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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광 님의 서재입니다.

광견의 밤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완결

화광
작품등록일 :
2021.05.31 02:57
최근연재일 :
2021.06.20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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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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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3,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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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6.20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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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쪽

광견의 밤

DUMMY

‘뻑’

무거워진 분위기를 깨부수는 단발의 타격음과 함께 화양리패6은 그대로 실신해 버리고 만다.

일순 모두가 멈춰 대만에게 눈길을 돌린다.

대만은 쓰러지려는 화양리패6의 멱살을 붙잡고 주먹으로 몇 번이나 얼굴을 후려쳐 버린다.

그리고 늘어져 흐느적거리는 화양리패6을 장난감처럼 흔들어댄다.

그러자 입에서 끈적한 피와 이빨 몇 개가 바닥으로 후두둑 떨어진다.

잡은 멱살을 툭 놓아 버리자 고깃덩이처럼 바닥에 철퍼덕 널브러지는 화양리패6의 몸뚱이.

오싹해진 표정으로 모두가 그 모습을 숨죽여 보고 있다.

그리고는 도준에게 가고 있던 인헌고패들에게 범처럼 어슬렁거리며 걸어가는 대만의 뒷모습.

대만이 다가오자 인헌고패 네 명은 다급하게 들고 있는 무기들을 휘둘러댄다.

그러거나 말거나 덤덤히 뚜벅뚜벅 다가가는 대만.

하지만 거리에 닿자 갑자기 번쩍이듯 재빠르게 파고들어 간다.

그리고 날아오는 쇠파이프를 그냥 등으로 받아내면서 아무렇지도 않게 한 주먹에 한 명씩 도끼로 찍듯 쓰러뜨려 버린다.

순식간에 3명이 실신한 채 바닥에 통나무처럼 나자빠진다.

마지막 남은 한 명은 겁에 질려 쇠파이프를 버리고 달아나려 한다.

하지만 대만이 등 뒤에서 벨트를 붙잡고 끌어당겨서는 번쩍 들어서 그대로 바닥에 메다꽂아 버린다.

‘으억’ 하는 신음과 함께 끔찍한 충격음이 쩡 울리고, 동시에 그 모습을 보고 있던 모두가 고개를 돌리게 된다.

그리고 천천히 멀리 있는 영준 쪽을 돌아보는 대만의 뒷모습.

이전과는 전혀 다른 시퍼렇게 독이 오른 살기등등한 눈빛을 하고 있다.

영준은 황급히 주변을 두리번거린다.

그러자 그제야 눈에 규철, 화식, 두석이 들어온다.

그들을 인지하고는 다시 고개를 돌려 대만을 바라보는 영준.


영준 - (침을 꼴깍 삼키고) 씨발, 김대만이네... 저게 지금 왜 여기 있는 거야?

화양리패7 - (곁으로 다가와서) 형, 저거 김대만 같은데 어쩌죠?

영준 - 뭘 어떻게 해. 이 쪽수가 있는데 지가 뭘 어쩌겠어... (큰 소리로) 야, 다 밟아!


영준의 명령에 일제히 토크를 올리고 달려들 태세를 갖추는 화양리패들.

어쩔 수 없다는 듯 각오를 하고 싸울 태세를 취하는 폭주족들.

잔뜩 긴장된 도준과 창익, 화식, 규철 등의 표정.

반면 차분하게 무심한 듯 쇠파이프 하나를 집어드는 대만.

곧이어 화양리패들이 사납게 함성을 지르며 일제히 달려들기 시작한다.


영준 - 휴우, 강철오까지 있었으면 좆될 뻔했네.


그때, 어디선가 마치 폭탄이 터지는 것처럼 묵직하고 우렁찬 배기음이 시끄러운 오토바이들의 소음을 찢고 들려온다.

그에 일순 모두가 소리가 들리는 방향을 찾아 고개를 돌린다.

그러자 저 멀리 등장하는 거대한 한 대의 오토바이.

심장처럼 펄떡이는 트윈캠 커스텀 엔진. 빈틈없이 꽉 들어찬 바디와 굵고 길게 뻗은 배기통. 그 뒤로 단단히 붙은 커다란 뒷바퀴. 그리고 대각선으로 길게 뻗은 프론트 서스펜션과 높게 솟은 핸들바.

웅장한 위용을 자랑하는 검은색 불꽃 페인팅 할리 데이비슨 와이드 글라이드를 타고 긴 머리칼을 휘날리며 그곳을 향해 달려오는 철오의 모습.

짐승의 으르렁거림처럼 낮은 엔진 소리를 울리며 공영주차장으로 위풍당당하게 진입한다.

길을 막고 있는 화양리패의 오토바이를 툭 밀치고 그대로 진영 한복판까지 들어오는 와이드 글라이드.

육중한 무게감으로 압도하며 일촉즉발의 한가운데 보란 듯이 멈춰 선다.

멈춰서도 여전히 살아 있는 듯 헐떡이는 거친 엔진 소리.

토크를 올려 몇 번의 배기음을 우렁차게 울리고는 시동을 끄는 철오.

여전한 소음에도 불구하고 일순 주변이 고요해지는 듯하다.

모두가 그 모습을 멍하니 보고 있다.

철오는 무심한 표정으로 주변을 한 번 스윽 돌아본다.

그리고는 오토바이에서 내려 손목에 찬 끈을 풀러 긴 머리를 질끈 묶으며 뚜벅뚜벅 주차장 입구 쪽으로 걸어간다.

떡 벌어진 어깨에 키가 190cm도 훌쩍 넘는 듯하다.

그리고 시멘트 덩어리 끝에 철봉을 박아 세워놓은 자기 키만 한 주차 안내 표지판을 집어 드는 철오.

용접해 놓은 간판을 힘으로 우지직 잡아 뜯어내서는 간판은 집어 던져 버리고, 한 손으로 철봉을 쥔 채 다시 끌고 돌아온다.

모두가 아무 말도 없이 그 모습을 그저 바라보고만 있다.

철오는 대만을 향해 가장 앞으로 튀어나와 있는 화양리패8의 오토바이 쪽으로 다가간다.

철오가 앞까지 다가오자 오토바이에 탄 화양리패8은 침을 꼴깍 삼킨다.

양손으로 번쩍 철봉을 높게 들어 올리는 철오.


화양리패8 - 어어?


화양리패8은 깜짝 놀라서 오토바이에서 허겁지겁 도망쳐 내린다.

그대로 높이 든 철봉을 힘껏 휘둘러 화양리패8의 오토바이를 찍어 버리자 무거운 시멘트 덩어리가 철퇴처럼 오토바이의 몸통을 우그러뜨린다.

그리고 마치 슬레지해머를 휘두르듯 철봉을 마구 휘둘러 오토바이를 박살 내는 철오의 괴물 같은 모습.

끝에 달린 시멘트 덩어리는 산산이 깨져 버리고, 화양리패8의 오토바이 역시 형체를 알아보기 힘들 정도의 고철이 되어 버린다.

시멘트 덩어리가 다 떨어져 나가자 그제야 멈춰서 철봉을 들어 살펴보는 철오.

철봉이 조금 휘어 있다.

이번에는 영준 쪽을 돌아보는 철오.

흠칫 놀라는 영준.

철오는 휘어진 철봉 끝을 양손으로 붙잡고 힘껏 쥐어 그 두꺼운 철봉을 다시 곧게 펴 버린다.

그리고 대찬 걸음걸이로 영준을 향해 저벅저벅 걸어간다.

그 뒤편으로 부서진 오토바이 잔해에서 새어 나온 휘발유에 스파크가 튀어 불길이 확 솟아오른다.

타오르는 불길을 뒤로 하고 다가오는 그림자 진 철오의 모습.

철오는 영준 앞에 다가와 긴 철봉을 휙휙 휘둘러본다.

붕붕 휘둘리는 긴 철봉 끝이 영준과 화양리 패거리들의 눈앞을 아슬아슬하게 스쳐 가며 휘잉휘잉 무섭게 바람 소리를 울린다.

겁에 질려 흠칫 고개를 옆으로 돌리는 모습들.

곧게 펴진 철봉이 맘에 드는지 한 손으로 어깨에 척 올리고는 영준을 바라보는 철오.


철오 - (잠시 내려다본다) 오래간만이다.

영준 - (겁에 잔뜩 질려 있다) 어? ...어.

철오 - 여기서 뭐 하냐?

영준 - 어? (눈을 내리깔고) 아... 그냥 지나가다 잠깐...

철오 - 잠깐?

영준 - 어...

철오 - 그럼 가던 길 마저 가.

영준 - ...


영준은 이걸 들이받아도 되나, 말아야 하나 죽어라 머리를 굴리고 있다.


철오 - 너 나한테 신세 갚을 거 있지?

영준 - (눈은 마주치지 못하고) 씨발, 그 얘기를 지금 여기서...

철오 - 그럼 나중에 나랑 따로 볼까?


그 말에 영준은 휘둥그레진 눈으로 철오를 본다.

그러자 그 뒤로 그림자처럼 어른거리는 시커먼 대만의 모습.

영준은 슬며시 주변 상황을 살핀다.

악마 같은 대만에다 철오의 위압적인 등장에 기가 죽어버린 화양리 패거리들의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영준 - (고민에 고민을 더 하더니) ...이제 너랑 다시 볼 일 없는 거다?

철오 - (말없이 턱을 까닥여 답한다)

영준 - 그래, 갈게... (화양리패들에게) 야, 가자.


영준은 오토바이를 뒷걸음질로 조심조심 끌고 가서는 허둥지둥 시동을 건다.

그리고 그 길로 그냥 가 버린다.

영준이 그렇게 도망치듯 떠나자 나머지 화양리패들도 쓰러진 화양리패6을 챙겨서는 주섬주섬 공영주차장을 빠져나간다.

그 모습을 바라보고 있는 철오의 커다란 뒷모습.

정신없고 시끄럽던 공영주차장이 쓸쓸할 정도로 고요해진다.

철오의 모습을 말없이 보고 있던 대만.

집어든 쇠파이프를 툭 던져 버리고 고개를 돌려 다시 현도에게로 뚜벅뚜벅 다가간다.

갑자기 역전되어 버린 상황에 바짝 얼어붙은 현도와 인헌고패들.

대만은 현도 앞에 다가오더니 냅다 주먹을 날린다.

눈을 질끈 감는 현도.

하지만 대만은 그 옆의 인헌고패 한 명을 후려쳐 버린다.

그대로 나동그라지는 인헌고패.

대만은 다시 현도를 바라본다.


대만 - (현도를 바라보면서 그 뒤의 인헌고패들에게) 쟤들 다 챙겨서 꺼져.


대만의 말에 인헌고패들은 잠깐 동안 서로 눈치를 본다.

하지만 곧 슬며시 쓰러진 동료들을 챙겨서는 후다닥 모두 자리를 뜬다.

텅 비어 버린 현도의 배경.

그렇게 혼자만 남은 현도의 얼굴. 새하얗게 질려 있다.

대만은 그런 현도를 계속 뚫어져라 노려본다.

마치 고양이 앞의 쥐처럼 꼼짝도 못 하고 있는 현도.


대만 - ...

현도 - (시선을 어찌 둘지 몰라 한다)

대만 - 옷 내놔.

현도 - 네? 아... 예.


현도는 입고 있던 셔츠를 허겁지겁 벗는다.


현도 - (다 벗고는 손에 쥐고) 근데 이거 아르마니인데...

대만 - ...

현도 - ... (두 손으로 공손히 갖다 바치며) 여기요.


대만은 낚아채듯 셔츠를 받고는


대만 - 가.

현도 - 네.


알몸을 양손으로 가린 채 조용히 뒤돌아 가는 현도의 처량한 뒷모습.

그 모습을 바라보는 대만의 시커먼 뒷모습.

그리고 고개를 돌려서 천천히 철오 쪽을 향해 다가가는 대만.

저벅저벅 걸어와 서로 마주 서는 대만과 철오.

분위기는 험악하지만 반가운 듯 둘 다 보일 듯 말 듯 미소를 머금고 있다.


철오 - 왜 애들 삥을 뜯고 그래? 양아치냐?

대만 - 넌 머리 꼴이 그게 뭐냐? 바야바냐?

철오 - 공부하느라 자를 시간이 없어서.

대만 - 지랄하네. 너 모의고사 몇 점 나왔어?

철오 - 160점. 넌?

대만 - ...


그렇게 잠시 아무 말이 없는 둘.


대만 - 잠깐, 해결할 일이 남아서...


대만은 철오를 외면하고 스윽 고개를 돌려 도준에게 향한다.

주섬주섬 옷을 입으면서 걸어가는 뒷모습.

그리고 철오를 향해 반갑게 달려드는 화식과 규철.


규철 - 철오야.


빙그레 웃으며 반가움을 표시하는 철오.

화식이 그런 철오의 엉덩이를 격의 없이 툭 친다.


화식 - 왜 이렇게 늦게 왔어?

철오 - 기숙사 취침 시간 기다렸다 빠져나오느라. 시우는?

규철 - (대만의 뒷모습을 보면서) 저기... 대만이가 찾으러 가잖아.


대만은 도준 앞에 선다.

창익과 함께 서 있는 도준.

도준은 한 걸음 나와 대만을 마주한다.

사뭇 진지하게 그 둘을 바라보고 있는 규철들.

멀리 앉아 있는 시우도 긴장된 표정으로 그 둘을 바라본다.


대만 - 네가 이겼어... 어떻게 할 건데 이제?

도준 - (보일 듯 말 듯 미소를 지으며) 글쎄...

대만 - (순간 표정이 굳어진다) 글쎄?


그때 배기음을 울리며 경수를 뒤에 태운 정열의 오토바이가 들어온다.

그 모습을 보는 도준과 대만.


도준 - (대만을 보며) 해결할 사람 왔네.


도준을 노려보는 대만.

코에 붕대를 두툼하게 붙인 경수가 오토바이에서 내려 둘 사이로 다가온다.

그렇게 마주 선 세 명.


도준 - 경수야, 어떻게 할까?


경수는 잠시 주변을 둘러보며 상황을 파악한다.

그러더니 도준에게


경수 - 지금이 몇 신데 출발 준비도 아직 안 해놔? 하여간 노인네 정말... (별일 없다는 듯 폭주족들에게로 가 버리며) 에이, 얼른 졸업을 시키든가 해야지. 아, 갑시다 빨리!


도준은 피식 웃는다.

대만도 조금 풀어진 표정.

폭주족 한 명이 시우에게 걸쳐 준 겉옷을 다시 벗겨 준다.

그 폭주족을 돌아보더니 자리에서 일어나는 시우.

폭주족들은 가도 좋다는 듯 적의 없는 표정으로 시우를 보고 있다.

시우는 그런 폭주족들을 보며 천천히 절뚝이면서 대만에게 걸어간다.

다가오는 경수를 지나쳐서 도준의 곁으로 다가서는 시우.

도준과 스치듯 서로 말없이 눈빛을 교환하며 지나간다.

시우가 다가오자 대만은 팔을 벌려 시우를 부축해 준다.


대만 - 부탁 하나만 해도 될까?

도준 - 뭔데?

대만 - 저기 두석이가 들고 온 가스통. 중국집 건데 다시 들고 가기가 힘들어서...


이때 뒤에 있던 창익이 나선다.


창익 - 놔둬. 이따 와서 갖다 놓을게. 내가 그 근처 사니까.

대만 - (웃으며) 고맙다.


그렇게 돌아서서 가는 시우와 대만.

그 뒷모습을 바라보고 있던 도준.


도준 - 야, 김대만!


부르는 소리에 대만은 뒤돌아본다.


도준 - 너 수능 보냐?

대만 - 그럼. 넌?


잠시 말이 없는 도준. 이내 미소를 지으며


도준 - ...나도.


환하게 씨익 웃는 대만.

뒤돌아서 다시 친구들에게로 돌아간다.

대만과 시우가 오자 철오가 환하게 웃으며 반긴다.

두석은 여전히 정신을 차리지 못한 채 가스통을 붙잡고 기절한 듯 자고 있다.


시우 - 여어, 철오 오래간만.

철오 - 괜찮냐?

시우 - (말없이 고개를 끄덕인다)

철오 - 병원부터 가야 되는 거 아냐?

시우 - 집에 빨간약 겁나 많아, 그거 바르면 돼. 근데 화식이 너 팔 왜 그래?

화식 - 이거? 아깐 금이 갔나 했는데, 지금은 또 움직여지네? 계속 아프면 병원 가보지 뭐.

철오 - 두석이는 저거 괜찮은 거야?

규철 - 저 미친 새끼 말도 마. 술이 아직 덜 깨서 그래 저거. 근데 어떻게 저러고 자냐? 꼭 좀비 같지 않냐, 좀비? 자는 꼬라지도 진짜 존나 뵈기 싫어.

화식 - 하여간 미친 꼽등이새끼 진짜...

시우 - 나 배고파. 남해마을 끝났을까?

화식 - 끝났지, 몇 신데. 이모 일찍 문 닫아.

철오 - 시우 집에 가서 라면 먹자, 계란 넣고. 내가 끓일게. 라면 있냐?

시우 - 당근빠따지. 맛보면 콜?

철오 - 좋지, 콜. 근데 대만이 너 몸 괜찮아?

대만 - 아니. 저 새끼 주먹에 철심 박았나 봐, 존나 아파. 입안 다 나갔어.


철오는 살갑게 대만에게 어깨동무를 한다.


철오 – 그러게 너나 나나 싸움엔 소질이 없다니까.

대만 - 그지? 에이, 옘병하고... 진작 정신 차리고 공부나 할걸.


서로 깔깔거리는 대만들의 모습.

그러더니 또 아웅다웅하고는 같이 가스통을 한쪽으로 치우고 근처 덤불 사이로 잘 숨겨놓는다.

그리고 철오가 시우를 부축해서 자신의 오토바이 쪽으로 향한다.

나머지 규철, 화식, 대만은 두석을 때리고 끌고 가면서 지하철역 쪽을 향해 걷는다.

도준은 멀리 그런 대만들의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다.


창익 - 도준아!


부르는 소리에 뒤를 돌아보는 도준.

돌아본 곳에는 폭주족들이 모두 오토바이에 올라 달릴 준비를 마치고서 도준을 바라보고 있다.

그리고 그 앞 한가운데 도준의 라임그린 닌자가 도준을 기다리듯 세워져 있다.


창익 - 가야지 우리도.


도준은 마치 마음속 응어리들이 모두 풀린 듯 정말 환한 미소를 짓는다.

그렇게 기다리고 있는 폭주족들에게 돌아가 자신의 오토바이에 오르는 도준.

힘차게 시동을 건다.

경쾌한 배기음을 울리며 기지개를 켜는 라임그린 닌자의 엔진 소리.

그에 맞춰 폭주족들은 일제히 불꽃신호탄을 꺼내 점화를 하기 시작한다.

신호탄이 터지는 퍽 소리가 연이어 퍼져 나가고, 뜨거운 불꽃들이 환하게 피어오른다.

불꽃을 태우는 신호탄을 각자 자신의 오토바이 뒤쪽에 꽂아 넣는 폭주족들.

불꽃을 장전한 폭주족들 모두 저마다의 고글을 꺼내 쓴다.

한꺼번에 토크를 올려 함성처럼 울려대기 시작하는 엔진 소리들.

도준도 신호탄을 들어 불꽃을 당기고 닌자의 뒤편에 꽂아 넣는다.

그리고 준비한 검은 녹색 고글을 쓴다.

핸들에 올린 손을 꽉 움켜쥐는 도준.


도준 - (큰 소리로) 가자!


ZX-7R 라임그린 닌자가 힘차게 출발한다.

그러자 그 뒤를 따라 출발하기 시작하는 폭주족의 오토바이들.

불꽃을 단 40여 대의 오토바이들이 웅장한 굉음을 울리며 일사불란하게 사당역 공영주차장을 빠져나간다.

사람들은 그 광경에 모두 멈춰 서서 불타는 폭주족들의 행렬을 넋을 잃고 바라본다.


그리고 근처 사당역 입구에서 그 광경을 바라보는 대만과 화식과 규철.

두석도 일어나 눈을 비비며 바라본다.

곧이어 우렁찬 배기음을 울리며 곁으로 다가와 멈춰 서는 철오와 뒤에 탄 시우.

그렇게 대만과 규철, 화식, 두석, 시우와 철오가 오롯이 한데 모여 멀어져가는 폭주족들의 뒷모습을 바라보고 있다.

온통 다치고 헝클어진 상처투성이 대만들의 눈빛에는 아련한 애수가 어려 있다.


대만 - 열아홉 살이 이렇게 가는구나...


94. 밤거리


흐린 가로등 불빛을 스쳐 나가는 도준의 옆모습.

그리고 그 뒤를 따르는 수많은 오토바이들의 불길.

도준은 힘껏 큰 소리로 외친다.


도준 - 우리가 광견이다!!


도준의 외침에 폭주족들은 일제히 환호하여 함성을 지른다.


광견 - (목청이 터져라) 와아!!!


액셀을 틀어쥐는 상처투성이 거친 손.

더더욱 거칠게 속도를 올려 치고 나가는 도준의 라임그린 닌자.

그리고 창익, 헌수, 그리고 폭주족들.


Cranberries 'Dreams'


자정을 넘긴 심야의 밤거리.

검은 건물들 사이로 텅 비어 있는 어두컴컴한 도로.

그 위를 화염처럼 달리는 폭주족들의 행렬.

적막을 찢는 거친 굉음과 쏜살같은 속력.

안개처럼 불꽃과 연기를 흩뿌리며 한없이 어둠 속을 질주한다.


[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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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21.06.13 59 1 11쪽
24 속결 21.06.12 67 0 11쪽
23 속전 21.06.12 67 0 11쪽
22 납치 21.06.11 67 1 15쪽
21 발화 21.06.11 63 0 11쪽
20 중재자 21.06.10 68 1 12쪽
19 해결책 21.06.10 63 0 11쪽
18 바보들 21.06.09 60 0 12쪽
17 화양리 21.06.09 70 2 12쪽
16 계승자 (2) 21.06.08 61 0 12쪽
15 계승자 (1) 21.06.08 67 0 11쪽
14 빈자리 21.06.07 72 0 11쪽
13 학교 21.06.07 74 2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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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폭주족 (1) 21.06.06 70 1 11쪽
10 모사꾼 21.06.05 68 1 12쪽
9 추격전 21.06.05 86 1 11쪽
8 미친개 21.06.04 110 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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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전학생 21.06.02 110 4 12쪽
5 체인 21.06.01 131 4 12쪽
4 사당동 21.06.01 176 4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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