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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로비트의 서재입니다.

내 각성의 주문이 이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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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유로비트
작품등록일 :
2023.02.04 13:57
최근연재일 :
2023.07.09 12:54
연재수 :
154 회
조회수 :
23,307
추천수 :
472
글자수 :
944,177

작성
23.05.05 07:50
조회
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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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글자
14쪽

93. 멸망의 조건

DUMMY

정색을 하는 스쿨의 모습에 베르는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아니... 그게...”


잠깐 정색을 하던 스쿨의 얼굴에 웃음기가 돌았다.


“장난이야. 장난!”


스쿨은 베르의 등을 팡팡 때렸다.


“... 그런 장난은 하지 마시죠. 수명이 줄어드는 것 같다고요.”


“하지만 언니들이 점점 들이대니까 기분이 안 좋은 건 사실이라고. 원래 나랑 더 친했는데.”


‘단디랑 가장 친했던 것 같은데...?’라고 생각했지만 입 밖으로 내진 않았다.


“아니 진짜로 근데 혼자서 집에 가시는 거예요?”


“아니. 이제 언니들 내려올걸? 매니저랑.”


“아...”


말하기 무섭게 뒤에서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베르! 여기서 뭐 해?”


단디가 부르는 목소리가 들리자마자 스쿨이 다시 냉큼 베르의 팔짱을 꼈다.


“베르가 친구한테 나를 소개해줬어.”


“뭐?”


진우는 ‘어... 어...’ 소리만 내면서 여전히 굳어있었다.


“... 야. 그래도 이터니티잖아. 데스티니가 다 나왔는데 뭐라도 말해라.”


베르가 쿡 찌르면서 진우에게 말했다.


“아!! 패... 팬입니다!”


“어? 내 팬 아니었어요?”


스쿨이 옆에서 웃음기 띈 목소리로 말하자 진우는 다시 어버버 하고 있었다.


“스쿨! 장난은 적당히 해야지!”


단디가 조금은 엄하게 스쿨에게 이야기하고는 다시 부드럽게 웃으면서 진우에게 말했다.


“반가워요. 현우 친구예요?”


“네! 저 이터니티입니다!”


“아. 그래요? 고마워요.”


진우는 뭔가 정신없이 사인을 받고 있었다.


“계 탔네. 계 탔어.”


베르는 얼빠진 친구를 보면서 혀를 찼다.


“근데 베르 요새 학교는 가니?”


루드가 물었다.


얼마 전에 단디도 물어봤었는데.


“가기 어렵죠.”


“지금 고3이지 않아?”


“네.”


“그럼 수능 안 볼 거야?”


사실 결정하지 못한 일이었다.


하지만 수능을 생각하자 자신도 모르게 어머니와 현아가 떠올랐다.


... 갑자기 뭔가 가슴속에 콱하고 올라오는 게 있었다.


“... 왜 그래? 무슨 일 있어?”


루드가 이상함을 느끼고 물었다.


“... 아니에요.”


방금 전까지 장난치던 단디와 스쿨도 베르의 분위기가 이상하다는 것을 읽었다.


사실 베르 자신도 알 수 없었다.


이전 생의 자신은 뼈아픈 실연도 경험했고 죽음도 경험했다. 왕의 자리에서 추방당한 경험도 있고 심지어 사랑하는 사람과 이별해야 했던 경험도 가지고 있다.


기간으로 생각해 보면 어머니와 현아가 같이 지낸 기간은 비교해 봤을 때는 그렇게 길지도 않았다.


그런데 왜 이렇게 반응하는 거지?


현실은 현실인 걸까?


-----------------------------------


“... 그래서 두고 볼 겁니까?”


리마는 골치가 아팠다.


“... 각성계의 왕이 돌아오는 그 시점까지 기다리기로 하지 않았나요?”


“그게 언제쯤이죠?”


“곧 오겠죠.”


쾅!


“지금 현실계 인간들이 각성계에 자리를 잡겠답시고 얼쩡거리고 있는 거 모르십니까?”


“충분히 잘 알고 있소.”


“그런데 지금 우리가 기다리는 게 맞나요?”


리마는 한숨을 푹 쉬었다.


“우리가 땅이 부족한 것은 아니잖소?”


“지금 땅이 문제가 아니잖습니까!”


리마에게 따지고 있는 사람은 엄청나게 흥분한 상태였다.


“이대로 가면 우리가 쌓아온 것들이 언제 어떻게 무너질지 모릅니다.”


옆에 있던 사람도 한마디 거들기 시작했다.


“... 그런 일은 없을 것이오.”


“적어도 벤더 쪽에서는 균형을 원하고 있는 것이 아니었소? 그런데 저렇게 현실계에서 밀고 들어오는 것을 균형이라고 할 수 있겠소?”


“나도 그건 답답하게 보고 있소.”


화를 내던 사람이 냉소적으로 말했다.


“그렇게 보고만 있다가 더 곤란한 상황이 되고 나면 움직이겠다는 겁니까?”


“...”


“어차피 현실계에 완벽의 조각을 지니고 있는 자는 얼마 되지도 않는데... 아예 무너뜨리고 새로 만드는 게 낫지 않을까요?”


“그들이 왜 완벽의 조각을 가지게 되었다고 생각하오?”


기세 좋게 몰아붙이던 사람이 멈칫했다.


“각성계를 이루는 ‘완벽’의 속성이 현실계에도 존재하는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시오?”


따지고 들던 이들 사이에 침묵이 흘렀다.


“... 신이 개입했다고 이야기하시려는 겁니까?”


“충분히 그럴 가능성이 있소.”


압박에서 벗어난 리마가 침착하게 말했다.


“이번에 릴리 파가 밀려나면서 아마 엄청난 공과가 알베르트에게 들어갔을 것이오. 과연 알베르트는 그 공과로 무엇을 하려 했을 것 같소?”


“... 신을 만났겠지요.”


각성계의 목적은 단순했다.


신을 만나거나.


신이 되거나.


가장 완벽한 존재가 되는 것이었다.


“그럼 그렇게 공과를 많이 쌓은 알베르트가 현실계의 저런 폭주를 두고 보는 이유는 뭐라고 생각하시오?”


“... 로테 때문이 아닐까요?”


“왕비 때문일 가능성이 없는 건 아니오. 하지만 그 이상으로 준비하고 있는 것이 있을 것이오. 아마도... 신에게 다가가는 그 무엇이겠지.”


“... 그럼 알베르트가 신에게 현실계에 각성계의 조각이 흘러든 이유를 질문하러 신을 만나려 한다는 이야기입니까?”


“그건 나도 알 수 없소.”


리마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오히려... 내 입장에서는 다른 가능성을 생각하고 있소.”


“어떤...?”


“우리는 우리의 기억을 토대로 시간축이 겹쳤다고 예상하고 있는 것이잖소.”


“그렇죠.”


“그걸 그렇게 만들 수 있는 것은 최소가 신인데, 신조차도 시간을 비트는 것은 그냥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오.”


“... 그럼 누군가 공과를 바쳤다는 뜻이고... 그게 알베르트 일 수 있다는 것입니까?”


“확신할 수 있는 것은 없소.”


“... 대체 왜?”


누군가가 말했다.


“왜긴 왜야. 아마도 로테 왕비 때문이겠지.”


“...”


“거기가 결국 현실계의 왕이 되었던 것은 기억이 안 나나보지?”


“그것 때문에 현실계에 완벽의 조각을 심어서 각성계와의 경계를 무너뜨리려는 것이라는 이야기인가요?”


“난 거기까지 이야기하진 않았는데.”


말하던 사람은 씩 웃었다.


“하지만 그럴 수도 있겠지.”


그 사람이 좌중을 둘러보며 말했다.


“적어도 완벽의 조각에 만큼은 알베르트 – 그러니까 각성계의 왕이 관여한 것이 확실하다고 볼 수 있지.”


“대체 당신이 어떻게 안다는 말이요?”


“나? 나는 이번에도 그 어라우절에 가서 왕비를 만나고 왔으니 그 대화를 통해서 유추하고 있는 것이지.”


장내가 술렁거렸다.


“조용.”


리마가 낮게 이야기하자 술렁거림이 잦아들었다.


“그을음. 그대가 학자라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이번 일은 의외 구려. 외부에서 들어온 이상한 이들과 어울린다는 소문을 들었는데...”


“백야 말인가? 재밌는 친구지.”


“그들은 현실계의 사람들이오. 그들이 이 각성계에 머무를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완벽의 조각을 받았기 때문에 가능하겠지.”


“그럴지도 모르지. 정확히 말하면 그들은 ‘현 각성계의 왕의 백성’이지만.”


리마는 뭔가 이상한 느낌을 받았다.


“현 각성계의 왕의 백성이라니... 현 각성계의 왕이면... 베르테르의 백성이란 말인가?”


“그게 무슨 소리입니까!”


리마는 아차 싶었다.


아직 다른 이들에게는 왕위가 양도되었다는 이야기를 전하지 않은 상태였다.


“베르테르는 누구죠?”


“... 현 각성계의 왕이오.”


“그게 무슨...!!”


이번엔 진짜로 소란스러워졌다.


“알베르트는 베르테르에게 각성계의 왕위를 양도했소. 그의 팔에 있던 죽음과 함께.”


“아니... 대체 왜...?”


사실 왕이 양도가 가능하다는 것조차 처음 알게 된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다.


“로테가 직접 확인해 준 사실이오.”


리마는 속으로 ‘로테가 왕비인지는 모르겠지만’이라고 생각했지만 밖으로 이야기하지는 않았다.


그을음은 리마를 보고 웃었다.


“베르테르가 각성계의 왕이 된 것은 맞는데... 알베르트가 완전히 떠난 것은 아니지.”


“그건 또 무슨 이야기요?”


“직접 눈으로 확인하지는 못했지만... 겹친 것 같아.”


“겹쳤다고...?”


“아마도 알베르트와 베르테르는 공존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거지.”


두 명의 대화에 누군가 끼어들었다.


“... 그게 우리에게 어떤 영향이 있는 겁니까?”


“우리에게는...”


그을음이 사람들을 둘러봤다.


“딱히 없을 수도 있겠는데... 다만 각성계의 왕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가에 따라 다를 수는 있겠군.”


“... 그 베르테르는 누구인 겁니까?”


그을음이 갸우뚱했다.


“아니? 베르테르를 기억하는 사람이 없나?”


서로 얼굴을 쳐다보고 있지만 기억하는 사람은 없는 것 같았다.


“내가 백야라는 친구와 어울려 다니는 이유가... 그가 마치 베르테르와 비슷한 지점이 있기 때문인데.”


“... 혹시 예전에 현실계에서 넘어왔던... 그 인간을 말하는 거요?”


“그렇게만 말하면 모르겠는데... 여하튼 ‘윤회’라는 것이 발생해서 더 이상 현실계에서 각성계로 넘어오는 일이 없어졌을 때, 처음으로 넘어왔던 인간이었지.”


다시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그때 많은 각성계 사람들은 현실계가 원래대로 돌아온 줄 알았지만 실제로는 아니었지. 현실계가 뱉어내는 인간은 이상한 공통점을 가지고 있었으니까.”


리마가 나지막이 말했다.


“아마 여기는 원래의 현실계와 각성계가 어떤 관계였는지도 인지하고 있는 사람이 별로 없으니 그렇게 말해도 잘 모를 걸세.”


“그런가? 흐음... 그럼 대체 뭘 믿고 당신들이 현실계와 각성계의 공존을 이야기하는지 모르겠군.”


그을음이 회의에 참여한 사람들을 한번 쓱 둘러봤다.


“베르테르는 죽음을 ‘선택’했던 자들의 왕이지. 윤회에 묶여서 우리의 손을 떠나버렸던 현실계의 고리를 탈출한 인간.”


“... 윤회라고?”


그을음이 귀찮지만 어쩔 수 없다는 듯이 설명을 시작했다.


“애초에 신의 속성을 가지고 있는 각성계와 달리 현실계는 그 목적을 알 수 없지만 누군가가 공과 업을 쌓으면 들어가서 ‘꿈’을 꿀 수 있게 설계된 곳이었지. 당연히 한번 꿈을 꾸고 나면 각성계로 돌아오도록 되어 있는 것이었고.”


“... 그대는 상당히 깊이 들어갔구려.”


리마의 말을 무시하고 그을음은 계속 설명했다.


“그런데 어떤 이유에선가 순환이 멈추고 현실계와 각성계의 사이가 막혔지. 현실계에 들어간 사람들은 윤회라는 고리에 걸려서 그 안에서 뺑뺑이를 돌게 된 것이고.”


다들 멍하니 듣고 있을 뿐이었다.


“다만 한 가지 유추할 수 있는 것은... 그 막혀있던 기간 동안 각성계는 아마도... 완전히 멈췄을 거라는 정도?”


“... 변화의 매개체가 없었으니까.”


그을음의 말끝에 리마가 덧붙였다.


“신에게 다가가고자 공과 업을 쌓은 자라면 깨닫게 되는 진실이오. ‘신’은 정적이지만 모든 정적인 것이 ‘신’은 아니지.”


그을음이 어깨를 으쓱해 보였다.


“그렇다는군.”


침묵을 깨고 누군가 말했다.


“그래서... 이야기가 많이 어긋난 것 같은데, 현실계가 밀고 들어오는 것에 대해서 각성계는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 것이죠? 옛날이야기나 듣자고 모인 건 아니었는데요?”


“... 그들이 밀고 들어오면 어떤 일이 일어날 것 같은가?”


“그들이 우리의 공과 업을 빼앗아가지 않을까요?”


“우리의 공과 업을 빼앗기면 저들은 어떻게 될까?”


“... 완벽의 조각을 얻게 될지도 모르죠.”


“그렇게 된다면 그들도 저들이 이야기하는 ‘각성자’라는 것이 되겠군.”


“... 그게 아무 문제가 없다는 건가요?”


리마는 잠시 말이 없었다.


그때 그을음이 입을 열었다.


“현실계가 없어지는 것을 바라나?”


“갑자기 그건 무슨 소리예요?”


“사실 현실계는 ‘각성자’가 문제가 아니야.”


“... 그럼?”


“현실계가 멸망한다 하더라도 그 이유는 아마 각성자 때문은 아닐 거다. 그들에게는 자신들을 수십 번 없애고 남을 무기들이 있어.”


“... 그게 각성계도 멸망시킬 수 있다는 건가요?”


“아니. 각성계는 그런 방법으로는 멸망하지 않는다.”


“... 적어도 방법은 존재한다는 이야기군요.”


그을음이 침묵으로 답했다.


“우리가 알베르트에게 존경과 두려움을 담았던 이유지. 그리고 이제 베르테르에 대해서도 고민해야 하는 이유고.”


리마가 대신 답을 했다.


“각성계의 왕이 ‘멸망의 인도자’니까.”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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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9 98. 워너비 아이돌 23.05.10 75 2 15쪽
98 97. 완벽의 기준 23.05.09 77 2 13쪽
97 96. 왕이 되는 순간 23.05.08 74 2 13쪽
96 95. 주문의 주인 23.05.07 77 2 14쪽
95 94. 조건 불만족 23.05.06 82 2 15쪽
» 93. 멸망의 조건 23.05.05 89 2 14쪽
93 92. 현실 적응 23.05.04 82 3 12쪽
92 91. 공과 업 23.05.03 89 2 13쪽
91 90. 비선형 역학 23.05.02 87 2 14쪽
90 89. 대답할 수 없는 질문 23.05.01 85 2 14쪽
89 88. 괴리 23.04.30 89 2 13쪽
88 87. 인과 23.04.29 80 2 13쪽
87 86. 운명의 이끌림 23.04.28 91 3 14쪽
86 85. 변한 것, 변하지 않은 것. 23.04.27 96 2 13쪽
85 84. 기억의 조각 23.04.26 100 3 13쪽
84 83. 셋 중의 하나 23.04.25 99 2 13쪽
83 82. 왕의 기억(3) 23.04.24 96 2 14쪽
82 81. 왕의 기억(2) 23.04.23 99 2 12쪽
81 80. 왕의 기억(1) 23.04.22 100 2 14쪽
80 79. 거래의 성립 +1 23.04.21 91 2 12쪽
79 78. 전쟁의 핵심 23.04.20 95 3 13쪽
78 77. 선전포고 23.04.19 100 3 13쪽
77 76. 돌고 돌아 제자리? 23.04.18 100 3 14쪽
76 75. 맹약의 대상자들 23.04.17 101 3 14쪽
75 74. 리셋 23.04.16 106 3 14쪽
74 73. 각성자 아이돌 23.04.15 110 3 14쪽
73 72. 인질 23.04.14 103 3 14쪽
72 71. 왕의 유산 +1 23.04.13 108 4 14쪽
71 70. 함정인가? 23.04.12 105 3 14쪽
70 69. 각성자 게임 23.04.11 105 3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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