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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광 님의 서재입니다.

광견의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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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화광
작품등록일 :
2021.05.31 02:57
최근연재일 :
2021.06.20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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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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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3,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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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6.01 0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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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사당동

DUMMY

16. 사당동 거리 (밤)


‘쌩’ 하고 차들이 지나치는 소음들.

그리고 사람들이 빈번히 오고가는 번화가.


그 한쪽 보도블록 귀퉁이에 나란히 앉은 네 명의 모습.

규철은 ‘캘빈클라인’ 청바지에 ‘폴로’ 니트 티.

시우는 ‘닉스’ 청바지에 ‘나이키’ 반팔 카라 티셔츠.

두석은 ‘퀵실버’ 세미 힙합 바지에 데님 조끼까지 세트로 입고 있다.

대만은 그냥 교복 셔츠에 교복 바지 차림이다.

그런데 표정이 마치 사기로 집문서를 날린 듯한 몰골이다.


대만 - (넋이 나가서) 씨발, 문 닫았어...

시우 - 어우, 하필 정기휴일이냐.

대만 - 내가 택시 타고 오자니까. 이수역에서 여기 사당역까지 택시비가 더 싸다고...

규철 - 영업 끝난 게 아니라 오늘 휴무라고, 휴무.

대만 - 그러니까 택시 타고 왔어야지, 택시...

규철 - 맛탱이가 갔구만.

두석 - (고개를 푹 숙이고) 으으...

시우 – 장두석. 너 이 새끼, 음주 측정 들어간다. 대답 바로바로 해. 오천련, 왕조현, 동방불패, 천녀유혼, 천장지구. 엮어서 읊어 봐.

두석 - 오천련, 천장지구. 왕조현, 천녀유혼.

시우 - 오~ 안 취했어. 좋아.

규철 - (시우를 보며) 넌 안 춥냐?

시우 - 새끼, 원래 영계는 좀 쌈빡하게 입는 거야 샤프하게.

규철 - 누가 널 본다고. 얼어 뒤지겄다.

시우 - 누가 너 보라고 입었냐? 우리 미영이 누나 보라고 입은 거지.

대만 - 미영이 누나는 또 누구야?

규철 - 하수빈. 그 누나 이름이 미영이야.

대만 - 하미영?

규철 - 하, 미치겠다. 하 씨겠냐? 정미영, 정미영! 넌 두뇌가 말아놓은 우동사리냐? ...갑자기 우동 땡기네.

시우 - 야, 야. 내가 대학 가면 바로 미영이 누나 작업 들어간다.

규철 - 미친 새끼, 넌 대학 가면 바로 지방에서 자취잖아.

시우 - 디질래? 나 인서울 전문대 성적 나오거든. 네가 지방대지.

규철 - 이거 왜 이래. 나 내신 상위 십 퍼센트야.

시우 - 거짓말까~지.

대만 – 그런데 진짜 시우 네 전 집주인도 너무 한다. 애가 고3인데 한 달만 봐주지... 그냥 버티지 그랬어?

시우 – 세입자가 뭔 힘이 있냐? 나가라면 나가야지. 월세 세입자 놓치면 나보고 책임지라는데 뭐... 그 스트레스가 더 힘들어. 그나마 하루라도 빨리 옮겨야 공부에 집중하지.

규철 – 그래도 담임이 사정도 봐줬고, 내일이 개교기념일이라 주말 동안 여유 있으니까 다행이지 뭐. 좋게 생각해야지 어쩌겠어.

시우 - (머리를 매만지며) 그래, 니들 아니었음 다음 주까지 이삿짐 풀고 있었을걸? 어차피 수능 전에 오늘이 마지막이야 밤중에 나오는 것도. 진짜 딱 오늘만 공치고 내일부터 맘 잡고 바로 작업 들어가자.

대만 - 뭔 다 작업이래? 아파트 짓냐?

시우 - 야, 원래 인생이 다 설계고 작업인 거야. 쌓아 나가는 거라고, 오케이?

대만 - 그래, 열심히 쌓아라. 난... 잠깐... (목이랑 주머니를 더듬거리더니) 어? 나 넥타이 없어졌다. 에이씨...

시우 - 아까 집에서 빠졌겠지, 옷 갈아입으면서.

대만 - (계속 주머니를 뒤적거려보며) 근데 화식이 언제 온대? 철오는?

규철 – 화식이 그 새끼 오늘 100일이라고 걸프랑 둘이 같이 선물 사고 밥만 먹고 온대.

대만 - (찾기를 포기하고는) 배신자 새끼.

시우 - 아, 그나저나 철오가 이따 올 거 같긴 한데 연락이 없네... (규철에게) 나 머리 똑바로 됐냐?

규철 - 멀쩡해.

시우 - 아, 새끼. 존나 성의 없어.

규철 - 아, 진짜 하루 종일을 그냥! (대만에게) 철오 대방동 고시원에 있으니까 올 거면 사당이라 금방 올 거야.

대만 - 철오 못 본 지 진짜 오래 됐다. 보고 싶네...


갑자기 두석이 벌떡 일어난다.


두석 - (살짝 취한 말투) 뭐 하는 거야, 길바닥에서 추하게. 가자!

시우 - 어? 이 새끼 취했다! 어떡하냐?

대만 - 좀 전에 음주 측정 통과했잖아. 왜 저래? 너 이 새끼, 오늘은 진짜 사고 치지 마.

두석 - 알아 씨발! 집행유예. 그게 뭐... (다시 쪼그려 앉아 고개를 푹 숙이고) 좆까라 그래.

대만 - (누가 들을까 목소리를 낮추며) 조용히 해 미친놈아! 자랑이다, 이 새끼야. 진짜 사고 치지 마.

두석 - 시끄럽고. 빨리 포장마차 가자 2차. 남해 마을! 고모가 우릴 부른다고.

규철 - 그래, 포장마차촌 가까우니까 거기나 가자. 가서 우동이나 먹자. 몇 시야 지금?

시우 - (시계를 보고는 엉덩이를 탁탁 털고 일어서며) 벌써 아홉 시네.

규철 - 그럼 가는 길에 화식이랑 철오한테 다시 삐삐 쳐 놓자, 남해로 오라고. (두석을 일으키며) 야, 가자.


시우가 먼저 일어나 가고, 규철이 곧이어 일어나 두석을 일으키고 뒤따라간다.

대만은 일어나려다 퍼뜩 무언가 생각난 듯 먼저 일어선 친구들을 부른다.


대만 - 야, 내 지갑.


규철이 휙 던져 준 지갑이 툭 날아든다.

대만은 지갑을 덥석 받는다.


대만 - (지갑을 열어보더니) 아, 미친 새끼들 삼천 원 남았어. (벌떡 일어서 나가며) 야...


대만은 호다닥 일어나 친구들을 뒤따라 종종 걸어간다.


앞서 비틀대며 가던 두석이 지나가던 노란 염색 머리에 퀵실버 힙합 패션을 한 두 명과 어깨가 툭 부딪친다.

두석들은 의식하지 못하고 지나쳐 가 버리지만 두 명은 기분 나쁜 표정으로 그 네 명을 노려본다.


17. 사당역 공영주차장


오토바이들의 소음으로 시끄러운 주차장.

여기저기 오토바이를 탄 폭주족들이 모여 있다.


오토바이는 대부분 VF, 엑시브 등의 평범한 기종.

하지만 보통의 폭주 오토바이들과는 다르게 화려한 치장을 하지 않은 모습들.

검은색 위주의 어두운 도색으로 말끔한 외형에 오로지 성능 향상을 위해 개조한 흔적들이 보인다.


폭주족들은 모두가 하나 같이 가죽 재킷이나 안전지대 스타일의 검은 옷을 입고 있다.

거기에 검은 마스크를 쓰거나 체인 장지갑, 메탈 시계, 한쪽 귀걸이나 은목걸이 등을 착용하고 있는 모습이다.


그리고 모든 오토바이에는 같은 해골 모양의 엠블럼이 새겨져 있다.


이때 요란한 소리를 내며 멈추는 오토바이의 바퀴.

삭발 머리에 덩치가 큰 헌수가 오토바이를 세우고 키를 돌려 시동을 끈다.

주변의 몇 명이 곧바로 인사를 한다.


여러명이 - 형, 안녕하세요.

헌수 - 어. 도준이랑 창익이는?

폭주족1 - 저쪽에 계세요.


헌수는 폭주족들 사이를 지나 벤치가 있는 쪽으로 간다.

헌수가 지나가자 주변의 폭주족들이 모두 깍듯하게 인사를 한다.

유유히 그 사이를 지나 걷는 헌수.


그런 폭주족들 한가운데 멀리 벤치에 앉아 있는 도준의 모습이 보인다.

그리고 그 옆에 서서 담배를 피우고 있는 창익이 보인다.


헌수 - (다가서며) 여, 두목.

도준 - 어, 왔어?

창익 - 바이크 다 고쳤냐?

헌수 - 어, 범호 형이 잘 고쳐 줬어. 머플러 교체했더니 출력이 확 달라지는데? 야, 새삼 느끼는 건데 머플러 구멍 뚫고 다니는 새끼들 보면 존나 불안하지 않냐? 그러다 엔진 한 방에 맛 가잖아.

창익 – 오버랩 때 노킹 뜨면 작살나는 거지 뭐.

헌수 - 그니까. 걔들이 뭘 알고나 타냐? (한 번 둘러보더니) 애들은 거의 다 나온 것 같은데?

창익 - 응. 야자 빠지기 힘들다고 봐서 중간에 나온다고 한 애들도 몇 명 있고, 걔들 말고는 다 왔어.

헌수 - 경찰은 괜찮아?

창익 - 출발 전까지 여기서만 가만히 있으면 괜찮아. 어차피 순찰 시간만 피하면 되니까.

헌수 - 너무 일찍 모인 거 아냐?

창익 - 출발 전에 얘기할 것도 있고. 준비도 좀 해야 하고.

헌수 - 근데 인헌고 새끼들 오늘은 좀 조용한가?

창익 - (담배를 쭉 태우며) 그 꼴통 새끼들 아주 갈아 마셔 버려야 되는데...

도준 - 둬. 오늘은 일단 사고 없이 출발하는 게 중요하니까. 삼학년들이 늦긴 늦네.

헌수 - 뭐 몇 명은 대학 갈 생각 하니까 담임 눈치 좀 봐야지 그래도.

도준 - 정 그러면 안 나와도 되는데.

창익 - 오늘은 다 와야지. 오늘 빠지고 싶은 놈은 없을걸?

헌수 - 우리는 이제 오늘이 마지막인가?

창익 - 졸업하면 곧바로 취업 나가야 하니까. 한동안은 바이크 탈 시간도 없다. 이제 동네에서 택트나 타는 거지 뭐.

헌수 – 그걸 탈 바엔 자전거가 낫겠다.

창익 - 헌수 넌 바로 범호 형 가게에서 일할 거냐?

헌수 - 오, 창익. 슬슬 미래에 대한 불안이 엄습하나?

도준 - 창익이 전문 면허만 다섯 개야.

헌수 - 뭐? 이 씨바... 이제 보니 자랑질 하려고...

창익 - 그럼 뭐 하냐? 고졸인데. 갈 데야 뻔하지.

헌수 - 두목은? 수능 볼 거지? 전문대 쪽은 갈 수 있다며?

도준 - 글쎄... 잘 모르겠어 아직...

창익 - 모르긴 뭘 몰라. 넌 공부했잖아. 공부했으면 점수를 봐야지. 아무나 보는 게 아니라고.

헌수 – 그래, 한 번 도전해 봐. 너 대학 가면 우리들이 어깨에 힘 딱 들어갈걸?

도준 – 내가 뭐라고...

헌수 – 뭐기는, 우리가 양아치 폭주족 아니라는 증거지.

창익 – 너무 부담 갖지는 말고. 그냥 난 네가 봤으면 좋겠어, 수능.


도준은 그저 말없이 슬쩍 미소만 짓는다.


헌수 - 씨발, 결국 여자친구 한 번 못 사귀어보고 내 청춘이 가는구나.

창익 - 후후...

도준 - (피식 웃는다)

헌수 - 어? 뭐야? 창익이 이 개새끼 설마...

도준 - 진짜 예뻐. 세 살 누난데 완전 글래머에다 성격도 착하고.

헌수 - 이 씨발. 정열이 이 쌍눔시끼, 나 여자 소개시켜 준다고 한지가 언젠데? 야, 한정열!

도준 - 왜 애들한테 화풀이하려고 그래?

헌수 - 어처구니가 없잖아 어처구니가. 어떻게 창익이 이런 새끼가... 나보다 꼬추도 작은 게.

창익 - 뭐, 임마? 디질래?

헌수 - 바지 벗어 씹탱아.


도준과 헌수 창익은 서로 투닥거리며 웃는다.


그 주변으로는 40여 대의 오토바이가 세워져 있고, 온통 비슷한 복장의 폭주족들이 삼삼오오 모여 얘기를 나누거나 세워둔 오토바이를 손보고 있다.

그 곁을 지나는 사람들은 대부분 몰려 있는 폭주족들에 거리를 두고 슬쩍 피해간다.

하지만 폭주족들은 전혀 신경 쓰지 않는다.


그 무리의 외곽, 주차장 가운데 쪽에서 2학년 정열과 경수가 작은 벤치에 나란히 앉아 담배를 태우고 있다.


경수 - 이제 형들 가면 네가 다른 코스 좀 더 뚫어 봐.

정열 - 그게 쉽냐. 화양리 애들하고도 좀 그렇고.

경수 - 도준이 형 없다고 개지랄들 떨 텐데 그 전에 먼저 우리가 센타 날릴까?

정열 - 뭐, 봐서. 그쪽도 선배들 많잖아.

경수 - 씨발, 졸업하고 후배들 싸움 껴들면 그건 쌩양아치지. 안 그래?


이때 폭주족 한 명이 그 둘 쪽으로 뛰어온다.


폭주족1 - 정열이 형, 헌수 형이 찾아요.

정열 - (담배를 끄고 일어서며) 나 갔다 올게.

경수 - 어, 다녀와.


경수는 혼자 피우던 담배를 마저 피운다.

경수가 내뿜은 담배 연기 뒤로 멀리 대만 일행이 떠들며 걸어오는 모습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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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전학생 21.06.02 110 4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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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당동 21.06.01 177 4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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