리기 위해서
온갖 노력을 했고, 결과적으로 몽블랑의 재산을 보면서, 쓴 미소를 지었다.
"그래서.. 내 이야기는 어땠지? 음유시인 양반?"
"어떤 식으로 평가를 내릴 거 같지? 내가."
"그야 나도 모르지, 사랑에 눈이 멀어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은
미친 인간이라고 평가를 내릴 수도, 아니면 사랑 밖에 모르는 바보 같은
귀족이라고 결론을 내릴 수도 있겠네."
"그렇다면 나를 관점으로 결론을 내리도록 하지,
사랑에 눈이 멀어서 자신의 최선을 다했지만,
정작 사랑하는 사람에게 가장 필요했던 게
뭔지 몰랐던, 가여운 인간."
"응? 그게 무슨 소리지?"
"그대의 아내가 있는 곳까지 얼마 남지 않았어,
곧 있으면. 도착할 거야"
남자는 노엘의 말에 제대로 답변을 하지 않고, 마차를
움직이기만 할 뿐이었다.
노엘은 그의 뒷모습을 아무 말없이 한참 동안 쳐다보다가.
이내 코로 웃으면서, 다른 질문을 던졌다.
"어이 음유시인 양반, 질문해도 돼?"
"하고 싶으면 해, 다 들어주지."
"왜 그 꼬마 아이를 살리지 않았지?
그 애에게도 충분히 재미있는 이야기가 있을 거 같은데?"
"난 스스로가 자신의 한계라고 생각을 하고,
자신의 삶에 대해서 후회가 가득하다고 생각이 가득한 인물을
살리는 사람이야,
자신의 삶에 대해서 단 하나의 후회가 없는 그 소년을 살릴 이유는 처음부터 없었어."
"뭐?"
"네가 보기에는 그가 마지막으로 내린 판단이 멍청하다 보겠지.
그냥 숨어서 자신의 몸을 치유하면 될 것을 굳이 굳이 자신의 몸을
불사 질러, 자네를 완전히 끝내버리려고 한 일이 말이야."
"뭐.. 그렇지."
"그건.. 그 꼬마 아이가 자신이 세상으로부터 받았던,
그 모든 것을 보답하는 일이었고. 그 행동에는 후회는 한 점도 보이지 않았어."
"나로서는 이해하기가 힘드네.."
노엘은 남자의 말을 가만히 듣다가, 그에게 말했다.
"그냥 네가 아내를 위해서 무모한 짓까지해서 돈을 벌려한 이유랑 비슷한 근거야."
"그 둘이 비슷하다고?"
"단지.. 너에게 있어서 그 표현은 돈을 갈망하는 것이었고.
그 소년에게는 있어서는 자신의 몸을 불사 지르는 것이지."
"그렇다고 하기에는 결국 실패했는데? 이 증서는 내 손안에 들어와 있다고."
"뭐.. 너무 그렇게 따지면 그건 좀 슬프니 넘어가자고, 결과적으로는
그 애도 명예롭게 싸우다가 죽었으니깐."
"알았어."
노엘이 토페가 자신의 목숨을 버리면서 한 행동에 대해서
나쁘게 평가하자, 남자는 노엘을 바라보면서 지적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하나만 이야기 하자면,
그 소년은 죽지 않을 거야, 그가 죽음에 가까워지려고 할 때.
사람들은 그를 밀쳐서 다시 살려 낼게 분명하니 말이야."
노엘은 고개를 갸우뚱 하면서 멍하니 그를 쳐다보았다.
마차는 한참을 달리다가 애매한 위치에 서있는 작은 오두막의 앞에
결국 멈춰 섰고, 노엘은 아픈 몸을 이끌고 천천히
자신의 아내가 있는 곳까지 걸어갔다.
오두막은 정말로 별 것이 없고, 단지 사람 한명이 누울 수 있는
침대와 그 사람을 덮어줄 담요와 배게, 그리고 그 옆에 앉아있을
사람을 위한 의자가 있었다.
그리고는 천천히 문을 열면서 아내에게 활짝 웃으며 미소를 보이며
말을 걸었다.
"다녀왔어, 끌레..."
하지만 그곳에는 더 이상 산 자의 온기를 찾아 볼 수 없었다.
눈의 생기를 잃어버리고, 눈에서 눈물이 흐르고 있었다는 걸
짐작이 가능한 굳은 눈물 자국이 말해주고 있었다.
"끌레르..?"
노엘은 어색하게 웃으면서 그녀의 이름을 물러보았지만,
죽은자는 응답하지 않았다.
그는 눈물을 펑펑 흘리면서, 응답을 하지 않는 그녀의 시신을
끌어안았다.
이미 오래전 생기도 온기도 뺴앗긴 시신을 그는 부드럽게 껴안았다.
"왜...왜!!!"
노엘은 스스로에게 분노를 했다, 그리고는 뒤에서
자신을 안쓰럽게 보고 있었던 그를 향해서 소리 질렀다.
"당장 살려줘!!! 내 아내를 살려 달라고!!!"
"불가능해."
"무슨 소리야!!! 날 죽을 뻔한 상황에서 구했잖아!!"
"그때 너는 죽지 않았어, 그랬어, 과거의 몸 상태로 돌려놓게 된다면,
다시 살 수 있었겠지,
하지만 이 여자의 몸에는 애초부터 병이 있었어, 그녀가 살아있는 상태에서
내가 온다고 한들 나는 이 여자를 구할 수 없었어,
그리고 너도 처음부터 알고 있었잖아.
그녀를 구하는 일은 불가능하다고, 그냥 스스로를 속이고 있었던 거 뿐이잖아.
그 의사가 하는 소리가 헛소리라는 걸, 가장 잘 알고 있었던 건 너였어."
노엘은 그곳에서 자신의 머리를 붙잡고 소리를 질렀다.
"으아아아아아!!!"
그의 머리속에서 자신의 아내와 했던 대화가 떠올랐다.
"분명히 고칠 수 있어.. 세상에 있는 병이라는 녀석은 그러거든."
"노엘.. 그건 아니에요.. 세상에는 고칠 수 없는 병도 있어요..
그러니.. 이제 그만해도 괜찮아요.."
"아니야.. 내가 반드시 당신을 구해줄게.. 여기 먹을 걸 넉넉하게 두고
갈 게, 버텨줄 수 있지?"
"...."
"그럼.. 갔다 올게."
그게 그녀와 노엘이 마지막으로 했던 대화였다.
"처음부터.. 돈 같은 거.. 필요 없었어.. 조금이라도.. 더 그냥..
같이.. 웃으면서.. 세상을 지켜보고.. 하늘을.. 지켜볼 걸 그랬어.."
노엘의 마지막 말과 함께 그의 생명을 연장 시키고 있던 시계는 멈춰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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