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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머MK2 님의 서재입니다.

아포칼립스의 초! 재생능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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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머MK2
작품등록일 :
2024.06.22 00:02
최근연재일 :
2024.06.29 00:10
연재수 :
12 회
조회수 :
3,002
추천수 :
36
글자수 :
63,561

작성
24.06.23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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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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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4화

DUMMY

우그러진 문을 보고 나서 설동은 조심스럽게 고개를 들이밀었다.


‘힘이 어느 정도라는 거야.’


이 실험실의 문은 만약을 대비해서 3겹이다.

개별적으로는 약할지 모르지만, 강제로 비틀어 나갔다는 거 자체가 비정상적인 상황이다.

설동은 그 우그러진 틈으로 몸을 밀어 넣었다.


‘나가다 죽는 건, 아니겠지?’


이곳은 보통의 상황이 아니다. 설동의 주변에는 경고음이 울리는 센서만이 작동될 뿐이었다.


‘구멍은 나보다 좀 더 큰 건가?’


우그러트린 구멍은 설동보다 조금 더 크다.


“수납고가···.”


복도로 나오자마자, 주변을 살폈지만, 아무것도 없었다.

설동은 일단 수납고로 달려갔다.


‘휴대폰부터 찾아야 해.’


연락을 취하려면 휴대폰을 찾아야 한다. 당연하지만 연구실 내부에는 필요 외의 전자기기는 반입금지다.

그래서 수납고에 맡겨 놓고 찾는 거다.

아무도 없는 복도가 보인다. 그리고 중간중간 다른 연구실을 보는데, 유리가 깨지고 피범벅이었다.


‘내가 얼마나 기절했던 거지?’


단시간이면 연구실 곳곳이 이렇게 엉망이 될 리가 없었다.

하필 지하라서 시간을 볼 방법이 없었다. 오로지 휴대폰뿐이다.

수납실로 향하는 설동의 귀에 이상한 소리가 들렸다.

쿵.

설동은 수납실로 향하는 골목에서 잠시 발을 멈췄다.


‘여기에 열감지 센서가 있다고 했지?’


재빨리 눈알을 굴려 슈트의 기능을 켰다.

그리고 보았다. 벽 너머로 사람인지, 사람이 아닌지 모를 것이 움직이고 있었다.

쿵! 쿵!

소리는 마치 벽에 부딪히듯 계속해서 나고 있었다.

설동은 저번 기억을 떠올렸다.


‘좀비 같은 게 나올지도 몰라.’


좀비라고 부르기 모호하지만, 좀비라고 생각하면 한결 편하다.

이제 복도를 돌고 데스크 같은 공간에서 피가 흩뿌려진 게 보였다.


‘내장···.’


사람의 것으로 추정되는 것이 사방에 흩뿌려져 있었다.

항상 새하얗게 관리되던 곳에 붉은 물감이 칠해져 있다.

사람의 팔과 다리의 파편들도 보인다.


“시발.”


그가 욕을 하는 순간, 소리가 크게 났다.


“가···.”


소리가 난 쪽으로 설동이 고개를 돌리고 이내 비명을 지를 뻔했다.

형체를 제대로 파악하기 힘든 덩어리가 움직이고 있었다.


“갸···. 겨···.”


덩어리의 위로 무언가 있었다. 팔과 다리를 꿈틀거리며, 조금씩 밀어내듯 전진하는 것이 말이다.


“쩝. 갸···. 겨···. 쩝.”


가까워질수록 설동의 심장은 크게 울렸다. 먹는 소리다. 사람의 몸통으로 보이는 육체에 무언가 달라붙어 있다.

얼굴이 썩어 문드러진, 사람이라 보기 힘든 것이 고개를 들었다.

바로 그 순간, 설동의 앞으로 그것이 달리기 시작했다.


“윽!”


설동은 놀라면서도 몸이 움직였다.

그의 다리가 상대를 말 그대로 날려버렸다.


‘공격해야 해.’


해야 할 건, 파악했다. 두 번째라서 그런지 행동이 더욱 과감해졌다.

그는 있는 힘껏 나가떨어진 상대에 올라탔다.

손을 상대가 무는 게 보였지만 이제는 과감해졌다.

그의 주먹이 그 상태로 지면과 상대를 억눌렀다.


‘할 수 있어.’


처음이야 망설임도 있었고 예상외의 힘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달랐다.


‘죽여야 해.’


목적의식이 확고해진 거다. 그래서 거침이 없었다.


“내가 뭘 아는 것도 아니고.”


이미 죽었다고 판단한 만큼, 가차 없이 상대를 몰아붙였다.

상대가 저항했지만, 첫 번째보다는 수월하게 때려눕혔다.

무엇보다 어버버하지 않고 그저 목을 꺾고 팔다리를 부러트리는 데 우선했다.


우둑.

우둑.


듣기싫을 정도로 명확한 소리가 귀를 강타한다.

하지만 이 좀비는 지금, 움직이고 있었다.


“시발, 어떻게 살아있는 거야!”


목을 꺾어도 팔다리를 부러트려도 움직이려고 발버둥 친다. 흡사 바퀴벌레처럼.


‘원래 사람이었는데···.’


일단 저지르긴 했지만 새삼 미안해졌다.


“댁도 나도 원해서 한 일은 아니니까···. 우아악!”


하지만 그 부러진 몸체로 달라붙자 설동은 단숨에 걷어차 버렸다.

그대로 몇m를 날아간 신체는 아직도 펄떡거렸다.


“너무한 수준이야. 좀비라면 머리통만 깨져도 죽는데.”


설동은 좀비지만, 좀비랑 다른 무언가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마무리로 일부러 심장 부근을 주먹으로 날렸다.

한 방. 놈이 크게 펄떡거린다.


‘시발 나도 하기 싫은데···.’


그가 힘을 발휘하며 강제로 심장 부근을 타격한다.


‘질겨진 거 같아.’


하지만 슈트의 파워는 일반사람보다 좋기에 그대로 심장까지 강제로 뜯어내었다.


“녹색?”


하나 더 특이한 걸, 보았다.

분명 붉은 피가 흐르기는 하지만 녹색이 조금씩 흘러내리고 있었다.

그제야 시체가 조용해진다.


“머리를 터트려도 안 되고 심장을 터트려야 죽는다? 좀비보다 더 까다롭겠네.”


설동은 이제 일어서서 수납고를 향했다. 지문 인증과 홍채 인증을 해야 한다.


‘이걸 벗기에는···.’


자연스럽게 벗으려다가 공포감이 밀려왔다. 여기에 아직 미지의 생물들이 가득하다.


‘벗는 사이에 습격당하면···?’


두려움이 몰려온다.

수납고는 학교 사물함과 비슷하다. 그 정도로 보안이 어설픈 건 아니지만, 철제 구조물들로 물품을 보관하는 거다.

설동은 주먹을 들었다.

벗기도 싫고, 그렇다고 휴대폰을 버릴 수는 없다.


‘비상사태니까. 괴물 탓이라고 해야지.’


자기 합리화를 하며 주먹을 날렸다. 한 방, 두 방, 세 방.

보호복의 성능이 좋기에 철제 수납고가 조금씩 우그러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열기에는 너무 작은 틈이다.


‘소리도 크게 나고 더 불안한데.’


짜증이 순간 몰려온 설동은 손가락을 갈라진 틈사이로 집어넣었다.


[경고! 경고!]

“제기랄!”


수납고에서 붉은 점등이 시작되고 다급해진 설동이 온 힘을 다했다.


“빨리!”


그 순간, 설동의 팔에 엄청난 통증이 몰려왔다.


“어억!”


비명과 함께 수납고의 문짝이 말그대로 뜯어져 나가는 게 아닌가.


“허억···. 허억···. 또···.”

[왼쪽 손가락 골절상, 인대 손상 측정]


보호복이 그의 부상을 알아서 설명해준다.


“꽤 편하네.”


하지만 경고를 날리던 보호복의 목소리는 곧 사라졌다.


‘회복이 다 됐어.’

[신체 정상 상태 측정]


그의 신체는 이미 말했듯이 특별하다. 고통을 좀 감내하면 회복할 수 있다.


‘부모님은 하지만 이 힘을 쓴 날 버렸지.’


아직도 잊지 않는다. 자기를 괴물 취급한 그 눈빛을 말이다.

설동은 휴대폰을 꺼내 들었다.

거기에는 수십 통의 전화가 걸려 있었다.


‘이건 신지호랑 다른 연구원들이잖아?’


그들이 설동을 찾고 있었다.

휴대폰을 일단 켰지만, 갑자기 화면이 흐릿해졌다.


‘뭐야?’


설동이 통화버튼을 누르자, 신지호의 폰으로 연결되었다.

1초 만에 연결되었다.


“자네···였나···? 지금···있으니···.”

“잠시만요! 잘 안 들려요!”


원래 지하에서 좀 불안정하기는 했지만, 이번에는 유달리 심했다.

휴대전화 너머의 목소리는 고요해졌다.


“4층. 4층. 4층. 4층.”


박사도 바보는 아닌지, 자기 위치를 반복해서 알려주었다.


“휴게실······실. 게···게실···.”

“4층 휴게실이란 거죠? 4층 휴게실 맞죠?”


설동도 그에 맞춰 반복으로 대답한다. 통화는 그걸로 끝이지만, 일단 생존자들을 찾을 수 있었다.


“군인은 언제 오는 거지? 사고가 났으면 파악하러 올 텐데.”


설동은 휴대폰을 손에 쥔 채로 이제 비상계단으로 향했다.


‘이 난리 통에 엘리베이터는 너무 위험해.’


상식 중의 상식이다.

이 연구실의 층간 거리가 멀긴 해도 설동 정도라면 무리 없이 갈 수 있다.


“나선형으로 아주 잘 보이시는군.”


제발 가는 길에 아무 문제없기를 바라고 있었다.

다른 건물의 2층분의 계단을 빙빙 돌자, 드디어 4층의 문이 보였다. 웃긴건, 3층으로 가는 길 역시 문이 있다는 점. 이래저래 보안은 철저하다.


쿵! 쿵!

역시나 2겹의 문 중 한 겹은 우그러져 있고, 거기에 기묘한 소리가 난다.


‘일단 한 놈.’


설동이 문 앞으로 다가가자, 그전처럼 연구의 복장을 한 ‘그것’이 보였다.


“빨리 끝...”


세 번째 좀비이기에 어느 정도 경계심이 흐려졌을까?

문을 박차고 달려드는 순간, 설동은 보았다.


‘저건 뭐야?’


눈앞에서 2m가 훌쩍 넘는 것이 서 있었다.

각질이 갑옷처럼 돋아난 몸, 그리고 네 개의 손 중심부에는 이빨이 달려 있고, 얼굴은 입만 빼놓고 적출된 것 같은 존재가 보였다.

신체 자체에는 실선처럼 여러 개를 강제로 이은듯한 이음새가 보였다.

문제는 가슴과 배 자체가 벌어지며 날카로운 이빨과 혀가 보인다.


‘사람이 아니야.’


좀비와는 다르다.


‘이건 차라리 꿈에서 본···.’


그 기괴한 것들에 가까운 느낌이다. 그리고 어느새 금속음이 들렸다.


[보호복 오른팔의 충격 감지]

[근력 시스템 이상]


단 한방에 팔 쪽에 통증이 느껴지며 기기가 다급하게 경보를 보낸다.

설동은 어느새 상대의 낫이 보호복의 팔 부근을 부순 걸 깨달았다.


‘이놈이다. 이놈이 문을 부수고 다닌 거야.’


드디어 범인을 알아채는 것도 잠시, 연구원이 그를 넘어트리고 그 위에 올라탔다.

동시에 이번에는 오른팔이 직격 당했다. 설동의 비명이 들리고 보호복은 다급하게 경고를 날렸다.


[보호복 왼팔의 충격 감지]

[응급 프로그램을 사용하시겠습니까?]


설동은 화면에 뜬 걸 선택하기 이전에 다가오는 괴싱명체를 보고 있었다.


‘이대로는 죽는다.’


얼굴 하나 알 수 없는 차가운 몸체와 두 팔과 두 낫이 자신을 노리고 있었다.

여기서 허무하게, 그것도 좀비 아닌 좀비들에게 죽기 싫다.

설동은 자기 위에 올라탄 흰 가운부터 처리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흰 가운의 연구원 좀비가 자신을 두들기려 하는 순간 그는 몸의 리미터를 풀었다.

단 한 방. 한방에 심장 부근을 주먹으로 꿰뚫었다.

피 분수가 뒤쪽으로 뻗어 나가고 괴생명체가 그 피를 잠시 바라보고 있었다.


“크아아악!”


하지만 통증은 어쩔 수 없었다.


[근육 손상, 팔목 인대 부상 측정]


설동은 한방에 연구원을 죽이고 일어섰다. 하지만 고통 속에 비틀거리자마자 상대가 휘두른 낫에 그대로 날아갔다.


[보호복 상태 이상 무. 근력 시스템 계통 이상]

“진짜 고성능이네.”


설동은 아픈 팔을 보호복 너머로 만지며 일어섰다.

자기 몸의 한계를 깨트려야만 이길 수 있다. 서서히 다가오는 상대에게 설동 역시 달렸다.


‘다리를···.’


그는 다리 쪽에 강대한 힘을 주고 박찼다. 다리 쪽 통증과 보호복의 상태가 떴지만 이미 엄청난 속도로 달려들었다.

이윽고 강한 충격으로 두 개체가 부딪쳤다.


“윽!”


흔들리는 시야 속에 다리 쪽 고통에 도저히 일어서지 못할 정도였다.


‘놈은?’


상대는 비틀거리다가 다시 멀쩡해졌다.


‘통증만 아니었다면 어떻게든···.’

[쓸 일은 없겠지만, 필요 의약품은 다 있다네. 모르핀도 말이지. 그거 말고 해독제나 화학물질 제거제를 주의 깊게 보라고.]


설동은 그때, 연구원이 하던 말을 떠올렸다. 통증 때문에 자꾸 끊기는 몸. 통증을 없앤다면?


‘어차피 내 몸은···.’


특이하다. 아니, 특별하다. 설동은 눈동자로 모르핀을 투여했다.

적이 달려오고 설동은 다시 누워버렸다.

목 쪽에 따끔한 바늘이 꽂힌다. 괴생명체는 이제 설동 위에 올라타 난타를 시작했다.


‘조금만 더. 조금만 더.’


진통제가 전신에 차오르는 감각을 느끼면서, 무덤덤해진 순간이었다.

이 괴생명체의 공격이 멈췄다.


“구우?”


처음으로 의아한 듯 소리를 내는 괴생명체. 그리고 그 앞에는 두 팔을 붙잡고 몸을 일으키는 설동이 보였다.

리미터 해제.

진통제의 힘으로 자기 자신의 한계를 사정없이 뛰어넘었다.

괴수의 낫과 보호복의 팔이 서로 부딪친다. 이전처럼, 허무하게 설동의 팔이 내려가지 않는다. 오히려 튕겼다.


“죽어!”


설동의 주먹이 움직인다.

단 한 방. 리미터를 푼 설동의 주먹에 괴생명체의 몸통을 그대로 꿰뚫었다.


“구···.”


괴생명체는 이런 반격에 당황한 듯 일어서다가 다시 무릎을 꿇고 말았다.


‘효과가 있어.’


설동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몸을 완전히 일으키고 리미터를 해제를 유지한 채 달려갔다.

지면에 발자국이 새겨지는 엄청난 속도로 사커킥을 면상에 날렸다.

괴생명체는 얼굴 부근에 큰 구멍을 난 상태로 쓰러지고 말았다.


“해, 해냈어···.”


쓰러진 괴생명체는 다시는 움직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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