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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광 님의 서재입니다.

광견의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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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화광
작품등록일 :
2021.05.31 02:57
최근연재일 :
2021.06.20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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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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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3,957

작성
21.06.12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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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결

DUMMY

79. 중국집


똑 딱 똑 딱 시계의 톱니바퀴 소리만이 울리는 적막함.

그 속에 심각한 표정으로 고개를 숙인 채 어딘가를 응시하고 있는 대만의 옆얼굴.

그리고 아무 말이 없는 규철과 화식과 사장님.

침묵이 흐르고 누구 하나 말을 꺼내지 못하고 있다.

그때 대만이 뭔가 결심을 한 듯 탁자 위에서 ‘간장’ 이라고 쓰여 있는 작은 플라스틱 간장병을 집어 든다.

그리고 우악스럽게 뚜껑을 따고는 시커먼 간장을 벌컥벌컥 들이켠다.

갑작스런 대만의 행동에 모두가 깜짝 놀란다.


대만 - (간장을 다 들이켜고는 고통스런 표정으로) 크윽... 규철아, 화식아. 두석이 데리고 먼저 가라. 너희는 이제 그만 빠져, 같이 좆되지 말고. 내가 시우 찾아서 데리고 갈게.


모두가 벙찐 표정으로 잠시 대만을 쳐다본다.


화식 - 니가 무슨 군만두냐? 왜 간장을 처먹고 지랄이야 갑자기. 이미 좆된지가 언젠데 이제 와서 뭔 소리 하는 거야? 시우 찾아야지 가긴 어딜 가?

사장님 - ...화식아. 내가 나서서 얘기해 볼 테니까 그냥 경찰에 맡기는 게 어떻겠니?

화식 - 사장님 죄송해요. 아시잖아요, 경찰 새끼들 절대 오늘밤 시우 안 찾아 줄 거라는 거. 걔들 우리 신원이나 조회해서 보호관찰관한테 연락이나 때리고, 집이나 학교에 전화나 넣고 끝낼 거라고요. 걔들 눈에는 우린 그냥 양아치 문제아예요.

사장님 - 그래도 화식아, 이렇게 해서는 해결 안 돼. 니들까지 잘못되면 어떻게 하니? 어차피 시우 많이 다쳤어도 결국에는 돌려보낼 거고, 지금 흥분해서 일 더 키우지 말고 기다려보자.

화식 - 그건 아는데요... 그래도 친구는 찾아야죠. 나 잘못될까 봐 아무것도 안 하면 나중에 시우 얼굴 어떻게 봐요? 다친 친구 팽개치고 집에 가 버리면 평생 쪽팔려서 어떻게 살아요?

사장님 - ...

화식 - 저희 때문에 사장님까지... 정말 죄송합니다.

사장님 - 아니다. 그래도 내가 어른인데... 니들 앞에 내가 볼 낯이 없다. 아무 도움도 못 되고...

규철 - 아녜요, 사장님. 신경 써 주셔서 정말 감사해요. 걱정 마세요. 알아서 몸 사릴게요 저희.


사장님은 아무 말 없이 그저 고개만 끄덕인다.


화식 - 정말 죄송한데 두석이만 좀 부탁드릴게요. 시우 찾는 대로 두석이 데리러 올게요.

사장님 - 그래, 알았다. 문 안 잠궈 놓고 들어갈 테니까 얼른 갔다 와, 조심하고.

화식 - (꾸벅 인사를 하고) 감사합니다, 사장님. 대만아 규철아, 가자.


대만과 규철도 사장님에게 꾸벅 인사를 하고는 시우를 찾으러 나선다.

두런두런 얘기를 나누며 중국집을 나서려는 셋의 뒷모습.


대만 - 근데 경찰한테 잡히면 진짜 어떡하냐?

규철 - 두석이가 시킨 거라고 그럴까?

대만 - 오~ 천잰데?

화식 - 그래, 두석이 새끼가 만날 술 처먹고 우리 막 때렸다고 하자.

규철 - 그래, 두석이 무서워서 시킨 대로 한 거야 우린.

대만 - 난 돈도 뺏겼다고 해야지, 오만 원.


삐걱 문을 열고 나가는 셋.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는 사장님.

문이 닫히고 계단을 내려가는 셋의 말소리가 들린다.


대만 - 그럼 경찰이 우리한테 돌려주라고 그러겠지?

화식 - 그럼 난 십만 원.

규철 - 나도 나도. 히히.

대만 - 두석이 개새끼.

화식 - 히히히...


셋의 발소리와 말소리가 점점이 멀어져 사라지고 다시 조용해진 중국집.

그 셋이 떠난 문 쪽을 바라보고 있던 사장님은 그제야 복잡 미묘한 심정으로 깊은 한숨을 푹 내쉰다.


사장님 - 후~


80. 사당동 공영주차장


바람결에 훅 하고 흔들리는 불길. 모닥불을 핀 드럼통이 빨갛게 활활 타오르고 있다.

거기에 쇠파이프를 쑥 꽂아 넣는 폭주족7.

드럼통에는 벌써 몇 개의 쇠파이프가 꽂혀 있다.

열 명 남짓한 폭주족들이 불가 근처에 모여 초조한 표정으로 주위를 둘러보고 있다.


폭주족11 - 도준이 형 얼마나 걸린다고?

폭주족12 - 벌써 출발했다고 좀만 버티라고 했어. 오나 잘 살펴봐.

폭주족11 - 다른 애들은 왜 이렇게 안 와...

폭주족13 - 근데 진짜 올까 그 새끼들?


그때 뭔가 감지한 듯 고개를 돌려보는 폭주족12.


폭주족12 - (뭔가 발견하고는) 씨발, 왔다.


멀리 어두컴컴한 거리에서 20명 정도의 인헌고패들이 몰려오고 있는 모습.

야구배트, 쇠파이프 등을 들고 작은 길을 건너 공영주차장으로 들어선다.

그러더니 곧바로 주차된 차들 사이를 헤치며 우르르 달려들기 시작한다.

폭주족들은 장갑을 꽉 끼고는 드럼통에 꽂아놓은 쇠파이프들을 쑥 꺼내 든다.

긴장된 모습으로 대열을 갖추고 대항하려는 자세를 취하는 폭주족들.

불에 달궈진 쇠파이프로 바닥을 탕탕 치자 불꽃이 튄다.


폭주족12 - 치고 나가지 말고 시간만 버텨!


달려드는 인헌고패들의 시점으로 보여지는 폭주족들의 모습이 거칠게 흔들리며 빠르게 가까워온다.

그리고 곧바로 서로 뒤엉켜 와르르 패싸움이 벌어진다.

하지만 맨 뒤의 인헌고패들은 그 싸움에 합류하지 않고 빠져서 그 옆에 세워둔 오토바이들을 때려 부수기 시작한다.

그 가운데 도준의 라임그린 닌자도 세워져 있는 것이 보인다.

인헌고패들의 발길질과 쇠파이프에 맞아 넘어지고 마는 폭주족의 오토바이들.

치고받는 가운데 그 모습을 본 폭주족들은 당황한다.


폭주족11 - 얘들아, 오토바이!


대열을 맞춰 버티던 폭주족 중 가까운 네 명이 부리나케 오토바이 쪽으로 달려가고, 그 넷이 빠지자 전열이 흐트러지며 급격하게 밀리는 폭주족들.

빠져나간 네 명은 쇠파이프를 휘두르며 인헌고패들을 쫓아내려 해 보지만 쪽수에서 밀려 상황 수습이 되지 않는다.

급한 마음에 몸으로 맞아가며 오토바이를 보호하려는 폭주족들.

등판이 마구 쇠파이프에 찍혀도 이를 악물고 버텨 선다.

하지만 얼마나 버틸지 알 수 없는 상황.

본대도 인헌고패들에게 밀려 두들겨 맞기 시작한다.

그때 멀리서 우르릉 울려오는 거친 배기음.

한 대의 오토바이가 뒤엉켜 싸우고 있는 무리들 쪽을 향해 빠른 속도로 질주하며 달려온다.

밤거리 찬 공기를 가르며 등장한 창익과 뒤에 탄 도준의 모습.

손에 쥔 쇠파이프가 아스팔트를 긁어 잔상처럼 불꽃을 끌어오고 있다.

그대로 달려와 인헌고패의 허벅지를 후려치고 지나가는 그슬린 쇠파이프.

맞은 인헌고패는 뻑 소리와 함께 비명을 지르며 나뒹굴고, 도준은 곧바로 자세를 숙이고 창익에게 몸을 밀착시킨다.

창익은 급브레이크를 잡으며 오토바이를 틀어 세우고는 다시 토크를 있는 대로 올린다.

그러자 바퀴가 아스팔트를 긁듯이 회전해 연기를 날리며 오토바이가 화살처럼 쏘아져 나간다.

다시 인헌고패를 향해 돌진하는 창익의 TZR250.

또다시 다른 인헌고패의 허벅지를 후려치고 지나가자 인헌고패들은 오토바이를 피해 한쪽으로 몰리게 되면서 대열이 흩어지고 만다.

놀라고 당황한 인헌고패들.

그때 멀리 폭주족의 오토바이들이 배기음을 울리며 하나둘 공영주차장 쪽으로 몰려들기 시작한다.

그 모습을 확인하자마자


인헌고11 - 철수!


인헌고패들은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곧장 쇠파이프를 휘둘러 위협을 하며 다시 왔던 방향으로 달아난다.

마침 도착한 몇 대의 오토바이들이 뒤를 쫓으려 하지만 주차된 차들에 막혀 여의치가 않다.

분한 듯 배기음을 울리며 그 자리를 맴도는 오토바이들.

도준이 창익의 오토바이에서 내려 곧장 폭주족들에게 달려온다.


도준 - 괜찮냐? 많이 다쳤어?

폭주족11 - (주위를 둘러보고는) 크게 다친 애는 없는 것 같은데 바이크가 좀 상한 것 같아요.

도준 - 지금 바이크가 문제냐, 니들이 안 다쳐야지.

헌수 - (멀리서 부르는 목소리) 도준아!


부르는 소리에 돌아보자 헌수가 같이 있던 폭주족들과 함께 절뚝거리며 다가오는 모습이 보인다.

멀리서 봐도 심하게 다친 것 같다.


도준 - 야, 괜찮아?

헌수 - 쪽팔리게 왜 이래? 성재 새끼까지 움직였어. 작정하고 애들 끌어모은 것 같아. 어떻게 할 거야?


이때 오토바이를 보호하던 폭주족 13이 오토바이들 상태를 살펴보고 나서 다리를 절뚝이며 뛰어온다.


폭주족13 - 형. 바이크, 백미러랑 여기저기 좀 깨지긴 했는데 그래도 휠이랑 엔진은 다 멀쩡해요. 몇 대만 응급으로 손보면 될 것 같아요.


도준은 곧장 넘어져 있는 자신의 오토바이를 일으켜 세워 앞으로 끌고 나온다.


도준 - (큰 소리로 모두에게) 연장 챙기고 다들 시동 걸어!


도준의 명령에 폭주족들은 각자 오토바이에 올라 시동을 건다.

창익의 TZR250이 도준 곁으로 다가와 멈춰 선다.


도준 - (창익에게 쇠파이프를 건네주며) 여기 쳐들어온 인원들 합류하기 전에 걔들 아지트로 치고 들어갈 거야. 헌수 넌 다친 애들이랑 범호 형 가게로 일단 피해 있어.

헌수 - 나도 가 같이.

도준 - 그 몸으로 어딜 가. 몸 좀 추슬러. 이따 주행 안 뛸 거야?


헌수는 분한 표정으로 대답을 하지 못한 채 한숨을 푹 내쉰다.


도준 – 내가 해결할게.


그 한 마디에 주변의 모든 폭주족들이 도준을 바라본다.

헌수 역시 고개를 들고 도준을 바라본다.


헌수 - (고개를 끄덕이고는) ...그래, 조심해라 꼭.


도준은 헌수를 보며 어깨를 두드려 준다.

창익은 무표정한 얼굴로 자신의 오토바이에 쇠파이프를 장전한다.


도준 - 이동!


창익의 오토바이가 출발하고, 곧바로 도준의 오토바이가 굉음을 울리며 출발한다.

그 뒤를 따라 폭주족들의 오토바이 수십 대가 순식간에 공영주차장을 빠져나간다.


어지러운 밤거리를 달리는 도준과 창익의 오토바이.

그리고 입을 꾹 다문 그 둘의 표정.

그리고 그 뒤를 따르는 폭주족들의 모습.


81. 어느 건물 내부


어두운 분위기의 실내. 인헌고 패거리들이 모여 있다.

조금전 대만들에게 시비를 걸었던 인헌고패들이 모두 얻어터진 얼굴로 한쪽에 고개를 숙인 채 서 있다.

그 옆쪽으로는 저학년들이 쇠파이프를 들고 에워싸듯 둘러서 있는 모습.

고학년들은 낡은 소파에 둘러앉아 느긋하게 담배를 피우고 있다.

그리고 그 앞에 피투성이로 엉망이 된 시우가 테이프로 손발이 묶인 상태로 고개를 숙인 채 무릎을 꿇고 앉아 있다.

그때 울리는 전화벨 소리.


현도 - 여보세요?


앉아 있는 인헌고 패거리들이 모두 전화를 받는 목소리 쪽으로 돌아본다.

시선들이 모인 곳에는 널찍한 소파 한가운데 앉아 휴대전화를 받고 있는 현도의 모습이 보인다.

그리고 그 옆에는 성재가 다리를 쭉 펴고 앉아 유유히 담배를 태우고 있다.


현도 - (잠시 듣고만 있더니 미소를 띠며) 역시 눈치 하난 빠르네, 씨발새끼. 알았어, 이쪽으로 넘어와.


현도는 전화를 탁 끊더니 다시 폴더를 열어 전화를 건다.

신호가 울리고.


현도 - 여보세요? 거기 경찰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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