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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각성의 주문이 이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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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유로비트
작품등록일 :
2023.02.04 13:57
최근연재일 :
2023.07.09 12:54
연재수 :
154 회
조회수 :
23,315
추천수 :
472
글자수 :
944,177

작성
23.05.01 07:50
조회
85
추천
2
글자
14쪽

89. 대답할 수 없는 질문

DUMMY

“세상 참 좋아졌어. 이렇게 대놓고 찾아오기도 하고 말이야.”


설단은 커피를 내려놓으며 말했다.


“... 너도 좀 바뀐 것 같은데?”


백야는 설단의 태도에서 약간의 변화와 함께 여유를 느낄 수 있었다.


“솔직히 이제 너랑 이야기할 상황은 아니잖아. 왕이든 왕비든 불러.”


“여기 내 회사인데?”


설단은 어이없다는 듯이 손가락을 들어 빙빙 돌렸다.


“내 회사를 찾아왔는데 다른 사람을 찾는 게 말이 된다고 생각해?”


“쓸데없는 데 시간 낭비할 생각이 없다고.”


“각성계에 가서도 시간 낭비라는 걸 기억은 하고 있어?”


설단은 마음껏 이죽거리고 있었다.


“그리고 그쪽은... 설마 그을음?”


“오. 나를 기억하나 본데?”


흰색 머리에 붉은 눈... 연예인이라면 몰라도 일반인이 하고 다니기에는 과한 외모와 차림새였다.


“... 기억한다기보다는 이 괴짜랑 어울려 다닐만한 사람이 많지는 않으니까.”


그을음이 멈칫하더니 백야를 쳐다보며 물었다.


“저거 칭찬하는 거야?”


“... 아니야.”


백야가 낮게 으르렁 거렸다.


“장난하러 온 거 아니야. 빨리 왕비든 왕이든 부르라고. 우리는 확인하고 싶은 게 있을 뿐이야.”


설단은 소파에 등을 기대고 깍지를 꼈다.


“급한 건 당연히 너겠지. 우리가 아니라.”


“... 지금 볼 수 없다면 다음에 오기로 하지.”


“그러던가. 왕은 지금 연습 중이고... 로테는 각국의 대표들을 만나느라 바쁘거든.”


백야가 멈칫했다.


“연습 중?”


“뭐야. 잊어버렸어?”


“정말로 그때 그 꼬맹이가 왕이 맞아?”


설단은 피식 웃었다.


“그 정도도 모르면서 뭘 알아보겠다고 기어들어온 거야?”


“그럼 왕이 돌아왔는데 왜 연습 같은 거나 하고 있어?”


“뭐... 자기 맘이지.”


공연 대박 생각에 옳다구나 하고 동의했던 죄가 있었기에 설단은 대충 얼버무렸다.


“... 섞여있나?”


가만히 있던 그을음이 한마디를 꺼냈다.


“뭐가?”


백야가 묻자 그을음은 고개를 한쪽으로 기울인 채 말했다.


“각성계의 왕만 있었다면 그럴 거 같지는 않고... 그렇다면 여기 있었던 현실계의 자아가 남아서 섞여있으니까 목적의 방향성을 잃은 게 아닌가 싶은데...”


“엥? 왕이 돌아온 거라며?”


“... 그런 줄 알았는데, 겹치면서 새로 쌓였을 가능성이 있는 거지.”


“겹쳤다고?”


“아무리 봐도 지금 상황은 같은 시간축이 최소 2번은 겹치지 않으면 안 나타날 상황인데, 그중 일부가 동일하게 반복되지 않았을 때 겹치는 현상이 있을 수도 있으니까.”


설단이 그을음을 신기하게 쳐다봤다.


“이전에는 진짜 이상한 목소리와 말투였는데 말을 엄청 잘하는데?”


“나는 원래도 이렇게 말했는데?”


설단은 스트루프에 놓여있던 이들은 자기 자신에 대한 명확한 인식이 없었던 게 아닐까 생각했다.


“여하튼 뭐 마음대로 생각해. 어느 쪽이든 지금 왕이 왕이라는 것은 변하지 않는 사실이고... 왕이 무엇을 원하는가도 왕한테 달려있지.”


그을음이 설단을 묘한 눈으로 바라봤다.


“그런데... 너는 각성계 출신이 아니잖아? 네가 각성계의 왕과 엮일 필요가 있나?”


“... 각성자와 각성계의 왕이 연관이 없을 리가 있나?”


“각성자는 각성계의 왕과 연관이 없어. 그건 각성계에 있던 게 아니야.”


“너는 그걸 어떻게 단언하는 거지?”


“당연히 내가 각성계 출신이니까 기억하는 거지.”


설단이 픽 웃었다.


“각성계에 너 혼자 있던 것도 아니고 다른 사람들이 그걸 모를까? 그리고 그렇게 따지면 백야랑은 왜 뭉쳐 다니는 거야? 저것도 각성계 출신은 아니라고.”


백야가 발끈했다.


“이 자식이 보자 보자 하니까. 저거라고?”


“저거 봐. 아직도 현실계의 감각을 못 벗은 저걸 각성계의 존재인 네가 왜 같이 다니는 거지?”


그을음은 히죽 웃었다.


“그것 때문이야. 각성계에는 없던 존재니까. 하지만 각성계로 넘어온 존재고. 신이 무슨 장난을 쳤는지 몰라도 각성계에 넘어왔는데도 뭔가 이상한 것 같아서.”


사실 백야도 처음 듣는 이야기였다.


“각성계는 기본적으로 두 가지 상태를 동시에 가지고 있어. 완벽한 상태를 지향하는 동시에 결여되어 있지.”


놀랍게도 그을음은 각성계에 대해서 상당히 깊게 접근해 있었다.


“따라서 각성계는 완벽의 조각을 갖고 있지 않으면 원래 적응할 수 없는 곳이야. 그래서 완전하지 않은 꿈 꾸는 잔재들이 현실계에 있는 거고.”


설단조차 멍하니 듣고 있었다. 설단으로서는 이게 맞는 말인지조차 구분이 안 갔으니까.


“각성자는 신이 어떤 조건인지 모르겠지만 임의로 완벽의 조각을 심었다고 볼 수 있지. 그런데... 내 기억에는 현실계에 원래 그런 존재들은 없었다는 게 문제고.”


그을음이 눈을 빛내며 물었다.


“혹시 네가 왜 각성자가 된 것인지 알고 있나?”


설단은 움찔했으나 태연하게 말했다.


“그거라면 네 옆에 있는 백야한테 묻는 게 빠르지 않겠어?”


그을음은 백야를 흘끔 쳐다봤다.


“잘 기억을 못 하더군. 너는 기억나는 게 없나? 아니 물음을 바꿔보지. 어라우절은 어떤 기준으로 모은 거야?”


“... 내가 모은 건 아니다. 그리고 우리가 어라우절이라는 이름으로 모인 건 아닌데?”


사실 설단 입장에서도 애매했다. 사실 바넘과 자신이 모은 게 맞긴 했는데, 나중에 알게 된 바로는 로테의 맹약에 의해서 동생들을 모으고 있는 것이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한때나마 이 옆에 있는 백야도 너희와 함께 했었잖아. 그런데 탈락된 이유가 뭐지?”


“탈락이라니!”


백야가 펄쩍 뛰었다.


“내가 현실계가 아닌 각성계의 진실에 조금 더 접근한 것뿐이야. 저것들이 되다만 반푼이 들일뿐이고.”


“하. 그래?”


설단은 마음껏 이죽거렸다.


“스트루프가 다 사라진 지금도 그렇게 생각해?”


그 말에 그을음이 다시 자르고 들어왔다.


“그래. 그거 말이야. 스트루프라는 거. 그건 왜 생긴 거지? 아니 어차피 너희도 왜 생겼는지는 모를 테니까. 왜 없어진 거지?”


“... 모든 정보에는 대가가 있지.”


설단은 갑자기 가슴이 쓰려왔다. 바넘의 죽던 그날이 아직 잊히지 않고 있었다. 그러고 보면... 대체 바넘을 죽인 건 누구인 거지?


“방금 네가 모를만한 정보를 잔뜩 준 것 같은데?”


설단이 고개를 가로저었다.


“내가 모른다고 해서 왕이나 왕비가 모를만한 정보였다고 생각해?”


“... 백야가 말로 이기기 힘든 인간이라더니 사실이로군.”


옆에 있던 백야가 그걸 보라는 듯 어깨를 으쓱해 보였다.


“백야와 너희가 적대하는 이유가 뭐지?”


“그야...”


설단이 무언가 말하려다 입을 다물었다.


이제 어라우절은 더 이상 ‘단차’나 ‘균열’을 닫으러 다닐 필요가 없었다.


각성계에서 악마가 넘어올까 전전긍긍할 필요도 없었다.


백야와 적이 된 가장 큰 이유는 두 가지... 각성계에서 적으로 만나게 되기 때문이었고, 스트루프 된 동료들을 데려간 것으로 여기기 때문이었다.


“백야. 나머지 스트루프 된 사람들은 어떻게 된 거지?”


“각성계에서 잘 지내고 있지.”


“... 정말로 그렇다면 너만 이렇게 돌아다닐 이유가 없을 것 같은데.”


백야가 뭔가 말하려다 망설였다.


“내 질문이 아직 안 끝난 거 같은데.”


그을음의 말에 설단이 대답했다.


“각성계가 없어졌다고 해서 백야가 우리와 같은 편이라는 증거도 없으니까. 적이었다면 아마 이렇게 만나서 이야기하고 있지도 않았겠지. 로테가 와서 너희를 바닥에 처박아버렸을 테니까.”


“아. 왕비 말이로군. 1대 1로는 솔직히 압도적이지.”


그을음은 로테에 대해서도 어느 정도 알고 있는 것 같았다.


“백야에 대해서 뭐라고 생각하고 있는지는 모르겠는데 기본적으로 백야는 ‘균형’을 유지하려는 존재야. 각성계가 무너지거나 현실계가 무너지는 것을 전부 경계하고 있는 거지.”


“... 그게 우리를 공격했던 변명이 되나?”


“모든 목적이 꼭 올바른 방법으로 표현되는 건 아니니까.”


옆에 있던 백야가 끼어들었다.


“내가 잘못했다는 거야?”


“너 심지어 서큐버스 끌어들여서 잡으려고 했던 거 기억나? 그래놓고 나중에 ‘상위종’한테 쫓겨서 도망갔잖아.”


“그걸 내가 어떻게 예측하냐?”


둘이 투닥거리고 있는 것을 보던 설단이 ‘상위종’이라는 단어에 반응했다.


“그러고 보니 이제 더 이상 각성계에 악마는 없지? 그럼 상위종은 대체 뭐야?”


“악마? 그게 뭔데?”


“... 백야한테 설명 못 들었어?”


그을음이 백야를 쳐다보았다.


“스트루프가 있던 시절에 현실계의 인간들은 너희들에 대해서 인지하기 어려웠어. 그래서 너희를 악마라고 불렀지.”


“그런 거라면 악마는 없어진 게 아니고 모양을 바꾼 거겠지. 그 정의에 따르면 나도 악마였겠군.”


그건 사실이었다. 예전에 사무실을 습격했을 때만 해도...


갑자기 거기에 생각이 미치자 설단의 기분이 나빠졌다.


“아니 그러고 보니까 너희 둘 예전에 내 사무실 박살 냈잖아.”


“둘이라니. 박살 낸 건 백야다.”


백야는 그을음한테 어처구니없다는 눈빛을 보냈지만 그을음은 간단하게 무시했다.


“이야기가 길어지는군. 우리가 확인하려던 것은 각성계의 왕이 어떤 목표를 갖고 있는 것인가에 대한 것이었다. 우리의 목적은 여전히 ‘균형’에 있고, 그게 각성계의 왕과 거스르지 않는다면 싸울 이유가 없으니까.”


“왕의 목표는 변한 것이 없다.”


차가운 목소리가 들렸다.


“... 왕비인가.”


그을음은 몸을 가볍게 떨었다. 로테는 눈을 가늘게 뜨고 그을음을 쳐다보았다.


“너는 낯이 익군. 오늘 만난 놈보다도 더.”


설단은 왠지 모르게 로테의 분위기가 평소와 다르게 날이 서있다고 느꼈다.


“각성계 출신의 누군가를 만난 것 같은데... 인사드리겠소. 각성계의 왕비이자 현실계의 왕인 로테 님께.”


그을음의 인사에 백야와 설단 모두 놀랐다.


“현실계의 왕이라고?”


백야의 중얼거림을 무시하고 그을음이 말을 이었다.


“왕은 각성계를 어떻게 하실 생각인지?”


“... 너는 벤더냐?”


“벤더와 어울려 다니지는 않지만 방향 자체는 크게 다르지 않소.”


로테는 잠시 그을음을 쳐다보더니 백야를 쳐다보았다.


“너는 베르테르의 백성일 텐데 여기서 뭐 하는 거지?”


백야는 그 순간 뭔가 얻어맞은 듯한 표정이 되었다.


“기억이 아예 없는 건 아닌가 보군.”


로테는 다시 그을음을 보았다.


“왕의 목적은 변하지 않았다.”


“... 마지막에서 변하지 않았다는 뜻이오?”


로테는 두 번째 물음에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 마지막 목적이 지금의 상황을 만든 것이 아니었소?”


“... 대단히 많이 알고 있군.”


“그럼 역시... 왕은 왕이지만 왕이 아니게 된 것이로군.”


그을음의 눈이 빛났다.


“겹친 것이 아니오?”


“... 맞다.”


“그럼에도 여전히 왕인 것이오?”


“그렇지.”


그을음의 마지막 물음은 로테를 굳어버리게 만들었다.


“그럼 그대도 여전히 왕비인 것이오?”


대답하지 못하는 로테를 두고 그을음 백야를 끌고 일어섰다.


“아직은 때가 아닌 듯 하니 다음에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오기를 기대하겠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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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학교는 이제 아예 안 가는 거야?”


“어... 아무래도 바쁘니까요?”


단디는 조금은 안타까워하는 표정이었다.


“나는 연습생 생활이긴 했어도 학교는 다 다녔는데... 학창 시절의 추억이 없으면 좀 슬프지 않겠어?”


전혀. 진현우에게는 학교 생활이 의미가 별로 없었다.


“... 그렇게 친한 친구가 많지는 않아서요.”


“그건 나도 마찬가지였어.”


“... 왜요?”


“응? 나만이 아니라 연예인이 되는 친구들은 다 마찬가지지. 어릴 때 친한 친구들이 좀 있더라도 결국 멀어지게 되어있어.”


단디가 쓸쓸하게 말했다.


“사는 세계가 달라지니까.”


“... 그럼 더 학교를 나가는 게 괴롭지 않나요?”


“하지만 지나고 나면 그 시간을 거기서 보내지 않을 것을 후회할 거야.”


“... 그렇게 붕 떠서 지내면 오히려 시간이 아까울 것 같은데요.”


“어떤 시간들은 그때가 아니면 다시 돌아오지 않으니까. 그리고... 죽을 때까지 특별한 존재일 수도 있지만 언젠가 다시 평범한 사람으로 돌아가고 싶다면 더 그렇고.”


단디가 베르에게 물었다.


“너는 나중에... 아이돌이 아니더라도 계속 연예인으로 살고 싶어? 평범한 삶이 아니라 그런 삶이어도 괜찮아?”


“저는...”


베르는 쉽게 대답하지 못했다. 그걸 내가 결정할 수 있는 것이었나?


베르 스스로도 알고 있었다.


사실은 지금 공연을 준비하고 아이돌로 지내는 시간이 실제의 베르에게는 마치 평범한 시간을 동경하는 그런 시간과 같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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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8 97. 완벽의 기준 23.05.09 77 2 13쪽
97 96. 왕이 되는 순간 23.05.08 74 2 13쪽
96 95. 주문의 주인 23.05.07 77 2 14쪽
95 94. 조건 불만족 23.05.06 83 2 15쪽
94 93. 멸망의 조건 23.05.05 89 2 14쪽
93 92. 현실 적응 23.05.04 82 3 12쪽
92 91. 공과 업 23.05.03 89 2 13쪽
91 90. 비선형 역학 23.05.02 87 2 14쪽
» 89. 대답할 수 없는 질문 23.05.01 86 2 14쪽
89 88. 괴리 23.04.30 90 2 13쪽
88 87. 인과 23.04.29 81 2 13쪽
87 86. 운명의 이끌림 23.04.28 91 3 14쪽
86 85. 변한 것, 변하지 않은 것. 23.04.27 96 2 13쪽
85 84. 기억의 조각 23.04.26 100 3 13쪽
84 83. 셋 중의 하나 23.04.25 99 2 13쪽
83 82. 왕의 기억(3) 23.04.24 96 2 14쪽
82 81. 왕의 기억(2) 23.04.23 99 2 12쪽
81 80. 왕의 기억(1) 23.04.22 100 2 14쪽
80 79. 거래의 성립 +1 23.04.21 91 2 12쪽
79 78. 전쟁의 핵심 23.04.20 96 3 13쪽
78 77. 선전포고 23.04.19 100 3 13쪽
77 76. 돌고 돌아 제자리? 23.04.18 100 3 14쪽
76 75. 맹약의 대상자들 23.04.17 101 3 14쪽
75 74. 리셋 23.04.16 107 3 14쪽
74 73. 각성자 아이돌 23.04.15 110 3 14쪽
73 72. 인질 23.04.14 103 3 14쪽
72 71. 왕의 유산 +1 23.04.13 108 4 14쪽
71 70. 함정인가? 23.04.12 105 3 14쪽
70 69. 각성자 게임 23.04.11 105 3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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