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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로비트의 서재입니다.

내 각성의 주문이 이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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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유로비트
작품등록일 :
2023.02.04 13:57
최근연재일 :
2023.07.09 12:54
연재수 :
15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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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310
추천수 :
472
글자수 :
944,177

작성
23.04.30 0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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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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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글자
13쪽

88. 괴리

DUMMY

스트루프.


현실계의 상식은 각성계에서 통하지 않았다. 그건 자신이 각성계의 왕비로 있을 때는 없던 현상이었다.


“스트루프가...?”


“네...?”


로테는 확신할 수는 없지만 그 ‘인과’라는 걸 ‘스트루프’로 가로막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네가 무슨 권리로 인과를 넘긴 거지?”


“권리가 있던 게 아니라...”


각주는 뭔가를 망설이고 있었다.


“권리가 없는데 어떻게 인과를 넘긴단 말이지?”


“각성계의 왕이 뭔가를 하면서... 모든 것이 사라지는 순간에 각성계에는 저 혼자뿐이었습니다.”


점유에 의한 소유권.


그렇다는 이야기는...


“너는 신에게 선택받을 정도로 멍청한 녀석이거나...”


싸늘한 눈빛이 각주를 향했다.


“아니면 욕심이 많은 녀석이거나.”


로테가 갖고 있던 의문 중 일부가 풀렸다.


“너를 어떻게 해야 할까...”


각주는 머릿속이 하얗게 되는 느낌이었다. 자신의 기억 속의 왕비는 이렇게 무서운 존재가 아니었다. 자신들의 동생들을 돌보던 온화한 성격의 존재였다.


“거래의 대가는 당연히... 각성계의 왕이 되게 해 주겠다는 거였을 테고.”


그 외에 뭐가 더 있을까.


아...


“너한테는 애초에 받아야 할 ‘빚’이 있었지?”


“... 네?”


“리셋 스위치를 어떻게...”


말을 하다 말고 깨달았다.


“... 너는 주변 사람들을 리셋시키면서 살아남았구나.”


자신은 자신의 모습을 바꾸면서 그 긴 시간을 버텼다.


각주는 자신을 기억하는 사람들을 ‘리셋’시키면서, 또는 그러한 방법으로 뭔가를 누리면서 살아왔을 가능성이 높았다.


“하지만 내 동생에게는 하면 안 되는 일이었지.”


각주의 어렴풋한 기억에도 왕비가 얼마나 동생들을 아꼈는지는 기억에 남아있었다.


왕비의 동생들이 누군지 기억이 없는 건 아니었지만... 그들에게 자신이 무언가를 했다고?


“저는 그런 일이...”


“내가 왜 여기 있고, 내가 왜 모든 것을 기억하고 있는지 모르는군.”


그러고 보니 ‘신’은 자신에게 왕비에 대한 이야기는 한 적이 없었다. 그래서 각주의 왕비에 대한 기억이라고는 알베르트와 함께 쫓겨날 때, 티그가 인질로 잡힌 것을 보면서 처음으로 분노하던 모습을 보여주던 게 마지막이었다.


“티그...? 설마?”


“기억이 있긴 한 가보군. 내 동생들 이름도 기억하는 걸 보니.”


각주가 신경을 썼던 어라우절 멤버는 바넘이나 설단, 이춘봉 같은 멤버들이었다. 당연히 각주가 아는 이름들도 아니었다.


각주의 기억 한쪽에서 어라우절에 새로 들어온 멤버 이름에서 티그라는 이름을 흘낏 보고는 ‘낯익은 이름이군’ 하면서 치워버렸던 기억이 떠올랐다.


“이제 네가 누굴 기다렸는지 알겠지?”


“그건 제가 특별히 손을 쓰거나 한 건 아닙니다! 티그의 부모가 이상한 건... 그런 건 제가 할 수 있는 일도 아닙니다!”


각주는 필사적으로 변명했다.


“티그의 부모가 일찍 가석방된 건?”


“그건...”


평소라면 잡아떼면 그만일 일이었지만 각주는 이미 거의 패닉상태였다.


“그리고 내가 이야기 한 건 아쉽지만 티그 이야기가 아니었지.”


“... 네?”


“자이 말이야.”


“...!”


각주는 왕비에 대해서 기억할 필요도 없었기에 왕비에게 동생들이 많이 있었다는 것도 기억 저편에 묻어두고 있었다.


“리셋스위치를 심어서 고통스럽게 했던 것에 대해서 어떻게 보답을 해야 할까...?”


각주는 이제 와서야 신이 원망스러웠다.


계획 자체는 솔깃했다.


왕은 죽었다.


시간은 되돌리게 될 것이다.


능력을 주고 현실계로 보내겠다.


현실계에는 ‘각성자’라는 것이 생길 것이다.


‘왕의 유산’을 찾아서 그걸 손에 넣으면 그 ‘각성자’들을 끌고 각성계의 왕이 될 것이다.


거기다 그에 걸맞은 능력을 받았다.


늙지도, 죽지도 않는 몸.


타인의 기억을 지우는 능력.


각성자를 느끼는 힘까지.


그런데...


자신을 따르지 않는 각성자 무리가 생겼다.


멋대로 휘젓고 다니는 그들이 걸리적거리긴 했지만 결국 ‘왕의 유산’만 찾으면 자신의 것이 될 수 있었다.


그리고 돌린 시간 속에서 왕의 유산이 부활하는 타이밍을 기다리라고 했다.


그 모든 것을 착실히.


무려 250년에 걸쳐서 해왔는데...


“너는 각성계의 왕이 되려는 이유가 뭐였지?”


“그야...”


이미 패닉이었던 각주는 자신이 대답하지 못하는 이유가 패닉 때문이 아니라는 것을 어렴풋이 느꼈다.


“알베르트는 각성계의 왕이 언제 되었는지 모른다. 그리고 되고 싶어 한 적도 없었지. 너는 왜 각성계의 왕이 되고 싶었던 거지?”


“....”


그의 무의식에 ‘각성계의 왕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 남아있을 뿐 왜 되어야 하는지는 알 수 없었다.


“지금 현실계에서도... 너는 왕처럼 살았을 텐데? ‘완벽의 조각’으로 죽지 않는 영원을 나눠 받고, 타인의 삶에 영향을 주고도 인과를 받지 않는 ‘망각의 조각’도 가지고 있었으니 마음대로 살지 않았을까?”


그랬다.


각주는 그 능력으로 각성계에서는 생각도 못해본 여러 가지 일들을 해봤다.


현실계에서 ‘범죄’라고 불리는 일들도 각주에게는 아주 간단한 일이었다.


“네가 잘못 알고 있는 점을 바로잡아 주지. 알베르트는 왕이 되고 싶어 하지 않았어. 오히려 왕을 그만두기 위해서 마지막까지 발버둥 쳤던 거지.”


로테는 각주가 이용당했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각성계는 완벽의 일부였지. 알베르트는 그게 문제였다는 것을 나중에 알았고. 아마도 너는 그 능력을 가지고 왕처럼 살면서도 ‘사랑’이라는 것을 하지는 못했을 거야. 그렇지? 당연하게도, 타인의 감정을 지배하는 것만으로는 얻을 수 없는 게 있으니까.”


각주가 현실계에서 수많은 여자를 만났더라도 그들과 진심을 주고받을 수는 없었다. 그리고 항상 마지막은 결국 ‘리셋’이었다.


“... 각성계가 오히려 결여되어 있다는 이야기인가...?”


각주의 목소리가 갈라졌다.


“정적인 세계라는 것은 그런 거야. 비어 있는 것도 영원히 채워지지 않는다는 거니까. 그걸 안정감이라고 느끼면 영원히 그대로 묶이는 거지.”


“그럼 각성계의 왕은...”


로테는 씁쓸하게 웃었다.


“알베르트조차도...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고민했어. 자신이 왜 각성계의 왕이었는지. 그리고 왜 왕이어야 했는지. 그리고 결론에 도달했지.”


그것은 슬픈 결말이었다.


“각성계의 왕은... 멸망의 인도자였다.”


로테는 각주를 바라봤다.


“과연 네가 멸망의 인도자라는 무게를 짊어질 수 있을까?”


“...”


로테가 각주의 얼굴을 가까이 들여다보자 각주는 숨이 멎을 것 같은 압박을 받았다.


“아니. 네가 멸망의 인도자라는 의미를 이해하기나 할까?”


-----------------------------------


“쓰리, 포! 거기까지!”


박쌤이 박수를 쳤다.


“이젠 뭐 거의 지적할 곳이 없네.”


“감사합니다.”


그래비티는 다들 헐떡거리며 주저앉아서 생수를 들이붓고 있었다.


공연준비를 하다 보니 복잡한 생각에서 멀어졌다. 베르테르인지 진현우인지 아니면 알베르트인지 그것도 중요하지 않았다.


지금 이 순간에 심장이 터질 듯이 뛰는 것이 더 의미가 있었다.


“고생했어. 10분 쉬고 데스티니랑 합동 무대 연습 있는 거 알지?”


“네.”


예전에 자이의 추천으로 데스티니 곡 중에 그래비티 버전을 부른 게 있었다. 그걸 기반으로 두 팀이 합동 공연을 하기로 되어있었다.


... 솔직히 어라우절에 들어오고 데스티니와 같이 무대에 선 기억은 이미 있었다. 물론 그때는 백댄서였지만. 하지만 같은 아티스트로 공연한다는 것은 좀 의미가 달랐다.


연습실 문이 열리고 데스티니가 들어왔다.


“오셨어요.”


꾸벅 인사를 했다.


“왜 어색하게 그래?”


스쿨이 웃으며 내 등을 때렸다.


솔직히 잡념이 사라진 또 다른 이유 중 하나였다. 같은 곡으로 무대에 오르다 보니 2명씩 맞춰서 커플 댄스로 올라가게 되어 있었다.


“가끔 기념공연 같은 데서 다른 아이돌도 많이 하는 거야. 우리처럼 같은 소속사라면 뭐... 굳이 거를 필요 없지. 노래도 같은 곡을 쓰는데.”


... 감사합니다.


“아니 그런데 이게 맞아요?”


스쿨은 불만이었다.


“뭐가?”


“내가 베르랑 할 거였는데...”


단디가 스쿨의 등을 찰싹 때렸다.


“자기 파트너한테 실례잖아! 페스가 뭐라고 생각하겠어?”


“아야! 언니 손이 너무 매워!”


단디가 스쿨한테 설명했다.


“헤일은 리더고 제일 형이니까 루드 언니랑 하는 거고, 페스는 베르랑 동갑이지만 가장 늦게 들어왔으니까 너랑 하는 건데 뭐가 불만인 거야?”


“내가 베르 이뻐하는 거 알잖아.”


단디가 한숨을 푹 쉬었다.


“아니 그래서 무슨 고백이라도 해서 사귀기라도 하고 있는 거야?”


“아니 이번에 나의 매력을 듬뿍 어필하려고 했지.”


그러면서 스쿨은 볼을 부풀리고 단디를 쳐다봤다.


“안 그래도 베르가 언니가 더 좋다고 했는데 그렇게 몸을 부비적(?) 거리면 더 빠질 거 같으니까 그렇지.”


딱!


기어코 단디가 스쿨을 한 대 때렸다.


“말 가려가면서 해.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음... 일단 우리가 다 듣고 있다는 게 문제가 아닐까.


루드가 어깨를 으쓱해 보였다.


“우리가 이제 좀 뜨긴 했는데 기획사 특성상 딱히 다른 기획사에 친한 남돌이 없다 보니... 너희가 이해하렴.”


“네...”


루드야 그러든 말든 스쿨이랑 단디는 계속 투닥거리고 있었다.


“스쿨 너는 베르 괴롭히는 것 밖에 더해?”


“언니처럼 밖에다가는 남친인 것처럼 소문내는 것보다 낫지!”


“뭐? 무...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나도 미도언니나 솔미랑 친해!”


“걔들이 이상한 소리로 몰아가는 걸 막아도 모자랄 판에 편을 들면 어떻게 해!”


“아니 내가 들어도 언니가 그렇게 이야기했던데?”


... 싸움의 방향이 좀 이상해져 가는 거 같은데...


페스가 옆에 다가와서 말했다.


“... 처음에도 느꼈지만 왜 너한테 엮인 여성이 많은 것 같지? 머콘이랑 소라는 어쩌고?”


그러고 보니 처음 봤을 때 그런 일이 있었지.


“아니. 내가 뭘 특별히 하는 게 아니라...”


“알아. 지금은 네가 특별히 뭘 하지 않는다는 건 알겠는데... 그래도 이상하긴 이상하네.”


페스는 ‘왕의 특성인 건가?’하고 중얼거리며 연습을 준비했다.


너는 모르겠지만 여자한테 차이고 극단적인 선택을 했을 정도로 멍청이라니까...


그러고 보니 로테와의 관계는 참 애매했다. 알베르트가 멍청한 소리를 해놔서 더 그렇게 됐는데... 로테의 성격이 약간 변한 영향도 있었지만 서먹서먹할 수밖에 없었다.


“아니 뭐 상관없나...”


지금 눈앞에서 자신의 최애 아이돌이 자신과 같이 공연하기 위해서 준비하고 있었다.


“자! 시간 됐으니까 이제 이상한 소리들 그만하고 모여! 원래 곡의 동선에서 겹치는 부분을 위주로 대대적으로 수정했으니까 집중해서 봐야 해!”


당연하지만 아이돌이니 만큼 아무리 커플 댄스라고 하더라도 아주 이상한 동작은 없었다. 기껏해야 허리에 손이 올라가거나 스포츠 댄스의 영향을 받은 동작들이 가미되었을 뿐이었다.


“스쿨이 이상한 소리 해서 미안해.”


단디가 작게 속삭였다.


“아. 괜찮아요.”


“... 미도가 이상한 소리 한 것도 미안.”


“아... 뭐 그것도...”


단디의 얼굴을 이렇게 가까이서 본 것은 거의 처음이었다.


이제는 연예인기도 하다 보니 예쁜 사람들은 정말 많이 봤지만 여전히 데스티니를 보면 특별한 감정이 들었다.


“왜?”


“아... 아니에요.”


뒤에서 스쿨이 투덜거렸다.


“저것 봐. 벌써 알콩달콩... 쳇!”


이젠 그냥 단디도 대놓고 스쿨한테 메롱 해 보이고 베르의 팔짱을 꼈다.


“얘들아. 커플 댄스를 하라고 했지 커플을 하라고 한 게 아니야.”


박쌤이 어이없다는 듯이 말했다.


뭔가 즐거운 감정들이 잡다한 생각들을 날려버리고 있었다.


그래. 현실을 즐기는 거지 뭐.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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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8 97. 완벽의 기준 23.05.09 77 2 13쪽
97 96. 왕이 되는 순간 23.05.08 74 2 13쪽
96 95. 주문의 주인 23.05.07 77 2 14쪽
95 94. 조건 불만족 23.05.06 82 2 15쪽
94 93. 멸망의 조건 23.05.05 89 2 14쪽
93 92. 현실 적응 23.05.04 82 3 12쪽
92 91. 공과 업 23.05.03 89 2 13쪽
91 90. 비선형 역학 23.05.02 87 2 14쪽
90 89. 대답할 수 없는 질문 23.05.01 85 2 14쪽
» 88. 괴리 23.04.30 90 2 13쪽
88 87. 인과 23.04.29 80 2 13쪽
87 86. 운명의 이끌림 23.04.28 91 3 14쪽
86 85. 변한 것, 변하지 않은 것. 23.04.27 96 2 13쪽
85 84. 기억의 조각 23.04.26 100 3 13쪽
84 83. 셋 중의 하나 23.04.25 99 2 13쪽
83 82. 왕의 기억(3) 23.04.24 96 2 14쪽
82 81. 왕의 기억(2) 23.04.23 99 2 12쪽
81 80. 왕의 기억(1) 23.04.22 100 2 14쪽
80 79. 거래의 성립 +1 23.04.21 91 2 12쪽
79 78. 전쟁의 핵심 23.04.20 96 3 13쪽
78 77. 선전포고 23.04.19 100 3 13쪽
77 76. 돌고 돌아 제자리? 23.04.18 100 3 14쪽
76 75. 맹약의 대상자들 23.04.17 101 3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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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3 72. 인질 23.04.14 103 3 14쪽
72 71. 왕의 유산 +1 23.04.13 108 4 14쪽
71 70. 함정인가? 23.04.12 105 3 14쪽
70 69. 각성자 게임 23.04.11 105 3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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