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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로비트의 서재입니다.

내 각성의 주문이 이상하다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현대판타지

완결

유로비트
작품등록일 :
2023.02.04 13:57
최근연재일 :
2023.07.09 12:54
연재수 :
154 회
조회수 :
23,314
추천수 :
472
글자수 :
944,177

작성
23.04.29 07:50
조회
80
추천
2
글자
13쪽

87. 인과

DUMMY

두근.


괜찮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그 어머니와 현아를 입에 담는 순간 심장이 크게 뛰었다.


“아... 그건...”


설단이 망설였다.


“그건 내가 말해주지.”


갑자기 뒤에서 로테의 목소리가 들렸다.


언제 들어온 거지?


“당장은 이야기가 나오지 않을 거고... 아마도 좀 시간이 지난 이후에 그에 관련된 인터뷰를 하게 될 거야.”


“인터뷰?”


“불행한 사고로 어머니와 동생마저 잃었으니까.”


순간적으로 베르의 표정이 굳었다.


“나도 만일 내 동생들에게 어떤 일이 생겼다면 기분이 좋을 리가 없으니까 지금 베르의 기분이 어떤지는 충분히 알고 있어. 하지만 일어난 일은 일어난 일이니까.”


“...”


안다고? 정말?


“잠시 나와 둘이 이야기가 필요할 것 같은데.”


베르의 동요는 가라앉지 않았다. 마치 그때 멍하니 놓쳤던 분노가 지금 일어나는 것만 같았다.


페스와 헤일은 로테와 베르의 대화에 깜짝 놀랐지만 지금 물어볼 분위기는 아니라는 걸 느끼고 자리를 비켰다.


설단이 ‘내 사무실인데...?’라는 중얼거림과 함께 자리를 비키고 나자 로테가 입을 열었다.


“알베르트와 나는 신의 의지를 거스를 수 없다는 것을 알았어.”


“... 주제를 바꾸는 건가요?”


“아니. 연결된 이야기니까 일단 들어.”


로테는 한숨을 쉬었다.


“운명에 순응하고 그대로 신의 일부가 되어 사라질 수도 있겠지만 우리는 저항하기로 결정했어. 하지만 그 결정은...”


로테가 입술을 깨물었다.


“무언가를 희생해야 했어. 하지만 나는 내 동생들을 잃을 수 없었고... 다시 돌아간다고 하더라도 내 동생들과 헤어질 수 없었지.”


로테의 시선이 흔들렸다.


“그래서 결국 알베르트가 ‘맹약’을 통해서 동생들과 다시 만날 수 있게 했지. 하지만 나중에 알게 되었지만 그건 조건이 붙어있었어. 동생들을 다시 찾아서 모으기 위해서는 각성자로 만들어야 했다는 거였지.”


로테는 베르에게 물었다.


“저번에 기억을 찾았다면... 각성자의 조건에 대해서도 알고 있는 거겠지?”


“각성자의... 조건?”


“그래. 현실계에서 각성자가 나오는 이유. 그리고 그 조건.”


베르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런 이야기는 없었어.”


“아니. 있었어. 각성자들은 전부 너를 따르는 이들이기 때문이지.”


“각성계 사람들 말이야?”


“그건 알베르트를 따랐던 사람들이고.”


베르의 머릿속에 알베르트와 신의 대화가 어렴풋이 떠올랐다.


“... 자살한 사람들 이야기인가...?”


“그래. 신이 완벽의 조각을 심은 사람들.”


그제야 베르는 완벽의 조각을 심었다는 이야기가 기억났다.


“그게 각성자의 조건이었다고?”


로테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어라우절의... 모든 동료들이 다 그런 일을 겪었다는 건가?


“맞아.”


로테의 눈빛이 가라앉았다.


“현실계의 왕이었던 나를 따르던 사람들... 그리고 나의 동생들은...”


눈을 감는다.


“각성자로 환생해야 했으니까.”


우울한 목소리가 이어진다.


“그래야 다시 만날 수 있으니까.”


그래서.


“전부 스스로...”


“... 그럼 어라우절의... 바넘이나 설단도...”


“그래.”


로테의 표정에 무수한 감정이 스쳐갔다.


“나를 따르던 모두가... 그렇게 가고... 다시 돌아와서도 발버둥 치면서 이 어라우절을 다시 준비했지.”


“... 그럼 로테도...?”


로테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나의 맹약은 달랐어. 나를 기준점으로 잡은 거였으니까. 나는 그들이 돌아오기를 기다려야 했지.”


“... 그렇다면...”


“나는 250년을 기다렸어.”


로테가 모습을 바꾸는 능력이 있는 이유이기도 했다.


“동생들과 나의 친우이자 동료들이 돌아오기를...”


로테의 목소리가 작아졌다.


“그건 너무도 긴 시간이었지...”


베르는 지금의 로테의 약간은 냉정해 보이는 감정의 이유를 이해하게 되었다.


“이제는 나도 잘 모르겠어. 아마 맹약이 아니었다면 무너졌겠지.”


... 그렇게 보고 싶던 동생들일 텐데 늦게 찾아온 이유 역시 알 것도 같았다.


“내가... 동생들을 고통으로 인도한 것은 아닐까? 내 고집으로 동생들에게 말도 안 되는 것을 강요하게 된 것은 아닐까?”


로테가 베르를 쳐다보았다.


“알베르트도 나에게 정확히 말해주지 않았지. 베르, 아니 베르테르. 너는 어떻게 생각해? 이게 나의 집착인 거야?”


지금껏 베르로서 보던 로테의 모습이 아니었다. 오히려 베르테르의 기억 속에 남아있는 로테와 비슷했다.


베르의 마음속에 있던 분노는 어느새 수많은 다른 감정들 속에 휩쓸렸다.


“... 이미 일어난 일은 일어난 일인 거야.”


베르테르가 로테의 물음에 대답했다.


“이제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를 생각해야 한다는 거지.”


베르의 말은 로테에게 하는 말인 동시에 자기 자신에게 하는 말이었다.


-----------------------------------


공연 준비를 하던 베르는 문득 의문이 들기 시작했다.


자신은 데스티니의 노래를 듣고 각성계에 발을 들이게 되었다. 그리고 그 노래에는 각성계의 왕이 부르는 코드가 들어있었다고 했다.


알베르트와 베르테르의 기억이 진현우의 기억과 합쳐진 지금은 어떻게 들리는 걸까? 정말로 각성계의 코드가 들리는 걸까?


이어폰을 낀 베르가 조심스럽게 데스티니의 노래를 찾아 재생버튼을 눌렀다.


강한 드럼비트와 함께 베르가 처음 들었던 데스티니의 데뷔곡 ‘on my way’가 들려왔다.


“뭐야...”


그냥 좋았다.


예전이랑 다른 것도 없었다.


“나한테는 메시지가 안 들리는 건가?”


세상에 보낸 사람은 모르는 메시지가 어디 있어?


베르는 다른 곡도 틀어보았다.


‘somebody already’


소라가 이 곡을 듣고 들어왔었나... 노래들을 듣고 있으니 예전의 기억들이 하나 둘 스쳐 지나갔다.


나오라는 메시지는 안 나오고.


그러고 보니 백야는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 이제 각성계와 현실계 사이도 이상하게 변해버렸는데...


악마에 대한 기억들도 떠올랐다.


악마?


그러고 보면 알베르트에게도 베르테르에게도 악마에 대한 기억이 없었다.


그 악마라는 건 대체 왜 있었던 거지?


그리고 왜 각성자들이 악마를 잡고 있던 거지?


알베르트와 베르테르의 기억을 갖게 됐지만 그게 모든 의문을 해소해 주는 것은 아니었다.


“스트루프와 악마라...”


알베르트와 샤를로테가 만날 때도 스트루프는 없었다. 그리고 악마도. 그럼 대체 악마는 어디서 등장한 거지?


정말로 각성계의 주민이었던 걸까?


“그런 걸 할 수 있는 건 아마도...”


신 뿐이겠지.


갑자기 눈앞에 헤일의 얼굴이 나타났다.


“... 연습 안 해?”


아차차.


-----------------------------------


“... 뭐라고 이야기해야 할지 모르겠군.”


연습을 마치고 숙소로 온 베르에게 페스가 말을 꺼냈다.


“뭘?”


“... 어머니와 동생 말이야.”


“괜찮아. 어쩔 수 없는 일이니까.”


정말 어쩔 수 없는 일이었을까?


아니. 지금 와서 생각하는 건 의미가 없지.


베르는 자신의 마음이 갈팡질팡 하는 것이 자신에게 여러 가지 인격이 겹쳐서 그러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어떻게 된 건지 물어보기에 좀 편한 이야기는 아닌 것 같으니... 힘들면 말해.”


페스의 어색해하는 말과 행동을 보면서 베르는 처음의 페스를 떠올렸다. 그리고 소라도.


둘 다 처음에는 그렇게 냉정하고 거리를 두던 모습이었지만 지금의 모습에서 베르는 그들의 애정을 느낄 수 있었다.


심지어 그들은 머콘처럼 이전의 베르테르에 대한 애정에서 이어지는 것이 아니라 지금의 삶에서 느끼는 애정이었다.


“고마워.”


진심이었다.


지나간 것들이 의미는 다가올 것들에게 더 중요했다. 자신을 묶는 족쇄 같은 것이 아니었다.


-----------------------------------


각주는 곤란함을 느끼고 있었다.


“... 공식적인 대외활동은... 그쪽이 하시는 거죠?”


각주에게도 기억은 어느 정도 돌아온 상태였다.


로테.


현실계의 왕.


그리고


각성계의 왕비.


하지만 그보다도 저번에 각성계에서 얼굴을 잡혔던 기억이 트라우마처럼 남아있었다.


‘괜히 현실계의 왕이 아니었던 거군.’


각주의 기억은 대부분 각성계의 기억이었다. 신과의 거래를 할 수 있던 것도 자신이 ‘우연히’ 신과 마주쳤기 때문이었다.


“아. 왕은 바쁘니까요.”


“... 듣기로는 콘서트를 하신다던데요?”


“네. 그래서 바쁘죠.”


공식적인 자리라서 그런 건지 로테는 이전과는 다르게 반말체를 쓰지는 않았다.


“그럼 왕은 언제쯤 각성계로 복귀하는 겁니까?”


“일단 일정을 조율하고 있습니다. 뭐 트리플 A에 약속받은 것도 있고... 다른 나라들도 도와주겠다고 한 것도 있으니까요.”


물론 그들은 어라우절이 이렇게 압도적으로 이기기를 바라진 않았지만.


“... 설마 로테 님도 현실계의 왕으로 복귀하실 생각은 아니겠죠.”


“어떨 거라고 생각하세요?”


마지막 질문에서만 마치 베일 것 같은 이상한 한기가 서려있었다.


“... 그때와는 상황이 많이 다르지 않겠습니까?”


“뭐 다를 게 있나요?”


“시기적으로도... 그리고 사람 자체도 많아지기도 했으니까요.”


갑자기 로테가 입을 다물고 각주를 뚫어지듯이 쳐다봤다.


각주는 등뒤에 갑자기 소름이 돋는 것을 느꼈다.


그 시선은 마치 자신의 동공을 파고들어 뇌의 뒤쪽을 휘젓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 무슨...”


“너.”


갑자기 다시 반말로 돌아왔다.


“너도 넘어왔구나.”


“네?”


로테의 말에서 스산한 한기를 느낀 각주는 당장에 방을 뛰쳐나가 도망치고 싶은 것을 참느라고 책상 한쪽을 꽉 쥐고 있었다.


“250년.”


“...!”


각주의 시선이 흔들리는 것을 로테는 놓치지 않았다.


“‘신’에게 무엇을 주고 넘어왔지?”


“... 그...”


무슨 말이냐고 잡아떼고 싶은 각주였지만 말이 목구멍을 타고 나오지 못하고 있었다.


“보통 것을 줬을 리는 없고... 뭘 가져다 바쳤기에 너에게 각성자에 대해서, 그리고 왕의 유산에 대해서 말해준 걸까?”


“저는...”


로테는 자리에서 일어나서 각주에게 천천히 다가갔다.


로테가 한 발짝씩 다가올 때마다 각주는 숨이 막혀오는 느낌이었다.


“250년을 버티기 위해서는 필수적으로 필요한 게 있지.”


로테의 손이 아주 느리게 각주의 얼굴을 향해서 다가갔다.


로테의 손바닥이 눈에 들어오자 각주는 몸을 부르르 떨었다.


“늙지 않는 몸이거나... 바꿀 수 있는 몸이거나...”


“자... 잠깐!”


가까스로 각주는 말을 뱉었다.


“너의 얼굴이 뭔지만 알면 기억을 해 낼 수 있을 것 같은데?”


각주의 말을 무시하고 손바닥이 천천히 각주의 얼굴을 덮으려고 하고 있었다.


“지... 진짜로 제가 바친 게 없습니다.”



급했는지 떨리는 목소리로 재빠르게 외쳤다.


“그럼 거래 조건이 뭐야?”


“그건...”


망설이는 순간 손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각성계! 각성계의 인과를 바친다고 했습니다!”


“인과?”


“네!”


로테는 들은 기억이 없었다.


“인과라고? 그게...”


‘무슨’이라고 말하려던 로테는 그게 뭐였는지 깨달았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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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4 93. 멸망의 조건 23.05.05 89 2 14쪽
93 92. 현실 적응 23.05.04 82 3 12쪽
92 91. 공과 업 23.05.03 89 2 13쪽
91 90. 비선형 역학 23.05.02 87 2 14쪽
90 89. 대답할 수 없는 질문 23.05.01 85 2 14쪽
89 88. 괴리 23.04.30 90 2 13쪽
» 87. 인과 23.04.29 81 2 13쪽
87 86. 운명의 이끌림 23.04.28 91 3 14쪽
86 85. 변한 것, 변하지 않은 것. 23.04.27 96 2 13쪽
85 84. 기억의 조각 23.04.26 100 3 13쪽
84 83. 셋 중의 하나 23.04.25 99 2 13쪽
83 82. 왕의 기억(3) 23.04.24 96 2 14쪽
82 81. 왕의 기억(2) 23.04.23 99 2 12쪽
81 80. 왕의 기억(1) 23.04.22 100 2 14쪽
80 79. 거래의 성립 +1 23.04.21 91 2 12쪽
79 78. 전쟁의 핵심 23.04.20 96 3 13쪽
78 77. 선전포고 23.04.19 100 3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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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6 75. 맹약의 대상자들 23.04.17 101 3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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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4 73. 각성자 아이돌 23.04.15 110 3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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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2 71. 왕의 유산 +1 23.04.13 108 4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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