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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각성의 주문이 이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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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유로비트
작품등록일 :
2023.02.04 13:57
최근연재일 :
2023.07.09 1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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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44,1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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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5.02 0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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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4쪽

90. 비선형 역학

DUMMY

“결국 ‘각성자’라는 것이 사회에 어떤 영향이 될지는 쉽게 예상할 수 있습니다. 수많은 영화에서 빌런이 없는 세상에서의 히어로가 무엇을 하게 될지에 대해서 다뤘으니까요. 결국 그들은 빌런이 되도록 되어 있습니다. 힘은 사용할 곳이 없으면 부정적인 곳에 사용되기 마련입니다.”


“그것이야말로 전형적인 토사구팽이라고 할 수 있는 거 아닙니까? 저번 각성계 침입을 저지하는데 가장 큰 역할을 한 것이 한국의 각성자관리국이라는 이야기가 공공연히 돌고 있습니다.”


“그걸 누가 믿습니까? 각성계에서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모르니까 그들이 권력을 잡기 위한 행위일 수 있다는 가능성은 생각하지 않으시나요?”


각성계의 위협으로부터 안정적인 상황이 되었다는 발표 이후로 오히려 국내 정세는 다른 의미로 혼란스러워졌다.


각성자관리국이 세금낭비라며 시위를 하는 사람들부터 그들이 ‘종교적 배덕행위’를 했다며 지탄하는 종교 시위까지 오히려 ‘주’의 선전포고가 있던 때보다 더 시끄러웠다.


“가관이군요.”


외부의 분위기가 어쩌든 정부 각료들의 분위기는 달랐다. 그들은 각주의 싸늘한 시선에 고개를 들지 못하고 있었다.


“빌런이라... 빌런이 되어주기를 바라기라도 하고 있는 건가요?”


“그런 건 아닙니다. 언제나 이런 소요에서 이득을 보려는 무리들이 있을 뿐이죠.”


진땀을 흘리며 변명하는 수석의 말에 각주는 코웃음을 쳤다.


“적어도 이 회의에 참석한 사람들만은 진실을 전달받지 않았습니까? 트리플 A에서 각국 정부에는 사실을 전달한 것으로 아는데요?”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실감이 나는 건 아니었다. 달랑 두 명이서 그들의 진격을 막았다는 게 그 두 명이 강하다는 뜻인지 쳐들어오던 자들이 약한 것인지 가늠을 못하고 있었다.


“... 각성계의 왕이 돌아왔습니다.”


각주의 말에 모두의 얼굴에 의아한 표정이 떠올랐다.


각주는 평소에 늘 각성계의 왕은 없고 그 유산을 찾아야 된다고 이야기를 했었기 때문이었다.


“여러분은 각성계의 왕이 돌아왔다는 게 무슨 뜻인지 모르겠죠.”


각주는 쓴웃음을 지었다.


“각성계는 하나로 뭉칠 것입니다. 그들이 현실계와 어떤 관계를 맺을 것인가는 우리의 선택이 아니라는 거죠.”


“이번에도 어라우절에 부탁을 해보면 되지 않을까요?”


적어도 정부에서는 ‘어라우절’이 각성자 단체고 그들에 의해서 이번 일을 해결했다는 정도까지는 알고 있었다.


문제는 거기까지만 알고 있었다는 거지만.


각주는 어이가 없다는 듯이 쳐다봤지만 잘 생각해 보면 맞는 말이었다.


결국 각성계의 왕이 어라우절에 있는 이상 어라우절에 부탁을 하는 게 맞긴 맞았다. 무슨 부탁을 하는 것인지가 차이가 있을 뿐이었다.


각주는 얼마 전 만났던 로테가 생각나자 몸을 살짝 떨었다.


각주는 분명히 로테가 자기를 죽일 것이라 생각했지만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그렇지만 각주는 그 일로 확실하게 알게 되었다.


자신은 각성계의 왕은 둘째치고 왕비인 로테에게도 저항할 실력이 되지 못했다. 아니 애초에 그들이 있다는 것을 알았다면 각성계의 왕이 되려는 생각을 하지 않았을지 모르는 일이었다.


-----------------------------------


“와~! 사람 진짜 많네.”


‘운명의 이끌림’ 콘서트장은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었다.


세계적인 그룹이 되어버린 데스티니와 각성자 아이돌로 이름을 알린 그래비티의 합동공연은 화제성 면에서 단연코 압도적이었다.


거기다 사실상 어라우절의 행사에 대해서는 정부에서 매우 협조적인 상황이었기에 어떤 잡음조차도 없었다.


현우의 친구이자 ‘이터니티’인 진우는 정말 이를 악물고 표를 구했다. 지나가던 엄마가 그 열정으로 공부를 했으면 벌서 전교 1등이었겠다고 했을 정도로.


“근데 현우는 이제 바빠서 못 보겠지. 하... 나랑 드잡이질이나 하던 녀석인데...”


그래비티에서 베르를 맡고 있는 현우는 벌써 학교에 안 나온 지 꽤 시간이 흘렀다. 사실 연예인만 되어도 학교에 잘 안 나오는 게 당연할 텐데 얼마 전에는 각성자라는 사실까지 밝혀졌다.


“입장 준비하겠습니다.”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들어간 공연장은 엄청난 규모였다.


한국 사람들만 있는 게 아니라 곳곳에서 외국어도 간간이 들리고 있었다.


“여. 신. 강. 림. 데. 스. 티. 니!”


곳곳에서 벌써 구호를 외치는 이터니티들도 보였다.


“남. 신. 각. 성. 그. 래. 비. 티!”


“... 얼씨구.”


그래비티 쪽도 벌써 구호를 정한 듯싶었다. 그래비티의 팬클럽 애플과 이터니티는 그리 사이가 나쁘지 않았다. 애초에 데스티니가 그래비티가 데뷔하기 전부터 많이 챙기던 사이였기 때문이었다.


“와아아아!”


무대의 대형스크린에 데스티니와 그래비티의 뮤비가 나오자 사람들이 환호성을 지르고 노래를 따라 부르기 시작했다.


진우는 이터니티의 본분에 충실하게 데스티니의 노래를 목이 터져라 따라 부르다가 화면에 그래비티가 나오는 것을 보자 기분이 묘했다.


“... 잘해라.”


-----------------------------------


베르는 고민하고 있었다.


[고민할 게 뭐가 있냐?]


깜짝이야.


베르는 하도 한동안 말이 없어서 페이가 있다는 것도 잊어버리고 있었다.


[뭘 놀라고 그래? 이제는 특별히 각성하기 위한 주문이 필요 없는데.]


그건 듣던 중 반가운 소리네.


[물론 그걸 하면 좀 더 강해지는 느낌이 들긴 하지만.]


“뭐 좀 물어보자.”


[뭘?]


“너는 알베르트와 어떻게 같이 하게 된 거야?”


[...]


“잡아떼지 말고 그냥 말해.”


[뭐, 어차피 알베르트의 기억을 살피면 알 수 있는 일 아니야?]


어? 그게 되나?


“아니 그렇더라도 너의 이야기도 들어봐야지.”


[그건 그렇군.]


페이는 잠시 대답이 없더니 이야기했다.


[나는 사신이라고 이야기를 했지?]


“그렇지.”


[죽음이라는 건 말이야... 누구한테나 부정적인 요소지.]


뜬금없이 철학 같은 소리를 하네.


[나와 알베르트는 같은 입장이었어.]


“같은 입장?”


[멸망의 인도자 말이야.]


“... 너도?”


[그래.]


페이의 목소리에 약간의 망설임이 있었다.


[현실계를 정리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었지. 죽음이라는 것은.]


“... 그래?”


인간은 지금도 죽음을 피하지 못한다.


그런데 그렇다고 해서 멸망하고 있지는 않은데? 오히려 사람이 늘어나고 있는 거 아닌가?


[나는 내 입장이 마음에 안 들었고, 알베르트도 자신의 입장이 마음에 안 들었지. 그래서 알베르트의 계획에 동참한 거였다.]


“... 그 계획이 뭔데?”


[지금 이거.]


지금 이거?


[내가 갖고 있는 능력 자체가 알베르트하고 맞아떨어지는 부분이 있으니까... 당연히 어느 정도는 증폭되는 부분이 있을 거라고 생각했지.]


“그래봤자 실패한 거 아냐?”


[아니. 알베르트는 나와 함께하던 시점에서 이미 이렇게 될 줄 알고 있었어.]


“... 이렇게 되다니?”


[자신이 소멸하고, 너에게 넘어갈 거라는 것을 알고 있었지.]


“... 언제?”


[이상한 질문이로군.]


뭐가 이상하다는 거야?


[아직도 이해하지 못했나 본데 각성계에는 ‘순차’의 의미가 없다. 비선형의 관계를 갖고 있다는 말이지.]


“... 알아들을 수 있는 말로 해주면 안 되는 거냐.”


[쉽게 말해서 인과가 성립되는 게 단 한 가지 요인 뿐이라는 거지.]


어딜 봐서 더 쉬운 말이냐.


[네가 생각했을 때는 말이야... 만일 네가 누군가를 만나서 연애를 하든 원한을 쌓든 그 과정이 있다고 생각을 할 거 아냐?]


“그렇지.”


[그게 성립하지 않는다.]


아니. 그러니까 그게 뭔 소리냐고.


[사실은 그 과정 전부가 같은 인과에 의한 결과고 결국 연애를 하든 원한을 쌓든 모든 것이 공통된 인과에 의해서 정해져 있다는 거지.]


“... 이제 좀 이해가 가는데... 그거 운명론 아니야? 운명은 정해져 있다는 거.”


[운명이라... 뭐 그렇게 부를 수도 있긴 하겠네.]


“그럼 알베르트는 운명을 읽고 받아들였다고 보면 되는 건가?”


[받아들였다고? 그럼 이런 일이 생겼겠어?]


“그럼...”


[너의 기준에 따르면 그 운명이라는 거. 그거 자체에 변이를 준 거지. 신조차도 완전히 컨트롤할 수 없는 ‘시간’이라는 축을 틀어서.]


뭔가 정신없는 이야기지만 운명론을 기준으로 받아들이니까 조금은 이해가 가는 것도 같았다.


[시간축을 넘어선 인과... 우리는 그렇게 생각했지만 운명이라고 부르는 것도 일리는 있군...]


“... 그 운명이라는 예측에 그러면 내가 지금 어떻게 행동할지 다 예측했다는 건가?”


[아니. 예측은 예측일 뿐이지. 만일 이렇게 되지 않았다 하더라도 그것도 가능성이 없는 일은 아니니까.]


“운명이라는 게 명확한 인과가 아닌 건가?”


[운명인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시간축을 넘어선 인과를 읽는 것은 현실계에서는 불가능해. 여기는 시간축의 영향에 놓여있는 세계이기 때문이지.]


“그럼 시간축을 벗어난... 각성계에서는 읽는 게 가능하다는 이야기야?”


[완벽하진 않지만.]


그제야 베르의 머릿속을 어지럽히던 의문이 약간은 풀려가는 느낌이었다.


[그래. 그게 너다.]


페이의 소리가 들렸다.


[그 인과를 초월할 초자아를 지닌 존재. 그게 너야.]


-----------------------------------


공연은 성공적이었다.


“감사합니다!”


무대에서 헤일과 페스의 각성 능력을 공개하면서 그래비티는 각성자 아이돌로 내일의 신문 한 단을 장식할 예정이었다.


데스티니에게도 미리 말하지 않고 준비한 부분이라서 데스티니 멤버들도 깜짝 놀랐다.


“와! 진짜로 세 명 다 각성자야?”


“... 뭐 그렇게 됐어요.”


“아니 대단한 걸 떠나서 뭔가 이상한데... 알고 모은 거 아니야?”


“뭐 서로 끌리는 게 있었을까요?”


웃으며 넘기는 헤일에게서는 은은한 후광이 나오는 느낌이었다.


웬일로 루드가 한마디 했다.


“... 안 그래도 항상 약간 눈부시다고 생각하긴 했어.”


“과찬입니다.”


“아니 진짜로... 눈이 좀 아프려고 해.”


“...”


페스는 공연 전까지 끝내 투덜거렸지만 마치 마술 같은 원거리 기술을 선보였다.


“페스는 진짜 무슨... 마술사 같았어.”


“... 칭찬이죠?”


“당연하지.”


“네. 감사합니다.”


루드는 다 한 마디씩 한 이후에 베르를 바라봤다.


“베르 나랑 사귈래?”


“???”


베르가 멍하니 있을 때 스쿨이 뛰어들었다.


“언니!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아니 베르가 좀 멋있더라고.”


“... 일단 못 들은 걸로 할게요.”


“들은 걸로 해도 되는데.”


“...”


“아하하하. 언니가 갑자기 왜 이럴까? 공연이 너무 힘들었나?”


스쿨이 어색한 웃음과 함께 루드를 끌고 나갔다.


“어... 내가 대신 사과할게.”


“아니에요.”


단디는 어색해진 분위기를 어쩔 줄 몰라하고 있었다.


“진짜로 괜찮아요. 멤버들한테 가셔야죠.”


“아. 그래. 오늘 공연 수고 많았어!”


“영광이었습니다. 선배님.”


“그래. 파이팅!”


정신없던 데스티니 팀이 나가고 그래비티만 남아서 대기실을 향했다.


“오늘 고생 많았어. 다들.”


“아뇨. 뭘.”


“무대에서 실수 없이 다들 잘하는 타입이라서... 내가 괜히 걱정했나 싶네.”


연습 때 잔소리 하던 게 마음에 걸린 듯한 헤일이었다.


“뭐 결국은 연습을 했으니까 이 정도로 한 거겠죠.”


“그렇게 생각해 주면 고맙고.”


“아니 그게 형이 고맙게 생각할 일은 아닌 것 같은데...”


묵묵히 걷던 페스가 입을 열었다.


“앞으로 활동은 어떻게 할 예정이야? 자이 형은 계속 프로듀싱을 하는 걸까?”


“응? 그러지 않을까?”


“머콘처럼 뭔가 변화가 있는 건 아니고?”


“음...”


그러고 보면 충분히 그럴 수도 있었다.


“일단은 로테와 이야기를 해봐야지...”


“... 네가 왕인 거 아니었어?”


“그게 내가 결정권이 있다는 뜻은 아닌 것 같더라고. 그리고...”


베르는 헤일과 페스를 돌아봤다.


“아직 로테의 동생 중에서 찾지 못한 동생들이 있다 보니... 적어도 전부 찾을 때까지는 어라우절 엔터를 유지하지 않을까?”


“... 그도 그렇군.”


페스도 헤일도 로테의 동생이라는 이야기를 들으면 상당히 어색해했다.


뭐... 전생의 형제나 남매였다는 이야기를 듣고 어색하지 않을 사람이 몇이나 되겠어.


공연을 마치고 돌아온 대기실에서는 의외의 손님이 베르를 기다리고 있었다.


“오랜만이야. 베르테르 형이라고 불러야 되나?”


티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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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4 93. 멸망의 조건 23.05.05 88 2 14쪽
93 92. 현실 적응 23.05.04 82 3 12쪽
92 91. 공과 업 23.05.03 89 2 13쪽
» 90. 비선형 역학 23.05.02 87 2 14쪽
90 89. 대답할 수 없는 질문 23.05.01 85 2 14쪽
89 88. 괴리 23.04.30 89 2 13쪽
88 87. 인과 23.04.29 80 2 13쪽
87 86. 운명의 이끌림 23.04.28 91 3 14쪽
86 85. 변한 것, 변하지 않은 것. 23.04.27 96 2 13쪽
85 84. 기억의 조각 23.04.26 99 3 13쪽
84 83. 셋 중의 하나 23.04.25 99 2 13쪽
83 82. 왕의 기억(3) 23.04.24 95 2 14쪽
82 81. 왕의 기억(2) 23.04.23 98 2 12쪽
81 80. 왕의 기억(1) 23.04.22 99 2 14쪽
80 79. 거래의 성립 +1 23.04.21 91 2 12쪽
79 78. 전쟁의 핵심 23.04.20 95 3 13쪽
78 77. 선전포고 23.04.19 100 3 13쪽
77 76. 돌고 돌아 제자리? 23.04.18 99 3 14쪽
76 75. 맹약의 대상자들 23.04.17 101 3 14쪽
75 74. 리셋 23.04.16 106 3 14쪽
74 73. 각성자 아이돌 23.04.15 110 3 14쪽
73 72. 인질 23.04.14 103 3 14쪽
72 71. 왕의 유산 +1 23.04.13 108 4 14쪽
71 70. 함정인가? 23.04.12 105 3 14쪽
70 69. 각성자 게임 23.04.11 105 3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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