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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머MK2 님의 서재입니다.

아포칼립스의 초! 재생능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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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머MK2
작품등록일 :
2024.06.22 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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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6.29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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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6.24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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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6화

DUMMY

지하 4층에서 지하 3층으로 가는 것 정도는 굉장히 쉬웠다.

연구소라서 층과 층 사이가 높은 편이기는 해도 고작해야 평범한 건물 2개 층 정도가 1개 층 수준일 뿐.

생각해 보라. 계단으로 2층 정도를 올라가는 것은 어렵지 않다.


웬만한 집 전체보다 넓어서 그렇지.

즉, 휴게실에서 비상계단을 통해 3층까지 올라가는 길이 생각보다 길다.

막상 이런 사태가 일어나지 않으면 별 생각없이 다니던 짧은 거리가 이런 위기상황에서 굉장히 멀게 느껴진다는 것.


우선 휴게실이 구석에 있는 것부터가 문제였다.

연구소 크기상 좌우로 통로가 있고, 엘리베이터도 있지만, 현재 사용 불가.

게다가 3층까지 가려면 4층에 있는 작동하지 않는 차폐 문과 언제 튀어나올지 모르는 좀비를 상대해야 한다.

이상후는 벌벌 떨면서 신설동을 본다.


“네네네네, 네가 온 길로 가면 어차피 비상문 아니었어? 그그그쪽으로 가자.”

“뭐, 그것도 좋은 생각이긴 하지. 나도 비상문을 통해 왔으니까. 근데 그 상태로 갈 수 있겠어?”


신설동이 지적한 대로 이상후는 두려움에 떨고 있었다.

생전 처음 보는 좀비의 존재와 구조를 포기한 채 갇혀버린 곳.

이상후뿐이 아니라 모두가 벌벌 떠는 것도 당연했다.

그런다고 해서 그 상태로 가다가 실수라도 하면 전멸이다.

무엇보다 좀비들이 언제 어디서 나타날지 모른다.


“내가 휴게실까지 오는데 5분 정도 걸었어. 평소라면 그냥저냥 짧은 거리지만, 이번 사태에서는 굉장히 길게 느껴지더군.”


신설동의 말에 모두가 다 동의할 수 밖에 없었다.


“어차피 좀비가 문을 잠글 리는 없으니, 비상계단까지는 프리패스야. 간다면 지금 가야 해. 좀비를 처리하면서 왔으니까 또 다른 좀비가 나타나기 전에 바로 가야지.”


신설동은 연구원들에게 어서 가자고 했다.

확실히 그가 비상계단으로 오는 루트를 되돌아가면 좀비에 의한 피해도 줄일 수 있다.

하지만 이때, 신지호의 표정은 그다지 좋지 못했다.


“봉쇄라···. 일단은 과학자로서 도전은 해봐야겠군.”

“박사님. 어서 움직이시죠.”

“연구실 비상전력실이 지하 5층에 있었지?”

“네. 지금 의미가 없지 않습니까.”


신지호는 이 말에 딱히 대답은 하지 않았다.

피로 물든 복도, 거기에 좀비들의 파편이 보인다.


“우엑!”


연구원 중 하나는 그걸 보고 토악질을 하지만, 누구도 신경 쓰지 않는다.

지금, 다들 빨리 이 공간에서 나가고픈 심정이었으니까.


“기, 기다려 주세요. 우에엑!”

“지금 누구 챙기게 생겼어? 앞으로 자주 볼 광경이네.”


신지호는 혀를 차며 한마디 할 뿐이었다.

확실히 신설동이 처리한 지 얼마 안 돼서였는지, 위험이 있지는 않았다.

좀비의 파편 빼고는 아무것도 없었으니까.

이들은 무리 없이 비상계단을 통해 3층 앞까지 움직일 수 있었다.

다만, 기뻐하는 연구원들에 비해 신지호는 뚱한 표정으로 팔짱을 끼고 있을 뿐.

이들은 두꺼운 방화벽을 열려고 했지만, 열리지 않았다.

신설동은 몇 차례 힘으로 잡아당기려 해도 꿈쩍도 하지 않는다.


“...봉쇄라서 그런가요? 이 특수 슈트의 힘이 강한데도 버티네요. 손잡이가 부러질 것 같아서 더는 안 되겠어요.”

“이 문은 합금으로 만든 특수 문이야. 두께도 장갑차보다 두껍지. 힘으로 부수는 것은 불가능일세. 봉쇄 조치가 내려진 이상, 이 문을 뚫어도 보안 공간 역시 막혀서 나아갈 수 없을 테지.”

“보안 공간은 또 뭡니까?”


신설동이 말하자, 이상후가 어이없어했다.


“연구실이나 보안이 중요한 곳을 들어갈 때, 검문검색을 하는 곳이다. 다른 곳도 다 있어.”

“그래? 난 그냥 지나가면 끝이었는데. 보안검색대도 없는데.”

“그 공간 자체가 자동으로 스캔하는 곳이야. 소지 물품에서 USB나 휴대폰을 확인하지. 의심 상황이 발생하면 바로 폐쇄된다. 하긴, 너한테 그런 기밀을 확인할 바보는 없겠지.”

“이제 겁이 좀 없어지셨나? 말을 잘하는데?”

“뭐?”


이상후의 말투가 그나마 정상으로 돌아온 거다.


“만약 조금만 더 이상했으면 네 머리통을 부쉈을 텐데.”

“!”


이상후가 얼굴이 새빨개졌지만,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신지호가 그런 이상후의 어깨를 잡는다.


“그렇게 반응하는 거야말로 좀비가 되지 않았다는 확고부동한 증거니까 안심하게.”

“박사님은 항상 신설동을 오냐오냐해요.”

“지금 오냐오냐하지 않으면 언제 오냐오냐하겠어? 현재 좀비와 맞서 싸울 놈은 신설동 뿐이야.”


3층 출입구는 당연하게 막혀 있었기에 이들에게는 다른 탈출 루트가 필요하다.


“그런데 비상문이 아니라면 엘리베이터밖에 없잖아요. 엘리베이터 타고 가요.”

“인터넷에 도와달라고 요청해 보죠.”


연구원들의 멍청한 발언에 신지호는 미간을 좁혔다.


“냉정을 잃었군. 봉쇄됐는데 왜 엘리베이터가 멀쩡히 3층까지 갈 거로 생각하지? 봉쇄 조치상 엘리베이터도 움직이지 않아.”

“그래도···.”

“거기에 조금 있으면 전력부터 순서대로 차단할 거야. 그리고 인터넷? 인트라넷에 무슨···! 기밀 연구가 중요한 시설에서 봉쇄 조치까지 마당에? 자네들 언제 그렇게 머리가 나빠졌나? 좀비의 위협에 지능이 두 단계씩 떨어졌나 보지?”


신지호의 신랄한 비난에 연구원들은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었다.

이상후만이 그때, 비상전력 이야기를 떠올렸다.


“그래서 비상 전력실로 가서 전기를 공급해야 한다는 거군요.”

“혹시나 해 3층까지 갔지만 역시였어. 전기가 끊기면 가장 문제가 되는 사안이 뭔지 아는가?”


신지호 박사는 손가락을 하늘로 향했다.


“공기. 지하 시설인 이곳에는 순환 장치랑 공기여과장치가 필수야. 그런데 끊기면 우리는 모두 이곳에서 뒤지겠지.”

그렇다.

지하 3층으로의 길이 막혔다면, 지하 5층까지 가야 한다.

신지호는 당분간 연구실도 복구하자고 했다.


“어차피 이런 시설 대부분은 비상 전력을 운용할 수가 있어. 배터리도 있고. 여차하면 고전적인 몸으로 생산도 가능하지. 뭐, 일단은 전기가 끊길 거를 대비해서 지하 5층까지 투어를 떠나야겠군. 공포 투어를 말이야.”


신지호는 씩 웃으면서 신설동의 등을 친다.


“자네가 이제부터 힘내야 하네. 분명 좀비들이 돌아다닐 테니까.”

“궁금한데 당시 4층, 5층에 연구원들이 얼마나 있었죠?”

“해 봤자 40명 정도라네. 게다가 지금까지로 치면 못해도 반은 줄었을 테지.”

“스무 명이라. 오늘 좀 추가근무가 많네요.”


신설동은 슈트의 팔을 빙빙 돌리기 시작했다. 마치 운동하기 전, 몸을 푸는 것처럼 말이다.

이들은 다시 4층 비상계단을 통해 내려간다.

하지만 분위기가 이상했다.

딱히 별다른 것도 없는데 가슴이 답답해지고, 몸이 떨린다.


음험한 분위기가 계속해서 4층과 5층 사이에서 풍기고 있다는 거다.

정신 차렸던 연구원들도 점점 말이 없어진다.

사고가 벌어진 5층을 다시 간다. 이전과는 다른 긴장감 속에서 신설동이 문 앞에 섰다.

그는 손잡이를 잡고 돌렸다.


“...하나 묻겠는데요. 봉쇄당했다는 건, 4층과 5층도 일단 문이 잠긴다는 거 아닌가요?”

“수준에 따라 다르지. 폐쇄 조치라면 4층과 5층을 제외하고 철저하게 닫는 정도야. 4층과 5층은 건드리지 않아. 다만, 완전 폐쇄라면 전부 닫는 거지만 지금은 아닐세. 즉, 자네는 바로 문을 열면 된다는 거야.”


이때, 손잡이를 잡은 신설동의 손이 조금씩 움찔거렸다.


“그거 참 안 됐네요.”

“뭔가.”


이때, 신지호는 신설동의 몸이 살짝 떨린다는 것을 깨달았다.


“단순 문이 잠긴 게 아니라 지금 저랑 이 문을 두고 힘 싸움을 벌이는 놈이 있으니까요.”

“뭐?”


바로 그때였다.

신설동이 손잡이를 놓자마자, 과격하게 돌아가더니 문이 벌컥 열리는 것이 아닌가.


“!”


연구원들이 경악하고 신설동은 쓴웃음을 지었다.


“한 마리가 아니었구나?”


갑옷 같은 각질이 곳곳에 돋아난 몸이 보였다. 네 개의 손 중심부에는 이빨이 달려 있고, 얼굴은 입만 빼놓고 적출된 것 같은 기괴한 괴물.

실험하듯 신체를 얼기설기 이은 듯한 괴생명체.

배에 있던 커다란 입이 날카로운 이빨을 드러낸 거다.


[리미터 해제]

-모르핀 투여


신설동은 자기 신체의 한계를 해제하기 시작했다.



***


연구원 이상후는 지금, 자기가 꿈이라도 꾸는 듯했다.


‘저거 뭐야?’


좀비라는 존재해서는 안 될 생물이 실제로 나타난 것도 충격적이었는데, 눈앞에 저건 뭔가.

좀비는 그나마 사람이 그렇게 변했다고 쳐도 눈앞에 있는 것은 대체 뭐가 뭔지도 몰랐다.


처음 봤을 때, 외국 공포게임에서 나오는 몬스터인줄 알았으니까.

얼굴이 없고 손은 네 개. 복부에 뭔가 보인다는 것이 첫인상이었다.

자세히 파악하기에는 정체불명의 괴물과 신설동의 격돌 때문에 금방 사라졌다.


“우아아악!”

“우악!”


연구원들이 계단 위로 미친 듯이 도망가고 이상후도 뒤로 움직였다.

하지만 야속하게도 이럴 때 자기 다리가 겁에 질리고야 말았다.

그러는 사이 신설동과 괴물이 한데 뒤엉키기 시작했다.

괴물의 몸체는 굉장히 크다. 키만 2m가 넘는 멀대가 아니라, 옆으로도 큰 덩어리.

신설동도 슈트를 입은 상태에서 뒤엉키자, 난장판이 된 거다.


“으아악! 으악!”


그의 옆으로 괴물과 신설동이 구른다.

괴물의 네 개의 손에서 이빨들이 일제히 이빨 소리를 내자, 이상후는 움직이는 것을 포기했다.


“우아아악!”


그저 놀라고 비명을 내지를 뿐.

좀비보다 더한 괴물에 극도의 공포심을 느끼고 있었다.

척. 척. 척.

거기다가 네 개의 팔이 움직이면서 이상후가 기댄 벽에 닿는데 이상한 소리가 났다.

스르륵 팔이 움직이는데, 벽에서 부스러기가 떨어진다.


‘가만, 그러고 보니 이 벽이 평범한 벽이 아닌데?’


보통 이런 지하 연구소는 단열은 물론, 강도도 튼튼하게 해놓는다. 어디 평범한 재질로 지은 것이 아니란 말이다.

이상후는, 이 정체불명의 괴수가 바닥에 손을 댄 다음 떼자, 구멍이 나 있는 것을 확인한다.

좀비가 아니다.


좀비와 다르지만, 더 위험하다.

이상후가 그렇게 인식하는 그때였다.

갑자기 괴물이 괴성을 질렀다.

신설동이 괴물의 팔 한 짝을 손아귀 힘으로 우그러트린 거다.


“어?”


그다음, 괴물을 별로 걷어차 버렸다.

동시에 슈트가 뜯겨나가고 피가 튀겼지만 신설동은 움직인다.

힐링팩터.

신설동이 이 연구소에 오게 된 특수한 능력. 그것이 있으니까 신설동은 지금 다시 움직일 수 있었다.

그리고 노도와 같이 달려들어 상대의 복부가 아닌 위쪽 가슴을 주먹으로 관통시켜 버렸다.


[게르···.]


괴물이 몸부림치는데 그 상태로 신설동이 한 팔로 괴수를 들어 땅에 메쳐버린다.


‘...저게 가능한 거였나?’


슈트가 보조해 둔다고 쳐도 놀라운 힘. 원래 저 슈트는 무거운 물건을 ‘안정적으로 들고 걷는’ 것에 중점을 둔 설계다.

무슨 하늘 높이 들어서 패대기치는 과격한 움직임은 당연히 설계에도 없고 무리한 동작이다.

그런데 한 손으로 들어서 괴물을 패대기친다?


[게르...!]


하지만 괴물도 버티면서 신설동의 양팔을 제압하더니, 그대로 자기 몸쪽으로 끌어당겼다.

이상후는 그제야 복부에 있는 것이 커다란 입임을 깨달았다.

상어처럼 뾰족한 이빨들이 나 있고, 수술한 것처럼 얼기설기 접합된 신체.

신설동을 그대로 먹으려 한 거다.


‘큰일 났다.’


이대로라면 다 죽는다. 이상후는 하지만 일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그저 두려움, 미지의 것에 대한 공포심에 어찌하지 못했다.


“지랄하고 있네!”


그런 그를 일깨운 것은 신설동.

슈트 안에서 이를 악물고 버티기 시작했다.

그러자, 놀랍게도 이 괴물의 팔에서 기괴한 파열음이 들리기 시작했다.


“크아아!”


신설동이 크게 소리 지르고 드디어 일어서는 순간, 이 괴물의 남은 세 팔이 그대로 뜯어진다.


“와···.”


이상후는 놀라서 입을 벌렸다.

그냥 밉상이던 신설동의 놀라운 힘. 실제로 슈트도 여기저기 뜯기고 엉망이지만, 이겼다.

발버둥 치는 놈을 향해 신설동은 그대로 가슴 부위와 목 사이에 손을 집어넣고 힘을 주기 시작했다.


찍!


그대로 가슴과 목이 갈라지며 내장들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완전히 반으로 갈라져 더 이상 움직이지 않는 적.

이상후는 순수하게 경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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